원리: 뇌에서 이상한 호르몬이 나와서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킨다고 했던가? 심장이 혈액을 몸 위로 올려보내는 것에 무리가 있는 것 같기도. 오래 서 있으면 머리에 피가 안 돈다거나 뭐 그런 거니까.
발병 원인: 의사가 모른답니다. 어처구니…… 뭐가 현대의학이냐 임마.
치료 방법: 현대의학으로는 못 고친답니다. 어처구니…… 뭐가 현대의학이냐 임마. 치료약도 아니고 무슨 항생제 비슷한 개념의 뭔가 약이 있긴 했는데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에게는 효과가 아예 안 먹히고 다른 한 사람에게도 거의 안 먹힌다고 설명하는데…… 뭐 이런 돌팔이 같은 약이 다 있냐. 안 먹어!
구체적 증상
1. 오래 서 있을 수 없음
보통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5분~30분 정도.
특히 차렷 자세 등 다리를 모으고 있을 경우 더욱 그러함. 굳이 버티고 서야 한다면 양 다리를 앞뒤좌우로 크게 벌리고 허리를 숙이는 정도의 자세가 편한 듯. 그리고 양쪽 다리로 서 있는 것보다는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싣다가 힘들면 다른 쪽 다리로 바꾸는 식이 더 편한 듯.
2. 일시적 실명
오래 서 있거나, 무리하게 몸에 힘을 주거나 할 때 증상이 나타남.
그냥 눈이 안 보임. 누워 있다가 몇 분 뒤 살살 눈을 떠보면 다시 보임.
더러운 예를 하나 들자면, 화장실에서 응가싸려고 끄응~ 하고 풀파워 따위를 했다간 커헉 하고 실명. 덕분에 중력을 이용해서 응가를 싸야 함.
3. 호흡량 부족
호흡부전이라긴 좀 아닌 것 같고.
평범하게 숨을 쉬는 걸로는 부족함. 쉽게 말해 가벼운 달리기 하는 것 같은 상태. 숨소리가 거칠어지고(나는 모르지만 주변사람들이 그렇다고 말해줌) 후우~ 하아~ 하는 식으로 심호흡 내지는 한숨 같은 호흡.
4. 심장박동 이상
심장이 피를 몸 위쪽 방향으로 올려보내기 힘들어해서 그런지, 앉아있을 때와 서 있을 때의 맥박이 너무 티나게 다름. 앉으면 60, 서면 120이라든가 그런 식.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 맥박이 올라감-_- 의사한테 처음 듣기론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면서 쇼크가 와서 실신하는 거다”였던 것 같은데 최근 지인으로부터 “느려지기만 하는 거지 빨라지는 건 아니다. 의사가 하려던 말은, 느려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거겠지.”라는 말을 들었음. 이상하다, 내 체감으로도 빨라지는 것 같은데.
지인에게 듣기로 “넌 실신하면 심장박동이 잠잘 때의 그 수준으로 떨어지더라.”라던가. 그런 건 또 언제 체크한 거야?
6. 다리 통증 및 압력이 실림
사람을 업고 지압판 위를 걸어다니는 것 같은 더러운 느낌이라고 설명하곤 함.
그냥 서거나 걸을 뿐인데 마치 10배 중력에서 수련하는 손오공처럼 압력을 받는 것 같음.
압력 외 증상으로는 발이 찌릿찌릿 혹은 빠직 하고 따끔함. 멀쩡히 걸어가다가 앗 따거 하고 외치는 경우가 많음.
7. (오래 서 있는 것 외에) 동작에 반응해 실명, 실신 등
앉아있다가 일어선다거나, 누워있다가 고개를 휙 든다거나 하는 가벼운 동작에도 반응.
덕분에 앉아있다가 일어서거나 할 때는 기합을 팍 넣고 딜레이를 걸어가며 일어서야 함-_-;
8. 실신 기절
뭐라고 할까 기절이라고 하기 뭔가 애매하긴 한데. 잘 때는 잘 모르지만 깨어나고 나서는 아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뭔가 기억나기도 하니까. 그렇긴 한데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저녁점호에서 복무신조 제창하는 소리라든가)에도 안 깨어나는 걸 보면 기절이라고 해야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맥도○널드 카운터 알바라든가 하는 식으로 오래 서서 하는 일이라면, 시급 4만 원을 준다고 해도 못 함. 아니, 돈이고 나발이고 못 하는 건 못 하는 거지. 참고 자시고 하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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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증상을 대충 들으면 어떤 것인지는 대충 감이 오실 텐데요.
예, 그런데 이 병은 불치병입니다. 아니 왜, 무슨 책이나 이야기 같은 데서 보면 천식 같은 걸로 40년 동안이나 고생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제가 딱 그런 거인 것 같네요. -_- 아오 신발;;
뭔지도 모르고 막연하게 내가 몸이 이상하구나 하고 10년을 살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이게 그냥 몸이 안 좋은 게 아니라 병이 있는 건데, 그 병을 낫게 할 방법이 없다네요 신발발발…….
대체 몸이 왜 이러나 싶어서 뒤늦게나마 병원에 가서 이런저런 검사를 해봤습니다. (돈 무지 깨지더군요 ㄱ-; MRI는 비싸서 패스했고.)
기립경검사라고, 한마디로 ‘얼마나 오래 서서 버틸 수 있나’ 실험(?)하는 검사가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이 병은 주요증상 중 하나가 ‘오래 서 있을 수 없다’입니다.
검사실에는 침대와 모니터 같은 게 있는데, 환자의 혈압, 맥박, 혈류의 이동 같은 게 옆에 있는 큰 모니터 같은 것에 뜨던 것 같습니다.
검사를 받는 방법은, 환자를 침대에 묶어놓고(?) 침대를 세운 다음, 의사가 옆에서 환자 및 모니터를 관찰하는 겁니다.
검사를 시작하기 전, 의사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1시간 정도 검사해볼 거예요~.”
‘오래 서 있는’ 검사 시작.
30초 경과. ……뭔가 이상하게 몸이;; 느낌이 불길한데;;
1분 경과. 의사가 말을 겁니다. “어떠세요?”. 저는 대답합니다. “피곤해요…….”. 의사가 깜짝 놀라는 듯 말합니다. “답답한 게 아니라 피곤해요?”
2분 경과. 점점 숨을 쉴 수가 없어지는 것 같더니, ……실명 증상이 덮쳐왔습니다. 거기에 뇌인지 뭔지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이 빌어먹을 느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한마디로 죽을 것 같습니다. 으아아악!
후우후우허억허억거리다가 실명됐다으아아악 반쯤 기절. 관찰하던 의사는 다급하게 “지금 내려줄게요! 지금 내려줄게요!” 하면서 묶인 걸 풀어주고.
정신차려보니 응급실에 있었습니다. ………………검사만 했을 뿐인데, 아니 이게 대체 뭐지? ㄱ-;; 꽥~한 저를 바퀴침대에 눕혀 응급실로 부랴부랴 이송시켰다고 하는 듯. 덧붙여 팔에는 링거까지 꽂혀 있었습니다. ㄱ-; 아니, 난 검사만 했을 뿐인데;;
………………아니 뭐 이런 거지 같은 게 다 있냐;;
나중에 의사에게서 이야기를 들으러 갔더니, 의사 왈 “어우 이거 너무 위험한데… 너무 심해요 이거…. 평소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으세요?”
네, 불편합니다. -_-
“밥 잘 드셔야 하고요, 물 많이 드셔야 하고요, 긴장이나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하셔야 해요.”라는 듯한 말을 들었습니다.
……의사가 정이 많은 성격이었던 듯, 한 번 오고 말 환자 상대로 되게 걱정해주더군요. ……음, 검사받다가 죽어버렸으면 의료사고였나? ㄱ-;
뭐 하여간 진단서를 받았습니다.
신검을 받으러 갔을 때 이야기입니다.
진단서를 제출하자, 담당자(군의관인가?)와의 대화.
신검 군의관: 자주 증상이 있나?
나: 네. (자주고 나발이고 하루도 빠짐없습니다만)
신검 군의관: 이게 원래는 군대를 안 갔는데… 요즘 군인이 모자라서 법이 바뀌었어. 그래서 3급 현역으로 가야 해. 입대하고, 알아서 조심하도록.
……응? ㄱ-;; 이 더러운 병이 현역이라고?
으음, 저는 아무 생각없이 예써 하고 나와버렸습니다. -_-;
훈련소………….
지금 생각해도 토나오네. 잘도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왔다 싶습니다 ㄱ-;;
쓸데없이 집합시켜놓고(즉, 서 있게 해놓고) 시간을 끄는 일이 많습니다. ㄱ-
덕분에 훈련소에서 몸이 아주 걸레짝이 됐지요.
훈련소에서 5주 보냈는데 한 3, 40번은 실신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팔도 까지고 다리도 까지고 어휴.
아, 뭐 도중에 병원행도 했지요. ㄱ-; 내보내달라고 해도 군의관이 안 보내주더군요 쿨럭;
뭐 이렇게 해서 자대 배치를 받았는데, 0.5%의 선택받은 자들만 갈 수 있는 편한 곳, 수도방위사령부의 56사단 모 연대로 갔습니다.
……흐음.
군대에 가면 기본적으로 하는, 경계근무라는 게 있습니다. 쉽게 말해 불침번.
주간(낮)도 있고 야간(밤)도 있는데, 주간이야 나쁠 거 없지만 야간은 자다가 일어나서 나가야 하니까 상당히 짜증 나겠죠.
전 그걸 거의 안 했습니다. 안 하고 있습니다.
왜냐고요? 오래 서 있을 수가 없으니까요.
…………………………대체 내가 군대를 왜 온 거지?
그러고 보니까 언젠가 진단서였나 뭐였나, ‘근무, 힘든 작업 열외’ 뭐 이랬던 거 같은데, 그냥 차라리 보내지를 말든가!
예, 경계근무를 못 서니까 말이죠.
대대원 50여 명 중 유일하게 근무를 안 서버리니까, 다른 병사들로부터 거시기한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충 이렇게 말하면 아시겠죠. ㄱ- 제길;;
거기다 좀 힘들다 싶은 훈련이나 작업은 열외되어버리거나, 중도에 낙오.
………………아니, 대체 뭐야 이게. 나 대체 여기 왜 있어? 없는 게 도와주는 거란 생각밖에 안 되는데!
……말이죠, 며칠에 한 번 꼴(다른 병사들은 매일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로 복도에서 엎어지고, 계단에서 구르고, 산에서 구르고, 무거운 물건 나르다 실신해서 깔리고, 뭐 이런 식인데,
계단에서 굴렀거나 할 때, 뒤처리는? 예, 다른 병사들이 해줍니다. -_- 신나게 자빠져서 낑낑대거나 기절해 있으면 다른 병사들이 부축해서 이동시킨다고요. 이게 웬 민폐입니까.
………………아니, 정말로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요 모두들. 그리고 저도 별로 부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아아, 저도 힘듭니다.
아니, 짜증 난다고요. 없던 병도 생기겠어요. 더는 못 참겠다고요 정말.
말이죠, 사회에서라면 당연히 “저는 지병이 있어서 오래 서 있지 못 합니다.”라고 하면 “아, 그래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이렇게 진행이 될 텐데, 군대라서 그게 안 된다고요 빌어먹을! 왜 GR이야! 누구는 아프고 싶어서 아프냐?! 안 그래도 억울해 죽겠다! 아니, 댁들은 내가 근무도 안 서고 하니 군생활 편하게 한다고 쉽게 말하겠지만 난 평범한 일 자체가 힘들어 죽겠다! 그리고 댁들이야 1년 10개월 복무하고 전역하면 그 뒤 몇십 년을 잘 살겠지만 난 전역해도 이 몸 그대로 살아야 한다고! 그렇게 부러우면 시○릿 가든에 가서 몸이라도 바꿀래? 앙?!
훈련소에 있을 때부터, 조기전역(의가사라든가 들어보신 적 있으실런지)이 거론되어 왔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안 해준다네요. 높으신 분들이 허가 안 하는 걸 떠나서, 이 부대(연대)의 지휘관님께서, 그냥 계속 버티라고 하셨다는 소문이 있고.
……자대 와서도 별 꼴을 다 봤습니다.
제설작업하러(한마디로 눈 쓸러) 산 비슷한 걸 올라갔는데 거기서 철푸덕 해서 (아마도) 1시간 정도 뒤에 깨어났는데 오 쉐뜨 눈 펑펑 쌓인 한겨울 길바닥에서 자빠져 있었으니 몸이 꽁꽁 얼어서 Die할 뻔했고 ㄱ- (심지어 그동안 아무도 안 깨워줬어;; 아니 깨우면 그건 그거대로 불편하지만)
혹한기훈련하러 갔다가 텐트에서 나오다 실신해서 경사로 굴러서 눈 속에 철푸덕 해서 나중에 보니까 손이 10개의 창문이 되어서 약 왕창 바르고 ㄱ- 동상은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얼어붙고 하니까 하여간 겁나 아팠고; 아니 왜 눈 속에서 얼어있었는데 손이 뜨거워지는 거지? 약바른다고 뜨거워지다니 뭐래.
태풍으로 떨어진 나뭇가지 청소 작업하다가 배수로에 빠지고 ㄱ- 실신하면서 돌에 머리 빡 하고 부딪쳤다가 정신차려보니 물속이야 오 마이 갓;
계단에서 구른 건 대체 몇 번인지 모르겠네. ㄱ-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프기만 더럽게 아프고 뇌진탕이나 뇌출혈, 골절 같은 건 없었지만.
여차저차해서,
저, 아마 머지않아 죽을지도 모르겠네요. (스기사키 켄 풍으로)
……이제까지 무사했던 것도 참 운이 좋았어. 그만큼 돌이나 쇠모서리에 머리를 빡 했으면 잘못돼서 죽었을 법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