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주말에 2400일 간의 연애를 끝으로 여자친구한테 이별을 말했습니다.
아래 적는 글은 집에 그분한테 마지막으로 보낼 편지의 연습과 연애를 되짚어보는 글 정도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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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바로 알바를 시작했고 거기서 너를 만났지
계속 아니라고 우겼지만 그때 당시 넌 날 좋아하는 티를 내며 날 쫒아다녔고 난 그냥 그저 친구로만 대했지
그런데 진정성 있는 너의 모습에 나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크리스마스가 지난 연말에 사귀게 되었지
그때는 내가 학교 복학까지 시간이 조금 남은 터라 매일 데이트하며 여느 처음시작하는 커플들처럼 즐거웠어
사실 나는 군대 가기전에 아주 잠깐 사귄 아이가 있었지만 그때는 친구들이랑 노는게 좋아서 친구들이랑만 놀다가 이별을 통보 받았지
그땐 아직 철이 없었던 때라 이별의 아픔도 모르고 평소처럼 친구들과 놀러 다녔어
그래서인지 연애를 한다는 느낌을 너랑 사귀게 되면서 처음 느꼇고 처음 연애처럼 매우 서툴렀지
서툰 연애였지만 난 너랑 같이 있는 시간이 좋았고 언제든 니가 부르면 달려나갔지
그러다 내가 복학을 하게되어 중거리 연애가 시작되었지. 데이트 한번 하러갈려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2시간 정도 가야했으니깐
복학하는 내게 넌 학교 분위기에 휩쓸려 딴 여자애 보면 안된다고 말했고 난 그 말을 철통같이 지키며 과내 철벽남이 됬어
주말이되면 본가에 가서 부모님 얼굴 잠깐 보고 차만 끌고나와서 너랑 데이트 했었어
물론 부모님은 많이 서운해 하셨을 거고 내 어린나이에는 잘 몰랐었어
그렇게 내가 학생 생활을 계속 해왔고 넌 취직을 해서 일을 하게 되었지. 넌 일반 직장인 같은 스케줄이 아니라 서비스 업이라 주말엔 쉬는 날이 잘 없었지
그래서 주중에 내가 수업이 빨리 끝나는 날에는 2시간 걸려 데이트를 했었지
그래도 난 너를 만나러 가는 버스에서 보는 창가 풍경이 좋았고 들리는 노래소리가 좋았어
내가 4학년이 됬을 때 넌 서울로 발령이 났었지. 그때 많이 울었고 힘들어 했던게 기억나네...내가 있는 곳은 부산이고 넌 서울으로 가게 됬으니 진짜 장거리 연애가 시작된거지
서울 올라가기 싫다고 한 너에게 난 한달에 2번은 볼 수있을거라고, 내가 올라갈라고..하며 달랬고 넌 서울로 갔지
그리고 이때 나도 졸업 후 바로 취직하는 길이 아닌 석사를 하기를 마음 먹었었고 넌 내 학생 생활이 조금 길어진다며 약간의 투정을 부렸어
이땐 뭐 타지로 가는 것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고 이것때문에 많이 싸웠었지
어찌어찌 내가 실험실을 들어가게 되었고 그럼에도 너와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한달에 두번은 서울에 올라갔어. 그땐 학생이라 세상 물정도 몰라서 그냥 그 비싼 KTX를 타고 다녔지...어휴
이렇게 장거리 연애가 지속되었고 넌 내 예상대로 타지 생활을 엄청 힘들어했고 회사에서도 스트레스 받아 매일 밤마다 나에게 온갖 짜증과 투정을 부렸지...
사실 나도 이때 진로 문제 때문에 힘들엇었고 너의 짜증과 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많이 지쳤었어. 그래서 나도 꾹 참다가 한마디 했었는데 그것때문에도 한번 크게 싸웠었지
하지만 이때도 우린 잘 극복했어. 오랜 이야기 끝에 넌 회사 생활에 정을 가져보기로 하고 난 혹시라도 니가 짜증이나 투정부리면 아무말 없이 받아주기로하며..
그렇게 내가 석사를 진학하였고 넌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났었지. 혹시나 부산으로 다시 발령이 날까 기대도 많이 했지만 넌 중부지방으로 발령이 났었고 그래도 난 서울보다는 가까워졌다며 좋아했어
이때도 한달에 두 번 보기위해 올라갔지..가끔씩 너가 부산을 내려오긴 했지만 넌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야 했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야 해서 난 항상 밤 12시가 다되서야 차를 끌고 가서 만났지
그래도 난 좋았어. 하루라도 널 볼수있었으니깐
한 번더 너가 전라도로 발령이 나면서 나는 우스개 소리로 이제 강원도만 가보면 다 가보는 거라며 했지.
그때도 아마 서울-부산 장거리도 했는데 전라도 쯤이야 했을거야
실제로 너로 인해서 전라도 지역을 처음 가봤고 좋은 경험이였어. 아~ 대부분의 타 지역이 너로 인해 다녀본 곳이지
석사 2년차가 되던 때 난 대전으로 6개월간 실험을 가게되었어. 그런데 웃기게도 이번엔 너가 부산으로 발령이 났었지
너가 부산으로 왔지만 우린 여전히 장거리 커플이였지.
이때부터였나 내가 지쳐가기 시작한게....
석사 졸업논문 준비와 파견 실험으로 난 매일 피곤에 찌들어 있었고 넌 왜 주말에 안내려오냐며 닥달했었어
그러다 너가 대전을 몇번 올라와서 놀았고 나도 한달에 두번은 아니지마 한달에 한번은 내려갔었어
이때 우리가 한번 크게 싸웠었지.......오빤 연락이 왜 잘안되냐며.........
실험실에서는 실험한다고 정신이 없어서 연락을 못했었고 그렇게 퇴근을 하고 나면 피곤에 쩔어서 간단한 연락 후에 잠들었지
아마 그때 너가 그랬을거야
하루에 카톡 10통 보내는게 무슨 커플이냐
나도 이때 참지 못하고 폭발하였고 크게 싸운 후 일주일 간 연락하지 않기로 했지
그런데 난 하루도 안가서 연락을 안하니깐 너무 허전하더라
그래서 너가 좋아하는 인형을 사들고 부산을 무작정 내려가서 화해를 청했고 넌 받아들였어
화해하면서 내가 '오빠 이제 취직하면 결혼을 생각해보자' 했고 넌 눈물흘리며 좋아했어. 이전부터 넌 결혼 이야기를 계속 해왔었고 난 피했었으니깐 그랬겠지...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난 그 말을 함으로서 나 스스로를 결혼이라는 틀에 넣어 우리 사이의 안정감을 찾기를 원했던 것 같아
석사를 졸업 한 후 난 2년 간의 피로감에 쩔어서 상반기에는 쉬고 싶다고 말했고 부모님과 너는 흔쾌히 승낙을 해줬지
그래서 그때는 진짜 동네 백수처럼 살았고 매일 퇴근하는 너를 데리러 가고 데이트를 했어
그러다 내가 하반기에 수도권으로 취직을 하게 되면서 다시 우리는 장거리 커플이 됬지
그동안의 장거리 연애 경험으로 난 잘 할 수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 하지만 사회생활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난 주중에 쌓인 피로를 주말에 집에서 쉬며 풀고 싶어했지. 그래서인지 넌 곧잘 올라왔고
그런데 난 그동안의 보상심리로 당연하게 여겼던것 같아. 앞선 장거리 연애의 대부분은 내가 너한테 찾아갔으니 이번엔 너가 좀 해주길 내심 바랬지
실제로 난 부산을 한달에 한번 정도로 내려갔어.....하지만 이번엔 예전에 보이지 않던 부모님의 서운함이 보이더라
난 여전히 본가에 가서 잠만 자고 차 끌고 나와서 너와 데이트 했어....그런데 집에서 나가는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 지더라
그래서 본가에 갈때는 하루 연차를 쓰고 3일을 본가에 지냈지....하루는 가족들과 보내고 나머지는 너와 보내고
나도 직장인이 되고 나이가 차다보니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과연 너와 평생을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고민을 했어
그러다 어느날 너의 잘못으로 우리가 싸우게 됬고 난 미안하다는 한마디가 듣고싶었지
넌............2400일을 만나면서 너의 잘못이라도 내게 미안하다고 말 못했었어....너의 자존심을 알고있었기에 그전까지는 그냥 넘어갔지만 이제는 결혼 할 상대로 생각하다보니 난 꼭 너의 입에서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이 듣고 싶었어...
한마디만 바로 했으면 난 마음이 바로 풀렸을거야...........하지만 넌 오히려 울었고 끝에 가서 넘어가는 투로 미안하다고 했지
이때부터였어
너와 결혼해서 같이 못 살것같다
라는 생각이 든게....
그래서 한번만 더 이런 일이 일어나면 그땐 내가 끝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어
그러다 이번에 너의 생일을 앞둔 주말에 우린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너가 취소하고 그냥 부산에서 보자고 했지. 괜찮았어 어쨋든 너랑 보는 거니깐
그런데 부모님의 서운함이 너무 신경쓰인나는 첫차를 타고 나려가서 데이트를 하고 본가에 가지않고 막차를 타고 올라겠다 했지
난 너가 날 결혼 상대로 생각한다면 부모님의 서운함을 이해 할 수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넌 아니였어..
넌 내가 억지로 내려오는 티를 낸다며 짜증을 냈지...내가 그렇게 부모님의 서운함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도.... 난 화가나서 전화를 끊고 생각을 했어
그렇게 밤새 생각을 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고 어쨋든 난 첫차를 타고 내려갔어
사실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그때에도 내 생각은 반반이였어...너가 미안하다고 하면 그냥 웃으며 데이트하고 아님 ....
그렇게 부산을 내려갔고 너의 집 앞에서 너를 불렀지. 너가 오기 전까지도 난 반반이였어. 그런데 넌 오자마자 서운하다고 하더라
억지로 내려온 티를 낸다며........그래서 결국 내 입에선 이별을 말했고...너도 예상을 했다는 듯이 받아들였어
그런데 이번이 마지막 만남이 아니였음 한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기로 했지. 까페를 나가기 전에 넌 나에게 물었지
'내가 붙잡으면 생각이 바뀔수도 있어?'
난 고개를 저었고 넌 나갔어. 너가 가고나서 나도 바로 나갈려 했는데 너가 밖에서 주저앉아서 울고있을까봐 바로 나가지 못하고 30분 동안 까페에 멍하니 앉아있었어
그렇게 다시 기차를 타러 역으로 가는데 머리가 멍해서 어떻게 거기까지 간 기억이 안나
어찌어찌해서 내 목적지에 도착해 기차에서 내리는데 눈물이 너무 나더라.........
사실 난 기차 타고 내려갈 때는 가슴이 너무 답답했고,
이별을 말한 후에는 가슴이 후련했었고
이별이 끝난 뒤에는 가슴이 시원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너무 허전했어. 가슴이 진짜 텅 비어있다는 느낌이 뭔지 그때 알 수 있었어
그래서인지 눈물이 너무 났고 기차역에서 집에 가는 길에 정신나간 사람처럼 계속 울었지.
집에 도착해서도 하루종일 울었어...살면서 그렇게 많이 운적은 처음이였어
그렇게 주말에 멍하니 있었고 월요일이 되어 어거지로 출근을 했지....사람들에게 티를 내고 싶지 않았는데 이게 숨겨지지 않았나보더라
사람들이 다 무슨일이냐고 물어봐서 너무 당황했어. 일주일 내내 뭔 일도 하는 줄 모르고 지내다가 금요일쯤 되니깐 좀 나아지더라
그래서 지금 이 글도 쓸 수 있는거고
내일은 집에 있는 너의 짐을 정리해서 보내볼까한다. 이 편지와 함께.........사실 너가 정리하러 온다고 했지만 내가 올라오는 길이 얼마나 힘든지 격었기 때문에 넌 그 힘든 길을 격지않았으면한다. 그리고 애둘러 보낸 너의 다시 만날 수 없냐는 문자에 대한 답장이야
넌 내게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고마운 사람이고 나의 20대를 함께 보내준 몇 안되는 사람이야. 다만 인연이 여기까지인거야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친구를 잃어버리는 느낌이라 아직도 적응이 안되지만 잘 이겨낼거고 너도 평소의 너라면 잘 이겨낼수있을거야
너랑 연애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어, 고마웠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