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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 권리모임의 [여러분, 부디 안녕합시다]
게시물ID : sisa_4671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yanogenMod
추천 : 5
조회수 : 67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2/19 12:41:05
[안녕들 하십니까?] 운동이 이렇게 사회 전반으로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것은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명문이니 꼭 한 번 봐주세요.

원문: http://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584777891592704&id=214791775257986
여러분, 부디 안녕합시다.

성노동자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요. 이는 '매춘부', '창녀'로 불리어 왔던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선언하면서 사람들에게 호명하기를 요구한 명칭입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멸시와 비난을 감내해야 했던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존엄을 선언하기 위해 성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지칭했습니다. 저희는 성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위하여 활동하는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입니다. 저희는 성노동을 하고 있거나, 예전에 성노동을 했거나, 성노동을 하지는 않지만 성노동과 성노동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안녕치 못한 시국에, 저희도 덧대고 싶은 말이 있어 부족하나마 공동 자보를 게시합니다.

성노동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이 시국에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거냐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몸 파는' 것이 도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성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부양합니다. 그리고 또한 많은 대학생들이 성노동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고 있습니다. 네, 성노동자들은 우리와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들 주변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카페에서, 그 외 일상의 공간에서 우리는 종종 그들을 스쳐 지나곤 했을 겁니다. 우리의 학교 역시 예외가 아니죠. 혹 우린 같은 강의실에서 그들을 마주쳤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바로 당신의 친구가, 가족이, 자신이 성노동하고 있음을 미처 커밍아웃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세상 사람들은 각자의 경직된 도덕주의를 내세워 그들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고 손가락질합니다. 하지만 이 일로 자신의 삶을 지탱해 나가는 사람들에게 성노동은 일상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일상은 한없이 불안합니다. 자신의 잣대로 그들의 삶을 멋대로 판단하고 낙인 찍으며 억압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 때문에, 그들의 일상은 불안으로 뒤흔들립니다. 국가에서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하는 와중에 여러 폭력 상황이 닥쳐도 성노동자는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성노동자들의 일상은 점점 위축되어 갑니다. 사회가 주는 지속적인 낙인감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의 편협한 시선은 곧바로 그들에게 고통으로 내리찍힙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이 혐의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그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고, 우리 곁에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지금 이 시국과 무슨 상관이냐고. 하지만 우리는 이 시국에서, 사람들의 떨리는 눈동자에서 성노동자들이 가진 것과 같은 것을 봅니다.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며 파업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 당한 7000여명의 노동자들로부터, 일상을 지탱해주었던 여러 제도들이 민영화되어 사회의 기반이 흔들릴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로부터, 지금도 대학 곳곳에서 안녕하시냐고, 정말로 안녕들 하시냐고 묻는 학우들로부터,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서도, 우리는 성노동자들이 겪는 것과 같은 것을 봅니다. 그것은 바로 일상의 불안, 우리의 삶이 언제 어떻게 흔들리고 무너질지 모른다는 만성적인 불안입니다.

안녕하지 못합니다. 도대체 이 사회에서 무슨 수로 안녕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의 신념과 올바름을 세상에 드러냈다는 이유로 추방당하고, 저변의 삶을 더욱 저변으로, 절벽으로 밀어내는 이 야만적인 세상,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안녕합니까. 모두가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도 자명하게 안녕치 못한데, 우리는 어째서 지금까지 침묵해 왔을까요. 왜 서로의 안녕을 묻지 않았을까요. 어째서 내 곁의 사람들, 이 세상에서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애써 외면해 왔을까요. 어쩌면 우리의 외면과 무관심이 이 불안을 점차 키워 왔던 것이 아닐까요. 계속 이렇게 등 돌린다면, 일상의 불안은 점점 제 몸을 불려 이내 우리의 삶을 실질적으로 잠식하고 좀먹을지 모릅니다.

저희는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라도 자신의 안녕을 돌아보자고, 서로의 안녕을 묻자고. 나의 아픔에 대해서, 당신의 상처에 대해서 이제는 터놓고 이야기하자고. 우리 곁에 마찬가지로 안녕치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젠 인정하자고 말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이 세상은 조금은 더 나은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신의 고통을 돌아보고, 타인의 고통을 직시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고 어루만질 수 있을 때, 마침내 '그들'이 '우리'로 포섭될 때, 비로소 우리는 안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부디 안녕합시다.

성신 국문 07 문영 (@Milsa_)
경희 언론 08 희연 (@kimraina)
이화 국문 07 단디 (@jitsong)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 ggsexworker.org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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