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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쉰 다섯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696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3
조회수 : 937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10/22 21:38:23
출처 : http://blog.naver.com/angel0698/220151595354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8XSBb



1.gif

박성우, 바닥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 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다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 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2.gif

도종환, 자목련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고통스러웠다


마음이 떠나버린 육신을 끌어안고

뒤척이던 밤이면

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

지는 소리가 들렸다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꽃과 나무가

서서히 결별하는 시간을 지켜보며

나무 옆에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

스스로 참혹해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오래 고통스러웠다








3.gif

류시화,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사랑의 빛 위로 곤충들의 만들어 놓은

투명한 탑 위로 이슬 얹힌 거미줄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러져간다

 

가을 나비들의 날개짓 첫눈 속에 파묻힌

생각들 지켜지지 못한 그 많은 약속들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한때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었다

그렇다,나는 삶을 불태우고 싶었다

다른 모든 것이 하찮은 것이 되어 버릴 때까지

다만 그것들은 얼마나 빨라 내게서 멀어졌는가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여기,거기,그리곤 모든 곳에

멀리,언제나 더 멀리에

 

말해 봐 이 모든 것들 위해

넌 아직도 내 생각을 하고 있는가








4.gif

김광섭, 저녁에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다시 만나랴







5.gif

권혁웅, 너 죽은 후에도 노을은



너 죽은 후에도 노을은
저렇게 붉고 아름다울 것이다
 
무심하게, 다만 무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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