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광주에서 5.18을 '간접적'으로 겪었습니다.
시내에 살지 않고 외곽으로 빠지는 광송간 도로 옆 동네에서 살았죠.
그래서 총탄이 난무한 시내의 상황은 직접 겪지 않았습니다.
'학교 안 나와도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신나서 동네서 뛰놀던 기억,
탱크가 지나가던 기억, 군인들이 총들고 트럭에 타고 가던 기억은 납니다.
85년으로 기억합니다.
중2때,
우리가 시작한 말은 아니었는데,
선생님들이 먼저 5.18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한결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누가 쏴 죽였다고 이야기 하느냐."
"총 맞고 죽었다는 얘기는 낭설이다."
"누가 여자의 유방을 대검으로 잘라 죽인단 말이냐."
"터무니 없는 소리다."
선생님들은,
폭도니, 빨갱이니 이런 말은 안 했습니다.
그 선생님들이 하신 말씀의 요는,
'군인들이 시민들을 잔인하게 죽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였습니다.
'허위 날조다.'
당장,
학교에 지팡이를 짚고 다닌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5.18 당시, 당신이 직접 시위에 나서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어지러운 시내에, 제자들이 나와서 다칠까봐
제자들 집에 돌려보내려고 나왔다가 뚜들겨 맞아서
다리를 못 쓰게 되어서 지팡이 짚고 다니던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그런 학교에서, 왜 이렇게 '5.18 학살이라는 것은 허위사실이다'라는 것을
웅변하듯 말씀하셔야 했는지,
많이 의아합니다.
85년, 86년 그 시기였기 때문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