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가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옹립한 다음 날, 나는 김종인 대표를 잘 아는 한 사람을 만났다. 나야 원래부터 김종인 같은 '박쥐'스타일을 혐오하는 사람이므로 더 언급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 지인은 피식 웃으면서 "문 대표가 뭘 몰라서 그런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박근혜 같은 독재적 카리스마에 대해서는 죽은 듯 순응하지만 조금이라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민주적 리더십에는 반발을 하면서 자기 뜻대로 안 되면 태업을 볼사하는 사람이 김종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실제적 예를 예전 2004년~2008년까지의 민주당 비례2번 시절 김종인의 행동으로 들었다.
"당시 한화갑 대표가 이미 공천되어 당선 된 사람이므로 그를 존중하여 '부대표'의 직함을 주고 우대했습니다. 그러나 김종인은 자신의 요구사항이 한 대표나 당론으로 통하지 않자 '부대표'임에도 그 직도 내놓지 않고 언제까지고 당무도 거부하고 당사에 나오지 않았어요. 부대표만이 아니라 당원의 임무도 태업을 한 겁니다. 그래도 의원직은 끝까지 고수했는데...4년 동안 단 한건의 법안도 내지 않은 것은 물론 당에 정책도 제시하지 않았어요. 어찌보면 그냥 자기 대우 안 해준다고 4년 내내 놀고 먹은 겁니다"
이런 말과 함께 그는 "더민주에서 누군가, 특히 당권과 관련된 측이 김종인 자기의 권위를 침해하면 그 사람 100% 당무 거부하고, 당이야 죽든살든 자기 고집대로만 하려고 할 것입니다. 민주적 리더십에 대한 훈련 자체가 안 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문 대표가 급한 나머지 똥을 밟았다"고 봅니다"란 말도 했다. 그가 내게 이 말을 한 때가 지난 1월이다. 그런데 두달이 지나서 그의 예언이 그대로 적용된다.
어제 주일, 우리 교회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이사야서 53장을 인용하시면서 "이사야 선지자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기 600년 전 사람입니다. 즉 이미 600년 전에 600년 후에 오실 예수, 그가 당할 고통과 고난을 거의 한자도 틀림이 없이 예언으로 말했습니다. 이 두려운 예언의 적중성, 그 앞에서 우리는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오늘 김종인의 태업과 그의 인터뷰가 실린 중앙일보의 기사를 읽으며 지난 1월 그 지인의 예언이 단 1점1획도 틀리지 않음에 전율한다. 본디 사람은 자신의 본질을 속일 수 없다. 경제민주화? 민주주의의 본질이 토론과 타협, 그리고 그게 안 되었을 때 다수결이다. 이 근본적 원리를 부정하는 이가 말하는 민주화란 민주화가 아니고 독재다. 따라서 만약 김종인 같은 이에게 더 큰 권력을 주어졌을 때 민주화란 이름의 독재는 극을 달릴 것이다.
따라서 더민당은 여기서 정말 제대로 된 선택을 해야 하며, 잘못 선택을 하게 된다면 더민당 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더민당이 잘못 선택한다면 유권자가 더민당을 버리는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오늘도 저런 삽질을 하는데 선거 이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자신의 권위보장을 요구하는 태업으로 날리는 이가 민주정당의 수뇌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