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로 부터 물려받은 회사가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존속했던 회사라 세월의 흐름만큼 자연스럽게 각 임원들을 따르는 여러 계파가 존재를 했죠.
경영이 어려워지자 여기 저기에서 선대 회장으로 부터 물려받은 경영인인 저를 내치고 회사를 장악하려고 난리가 납니다.
회사가 분해되는 것을 막고자 각 계파 임원들의 추천을 받아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일선에서 물러나고자 했습니다. 전문경영인에게는 제 주식지분만큼 의결권을 위임하는 문서를 써줬습니다.
전문경영인으로 추천받으신 분은 경쟁회사에서 짤려 집에서 쉬다가 오셨는데 급여 천만원씩 드린다고 제안하니 자기는 그런것 바라지 않는다고 재물에 관심없다고 하더군요. 돈도 많고 회사 임원도 16년이나 해봐서 그런것에 관심이 없답니다. 이 어려운 회사를 회생시켜 직원들이 잘 살수 있도록 하는데 모든것을 다 바친다고 하더군요. 순수한 마음에 감동받았습니다.
대신 일을 잘해야 하니 법인도장과 법인인감증명서, 이사회 의결권, 인사권 등 모든 권한을 달라고 하더군요.
영업직과 경영관리, 개발팀 등 부서 구조조정을 하면서 뭔가 변화가 보이는 것 같아 잠시 희망도 있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회사에 충성하며 궂은일 맡아 했던 오랜 직원들을 해임하고 지방으로 발령내도 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일이라 감내했습니다.
인턴 4년 마치고 우수한 성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예정된 직원들을 내치고 그 자리에 아는 사람 조카를 뽑았을 때에도 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큰 그림이 있나보다 하고 참았습니다.
구조조정 명목으로 고생했던 직원들 죄다 내보내고 경력직 입사하는 명단을 봤더니 개차반입니다.
경영은 해보지도 않은 마누라 친구 동생이 임원으로 오지를 않나 경쟁사 사외 이사들이 대거 임원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자신도 무상으로 일하겠다고 해놓고 월급여 천만원 살짝 끼워 넣었습니다. 영입할때 미리 다 이야기가 된거라고 말을 흘립니다. 저는 이야기가 되었던건지 헷갈립니다.
경영정상화 까지만 하기로 약속 해놓고 기존 임원들 사탕으로 홀려서 포섭하고 새로 경력 임원들 채워서 회사 이사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회사를 구하기 위해 우리사주를 샀던 10만 직원들도 뒷통수 맞았습니다.
이사회에서 의결하여 감자해버리고 지분을 개털로 만들어 의결권도 곧 없어 집니다.
오늘 비상 임원회의에 이어 저녁에 임시주주총회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못짜르면 영원히 ㅈ될거 같은데 걱정입니다.
이상 10원도 투자하지 않은 무자본 M&A 사기꾼에게 회사를 통째로 빼앗길 위험에 있는 전 경영자의 고민이었습니다.
김종인 "그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서 일할 생각 추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