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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냐는 외침에 아직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한 대학생입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7339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E2
추천 : 2
조회수 : 20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2/16 21:55:22
 
 
 
 
갓 대학생이 되자마자 대선을 맞았습니다.
 
주변 어른들은 모두 보수이시구요. 친구들도 그런편입니다. 일단 저부터가 부모님따라 보수였으니까요.
(과연 새누리당이 보수인가...에 대한 문제는 뭐 일단 접어두고요.)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보적 성향의 선생님들을 만나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그 선생님들이 정치적 발언을 하신건 아니구요.
 
기득권 세력들은 언제나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역사와 여론을 수정해왔다. 너네가 듣는것 그대로 받아들이지 마라.
항상 생각을 하고 너희 스스로 판단해라. 생각하는 힘을 키워라.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그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으려고 선동한다는 생각이 들어 불쾌했지만
차츰 이야기를 들을수록 저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 생각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사람들은 저보고 선동당했다고 했습니다 ㅎㅎ.
저희 어머니도 그 사람들이 저한테 이상한 생각을 주입시켰다고 했구요.
 
 
그러던 와중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가지는 대선을 맞았고 저는 흥분된 마음으로 주변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나빠서 시사같은 일은 잘 이해할수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이것저것 찾아보고 나꼼수를 듣고 책을 읽고...
유토피아가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힘으로 더 좋은세상, 더 나쁘지 않은세상을 선택할수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박근혜에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깨려고 노력했습니다.
 
전 문재인 지지하라고 말한적도 없습니다. 저부터가 문재인씨를 지지하지 않는지라.
하지만 박근혜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에. 그 분께서 당선되는 순간 그 사람 뒤에 있는 부패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한 사람들.
피기득권을 억압하고 살해했던 사람들의 손을 들어준다는 생각에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실패했습니다.
 
 
제게 돌아오는건 정의의 실현이 아닌
 
친구들의 차가운 눈초리와 부모님의 '넌 어려서 뭘 모른다. 넌 선동당한거다'라는 소리.
 
친구들은 '넌 쓸데없는거에 너무 열올려.' '넌 니 생각만 고집하잖아. 다른사람은 생각안하고 박근혜 찍는줄아니?' '나꼼수 그거 쓰레기 방송이야. 너 그거 맨날 보니까 편협하게 생각하는거야.'
 
부모님은 '박근혜가 그래도 정치하던 사람인데 다른사람보다 더 잘하겠지' '누굴찍으나 똑같다' '넌 그럴소리 할 시간에 더 훌륭한사람이 되어야지. 니가 아무힘이 없는데 백날 외쳐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정치는 위에서부터 바뀌는법이야.'
 
 
힘이 쭉빠지더군요. 내가 생각한 정의는 정의가 아닌가?
국사교과서에서 배우던 것들. 프랑스 대혁명을 배우면서 느꼈던것들. 그런건 그냥 꿈에 불과한건가.
그냥 기득권끼리 민중을 이용해서 서로의 이익을 채우는건가?
난 완벽한 사람이 아닌데 그럼 정의에 대해서 외치는것도 옳지 않은 것인가.
 
대체 뭐가 정의인거지.
 
 
 
한동안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저 자체가 멘탈이 약한사람이라 너무 힘들더군요.
시간이 지나고 모든게 확정되었을때 저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뭐가 진실인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정의를 외치다가 눈앞의 인간관계를 해치는건 바보같은 짓이다.
그냥 가만히 있자. 중간이라도 가겠지. 내 할일이나 열심히 하자.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든 관심을 끊고.
 
 
이번사건이 일어나면서 예전만큼 마음이 뜨겁지 않습니다.
그냥 모든게 거짓말같고 현실감각이 없습니다. 어차피 비리와 부패없는 나라는 없으니 될대로 되라는 마음도 드네요.
 
그런 대자보들 너무나 멋있고 그 학생들을 응원하지만
제가 그 곳에 함께하기엔 용기가 나지 않는거죠.
 
 
학교수업을 들을때 절대 이런어른만큼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건만...
제 자신이 부끄럽고 너무 슬픕니다.
 
훗날에 나처럼 방관도 또다른 가해자들이었다. 라고 쓰여진 역사책들을 내 자식들이 볼때
저는 무슨말을 할수 있을까요.
 
 
 
 
...그냥 제 마음속에 맴도는 생각을 글로 써보려고 했는데
그냥 비겁한자의 찡찡거리는 변명이 되었군요... 제가 왜 이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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