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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140 (完)
게시물ID : soda_69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151
조회수 : 8540회
댓글수 : 279개
등록시간 : 2024/06/07 09: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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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이사를 찾아갔음.


나: 이사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햄릿: 어. 들어와..


………..


나: 이사님. 이번 프로젝트 2호기요. 3파트 말고, 2파트의 동석 주임에게 맡기면 어떨까 합니다.


햄릿: …? 걔 주임 아냐…?


나: 그렇긴 하죠. 근데 동석이는 여타 주임들하고는 좀 달라요. 사람간에 좀 노련한 면이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동안 나름 공부도 따로 하면서 열심히 했죠.


햄릿: ……..


나: 뭐 모든걸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저는 항상 이것저것 따져보고 ‘판단’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 판단이 동석이가 이걸 맡는게 가장 베스트다! 라는 느낌이 왔어요. 아시죠? 제 육감의 힘? ㅋㅋ


햄릿: 그래..니가 판단해서 틀린 적이 없었지…알았어. 




***




마지막으로 내손으로 뽑은 램쥐 사원과 이야기 했음.


나: 램쥐야. 이미 알겠지만 나 퇴사한다.


램쥐: 네...;;


나: 내가 뽑아놓고 책임을 안지는거 같아서 좀 그렇긴 하다만…어쩌겠냐..각자 인생이 있는거니..ㅎㅎ


램쥐: 이직..하시는 건가요?


나: 그치. 나도 홀몸이 아닌데 살아야 되지 않겠냐. 외벌이로 이 회사 연봉은 안되겠더라.


램쥐: 나가신다고 하는데도 안올려 주던가요??


나: 나간다니 올려준다더라. 이새끼들이…ㅋㅋ 그럼 더더욱 남을 수 없지 ㅋㅋ


램쥐: 도대체…대가리라는 인간들이 왜 그모양인지…그럼 더 남아 계셔도 되지않아요?


나: 램쥐야. 별거 아닌거 같아도 이런게 나중에 크다. 내가 남잖아? 이후로 내 주가는 바닥을 치는거야.

이미 내 '브랜드'는 가치가 없어져. 결국 잠깐 껑충 연봉이 뛴거 같지만 그 이상은 힘들어질거여.


램쥐: 그렇군요...맞는 말씀 같아요. 사람들이 팀장님 신용하던게 그런 점 이니까..


나: 램쥐야. 버텨라. 2년 정도만 버티고 그때는 너 하고싶은대로 해. 

지금 여기 깔짝 다닌 정도로는 경력이라고 하기 뭐하지. 

어쨌든 대학교 스펙으로 너는 조금 하자가 있어. 근데 경력자 좋은게 뭐냐. 경력자 부터는 대학교는 크게 안보거든. 

2년만 버티면 이제는 OO대학교가 아니라 OO회사 다닌걸로 면접보러 다닐 수 있을거야.


램쥐: ……….


나: 똑똑한 놈이니 알아서 잘 할거라 믿는다. 창희씨 잘 도와주고.


램쥐: 그렇군요..남창희 과장님이 팀장이 되시는거네요…과연….


나: 창희씨도 사람 괜찮잖아 ㅎ


램쥐: 뭐…음…너무 자기 일만 하시는 스타일이시라…어떨진 모르겠네요..어쨌든 잘 해보겠습니다.


나: 일만 하지말고 공부 꾸준히 하고.


램쥐: 넵..팀장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사회 나와서 팀장님 같은분이 있다는걸 본게 행운인거 같아요. 

업무보다는 저희들 성장하는데 길을 알려주신…


나: 다른애들은 알려줘도 못해. 너나 되니까 따라오는거지^^. 

아마 나도 사회나와서 본 신입중에 니가 제일 똘똘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거 같아. 

앞으로도 가끔씩 연락하자.


[이 말을 하는게 아니였는데....ㅋㅋㅋ]


램쥐: 네^^


나: 아..그리고..잔소리 하나 하자면, 니 말투속에 묘하게 '자신감'이 넘쳐. 

문제는 타 팀에 다른 사람들이 그걸 오만하다고 느껴. 말조심 해야 겠더라.


램쥐: 네!? 제가요??? 아닌데.....;; 


나: 암튼 겸손함이 개발자한테는 최고 무기다.


램쥐: 네..........




***




그렇게 마지막날 팀원들, 회사 사람들과 인사를 하기 위해 출근했음.

쫑파티 얘기가 나왔지만 싫었음. 


왜 ‘파티’를 해야 하는가? 내 인생에 가장 고마웠던 회사를 배신하고 떠나는 마당에 

대관절 파티가 말인가 방귀인가?? 고개 숙여도 모자랄 판에..


대신 팀원들과 마지막 회식을 조촐하게 하기로 했음.


설계팀과 제어팀(PLC) 팀장들, 많은 비전팀 인원들이 찾아와 아쉬운 인사를 주고받았음. 

어디를 가는지. 연봉은 어떤지, 환경은 어떤지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말하지 않았음. 

오히려 더 작고 좋지 않은 환경으로 가는것이라 말했음. 


사실상 그러했기도 했지만 퇴사자(배신자)로써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생각했음. 


내가 너희를 배신때리고 더 좋은 회사에가서 더 나은 보상을 받는다는 얘기는 해서는 안되는거임.

굳이 잘 다니는 인원들에게 '허황'된 기대나, 알수없는 박탈감을 주는 행위.

나를 키워주던 고마운 회사에 마지막에 똥을 던지고 가는 행위라고 생각함.


초딩 과장이 생각났음....그렇게 살면 안되겠지...ㅋ


투투 과장은 끝내 인사를 하러 오지 않았음. 맺힌게 많았나 봄. 

니가 안오니 나도 안간다는건 우리 전사들의 마무리가 너무도 ‘유치’ 하지 않은가. 

투투 과장에게 갔음.


나: 투투 과장님^^


투투: 아…네..


나: 얘기들으셨겠지만. 저 오늘부로 퇴사합니다.


투투: ……….


나: 저번 회의실에서 못드렸던 말씀이 있어서요. ㅎㅎ 

그때는 상황이 상황이라 지적질만 했지 정작 할 말은 못했던거 같네요. 

과장님. 미우나 고우나 과장님 실력있으시고, 프로젝트 내내 전반적으로 다 챙겨가며 일하시느라 고생하신거 압니다. 

감사하고 덕분에 1호기 마무리라도 지을 수 있었다는 말씀은 드리고 가야겠네요.


투투: ………..


나: 마지막으로 악수한번 하시죠^^


투투: OO씨. 좋은데 가셔서 다음번엔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요.


나: 네^^. 혹시 제가 옮기는 곳에 엔지니어가 필요하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투투: ….ㅎㅎ 말씀은 고맙지만 저는 여기 계속 다닐겁니다..ㅎ


[투투 형. 나 없다고 무주공산이라고 생각하면 안돼....]


나: 그동안 신세 많았습니다! (꾸벅)


투투: (꾸벅)


나: 정차장님.


정차장: 네....


나: 제가 지금껏 만나본 기술영업중에 차장님이 최고였습니다.


정차장: .........ㅎㅎ 왜그래요 떠나는 마당에....ㅋㅋ


나: 빈말 아니에요. 이번 프로젝트, 차장님, 투투과장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못왔어요.

제가 답답해서 좀 방방 뛰긴 했지만. 두분 열심히 하신 모습 확실히 기억해두고 갑니다.


정차장: 감사합니다. 팀장님도...고생 많으셨어요.


나: 나중에 어디선가 만나면, 차장님은 무조건 프리패스 해드릴께요^^ ㅋㅋ


정차장: 하하^^; 저도 그럼 잘 부탁드릴께요~



***



짐을 싸서 나가는데 햄릿 이사가 이사 사무실 문 앞에 나와 지켜보고 있었음.


나: 이사님. 그동안 마음고생 많이 하셨을텐데. 이 다음에는 서로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나요~


햄릿: 잘가라…고생했다..


비전 K이사도 쿨 한척 인사했음.


K이사: OO야. 잘가라. 다시 보자^^


나: 네^^ 잘 지내십쇼~


햄릿: OO야. 사장님이 가기전에 한번 보자고 하시더라. 사장실 가서 인사 드려.


나: 아..그래요? 알겠습니다.




***



사장실.


회사의 내리막길의 첫 시작을 만들어낸 사람.....

창립멤버들을 배신하고 제 몫만 챙긴 남자.


그러나 그를 욕할 수 있는 권한은 창립멤버들 뿐. 

우리 어중이 떠중이들은 아님....


그에게는 과거 큰 가르침도 받지 않았던가....

미워하지만 미워할 자격이 없는 기분.


나: 사장님.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사장: 어..3파트장. 왔나?


나: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인사라도 드리고 가게됐네요 ㅎㅎ


사장님은 성큼성큼 걸어와서 손을 내밀었음.


사장: 악수한번 하자.


그렇게 사장님과 악수를 했음.


사장: 내가..얼마전에 니가 개발했던 코드를 봤어.


나: 1호기 프로젝트요…!? ㅋㅋ 그 실패작을…하하..민망하네요..


사장: 아니야. 솔직히 나도 프로그램을 오래 해왔지만…니 코드를 보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어. 

이제는 시대가 변했구나 싶기도 하더라..


나: ……….


사장: 이런 코드를 짤 수 있는 친구가 나간다니 조금 아쉬워. 

그런데 나간다는데 어쩌겠나. 잡을순 없지만 말은 해주고 싶어. 너는 우리 회사에서 처음 프로그램을 한거였지? 

사장이 아닌 프로그래머로써 내가 인정할께. 너는 회사를 정말 제대로 다녔던거 같아. 

우리 회사에서 성장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회사 껍데기를 깨고 날아간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나: 감사합니다. 다 사장님이랑 연구소장님이 남겨주신 코드 덕분입니다.


사장: 고생 많이했어 3파트장.


나: 감사합니다 사장님. 죄송하구요. 건강하십쇼.


사장: 그래그래…



본인의 퇴사 4개월 후. 

사장님의 퇴사소식을 들을 수 있었음.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60억 정도의 거금을 손에 넣었다고 함.


그리고 그 돈으로 서울에 오래된 5층 빌딩을 한채 구매했고..

반전이 있다면 얼마뒤 이 빌딩은 120억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고 함. 


임대수익은 한달에 2억정도 한다는 얘기가 들려왔음.


이 장편 소설의 진 주인공은 역시 사장인 것인가….ㅋㅋ


………..

……….

………


마지막 배웅은 창희와 단 둘이 했음. 물론 팀원들도 좋아하지만

마무리는 내 전우와 1:1로 하고 싶었음.


나: 창희씨. 내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창희: ?


나: 공식적인 팀장이 되면..꼭 연봉 올려달라고 해요. 6천 이상 달라고.


창희: 엥??


나: 내가 선례가 됐기 때문에..아마 창희씨 까지 내보내진 못해. 무조건 올려 줄꺼에요.


창희: 아냐 ㅋ 나는 돈에 크게 욕심없어. 와이프도 돈 잘 벌어와요.


[못된 버릇임. 뭐든 자기 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를 핑계로 올라가는 연봉은 거부하겠다는...ㅋㅋ]


나: O신 같은 생각하지말라고 ㅋㅋ 돈은 많은 수록 좋아.ㅋㅋ 좋은 기회야. 

사람은 스스로에 솔직할 필요가 있어요. 돈이 최고라고!!

팀장이라는게 보상 없이 자원봉사로 하기에는 수지가 안맞는 자리야. 

돈이라도 많이 받아야 부족한 사람들 챙기는게 억울하지 않아.


창희: 난 그런거 관심없어!!!


나: 아 진짜. 당신이 연봉 올라가는건 본질적으로 나랑 1도 상관없다니까? 제발 좀 영악하게 살자! 

지금이 기회야. 내가 창희씨랑 반대 입장이면 나는 지금 바로 가서 연봉협상부터 한다고!


창희: …..ㅎㅎ 내가 알아서 할께요~


나: 나는 말했다? 친구로써 진심을 다 말했어. 이젠 당신 몫인거야? 나중에 신세한탄 하지말자?


창희: 됐어 ㅋㅋ 빨리 가 ㅋㅋㅋ


나: 아…이건 말하고 가야지!!!!!


창희: ?


나: 슬텍…잊지 마요?


창희: ㅋㅋㅋㅋㅋ 도대체 무쌍이란 사람은 OO씨한테 뭐야 ㅋㅋㅋㅋㅋ


나: 아니…ㅋㅋ 예전에 이렇게 가는데 멋있더라고 ㅋ



……………

……………

……………




그렇게 6년간의 회사 생활을 마무리 하였음.





[캐릭터가 사망하였습니다…]



[스킬 발동 조건이 충족 되었습니다…]



[죽음의 메아리가 울려 퍼집니다..]



스킬이 발동 됩니다..





[운동장 부수기]





...




지금까지 ‘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 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필로그****



대표님: OO야!! 드디어 왔구나!


나: 네^^. 월급루팡 왔습니다 ㅋ 그간 총알 쌓으신거 먹으러요. 

대신 저는 다른 총알을 쌓아드리겠습니다. 코드로. ㅋ


대표님: 그래. 내가 원하는게 그거야. 이제부터 OO 하고싶은거 다해!! 같이 크자고. 


나: 감사합니다. 그러면 AI를 좀 공부해 볼까 해요. 어차피 장비 프로그램같은거야 뚝딱하면 뚝딱 만들 수 있어서...ㅎ 

그래도 요즘 대세라는 AI 정도는 다룰 줄 알아야 할거 같거든요.


대표님: 해! 하고싶은거 다해! 일이야 내가 하라고 할때 그때만 하면 되지!


나: 감사합니다.^^


.......


대표님: OO야. 그럼 공식적인 첫 출근인데. 포부나 야망한번 들어보자! 하고싶은게 있어?


음…사실 야망이나 큰 포부 같은건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내가 아끼던 사람들과 노년까지 같이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이 생기긴 했음.


나: 대표님. 혹시요. 회사가 잘 크면, 독립 같은거도 시켜 주나요? ㅋㅋ 프로그램 회사요.


대표님: 형이야 임마. 이 회사 만든것도 이사님들하고 다 같이 잘 살아보자고 만든거지. 

꼭 내 밑에 있으란 법이 있냐? 결국 어께동무해서 같이 나아가면 되는거야! 

역시 내 동생이네! 야망이 있어!! 형이 팍팍!! 투자할 수 있다. 걱정하지마!!


나: 그러시면…회사 이름도 제가 정해도 되나요? ㅋㅋ


대표님: 이름? 뭐 간지 나는거 생각해둔게 있어?


나: 슬텍이요. Slave-tech.


대표님: 슬…텍? 뭐 Mater-Slave 같은 프로그램적 의미인가?


나: 언젠가는…아시게 될 겁니다 ㅋㅋㅋㅋ



***



입사 8개월 뒤. AI 삼매경에 빠져서 열심히 공부하던 시절이었음. 

파이썬이 편하고 좋구만~~~!!! chat gpt 완전 꿀이구만~~!!! 

하면서 좋아진 시절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O안으로 무쌍이가 내려왔음.


무쌍이: OO씨. 사무실 이사 하셨다길래 회사 구경하러 왔습니다. 저도 바쁘다보니 이제서야 와보네요!


나: ㅋㅋㅋ 저야 완전 백수죠 ㅋㅋㅋ 생각보다 이 업계 뚫고 들어가기 어려운가 봐요 ㅋㅋ


무쌍이: 그럼...ㅋㅋ 혹시 잘리는거 아니에요? ㅋㅋ


나: 나야 내 실력 믿고 왔지 대표님 믿고 왔나요~ ㅋㅋ 대표님께 항상 말해요. 

혹시나 어렵다 싶으시면 언제든 얘기 하시라고요 ㅋㅋ

솔직히 우리야 갈데 많잖아~ ㅎㅎ 어차피 돈은 기존 사업이 잘되서 잘 버는거 같아요. 

그냥 제가 심심하다는거 외엔 ㅋㅋㅋ


무쌍이: 그쵸. 업계에 사람이 없어서 난리인데...ㅋ 근데 너무 오래 노는것도 좋지 않아요.


나: 놀다니 ㅋㅋ 나 AI 열심히 파고 있단 말입니다. 네트워크는 직접 설계 못하겠지만. 

그래도 필요한거 만들어 쓸 수준은 되야지!!


무쌍이: 그쵸. 제대로 쓸 줄은 알아야 되는거죠 ㅋ근데 있잖아요......

(속닥속닥) 그냥 외.주.를.써.요.


나: 알았어요. 더 시간 낭비안하고 딱 원리만 좀 파악해 볼께요. 

암튼, 제 걱정에 먼길 내려오셨는데 우리 사무실와서 대표님도 뵙고 밥이나 먹고 가요~


무쌍이: 넵~ ㅋㅋ



***



점심을 먹으며.


나: 대표님! 만약에 슬텍을 만든다면 이 친구를 꼭 영입할까 합니다 ㅋㅋ 핵심 멤버에요. 


무쌍이: 아니 ㅋㅋ 우리끼리 장난친 그런 얘길 대표님께 왜 했어요 ㅋㅋㅋ


대표님: 아아..ㅋ 무쌍씨. 농담 아니고. 저는 진짜 밀어 줄 생각이 있어요. 영업이나 관리는 내가 처리해 줄테니 

프로그래머의 회사를 만든다면 언제든 지원해 줄 생각이 있어요.


무쌍이: 음…일단 당장은 시기 상조구요. 

언젠가는…기회가 된다면 저도 사업을 해보고 싶긴 했습니다. 아직은 아니지만요 ㅎ


대표님: 오. 생각이 있다니. 완전히 장난은 아니었나보네요.


나: 무쌍아 진짜 슬텍 고고 할꺼!?


무쌍이: 대표님. 슬텍의 뜻은 아시나요?


대표님: 아뇨. OO가 말 안해줬어요 ㅋ


무쌍이: 슬레이브 테크에요. 노예회사…ㅋ


대표님: 뭐여 그게 ㅡㅡ; ㅋㅋ


무쌍이: 노예가 없다면 슬텍의 의미가 없죠. 노예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영업 담당. 

OO씨는 소프트개발 담당 or 내부 군기반장을 해야해서. 

슬텍이 만들어질 수 없죠 ㅋ 현장에서 개처럼 굴릴 '노예'가 필요해요.


대표님: ??


무쌍이: 통풍이라는 노예가 필요합니다. 그 놈을 영입한다면 저도 과감히 생각을 해보죠! ㅋ


대표님: 그 친구를 뽑으란 건가요?


무쌍이: 통풍이는 바람같은 놈이라. 그리고 미친X....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안와요. 

제가 아무리 꼬셔도 안움직이구요. 근데 막상 뽑게 되면 정말 개 처럼 일합니다 얘는. 이런 노예가 필요해요 우린.


나: 그럼…내가 꼬셔볼까요…? ㅋ


무쌍이: 안된다니까요? ㅋㅋㅋ 지금 한창 잘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데려와요. 

저 새끼..대가리 잡더니 귀족 병 걸려가지고 노예로 안내려 온단 말이에요 ㅋㅋ



***



그렇게 진담반 농담반 대표님과 무쌍이와 밥먹고 커피 먹으며 대화를 하고 2개월 정도 지난 어느날…


전화가 울렸음.


나: 어? 너 왠일이야? ㅋㅋ 


통풍이: 잘 지내냐?


나: 어.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지 ㅋㅋㅋ


통풍이: 야. 나 퇴사했다.


나: …..!!!


통풍이: ………


나: (올라가는 광대를 애써 추스르며…) 왜…왜…ㅠ 무슨 일인데 ㅠㅠ (부들부들)


통풍이: 정치에서 밀린거지 뭐. 이놈에 대한민국 회사들은 일만 하기도 바쁜데 다들 정치질이여. 지쳤다 이젠 ㅡㅡ;


나: 어후…어떡하냐…..따로 생각해 둔곳은 있고?


통풍이: 놀꺼야! 저기 제주도에 자전거 여행이나 2개월 갔다올라고.


나: 야. 우리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렇게 대책이 없어. 갈곳은 정해야 될거 아냐.


통풍이: 갈곳이라..음…야. 너 연구소장이래매? 거기 자리 남는거 없냐?


왓더 뻑!!! 


나: 어..어!? (부들부들…) 근데 통풍아..내가 소장이지만…많은 연봉을 약속할 순 없어..

아직 회사도 작고..이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제발…제발 통풍아…!!)


통풍이: 상관없어. 그냥 원래 받던 정도만 챙겨주면 돼! ㅅ.ㅂ 예전 생각 나더라. 

너가 옆에 있었으면 정치고 나발이고 아주 다 박살을 내놨을 텐데!!!

소문 들었다. 너 이직하고 그 회사 지금 완전 박살 났다지? 전무부터 이사 두마리까지 다 공중 분해 됐다던데?


나: 그렇지. 적어도 내가 있는 곳에는 정치판 같은거 의미 없긴하지. 

그런건 보증해 줄 수 있지. 여기 오면 순수하게 ‘일’만 해도 보상 받을 수 있지.


[그 보상도 '일'이다 노예야.]


통풍이: 어. 그래서 말하는거야. 너랑 일하면 적어도 머리는 안아파.


나: 어..어..그럼 일단 내일 내려올래? 뭐 혹시 모르니까 말이야..저 노예 계ㅇ..

아니 일단 입사 지원서랑..근로계약 부터 일단..


통풍이: 이 새끼 사람 못믿네!? 제주도 갔다가 온다니깐???


나: 아니 뭐..그럼..일단 이력서 라도 좀 보내봐…흠흠..격식은 갖춰야지..회산데…


통풍이: 카톡으로 보내도 되냐?


나: 어!!!


까톡~


[걸렸다 노예!!!!!!!!!!]



***



통풍이의 제주도 자전거 여행이 끝날 때 쯔음…

무쌍이에게 연락이 왔음.


무쌍이: OO씨!! 진짜에요!? 노예 영입 성공했다고요!?!?


나: 훗훗훗…벌써 소문났나?


무쌍이: 어떻게..한겁니까..대학 동기인 내말도 안듣는 저 새퀴를…


나: 다 방법이 있지!


무쌍이: 허..참…첨에 통풍이가 OO씨네 회사 간다고 하길래 농담인줄 알았는데..

오늘보니 확고 하더라구요.;;


나: 아니. 긴말 필요없고. 이젠 당신이 뱉은 말 지킬 차례야.


무쌍이: ?


나: 슬텍의 조건이 충분히 만족이 된 이 상황. 어떻게 할껀데?


무쌍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ㅋㅋㅋㅋ


나: 남자가 한입으로 두말 하기 없죠?


무쌍이: 저...우리끼리 한번 만나죠...ㅋㅋ


나: 아몬드도 데려와요. 신규 멤버 영입 건에 대해 할 말이 있어요.




-에필로그 끝-






작가의 말


제가 공식적인 작가는 아니지만.. 여러분께서 저를 작가라 불러 주셨고,

저는 한낱 장비쟁이에서 최근 1년간 정말 작가와 같은 자부심을 가지고 소설을 연재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싸움닭 같이 싸워온 비루한 인생에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마도...저는 어릴적 부터 성인이 될 때 까지 불만이 있었던거 같습니다.

'불의' 앞에는 나이도, 직급도 관계 없이 '정의'가 구현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학교에서 선생님들께 '불의'를 지적하면 

반항하는 사춘기 소년으로 손가락질 받았고..


군대에 가서는 4가지 없는 관심병 취급을 받았었죠. 


첫 회사에서는 사회생활 적응 못하는 융통성 없는 반항아 취급...

두번째 회사에서도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보고.....


심지어 부모님 마저도 제가 잘못 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니가 똑똑한척 '불합리'를 말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람들이 바보라서 말 안하는게 아니다. 

다들 아는데도 모른척 하는게 사회생활이다. 그곳에서는 너만 '바보'가 된다.


그리고 따라오는 말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보며 살아라.

윗사람이 뭐라하면 생각 하지말고 예~예~ 맞심더~ 해라.

충신이 빨리 죽는다.



늘 저를 따라다니던 말이었죠. 결론적으로는 저를 키워오신 부모님 마저도 저는 

사회생활, 조직생활을 못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릴적부터 어른들께 의문이 있었습니다. 


"자꾸 내가 틀렸다고 하는데....당신들 중에 나처럼 해 본 사람 있어? 내가 틀렸다는

근거를 제시 해봐. 니들은 해봤는데 안되더라 하는 근거..!!!"


근데 아무도 진.심.으.로. 노력해서 불의에 맞서보지 않았더군요. 

그런 근거 없는 말을 무조건 따를 순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집스레 제 눈으로 똥인지 된장인지 확인하는 실험의 삶을 시작했던거 같아요. 



연재 9화쯤...한 제작사 PD님이 물어보신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잠수 타심 ㅋㅋ]


"인마님..! 근데 왜 이 글을 쓰기 시작하신 겁니까!? 어떤 메세지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으셨나요?"


아...음.....그냥.....ㅋㅋㅋ 대충 얼버부렸습니다. 

그 후, 나는 어쩌다 이 글을 쓰게 되었는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뜬금없이 누군가 떠오르더군요 ㅋㅋ


[링컨 과장에게 감사를....]


사실 첫 회사를 퇴사하고 사회 생활에 '패배감' 비슷한걸 느꼈습니다.

어찌보면 그래서 바로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중국으로 떠난건지도 모릅니다.


제 고집스런 성격은, 스스로 납득하지 않으면 잘 안고쳐 지거든요.

분명 '명분' 도 갖추었고, 제 업무도 성실하게 했습니다. 싸움도 다 제가 이겼죠.

전투는 다 승리했는데 왜 전쟁을 이기지 못하였는가...


왜 나는 인정 받지 못했고, 스스로 회사를 떠나야만 했던가...


정답은 '실력' 이 아니었을까...? 근데 실력을 쌓기엔 각오가 부족했었죠.

그래서 중국에 갔던 겁니다. 

잘되면 좋은데 안되면....다시 제 인생에 배수의 진이 펼쳐지겠죠..


중국에서 장사를 하며, 아아....나 '혼자' 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 덕분에 각오를 단단히 하고 구직 활동을 했죠.


그렇게 각오하고 회사에 와봤더니 링컨 과장, 헬보이 과장을 만난겁니다 제가...;;;

첫 회사에 제조팀에 비하면 하잘것 없는 링컨 따위....사실 엄지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죽을거 같은데....이게 또 쉽지가 않더라구요. 


'나를 얽매고 있는 실체 없는 무엇(두려움)'


첫 회사에서 PM과 한판 뜬게 참 스펙타클한 생활을 만들어 냈었는데...

이번 회사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것인가....!!!


그래서 무작정 참을 수 밖에 없었죠. 


근데 참다보니 사람이 죽겠더라구요. 무력감을 느끼며 점점 극단적으로 

괴롭기 시작할 때, 우연히 뉴스를 봤습니다. 직장내 괴롭힘으로 자살을 했다는 어떤이...

순간 화가 나더군요! 


"자살 할꺼면 그 새끼를 조지고 같이 가야지!!!!! 자살한 자들을 위한 진혼곡을 내가 쓰겠다!!!"


그런 기분으로 충동적으로 오유에 접속하여, 시즌 1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기억하기 싫었던 회사 생활들을 정리하며,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었죠..

나는 정말 실패한 사회 생활을 한것인가? 내가 잘못한 것인가!?


댓글들이 말해 줬습니다. 시원하다고. 잘했다고. 

비록 직장이라는 오프라인 필드에서는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 줄 순 없겠지만, 

넷상으로 나마 사람들 속에 '정의'는 잘 살아 있었던 겁니다. 


물론 직접 나서서 해결해 주시는 분들도 계실테지만요 ㅋㅋ


그 댓글들이 제게는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퇴사까지 시즌 2 에피소드를 마무리 하고 보니, 어느덧 저도 생각이 바뀌었죠.


'나 어쩌면 정말 정말 값진 회사생활을 한 걸지도?'


그래. 한번 더 해보자. 다만 이번에는 '실력' 이라는 스텟도 찍어보자!! 


[아아...신이시여. 링컨 저 새끼 잡고, 미친듯이 공부하겠나이다...]


그렇게 시즌 2를 끝내자 마자 링컨부터 잡으러 갔었죠...ㅋ


어떤 독자분이 아주 적절한 표현을 해 주셨습니다.


'우리를 얽매고 있는 실체가 없는 무엇'


그것을 우리는 겁내고 움츠리고, 조심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어쨌든 첫 회사는 아니지만, 역시나 저는 '신입'의 입장이었고

'신입'인 저는 실체 없는 두려움에 괴로웠던거 같습니다.


문제는 지금 내가 조심해야 하는 그것이

'공'적인 일인지 '사' 적인 일인지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서 참 애매하다는 말이죠...


그래서 아마 실체가 없는 무언가라는 표현이 적절했던거 같습니다.


제 소설에서 그 '실체'를 명확하게 밝혀 내지는 못했지만...

많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어느정도 예제 케이스를 얻어내긴 한거 같습니다.


"내가 해봤더니 이정도는 터뜨려도 괜찮더라. 배탈이 나진 않더라. 내가 해봤어~" 


정도 일까요? 그렇다고 뭐든지 다 질러 버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참다가 아파서 죽지 마시고, 가서 멱살을 잡아 주시라는 정돜ㅋㅋ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지 않겠습니까?


.......................


뜬금없이 익힌 대화(잔소리)의 기술?


글을 쓰면서 느낀게, '정답' 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을 풀어서 써놓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아. 네. 그렇군요. 정도라....ㅋㅋ 뭔가 소통의 재미가 없어요.


반면 그저 있던 일을 대화나 시간순으로 판단 없이 써놓으면 

독자님들 각자가 자신만의 '정답'을 도출하며 댓글로 저와 소통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 제가 전하고자 한 뜻이 전달이 되었어요.


딱 이정도가 좋은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아쉬운게 있다면.... 

제 생각이나 느낌이 좀 더 적게 들어갔더라면 훨씬 많은 독자님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멋진 글이 될 수 있었을것 같기도 하네요.


제 글을 응원해주신 독자님들과 오늘까지 온 것에 대해 제 벅찬 기쁨을 전합니다.

다들 행복한 직장생활 하세요^^


PS: 이 글이, 언젠가 사회 생활을 하게 될 아들에게 읽혀 지길 바라며....

그때까지 오유여 영원하라...!!

 

 

 

 

 

 

 

 

 

 

 

 

 

 

 

 

 

 

 

 

 

운동장 부숴진 후일담은 다음주에....

 

절단신공은 마지막까지 해줘야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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