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가 선천강기를 양 발에 주입하자, 몸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살갗을 파고드는 한기(寒氣)와 웅혼(雄魂)한 기운이 대교장에 퍼질 때 부터 연아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월순은 연아가 대담(大膽 )하게도 자신에게 곧장 날아오자 방비를 더욱 단단히 했다.
'이얍!'
연아의 입에서 기합성이 터짐과 동시에 솟구쳐 올랐던 몸이 그대로 수평으로 미끄러지듯 회전을 하더니 천천히 포물선을 그리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거의 바닥에 발이 닿으려던 찰나, 갑자기 오른발로 왼발 등을 찍으며 처음보다 더 높게 도약하더니 그 가속을 이용해 더욱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며 월순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헉, 어찌 불립(不立)과 토읍(吐泣)을 연이어 시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삼중(三重)으로?"
오서는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연아의 무공을 믿을 수 없었다. 토읍(吐泣) 하나만 하더라도 평범한 무림인이라면 배우는데 수삼년이 걸리고 특출한 인재라 해도 족히 1년은 걸려야 시전이 가능한 경신술 이었기 때문이다. 배우기가 얼마나 까다로우면 토읍(吐泣 : 눈물을 토하다)이겠는가? 게다가 연아는 그 토읍(吐泣)을 3중으로 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삼중토읍(三重吐泣)인 것이다. 불립(不立 : 바로 설 수 없다)은 더더욱 배우기가 힘든 경신술이다. 시전 후에는 반드시 시전자가 넘어지거나 그 자리에 주저 앉게 되어있는데 연아는 삼중으로 불립을 시전하고는 연이어 토읍까지 시전하는 것이었다.
"좋구나!"
연아의 발이 막 월순의 방건에 닿기 직전, 월순은 칭찬의 고성을 터뜨리더니 상체를 뒤로 젖힘과 동시에 미끄러지듯이 3장이나 뒤로 물러났다. 월순의 별호는 대비도(大飛刀: 날으는 큰 칼)이다. 그가 주로 대도(大刀)를 사용해서 붙은 별호라기 보다는, 실은 그의 경공비술로 인해 대비도로 불리게 된 것이다. 대비도 월순이 경공을 시전하자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라, 보고있으면서도 언제 그가 뒤로 물러났는지, 발이 땅에 닿았는지 조차 구분하기 힘들었다. 연아는 거의 붙잡을 수 있었던 월순이 그처럼 쉽게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는 양 발에 주입했던 선천강기를 풀고는 사뿐히 땅에 발을 디뎠다.
연아가 재차 공격해 올 줄 알고 대비하고 있던 월순은 의아해 하며 연아에게 물었다.
"너는 어찌하여 공격을 멈춘게냐?
연아는 가볍게 포권을 하며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소녀의 경공으로는 월대협을 잡을 수 없어요. 처음 월대협의 팔소매를 붙잡은건 순전히 운(運)으로, 정식으로 월대협과 다릿심을 겨룬다면 소녀가 앞으로 100년을 더 수련한다해도 불가능 할 꺼에요"
"나는 단 한번의 동작만을 취했을 뿐이야. 단 한수가 쳐졌을 뿐인데, 패배를 자인 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행동이 아니냐? 게다가 나는 너의 그 록산탱고(鹿山撑孤)라는 무공을 끝까지 보고 싶다구"
"소녀의 조잡한 무공은 두 분 대협님의 눈을 어지럽힐 뿐 이에요. 세열 사부님, 제자가 내기에서 졌으니 우리는 그만 돌아가요"
연아는 말을 마치고는 오서와 월순에게 차례로 포권을 취하고는 세열사부의 소매끝을 잡아 끌었다. 세열사부는 연아가 소매를 끌자 어쩔수 없다는 듯 입맛을 한번 다시고는 어깨를 한번 들썩이며 오서와 월순에게 차례로 포권을 취했다.
오서와 월순은 서로 쳐다봤다. 월순이 다급히 말했다.
"하하하 어린 소저(小姐)가 성질한번 급하구나. 너는 100년을 수련해도 나를 잡을 수 없다 하였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너에게 몸을 쓰는 방법과 다리와 팔을 쓰는 방법 몇 수를 가르친다면 빠르면 1년, 늦어도 3년 안에는 나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월순의 이야기를 듣고있던 세열사부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는 말했다.
"그 말씀은 월순대협께서 본가의 제자를 맡아서 가르쳐 주시겠다는 말입니까?"
"남아일언 중천금이라, 이미 내 소매를 소저에게 잡혔을때 내기에서 진거지. 다시 내기를 제안한 것은 소저의 무공을 가늠코자 한것이니 세열공이나 소저는 나를 너무 탓하지는 마시오. 하하하"
오서는 오고가는 대화를 묵묵히 들으며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연아를 처음 봤을 때, 연아의 안광(眼光)에서 강한 강기(强氣)를 느꼈다. 단지 그 안광만으로 대단한 기재임을 알아 볼 정도였지만 실제로 연아의 무공을 보니, 그냥 기재정도가 아니었다.
'이 아이의 깊이를 도무지 알 수가 없구나'
"이봐 오대자(吳大子),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가?"
월순의 물음에 번뜩 정신이 든 오서는 연아에게 물었다.
"소저의 이름이 무엇이라 했지?
"성은 김씨이고 이름은 연아입니다"
"내가 연아소저를 잠시 진맥해 보아도 되겠는가?"
연아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소녀는 아픈곳이 없어요"
오서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궁금한것이 있어서 진맥을 해보고자 한 것이야. 소저의 얼굴빛을 보니 아프기는 커녕 백년을 살고도 남을거야"
오서의 말을 듣고 연아는 혀를 쏙 내밀더니 찡긋 웃고는 팔을 들어 오서에게 내밀었다. 오서가 연아의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는 희디 흰 가냘픈 손목에 인지와 중지를 갖다 대었다.
'헉, 이건 대체 뭐지'
-------4편에 계속---------
원작자는 디씨 연아갤의 탈명자객님이고 저는 다음 게시판에서 보다가 재미있는 것 같아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