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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134
게시물ID : soda_69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124
조회수 : 6946회
댓글수 : 57개
등록시간 : 2024/05/31 11: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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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유 독자님들^^

불금은 뭐다? ㅋㅋㅋㅋ

 

-------------------------------------------------------------------

비전 팀에서 사람이 왔음.


비전팀: 팀장님..모터는 이틀후에 업체가 직접와서 설치 & 튜닝해  주기로 했습니다.


나: 어. 그래요. 고마워요~


비전팀: 네..그럼…


창희: 와… 한번 때려 엎으니까 뭐가 바로바로 나오네?? 우연일까 필연일까?


나: 모르지. 하필 타이밍이 얄궂게 맞은건지..근데 웃기는건 나한테는 

모든 우연이 마치 필연 처럼 움직이더란 말이지. 

이건 뭐 때려 엎을 때 마다 이래 ㅋㅋ나도 한번쯤은 예외 상황을 겪고 자기 반성을 좀 해봤으면 좋겠어.


창희: …….하하;; 신기하네 진짜 ㅋㅋ


대기하는 동안 모션 메뉴얼을 보면서, 모션 명령의 원리와, 사용법 등을 빠르게 익히며 코딩했음. 

과거에 압흔검사기 리니어모터 제어를 하던 코드가 어렴풋이 머리속에 남아있었음. 

그때 어떤식으로 설비를 제어했었는지 열심히 기억속을 해집고 있었음.


오후 5시. 투투가 사무실로 올라와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외쳤음.


투투: 이사님!!! 제가 내려가서 라벨링 작업 완료 했습니다!!!!


K이사: 이렇게나 빨리!?!?!? 가능해??


투투: 뭐. 이정도야 별거 아니죠^^


나: 창희씨. 우리 내려가보자. 쟤들은 반드시 2차 확인과정이 필요해…;;


창희: ㅋㅋ 그래요 ㅋㅋ



***


연구실.


나: 오올~ 진짜로 했네? ㅋㅋ


창희: 확실히 OO씨 말대로, 투투 과장은 일은 잘하는 사람인가봐 ㅋㅋ


나는 무심결에 아까 테스트하던 내 프로그램으로 가 보았음. 

기왕에 내려온김에 아침에 보던 푸슉~푸슉~ 하던 공장의 느낌을 다시한번 느껴보고 싶었음. 

남자들이 왜 기계에 빠져드는지 알거같은 기분. 


나: 어라??


창희: 왜요?


나: 왜 실린더가 안움직이지??


창희: 코드 바꿨어요?


나: 아뇨. 이거 아침에 우리가 하던 프로그램 릴리즈 파일이야. 새로 넣은게 아니고.


창희: 근데 왜 안되지!?!?


옆에서 작업하던 비전팀 한명에게 물어봤음.


나: 자기야. 혹시 투투 과장이랑 라벨링 작업하면서 여기 건드렸어?


비전팀: 네. 애초에 싹다 뜯고 새로 정리했습니다^^


나: #@$!%$%$#%@$……..


창희: 아이고 두야….;;


나: 작업 하면서 여기 붙어있는 종이 안봤어?


비전팀: 네? 종이요? 아……


나: 이거 내가 비트 넘버 찾아가지고 정리한거야. 작업하면서 이거 참고 안했어?


비전팀: ………;;


나: 아오 진짜 열받게 만드네!!!!



***



사무실로 올라갔음.


나: 이사님. 아무래도 비전팀 작업 다시해야 겠습니다.


K이사: ?????


투투: ????


나: 오전에 제가 실린더 테스트 하면서 비트 넘버들 프로그램으로 추적해서 다 정리하고 코드 짜놨거든요. 

근데 지금 내려가서 확인해보니 동작을 안해요.


K이사: 어? 그게 왜 그러지??


나: 물어보니깐. 라벨링을 하라고 했더니 배선을 뜯고 첨부터 다시 다 작업했다더만요.


투투: ……….


나: 그것도 제가 장비 정면에 커다란 종이에 각 실린더별 비트 넘버까지 친절하게 붙여 뒀는데도요.


K이사: 아…….;;


나: ………….


투투: 에이……;;


K이사: 저…OO야? 혹시 다른 방법은 없어?


나: 있죠. 제 종이를 참고해서 다시 배선 하면 됩니다.


K이사: 아니..그거 말고 다른 방법…


나: 네. 없어요.


K이사: 그러니까..프로그램적으로 코드를 조금..수정하면…그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싶은데...


나: 그건 문제해결 '방법'이 아니고, 저한테 징징대며 '생떼' 쓰는 거잖아요? ㅋㅋ


K이사: ………..;;;;;;


나: 저는 지속적으로 비전팀에 ‘소통’ 과 명확한 일 처리를 요구해 왔습니다. 

근데 지금 이게 무슨일이죠?? 기본적인 소통도 없이 여전히 자기들 입맛대로 일처리를 하셨네?? 

나한테는 묻지도 않고 배선 뜯고 자기들 맘대로 작업 해놓고 

이제 와서 다시 작업하라니까 저더러 코드를 수정하라고요? ㅋㅋㅋ


K이사: …..내가 무슨 할말이 있겠냐…;; 미안하다;;


나: 사과는 알겠고. 사과라는건 ‘거래’가 아닌거 아시죠? 사과 했으니 넘어가 줘 이런거 제 상식엔 없습니다. 

사과 하셨으니 이제 진행하세요. 내일 오전까지는 다 맞춰놓을것.


K이사: 하아…………


투투: OO씨. 정말 이러기에요?


나: 뭘요? ㅋ


투투: 저거 작업하려면 인원이 몇명 붙어야 하는지 알아요? 

단순히 프로그램 수정하는거야 OO씨 혼자서 금방 하실 수 있잖아요?


나: 이건 뭐 그냥 훅~ 자기 할 말만 하시네? 그전에 해야 할말은 없고?

 

투투: 어떤말이요?


나: PM을 맡으시자 마자 가장 중요한 ‘소통’ 도 없이 엄연히 우리 소프트웨어와 

연관된 파트를 건들면서도 자기들 독단으로 움직인것. 그거 반성하고 사과는 하셔야지.


투투: 그러면 입장바꿔서!! OO씨는 소통했어요? 그런거 있으니까 주의해 달라고 말 했냐고요!


나: 종이를 대문짝 만하게 붙여 뒀잖아요?


투투: 우리가 그게 뭔지 알고요?


나: 뭐 그럴수도 있긴 하네요. ㅋㅋ


투투: ……


나: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장님은 사과를 해야 할거 같은데? ㅋㅋ


투투: ?


나: 창희씨~ 우리 오전에 실린더로 푸슉푸슉 테스트 할때 투투 과장님이 와서 우리한테 뭐라고 하셨드라? 

뭐 실린더 제어에 대해서 훈수 두시다 가셨지 않나? ㅋㅋ


창희: 그러네요. 맞아요 ㅋ


나: 그랬다는건 우리가 이미 실린더 쪽 작업을 했다는걸 인지하고 계신건데. 

그럼에도 다 무시하고 자기 작업만 한거잖아? 안그래요 과장님?


투투: 하아………미안합니다. 됐죠?


나: 됐죠 단어는 빼고 다시요^^


투투: (으드득…) 미안합니다.


나: 네~ 그럼 앞으로 주의 하.세.요. ㅋ 이제 내려가셔서 미안한거에 대한 '행동' 보여주셔야죠?

행동이 따르지 않는 사과는 제 기준엔 다 뻘 소리거든요.

단순히 프로그램수정? 고작 단순한 배선하는 작업이랑 뭐가 다를지? ㅋ



투투: .............(빠직!!!!!!)


창희: 아……


나: 이사님. 그럼 요청했으니까. 내일 오전에 결과 확인하겠습니다.


K이사: OO야..너 답지않게 왜그러냐 진짜….


나: 이게 저 다운건데요? 저는 항상 상대에게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항상 먼저 양보를 하죠. 

그리고 지켜봅니다. 그 상대방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지금  K팀은 제 시험을 통과 못했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중이에요. 


K이사: 너 진짜….


나: 아 그러시면 저 이 프로젝트 손 떼겠습니다. 다른 인원으로 아무나 배정해 드릴께요. 

어차피 저야 할말 많으니까. 팀장 회의때 사장님께 직접 보고드리죠. 지금까지 우리 작업 과정들이 어떠했는지.


K이사: 하아…….투투야. 가서 작업해라.


투투: 아…진짜…ㅠㅠ


나: 그럼 내일 오전에 뵙겠습니다. 오늘 다들 고생하셨어요^^




***




다음날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챙겨 내려가려는 찰나. K이사가 말했음.


K이사: OO야. 내려가냐?


나: 네.


K이사: 담배한대 피고 갈래?


나: 네~


…………….


K이사: 어제 우리애들 다 저녁 늦게까지 작업했어.


나: 당연히 그랬어야죠.


K이사: 진짜 그렇게 말할꺼야? 우리 한 식구 아니야?


나: 저런…안타깝네요..늦게 퇴근했다니..


K이사: 야;;;


나: 이사님ㅋ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아요. 당연히 저도 마음이 안좋겠죠? 

제 마음이 막 기쁘고 좋으면 그게 사람입니까? 

저는 필요 '악'을 행하는 사람이지. 좋아서 그러진 않아요.


K이사: ….내가 너를 참 좋아했던게 뭔지 아냐?


나: 공동의 업무를 하는데 니편, 내편. 니꺼, 내꺼 가리지 않는 점이겠죠.


K이사: …!?


나: 아니에요? ㅋ


K이사: 맞아.


나: 그랬던 니가 요즘은 왜그런거냐. 이런 얘기는 아주 진부하고 사람을 조종하고자 하는 심리라는건 

우리 선수들 끼리는 다 아는 얘기고^^. 아마 다른 얘기 하실꺼죠? ㅋㅋ


K이사: …왜이렇게 삐딱하냐 요즘…;;;


나: 넝담 ㅋ


K이사: ;;;;;;;;;


나: 이사님. 이 세상은요. 페어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니편 내편 가리지 않을 것이고, 니꺼 내꺼 따지지 않을겁니다. 

근데요. 저는 그렇게 하는데 상대방들은 그렇지 않더란 겁니다.


K이사: 우리 애들이 좀 어려서 그래…;;


나: 애들이 어리다라….아주 부적절한 말씀입니다. 이사님. 예전 사천출장 때 어땠었죠?


K이사: ?


나: 나는 순수하게 우리 장비의 하자를 다뤘어요. 그게 실지 누구의 탓인지 가리려고 하지도 않았고, 

따지고 보자면 공동의 책임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개입을 안했죠. 근데 솔직한 판단은 있었죠. 

그건 기본적인 프레임 파라메터 세팅도 못할 만큼 비전 K팀이 Roll 장비에 있어서 경험이 미흡하다!!

이건 확실한 1차적 원인이자 펙트죠.


K이사: ……….


나: 그럼에도,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호카게는 오랜시간 Roll 장비를 다뤄왔고, 어쨌든 자기 파트가 아닌 부분에 

당신이 나서서 파라메터 세팅을 했다. 애초에 몰라서 틀리는 문제는 탓할 수 없겠지만, 

아는 문제를 방심해서 틀린건 혼이 나야하죠. 호카게가 그만큼 잘 하기 때문에.... 혼이 나야 한거죠. 

그래서 편 안들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K이사: ………..


나: 제가 아는 페어플레이 하는 세상이었다면, 호카게는 스스로 자기 실수를 시인하는 거였고. 

비전팀은 자기들의 경험 부족을 인정하고, 알아서 고개 숙였어야 하는거죠. 

각자가 반성하고 끝날 일이었습니다. 아닙니까?


K이사: 맞지…..;;


나: 그랬는데. 어떻던가요? 제일 먼저 편가르고 사람하나 앞세워서 화살맞게 만든게 누구였죠?

제 눈앞에 니꺼 내꺼 따지지 말자고 말하시는 K이사님 당신 아닙니까?


K이사: ;;;;;;;;;


나: 호카게님은 빠져 나갈려면 언제든 빠져 나갈 수 있었어요. 상황 역전 시키려면 언제든 할 수 있었죠. 

근데 그 양반은 바보같이 뒤늦은 페어플레이를 하더라고요. 자기 실수도 있다는걸 잘 아는거지…

그렇게 반칙하던 새끼들은 살아남고. 바보같이 페이플레이하던 사람들은 다 회사 떠났죠.


아직도 의문임.


[그 능구렁이가 왜 페어플레이를 했을까?] 


K이사: ……..


나: 애들이 어려요? ㅋㅋ 지금 이사님 말씀하시는 그 ‘애’들 나이가 몇살이죠? 

최소 30대 중반 아닙니까? 40대 언저리에 있는 사람도 있고. 당장에 이사님은요? ㅋ


K이사: ………..


나: 더 인간적으로 배우고 성장 가능한 나이라고 보세요? ㅋ 확실하게 할건 하죠. 

30중반이면 사람으로서 정신적인 성장 가능성은 이미 끝난겁니다. '인성'의 발전은 기대 못해요.

고쳐 써지지 않아요. 피를 봐서 '억제'는 해도 '깨달음'은 없어요. 그렇게 평생 살다 가는거에요.

이 프로젝트 잘 안되면? 또 남탓 해가면서 아웅다웅 하겠죠. 안그래요?


K이사: ………..;;


나: 지금 인원들은 저한테 그 정도 양보 받아가면서 협업 가능한 인물이 없어요. 

그럼 어떡하겠어요? 잘못하면 지적하고, 안해주면 그쪽도 못하게 만들어주면서 ㅈ같으면 따라오게 만들어야죠. 

모로가도 프로젝트만 잘 되면 되는거 아니겠어요?


K이사: 그래..니 생각이 어떤지는 알겠어..


나: 이사님도 소프트웨어와 비전팀을 바라보지 마시고 프로젝트 목표 달성만 바라보세요. 저도 그럴 생각이니까.


K이사: 그래…그래야지..


[내가 니들 '억제기' 다. 나 없으면 슈퍼미니언 나올꺼야...]




***



다음날, 드디어 모터가 왔고 업체 사람들이 설치 및 튜닝을 하기 시작했음. 

일단 이 모터의 역할은 매우 간단했음. 좌/우로 모터가 있음. 


그리고 가운데 협력업체 기계가 가로로 길~~게 직사각형 형태로 달려있음. 

모터는 이 기계를 좌, 우에서 잡고 함께 앞 뒤로 움직이기만 하면 됨. 

2개이나 1축이나 마찬가지.


포지션은 총 3포인트 였음. 대기위치, 준비위치, 분사 위치. 


어찌보면 이게…과연 제어라고 할만 한 일인가..싶음. 

아마도 제어 프로그램 하는 사람들이 이걸 본다면 발로 코드를 짜도 가지고 놀면서 일하겠다고 할거임. 

제어 경험이 없던 본인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의외로 내가 모르는게 정말 많았음. 

일단 모터에 튜닝같은 부분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라 전적으로 모터 업체에 의존해야 했고.

당장에 모션에는 보간법이라는게 있다는 거임. 

직선보간 운동, 원호 보간운동. 그리고 절대 좌표, 상대좌표의 개념. 


다행인건 이런 부분들이 쉽게 설정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이 잘 나와있었음. 

나 같은 경험없는 사람들도 설정하여 사용할 수 있을만큼. 

하지만 실제 모션제어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원리를 빠삭하게 알고 사용한다고 함.


이 '한끗' 의 차이가 실제로 엄청 크게 작용하겠지.... 


소프트웨어적으로는 다양한 모터제어 명령함수가 있는데 

AxmMoveVel(), AxmMovePos(), AxmMoveStartPos() 등..


같은 동작을 하나, 방향과 속도만을 값으로 이용하여 동작하는 경우. 

목적 위치를 향해서 이동 동작을 하는 경우. 

그리고 그 동작이 동기적인지 비 동기인지에 따라 명령이 달랐음. 


이걸 면밀히 검토하지 않아 테스트하면서 얼마나 당황했던지…;; 

다행히 속도를 천천히 걸어둬서 때려 박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음.


모터를 테스트 하기 전에 리미트 센서를 미리 걸어두고 진행 했더라면 

설령 모터가 값을 크게 먹어 쭉 튀어 나가더라도 리미트 센서에 걸려서 

충돌 만큼은 방지 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 모두는 그런 경험들이 없어 모터가 이리저리 앞뒤로 박아댔음. ㅜㅜ


모터 튜닝에는 1바퀴 회전을 어느정도의 이동량으로 계산할 것인지 

스케일 값을 넣는 부분도 있었는데, 

이걸 보니 과거 가족회사에서의 압흔검사기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재미있었음. 


그 여자같던 딩크족 팀장과 학교 선배와 같이 한국 셋업을 할 때, 

분명 이전 장비에서는 리니어 거리 값이 600000 이었는데, 

당시 장비에서는 60000이 나왔음. 


이거 값이 이상하다, 아니다 원래 이랬다. 

튜닝을 다시 해야한다 얼마나 옥신각신 했던가. 그게 아마 이 스케일값의 영향이었던거 같음.


Origin의 개념도 있음. 서보모터는 최초 시작시 기계적인 기준점(원점)을 잡아 줘야 함. 

방향도 정해줘야 하는데, 우리는 일단 리미트 센서 앞에 센서 하나를 두고 그 위치를 원점으로 잡았음.

(원점 센서??) 지금도 정확히 이해는 못하고있음.


다만 과거 회사에서 보았던건, 만약 물류 동작을 하다가 실수로 기구간에 충돌이 발생하면 

제조팀에서 쌍욕을 뱉어가며, 각각의 서보 모터들의 원점을 다시 잡았음. 

모터가 충격을 받으면 최초에 잡아놓은 수치들이 오차가 생긴다나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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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소리를 좀 해보자면...


과거 한창 무쌍이를 따라잡겠다고 주말마다 카페 진상 지박령으로 있던 시절...

카페에 7시간 8시간을 앉아서 코딩을 하다보니...

어느덧 카페의 일상도 관찰하게 되었음. 


어느날 자동문에 전기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일이 있었음. 

그때 자동문이 아주 천천히 열렸다가 닫히는 동작을 하는데.. 

내 눈에는 엇!? 원점복귀 운동같다!?

 

노인 분들이 많이 오시다 보니 할머니들이 자동문 틈에 자주 끼이는 일이 많았는데.. 

어느순간 문이 닫히면 완전히 닫히지 않고 중간에 걸쳐 있는거임.


직원들이 막 업체에 전화하자고 막 회의하고 있길래 내가 가서 말했음.


"저 자동문에 전원 뺐다가 다시 넣어보세요. 알아서 원점복귀운동을 할 겁니다.(아님 말고^^)"


"원...원..? 뭐요??"


직원 일동 뭐지 저 진상 지박령.....하는 표정으로 전원을 넣었다 빼고 ㅋㅋ


그리고 다시 전원을 넣으니 자동문이 원점복귀 동작하듯이 스르르륵~

그리고 정상으로 돌아왔음. 덕분에 베이글 하나 공짜로 먹음. 

나는 카페 직원들에게 지박령에서 엔지니어가 되었음.


그 후로 직원들은 뭔가 고장나면 간식을 들고 자꾸 나를 찾아왔음...

커피 포트가 고장나도 나를 찾아와서...그 뒤로 안가게 됨 ㅠ


일부러 그런걸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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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설로 돌아가서....


기계적으로 알고있던건 이정도. 

1. 서보모터를 최초 구동할 때 원점을 잡아준다.

2. 모터나 장비에 충격이 가해지면 다시 원점을 잡아준다.


그리고 이전의 회사에서는 IDLE 이라고 해서 이 버튼을 눌러두면 

모든 서보모터들이 각자의 동작을 왔다갔다 무한 반복하면서 설정된 값대로 무한하게 움직였음.


그러면 하루 죙일 이걸 켜놓고 혹시나 장비에서 예외적인 일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물류간의 충돌은 없는지 모니터링을 하곤 했음.


지금의 장비야 고작 좌/우 2개 모터 뿐이고..말이 2개지 1개나 다름 없음. 

우리는 이 2개의 모터를 마스터와 슬레이브로 구분하여 갠트리(Gantry) 모드라고.  

마스터 모터만 제어하면 슬레이브 모터는 마스터를 따라 움직이는 식이었으니까. 


움직여야 할 포지션도 3포지션 뿐.  나머지는 그냥 다 실린더 운동이었음. 

그래도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아주 간단한 동작일 뿐이지만 나는 IDLE 기능을 만들었음. 


모터가 3 포지션을 무한으로 왔다갔다 이동해 가면서, 

실린더들도 해당 포지션에서 각자의 신호를 주어 동작하도록 해두었음. 


이 IDLE 모드를 켜 두었을 때 다들 얼마나 뿌듯하게 설비를 바라 보았던가. 

이 시점이 고객사 본사 직원이 출장 나오기 일주일 전이었음. 

결국은 가장 자신이 없던 파트를 검수 일주일 전에 마무리를 했던거임. 



***



그러다보니 지금까지의 긴장 관계는 물 녹듯이 사라지고 사람들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졌음. 

원래 일이 잘되면 서로 멱살 잡던 사람들도 같이 웃고 술먹고 노는게 장비업계 아니던가.


K이사: OO야. 결국은 완료 했구나.


나: 다행히 컨셉이 쉬웠죠…ㅋㅋ


하하: 근데 이건 뭐야? 막 혼자 장비들이 막 움직이네? 멋있다. 


나: 아아..이게 IDLE 모드라고…예전 회사에 제어하시던 분들이 

모션쪽 완료 하시고나면 이렇게 하루종일 돌려 놓더라구요.


K이사: 왜??


나: 뭐라더라. 이렇게 돌려놓으면 뭔가 하자가 생기면 드러난다고 하던데요? 

동작간에 이상이 없는지도 보고. 아무튼 검증 과정이랬어요.


하하: 와아…모션제어의 세계는 이런거구나…우리도 검사 말고 제어를 해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ㅋㅋ


나: 어이쿠. 꿈도 꾸지 마세요 ㅋㅋ 이건 서로 충돌날 구조도 없고 모터도 2개지만 1개나 마찬가진데요? ㅋㅋ 

예전 회사는 한 모듈에 45축씩 모터가 달렸어요. 얼마나 빡셌는데요. 

감히 우리 수준에서는 PC제어 못해요. 충분한 연구장비와 시간이 필요할듯요.


K이사: 이렇게라도 조금씩 경험치를 쌓아보는거지 뭐..ㅎ


햄릿: ……….


투투: …………


다들 어느정도 준비가 갖추어 지자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지만 

햄릿과 투투는 못내 기분들이 좋지 못했음. 


햄릿의 경우는 애초에 본인 앞에서 입도 뻥긋 못했고, 

내가 말을 걸지 안으면 감히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음. 


그리고 이 장비의 시작부터 지금의 순간까지 나는 햄릿에게 말을 걸지 않았음. 

업무는 철저히 고객사와 소통했고, 업무보고는 사장님과 진행, 

이 마킹기 프로젝트 관련으로는 K이사와만 소통했음. 


모든 과정에 햄릿이라는 존재를 제외 시켰음. ㅋㅋㅋ


까딱 잘 되면 매출 200억이 넘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철저히 배제된 자신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장비와 내 주변을 맴돌던 햄릿..

마음 고생좀 했을거임.


투투는 어땠나? 자신이 PM으로써 진두 지휘를 하는 그림을 꿈꿔 왔는데. 

비전팀 전체가 내 눈치를 보고 나에게 혼나면서 내가 시키는대로 움직였음. 


그걸 지적해 줄 K이사나 하하 부장마저 따라오는 입장이니 

투투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만 했을거임.


………



이상하게 투투는 본인에게 시비를 많이 걸었음..

그러다가 매번 카운터 펀치를 맞고 쓰러지는 과정이 반복 되었음..


어느날 창희와 테스트 Roll을 돌리며 

서로 불량 데이터 주고받는 테스트를 하려는데 엔코더 값이 올라오지 않았음. 


나: 이상하다?? 왜 엔코더 값이 안올라오지 갑자기!?


창희: 그래요? 나는 올라오는데??


나: 그래?? 내가 어제 이쪽을 만졌던가….?


그렇게 한참을 코드 분석 하다가….


나: 아니야. 이건 코드 문제가 아냐. 다시 해봐야지.


그렇게 다시 진행해보면 엔코더 값이 올라왔음. 


나: 음…이건 하드웨어적인 문제로 봐도 무방하겠죠?


창희: 그런거 같아요. 내꺼도 방금은 엔코더 값이 안올라 왔어;;


마침 연구실 앞쪽에서 K이사, 하하 부장, 햄릿, 투투가 모여서 무언가를 얘기하던 상황이었음.


나: 투투 과장님. 아무래도 카운터보드 쪽 장비가 문제가 좀 있는거 같은데요~


투투: ?? 왜요?


나: 이게 엔코더 값이 읽혔다가 안읽혔다가 하네요. 

제가 읽으면 창희씨 프로그램이 못 읽고, 창희씨 프로그램이 읽으면 제꺼가 못읽고. 뭔가 이상해요.


하하: 그래? 그런적이 있던가. 가서 한번 볼까?


나: 네.



***



장비 앞.


나: 어랏? 이상하네. 또 잘 읽히네 ㅋㅋㅋ


창희: 와…ㅋㅋ 지금은 제꺼도 잘 읽어요 ㅋㅋㅋㅋ


나: 장비 새퀴도 사람 가리나 보네요. 높은 분들 모셔 오니까 쫄아가지고 잘 돌아가네? ㅋㅋㅋㅋㅋㅋ


하하: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뭔지 알거 같아. 나도 그런적 있어!! ㅋㅋㅋ

 

K이사: 이래가지고는 부장이나 이사급이 장비랑 같이 출장 가야 겠는데? ㅋ


나: 하하..; 아무튼 지금은 아니지만.. 창희씨랑 저랑 아까 테스트 할때 이상이 있었어요. 

점검을 좀 해봐야 할거 같아요. ㅎㅎ


투투: OO씨.


나: ?


투투: 제 오랜 경험에 의하면요. 장비라는건 쉽게 고장이 나지 않아요.


나: …….


사람들: ………


투투: 보통 장비가 고장났다고 새로 장비 주문하고, 사람 불러서 배선 뜯고 난리 부르스 쳐봤더니 

결국은 코드 문제. 이런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거든요 제가.


창희: …….;;;


투투: 이사님. 저희가 구매하는 카운터 보드 업체나! OO업체 같은데는 거의 완제품을 파는 업체에요. 

얘네들 제품이 고장이 나기 쉬우면 지금까지 우리가 납품한 장비가 몇대인데! 

왜 그런 하자 얘기가 없을까요?


K이사: 어…뭐..니 말도 일리는있긴 한데…음..OO야…


나: 괜찮아요 이사님. 투투 과장님 얘기도 전혀 근거 없는 얘긴 아닌거 같네요. 

자기 경험을 얘기하는거지 저희를 폄하하는 건 아닐꺼잖아요? ㅎ 근데 엔지니어가 무슨 자동차 회사 같이

말씀하시네요. 그런 이치로 대응하니까 급발진이 의심되도 제대로된 규명이 안되는거 아니겠어요?


창희: …와우....말빨.....


나: 과장님. 과장님의 경험은 존중합니다^^. 근데 그 경험속에 있으신 그분들이 누군지 제가 알거 같거든요. 

링컨과장, 메가통 팀장, 3무 과장. 맞죠? ㅋㅋㅋ 혹시 거기 호카게님도 계신가요?


투투: 아뇨. 호카게님은 없죠.


나: 그럼 그 안에 저나 창희 과장도 있나요? 


투투: ……….


나: 과장님 경험치가 중요하듯이 저희도 마찬가집니다. 지금의 카운터보드 통해서 엔코더 값 읽는 코드는. 

저희가 진행해봤던 모든 Roll to roll 장비에 동일하게 구현된 코드에요. 

그리고 저나 창희과장도 정말 많이 봤던 파트이기도 하고요. 저희도 이쪽에 있어서 실수해본 경험이 없다는 말입니다.


투투: ………..;;;


나: 결국 과장님 경험을 존중 하려면 저희 경험도 마찬가지니 그걸로는 쌤쌤이라 달라질건 없다는 겁니다. 

결국 어쩌겠어요? 각자 문제가 없다는걸 증명할 수 밖에. 

어쨌든 안되는건 사실이니까 고치긴 해야 할거 아녜요? 프로그램이던 장비던 ㅋ


K이사: 맞아. 문제 해결에 집중을 하면 되지, 서로 말이 쓸데없이 길다. 하나씩 찾아보자고.


나: 그런데요 이사님. 저희 코드를 이 자리에 계신분들께 아무리 설명해도 사실 다들 모르시잖아요? 

어쩌겠어요. 일단은 모두가 확인하기 쉬운 하드웨어쪽을 우선 점검 해봐야하지 않겠어요?


하하: 그럴까? 투투야. 일단….


투투: OO씨. 아실테지만 저도 과거 프로그래머 출신입니다. 그리고 호카게님이랑 작업도 많이 해봤구요. 

당연히 이쪽 파트 관련해서 코드도 조금 압니다.


나: 아~ 그러시면 더 잘 됐네요. 저희 코드 보여드릴테니 직접 판단하시면 되겠네요 ㅋ


투투: 제가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다 볼 순 없구요. 

이 카운터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 XXXBoard.Lib 파일 읽어다 쓰시지 않나요?


나: 네~맞아요^^.


투투: 제 얘기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저는 솔직히  OO씨 수준을 겪어보지 못했구요. 

저한테는 그저 일반 프로그래머일 뿐이거든요.


K이사: 투투야!!!!!


나: 아 왜요 이사님 ㅋ 그럼 제가 일반 프로그래머지 무슨 슈퍼!! 하이퍼 프로그래멉니까? ㅋㅋ 

그런 수식어에 일희일비 할 경지는 지났지 않아요? ㅋㅋㅋ


창희: 맞지. ㅋㅋ 그런거에 흔들릴 짬빠는 아니죠 우리가 ㅋㅋㅋ


[투투야. 적어도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니가 나를 이길 가능성 제로다.^^]


나: 괜찮으니까 계속해 보세요~


투투: 라이브러리 가져다 쓰시는 거니까 기존 코드를 체크해 보시란 겁니다. 

혹시 모르죠. 오버라이딩이라도 걸렸을지도?


사람들: !?!? 오버라이딩?? (오. 역시 투투!! 전직 프로그래머!!)


비전팀 직원들: 오오.....(우리 과장님...프로그램도 잘 하시나봐....)


투투: 프로그래밍에서는 그런게 있어요. 함수 함부로 가져 쓰다가 오버라이딩 걸리면 문제가 발생되는거죠.  


창희: ????


나: ㅋㅋㅋㅋ 투투 과장님….오버라이딩이요?? 무슨 버그 이름처럼 말씀하시네요? ㅋㅋ


투투: 그거 잘못되면 문제가 생길텐데요?


나: 일단 개념부터 말이 안되는거 같은데. 컴공 나오셨다더니 이래서 적당히 아는게 무섭네요^^. 

오버라이딩이란건 결국 클래스간의 상속관계에서 같은 이름의 메소드를 사용하게 될 때 나오는 말인데. 

우리는 라이브러리를 가져다 쓰는거지, 상속의 개념과는 무관 하거든요?


투투: ……..;;


나: 우리 프로그램이 카운터 보드와 어떤 구조적 관계가 있어서 

‘상속’ 관련 개념을 꺼내 오신건지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투투: ……;;;;그럼 용어가 잘못 됐나보네요. 그런거 있잖아요. 같은 이름 함수 쓰다가 겹쳐서 문제 생기는….


나: 아무래도 함수 오버로딩 개념을 말씀하시는거 같은데. 

동일한 함수이름으로 리턴값이나 파라메터 값이 다르게 사용 가능한 

‘다형성’ 측면의 얘기를 하시는거 같은데 맞나요?


투투: 네. 그거요!


나: 이미 끌어온 라이브러리에 함수 이름들은 그들만의 특별한 네이밍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우리가 만드는 함수 이름이랑 크게 겹칠일도 없고. 애초에 우리가 같은 이름의 함수를 만들 이유도 없어요. 

설령 만들었다 한들, 파라메터나 리턴값이 다르기 때문에. 

카운터 보드 관련 함수가 들어가야 할 위치에 우리가 같은 이름의 다른 함수를 넣더라도 

에러가 터질 테니 당연히 알 수 있을 테구요.


창희: 맞죠. 그런거 못하는 사람 이 회사에 없어요 ㅋ


투투: ………


나: 우리 다들 현업뛰는 사람들입니다. 현실을 바라보세요. 과장님 수준에서 위험하다 판단되는 부분이라면 

우리팀 막내 램쥐 사원도 알고있을 내용이에요. 

전직 프로그래머요? 여의도에서 몇개월 웹개발 좀 하다가 관두셨담서요? 


투투: ㅡㅡ;;


나: 예전부터 되게 안좋은 버릇이라고 생각했던게 그런거에요. 

과장님이 웹 개발 하면서 ‘알고리즘’이라고 부를만한 수학적인 무언가를 할 일이 있던가요? 

웹개발 이라고 해봤자 고작 몇개월 따리 신입한테 그런 일을 줄 수 있나요? 

그래놓고 매번 사람들 앞에서 본인이 프로그래머 였다고 함부로 개발자들 앞에서 알고리즘~알고리즘 노래 부르시던데. 

그거 되게 보기 안좋습니다. 자기 가치를 깎아 먹는다는걸 알고는 계세요??


투투: 아니..지금 상황에 왜 그런…


나: 엔지니어 답게 나오는 증상을 가지고 협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야지, 

내가 좀 아는데 이런거 같아! 저런거 같아! 아무말 던지는 식으로 일처리를 하면 안되죠. 

그렇게 일하시던 분이 누군줄 알아요? 포.청.천. 뭐 일단 10개 정도 던져보고 걔중에 2개 정도 맞으면

역시난 경력자야! 하면서 뿌듯해 하더라고요^^. 썩은 고인물들이 그래요. 지가 도태 된걸 몰라.



투투: ………(부들부들)


나: 적어도 이 회사에서, 프로그램 팀안에서 과장님 밑은 한 사람도 없어요. 

의견을 얘기하시려면 그에 맞는 예의부터 갖추고 말하시라구요.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거지. 마치 자기들 아랫사람 보듯이 그러시면 안되죠. 


K이사: …투투야..OO말이 맞아..


투투는 멘탈이 털려 그대로 현장을 뛰쳐 나갔음. 그리고 복도에서 소리를 악!!! 하고 지르며 분함을 표했음. 

근데 결국은 투투의 말도 틀리진 않았음. 카운터 보드를 교체해도 개선이 되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투투는 나에게 찾아와 따지지 못했음.


왜냐하면 이건 케이블의 문제 였으니까. 

그리고 그 케이블을 제작한건 다름아닌 너네들이니까!!!  


어쨌든 이런 식으로 투투는 내 마지막 프로젝트에 

사사건건 부딛히는 존재로서 대미를 장식했으니….


예전 현장에서 보여주던 멋진 모습은 이후로 더이상 찾아 볼 수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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