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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게 바람이었다.
게시물ID : readers_103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파랑파랑해
추천 : 1
조회수 : 509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3/12/15 14:34:47
자작 단편 소설이에요. 글 읽는 것보다 글 쓰는걸 훨씬 좋아하긴 하는데 이렇게 소설을 써보긴 처음이에요.


글에 들어가기 전에 하나 말씀드릴 것은, 중간중간 굉장히 뜬금 없는 단어나 표현이 보이실 거에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 뜬금 없는 단어들은 저와 그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나 행위들이거든요. 그러니까 실제로 제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나 겪은 일, 추억이 담긴 일 등이라고 생각해 주시고 읽어주셨으면 해요! 설명은 가장 마지막 부분에 달아놓았어요. 평도 살짝 달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혹평 위주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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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오빠 놓치지 않을거고 행복한 남자로 계속 남게 할거야

우리 둘이 앞으로 만들어갈 예쁜 날들이 너무 기대돼

항상 고맙고 내 모든걸 줄 만큼 사랑해

 

 

  나는 싱그러운 파스텔 톤의 동그라미들로 장식된 편지지를 다시 접어 편지 봉투에 넣었다. 오늘따라 멍한 기분에서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었다. 갑자기 무릎을 손 끝으로 간질이는 듯한 느낌에 정신을 차린 나는 알 수 없는 기분에 이끌려 침대 위에 너저분하게 널려있던 야상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그녀는 내게 바람이었다. 살랑거리며 시원함을 안겨주던 가을 바람이 모두에게 시린 겨울 바람으로 바뀔때 쯤, 그녀는 내게 따스한 겨울 바람으로 다가왔다. 시린 겨울 바람으로 차가워진 내 얼굴을 따뜻한 손바닥으로 감싸주던 그녀는 내게 따스한 겨울 바람이었다.


 

  “후아, 춥다 추워. 벌써 다시 겨울이구나.”


 

  갑자기 불어온 시린 겨울 바람이 생각에 잠겨 정처 없이 멍하니 걷던 내 얼굴을 덮쳤다. 그랬다. 겨울 바람은 더이상 내게 따스한 바람이 아니었다. 작년 초겨울, 바람처럼 내게 불어와 이제는 잡을 수 없는 바람이 되어 사라진 그녀는 여전히 내게 바람이었다.


 

  어디까지 걸었을까. 꼬르륵, 추우니 어디 따뜻한 곳에 들어가 점심도 먹지 않은 내게 저녁은 꼭 먹어달라는 배의 신호였을까.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어제 밤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던 중 육개장을 하나 사먹고 남은 천원짜리 네 장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꼬깃한 지폐 네 장을 꺼내들고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한 작은 김밥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으.. 하필 이쪽으로 걸어올게 뭐람.’


 

  투덜거리면서도 4천원으로 배를 채울 다른 방법이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았기에 익숙한 그 김밥 가게에 들어가 치즈 떡볶이와 김밥 한 줄을 시켰다.


 

  작년 초겨울 그녀와의 첫 데이트. 이상하게도 그녀와 나는 저녁 메뉴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떡볶이가 먹고 싶다며 가장 먼저 눈에 띈 한 김밥집으로 들어갔다. 그 때는 둘 다 치즈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뭐가 그리 신기했는지, 칠칠맞게 젓가락질 다섯 번에 한 번은 꼭 음식을 흘리던 그녀가 왜이리 귀여웠는지 또 할 말이 뭐가 그렇게 많아 김밥 가게에서 두 시간을 떠들었는지 그저 모든 것이 아름다워보이고 매일이 행복한 일 투성이었다.


 

  “2천원 입니다.”


 

  둘이서 치즈 떡볶이와 김밥 한 줄을 먹었으니 분명 내야할 돈은 4천원인데 2천원을 달라는 주인 아주머니를 우리는 놀란 눈으로 쳐다봤고, 오늘은 가게 개점 기념일이라며 돈을 반만 받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 우리 둘은 2천원을 벌었다고 좋아했고 서로를 쳐다보며 또 깔깔대며 즐거워 했었다. 그리곤 내년 오늘도 꼭 이 가게에 와서 왕창 시켜먹어보자며 웃으며 농담도 했던 기억이 났다. 정말 사소한 것 하나에도 둘이 같이 있으면 행복했었다.


 

  “2천원 입니다.”


 

  그릇을 깨끗히 비우고 계산을 하던 내게 주인 아주머니는 말했다.


 

  “네? 2천원이요?”

  “그려. 가게 개점 기념일이라서 반만 받는거여.”


 

  휘잉. 갑자기 내 얼굴로 따스한 바람이 불어왔다. 가게 내에 틀어놓은 온풍기 바람이겠지. 오늘이 가게 개점 기념일이라는 말에 잠시 얼어붙었던 몸이 어디선가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에 녹았다. 그때였다.


 

  “오빠.”


 

  가게 문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귀를 혀로 간질이는 듯한 짜릿함이 느껴지며 몸이 떨려왔다. 뒤이어 청아하게 피어난 로즈의 향이 코 끝을 간지럽히며 나를 매혹시켰고 그 향에 이끌려 고개를 돌아본 그 곳에는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의 똘망진 눈이 잠시 나를 향해 반짝이더니 이내 처음 나를 녹였던 그 배시시한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헤헤, 역시 오빠라면 와줄 것 같았어... 보고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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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문단의 편지 부분 : 실제 받은 편지지의 디자인과 편지 내용

* 무릎을 손 끝으로 간질이는 듯한 느낌 : 그녀와 자주 하던 장난

* 따뜻한 손바닥으로 감싸주던 : 그녀는 손이 따뜻해서 겨울이면 내 손과 얼굴을 녹여주곤 했음

* 육개장 :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컵라면의 종류

* 귀를 혀로 간질이는 듯한 짜릿함 : 그녀가 좋아했던 키스 중 하나

* 청아하게 피어난 로즈의 향 : 그녀가 내게 선물해 주었던 핸드크림의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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