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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에서 구타/가혹행위가 사라지기 어려운 이유
게시물ID : humorbest_6940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VT
추천 : 116/39
조회수 : 12302회
댓글수 : 1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6/12 01:09:06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6/11 19:40:02
인간의 행위동기 유발에 관한 이론이 많이 있는데 그 이론들 대다수를 취합하면 다음의 두 가지 인간형이 나온다.
 
A타입 : X인간관, 수동적 인간, 현재만족형 인간
B타입 : Y인간관, 능동적 인간, 상승지향적 인간
 
군에서는 보통 하급병사의 경우 A타입의 행태를 보이고 부사관/장교, 분대장 포함 일부 병사는 B타입의 행태를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오늘날 한국인의 경우에는 대승적인 사고보다는 당장 자기에게 올 이익을 더 생각하는 심화된 개인주의적 특성을 보인다.
 
 
예를 들어 서구사회에서는 스쿨버스를 위해 자차가 장시간 정체되게 만드는 법률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유지하려고 한다든지,
자신들이 의무를 다해야만이 사회에서도 자신들이 당당히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군 복무의 의무를 자처하는 여성들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스쿨존 30km/h 속도제한을 거의 지키지 않고 불확실한 사고위험보다 자신의 속도유지에만 급급하다든지,
광복 후 급격한 민주화의 혼란을 틈타 남녀평등을 강력하게 부르짖으며
군 관련해서 의무는 쏙 빼 놓고 권리(여자에게 병역의 의무 없음, 병사복무 안 함, 군 전역 남성에 대한 혜택 반대 등)만
행사하려고 하는 한국 여성들 같은 경우이다.
 
 
군에서는 이 심화된 개인주의적 특성이 A타입과 결합하여 흔히 말하는 고문관, 어리버리 신병, 시켜야만 하는 병사 등을 만들어 낸다.
 
이들과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것이 고대사회의 노예병사이다.
자기 스스로 온 게 아니기 때문에 A타입이 될 수 밖에 없고,
자기 가족나 친구, 애인의 안전을 위해 군에 온 게 아니기 때문에 대승적인 사고를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
 
이 노예병사를 다루는 전통적인 방법은 강압적, 폭력적 방법 에 없었다.
부차적으로는 포상을 미끼로 적극적/협조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길도 있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부차적인 방안에 지나지 않고,
그 권한을 가지지 못한 현장 상급자(분대장, 선임병)로서는
달리 선택할 길도 없어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후임병을 강제로 이끌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빈라덴 사살작전 때 유명한 사진이 하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빈라덴 사살 작전 관전할 때 사진이다.
11.jpg
 
잘 보면 오바마와 그 옆에 앉아 있는 장군의 위치에서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지지 않는가?
오바마는 무슨 말단 기자가 관전하는 것 마냥 옆에 있는 긴 의자 구석탱이에 찌그러져 있고,
작전을 지휘하는 장군이 가장 편한 중앙의 가죽소파 상석에 앉아 있다.
 
설마 오바마가 장군한테 밀려서 저렇게 앉았을 리는 없다.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의 권위를 양보해서 작전 수행에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도록
실무 책임자인 장군에게 자신의 상석을 양보한 것이다.
한국이라면 이 상황이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어디 장군 나부랭이가 대통령님이 작전을 친히 관전하시겠다는데 상석에 앉는가?
진급 물말아먹고 싶은 게 아니라면 절대 그런 짓 못 한다.
 
미국이라면 이게 가능하다.
왜냐하면 상급자가 자신의 권위를 양보하더라도 하급자는 업무능력 향상을 위하여 상급자로부터 제공받은 양보의 의미를 제대로 명심하고 있으며
그걸 오해하거나 악용해서 '함부로 기어오르는'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군의 후임병 대부분은 맨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양보의 의미를 이해할 여유나 이유가 없다.
조금 풀어주면 곧 자신만의 조그맣고 의미없는 권위를 세우기 위해 선임병의 뒷구멍에서 기어오를 궁리부터 시작한다.
선임은 그런 후임에서부터 시작한 같은 한국군이기 때문에 이걸 간파하고 있고 더 나아가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더욱더 강압적인 통솔대책을 선호하게 된다.
 
물론 착한 선임에게 알아서 후임들 스스로 선임 대접 해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틈만 나면 자신의 이익과 권위를 챙기려 노력하는 케이스도 만만찮게 많다.
전자의 경우라면 군으로서도 문제없이 수용할 만한 상황이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군 기강 확립 곤란이라는 중요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과연 군에서 책임을 지는 인간의 입장으로서는 실패할 확률이 크고 방법도 어려운, 아랫사람에게 인간적 대접을 해 주는 모험을 할 것인가?
아니면 강압이라는 다소 문제는 있지만 군 기강 확립이라는 군의 크리티컬 포인트를 확실히 지켜줄 방법을 선택하겠는가?
 
애초부터 불필요한 내무생활 군기때문에 반동심리로 인하여 기어오르고 싶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건 한국인 스스로와 징집군의 생태가 결합하여 만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국인에 대한 민족적 멸시 발언이냐, 사대주의냐 라고 따지기 전에,
군에서 책임을 지는 인간으로 하여금 구타와 강압 없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면서도 후임을 이끌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먼저 제시하라.
 
유감스럽지만 현재 한국군 상황 하에서 위와 같은 조건을 달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게 확실하고 검증된 방법은 구타와 강압 정도 뿐이다.
군으로서도 구타금지니 선진병영이니 하는 운동을 벌이고는 있지만
결국 그것은 징집된 병사를 직접 통솔해야 하는 분대장급 병력과 상병급 선임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간부는 영창이라도 보낼 수 있지만 분대장이나 상병급은 결국 병사. 처벌권도 변변하게 없다.
맨땅에 헤딩보다 심한 상태다.
 
강압없이 통솔하는 경우도 분명 있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개인 수준의 카리스마적인 능력과 일반화되지 않은 비법 수준이기 때문에 전군에 일반화하여 간편하게 적용할 수 없다.
현재의 한국군은 그 방안에 대해 거의 손을 놓고 있으며(애초부터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모순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 본성과 관련된 문제다.)
정말 '근근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분대장과 상병급의 심적 희생을 발판삼아 꾸려나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한국군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군내 구타/가혹행위 또는 후임병 통솔에 애로가 생길 수 밖에 없는 딜레마가 여기 있다.
그래서 모병제로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모병제는 결국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한국의 국력이 지금보다 더 커지지 못하면 모병제는 요원한 일이고 현재의 문제점도 근본적으로는 절대 고쳐질 수 없다.
 
한국군이 구라와 가라, 모순 덩어리가 되어 있는 것은 필연적이며 결국 고생하는 건 병사들이다.
상급자든, 후임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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