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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130
게시물ID : soda_69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139
조회수 : 7998회
댓글수 : 80개
등록시간 : 2024/05/28 09: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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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유 독자님들. 

어제는 저도 일이 손에 안잡히고, 당시의 무력함을 느끼는 하루였네요.

그래서 얼른 화제 전환을 하려고 한편 더 올려보려는 생각도 했지만...ㅎ

 

막상 업로드 하려했더니 누가 불러서...ㅋㅋ 갔다오니 퇴근시간이라 올리지 못했네요 ㅎㅎ

 

어제의 회차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조직에 속한 자 로서, 저도 회사의 위기를 

기회삼아, 제 개인 욕심을 챙기려 했으니. 결코 잘 될 수 없는게 맞다구요. ㅎㅎ

 

세상 이치라는게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내로남불은 안되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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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 형은 대뜸 시작부터 본론을 꺼냈음.




냥이 형: OO야. 연봉 맞춰주더냐?




나: ………




냥이 형: 그렇지? ㅋㅋ 새끼들이 맞춰 줄리가 없지. 내가 알아보니까 거기 내부적으로 완전 망조들었더만~




나: 어휴…..




냥이 형: 니가 경영이나 주식의 원리를 몰라서 그러는데, 형이 전문이 뭐냐? 


너네 재무재표랑 주식흐름만 봐도 지금 어떻게든 상폐 막아볼라고


수작부리는게 뻔히 보여. 그 정도 되잖아? 다 썩은거야. 다시 못살아나~ 


아마 재무회계쪽 대가리는 알아서 사직서 내놓을껄?




[팩트다...얼마전 재무팀 부장이 사직서를 냈다..그리고 이상한 사람(임원)이 하나 와서 그자리를 맡고있다..]




나: 그쵸.....하아.....살릴 수 있었는데....




냥이 형: 순리대로 해. 죽어야 될 놈 살려줘 봤자 너한테 감사하지 않아. 그건 그렇고 너 받기로했던게 얼마지?




나: 6000이요..




냥이 형: 형이 더 얹어줄께. 형 한테 와라. 얼마 주랴? 6X00 어떠냐?? 


솔직히 더 준다고 입털고 싶지만 회사라는게 밸런스는 있어야 하거든^^




나: 형. 지금 이런 얘긴 이렇게 가볍게 할 얘긴 아닌거 같네요.




냥이 형: 가벼워? 이새끼가!? 야. 형이 4년을 너한테 컨텍 해왔는데 가벼워 보이냐?


유비가 제갈량 꼬득이는데도 4년은 안걸렸어 임마. 그 새끼는 고작 3번 찾아간거 아냐!!




나: ……….




냥이 형: 형이 시간이 남아돌아서 여테까지 니 생일 챙기고 니 와이프랑 결혼기념일 챙기고 했겠냐?




나: 아..뭐…그건 감사하죠…;;




생각해보니 냥이형은 어떻게 알았는지 어느새 우리 결혼 기념일에도 선물을 보내오는 성의를 보여 왔었음. 


제수씨 선물이라고 카X으로 케이크도 보내오고. 나라면 아마 하기 힘든 범위로 나를 챙겨주었음.




냥이 형: 긴말 안할께. 우리 회사는 지금 OO 벤처기업 상도 받았고, 중소기업 혁신상도 받았어. 


지금 총 인원은 26명. 관리하는 외주인력까지 합치면 85명. 


작년 매출 45억. 그리고 올해는 상반기면 작년 매출 뛰어넘을거야. 80억 이상 예상한다.




나: ……….




냥이 형: 너가 예전에 그랬지? 프로그래머는 돈먹는 루팡이라고. 형도 알아. 내가 약속한다. 


니가 형한테 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5년을 놀아도 너네 한테 붓는 돈보다 우리가 버는 돈이 훨씬 많을거야. 


총알 빵빵하게 모아놨다고.!!!




나: 형네 회사가 하는일이 정확히 뭐랬었죠?




냥이 형: 돌려서 포장 안할께. 우리는 지금 그냥 아웃소싱업체야. 


우리 인력들 현장에 파견나가서 장비 셋업하고 관리하는거야. 니 눈에는 우습게 보이겠지만.




나: 뭐가 우스워요..ㅎ 결국 지금 우리 회사에 비전팀이랑 하는 일이 같은거네요. 


현장 관리 해주는 PM역할에 비전 셋업하는 업무네요. 우리 비전총괄전무가 독립해서 꾸릴려고 했던 그거네.




냥이 형: 솔직히 이정도로 해도 우리들 먹고살 만큼 벌 정도는 돼. 근데 형 성격 알지? 이정도로는 안돼. 


결국은 검사 기술이 필요하다고. 프로그래머가 있어줘야 제대로 뭔가 할 수 있어. 


아웃소싱을 벗어나서 우리 장비를 하는거지.




나: 비전 세팅만으로는 안되죠 장비라는게. 아시겠지만 설계부터 조립, 전장, 제어, 그걸 아울러서 


장비를 컨트롤하고 물류 체킹하고, 광학에 카메라 세팅까지 다 갖추어졌을 때. 


최후에 붙는게 우리 비전 프로그램이에요. 그 정도는 상장회사인 우리 회사 인력으로 안된단 말이죠. 


26명 정도 인력으로 무리일텐데?




냥이 형: ㅎㅎㅎ 너 잊었냐? 우리 장비라면 지옥이라는 OO테크 출신들 아니냐?




나: ..............




냥이 형: 형 회사에 OO테크 제조팀 핵심 멤버들 다 같이 있어. 


우리 멤버 20명은 각자가 다 PM이야. 우리는 그 밑에 하청을 두고 가르치며 관리를 하지.




나: ㅡㅡ; 그럼 더더욱 저를 뽑으면 안되겠구만. 제조팀 핵심멤버라니...나도 가기 싫어지네;;




냥이 형: 야 감정 다 내려놓고 생각해봐라. OO테크 제조팀이면 어느정도겠냐?






***






그래..과거 가족같은 회사를 다닐때는 이 업계를 몰라서 


그들의 비교대상이 없기에 알지 못했었음. 




그러나 이 곳을 다니며 장비업계 프로그래머로 6년을 생활한 지금은 


수많은 비교 대상들을 만나보았음. 지금껏 그들처럼 악조건 속에서 우직하게 일하고


삶을 일에 바친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음.




그곳을 벗어나 일을 해보니 같은 세상이지만 조금 달랐음.




조립만 하는 업체들은 영혼없이 조립만 했고, 


설계하는 인원들은 현장 상황 관계없이 제멋대로 설계하고 fail 먹고 왔다갔다 시간을 잡아먹음. 


전장은 고민없이 외주를 썼고, 우리 비전팀들은 그들을 모두 아우르는 PM. 


그러나 몇몇 인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외주 작업 결과물을 대충 점검하고 영혼없이 관리만 했음..




우리 비전팀의 장점이 있다면 광학적인 세팅 지식이 있었음. 


카메라 촬영 관련한 파트를 모두 그들이 담당하고 처리해 주었기에 


우리 프로그래머들은 순수하게 프로그램만 코딩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음.




단점으로는 어느 기술하나 깊게 이해를 못하는 점이 있음. 


조립은 어께너머로 봐서 손댈 수 있지만 실제 크리티컬한 


장비 ‘정도’를 맞추는 스킬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었음. 


그런건 결국 조립업체를 불러야 했음.




전장 작업도 어느정도 할 수 있지만, 


역시나 전기 도면을 해석해서 복잡한 작업을 진행하는 능력은 부족했음. 


최종 점검자 들이었으나 하자를 찾지 못했음. 


나중에 가서야 어째저째 문제를 찾고 다시 전장 업체를 불러야 했음. 


그 때 쯤이면 계약 기간이 지났거나 해서 추가 비용이 들었음.




카메라 관련 파트는 제법 잘해서, 과거 회사에서는 DCF를 돈을주고 업체에서 사왔다면 


우리 회사는 대부분의 인원들이 이 DCF파일을 만들고 컨트롤 가능했음. 




그러나 크리티컬한 기술 영역에 있어서는 광학기술팀 인원들이 투입 되어야 했고, 


그 이상의 광학 설계로 넘어가면 광학 업체를 불러 기술 지원을 받아야 했음.




그렇다면 과거 제조팀은 어땠나? 그들의 기구 정도 맞춤은 검사기가 설령 없더라도 


Align 정도를 순수 하드웨어 조립만으로 10~15 마이크로 이하로 맞추는 미친 괴물들 이었음.




간혹 외주 프로그래머들이 한창 개발하느라 정신 없을 때 S사의 검수 일정이 치고 들어오면 


제조팀은 가라로 검사기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자기들이 직접 기구 정도를 맞춰서 


마치 검사기를 통해서 핸드폰이 생산되는것 처럼 밑장빼기 검수를 했었음.




그리고 그 모든 검수에 성공했었음. 


검사기 없이 기구 만으로 고객사 요구 품질이 나와 버리는거임.




업계 상황을 어느정도 알게 된 뒤 기억 해보면 혀가 내둘러질 정도였음.




그들은 물류도 그들이 직접 체크했고, 모든 제어 관련, 모션의 속도, 가속도, 값을 세팅했으며 


기구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최적의 값을 귀신같이 때려박던 손맛 장인들 이었음.




워낙에 기구를 많이 하다보니 설계도만 봐도 


뭐가 잘못된건지 아는 사람들 이었고, 


설계팀에 처들어가서 때려 엎어주면 안된다던 일도 그날이면 만들어지는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보였음.




전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워낙에 여러가지 일을 다 떠맡아 했기 때문에 


배선도 귀신같이 잘했음. 


매의 눈으로 전장작업 실수를 잡아내고, 전장팀을 때려잡고는 했음.




지금의 비전팀이 전투력 4만 이라면 과거의 제조팀은 전투력 53만이었음. 


프리더 같은 인간들..걔들 중에는 프리더 2단계, 3단계, 최종형태 급으로 다시 나뉘어 졌음. 


그래놓고 지들끼리 실력 비교하면서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던 마교 천마혈검대 같은 새퀴들..




확실한건 지금 회사의 비전팀들은 당장에 모터 6개만 넘어가도 세팅을 제대로 못함. 


그렇기에 우리 회사 장비는 컨베어 타입이 많았고, 


컨베어는 애초에 검사체의 위치 정도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이 회사는 영상처리 기술이(프로그래밍 적) 발전할 수 밖에 없었음.




과거 제조팀은 기본적으로 설비모듈 하나에 45축 이상의 모션이 들어갔고 


그 모든 정도를 '한 사람이' 조립 작업해서 다 맞출만큼 사람을 갈아 넣었음. 


개개인이 인간 장비....




이건 팩트임.




그때가 떠오르니 소름이 돋았음..






***






나: 확실히…한명 한명이 미친 괴물들 이긴 했죠…저랑 사이는 더럽게 안좋았지만.. ㅋ




냥이 형: ㅋㅋㅋㅋㅋ 그거야 걔네들이 잘못 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 ㅋㅋㅋ




나: 근데 OO테크 안망했는데 왜 형네로 간거에요? 다른데 인수되긴 했어도 사업은 그대로 유지


하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냥이 형: 지들도 일하다 보니 알게 된거지. 자기들 수준이 박봉에 그렇게 굴러다닐


사람들이 아닌걸 ㅋㅋㅋ




나: 도대체 이놈의 좋소 세계는 늘 '박봉' 인거 같네요. '능력'이 있으면 오히려 손해보듯이ㅡㅡ;




냥이 형: 그러게나 말이다 ㅋ




그래도 확인할건 확인해 봐야지. 걔네중에도 인성 쓰레기 새퀴들도 있었으니까..


아마도 사람보는 눈이 나와 비슷한 냥이 형이지만, 혹시 모르잖아?




나: 그래서 대표 멤버는 누구누굽니까? 임원들. 설마 그 백치 PM새…


아니 김OO 이사가 형 밑에 있을리는 없지..ㅋㅋ 누구 있어요?




냥이 형: 일단 박OO이 있어.




음…2013년도 박주임..동관에서의 내 강력한 경쟁자…


내가 중국 여자들에게 황제로 떠받들여 지기 전의 태상황제…


아주 잘생긴 1살많은 형이었지.. 28살에 아들이 둘이나 있었던...고독한 기러기 아빠..




그와 나는 단 한번도 부딛힌 적이 없었음. 


그는 너무나 과묵했으니까. 1년 3개월 그 회사에 다니며 그가 웃는걸 한번도 본적 없었음. 




그러나 그는 제조팀의 핵심 돌격대의 한 축을 담당하던 프리더 2단계 인간이었음. 


주임 시절 2단계 형태였으니 아마 지금쯤이면 최종형태가 되어 있지 않을까?




그와 재회 하더라도 시비 붙을만한 앙금 같은건 없었음. 


그러나 하나 걸리는건 그는 너무…와이 쏘 실리어스!? 였음. 


같이 어울리기 좋은 성격은 아녔음. 늘 화가나있는 과묵한 남자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힘들었겠음? 


집에는 1살, 3살 되는 아들 둘에, 자기는 해외 나와서 1년을 집에 못가.




장모님이랑 와이프 눈치보면서, 열심히 돈벌어도 집에가면 죄인이었겠지. 


28살 이라는 어린나이에 얼마나 심적으로 갈등을 했을까?




나: 음…박주임님..잘하던 분이시긴 했죠.




냥이 형: 우리 회사에선 지금 이사야. 그리고 알지? 바늘가는데 실이 빠질 수 있나? 성철이도 같이 있어.




나: 엇. 성철이형^^ 역시 인정하죠.




냥이 형: 나랑 같이 공동 대표야. 이 회사 만들때 원래 둘이서 만들었어. 


그리고 바로 같이 따라와준게 박 이사야^^




성철이형. 제조팀 소속이었으나 냥이 형의 고향 친구. 


그 덕분에 우리는 만나기도 전에 서로를 알고 친하게 전화를 주고 받던 사이였음. 


그러나 나는 동관, 그는 천진으로 배정을 받아 1년 3개월 회사생활을 하며 마주친게 딱 3번 이었음.




그러나 전화는 서로 자주 할 만큼 사람이 둥글고 착했음. 


언제나 이 형과 같이 일해보길 소망했지만 그는 항상 천진에 있었기에..




그도 프리더 2단계를 찍은 인원으로 천진에서 핵심 멤버 역할을 했었음. 


그가 공동 대표로 있다면 내가 그들과 싸울 일이 없음. 애초에 싸움이 성립하지 않음.




솔직히 저 2명이 임원으로 있다면, 충분한 현장 관리가 가능함. 


하지만 그들을 알기에 하나 걸리는게 있으니. 




그들은 기술은 뛰어날 지라도 주변을 관리하는 매니저의 자질은 부족했음. 


좋은 형으로써 정으로써 아랫 직원들을 안아 줄 순 있을지언정, 


외주 관리나 한번씩 매를 들어야하는 상황에서 너무 정에 치우쳐 냉정하지 못했음.




[사람간의 '꾀'가 부족하다고 할까..?]




매니저의 자질은 훈련 될 수 도 있겠지만 어려움. 


이런건 타고나는거지.. 냥이 형이 현장을 같이 뛴다면 그런 관리가 가능하겠으나, 


냥이 형은 경영과 영업 전문 아니던가..




냥이 형: 마지막으로…하아…이분은 OO야. 니가 좋아하진 않겠지만. 


그 시절로 판단하지 말고 꼭 한번 만나보고 판단해주길 바래.  


OO이형이야. 이분도 내가 3년을 쫓아 다녀서 겨우 모셔왔어.




나: 꾀돌이 O대리!?!? 중국 첫날 전화기에 대고 내가 쌍욕 박았던 그분!? PM의 오른팔!?




냥이 형: 어 맞아^^ ㅋㅋㅋㅋ




꾀돌이 O대리..일단 그는 2013년도 명실상부 프리더 최종형태 였음. 


이상하게 OO테크는 직원들 진급을 더럽게 안시켜줌. 


그 회사의 대리급 실력은 다른 회사의 부장급임. 




PM이 당시 직급이 과장 이었고, 웃기게도 과장 위로는 없었음. 


뒤로 밀려나 뒷방 늙은이 취급받던 바지 이사가 하나 있긴 했지만..


어쨌든 저 백기장군 같은 PM도 꾀돌이 O대리 눈치를 봤었음...ㅋ




당시 꾀돌이 대리는 나보다 4살 많은 32세였음. 


그도 당시 아들이 둘 있었는데 3살 6살이었음.




생각해보면 그도 성격이 좋을래야 좋을 수 없었음. 


가족들 놔두고 1년 넘게 해외에서 기러기로 살아야 했으니.


박 주임과 마찬가지로 와이프 눈치보고 처가집 눈치봐야 하는 불쌍한 젊은 가장이었음.




생각해보면 제조팀에는 젊은 아빠들이 참 많았음. 


그런 그들이 해외에서 매일 새벽 퇴근에 주말도 없이


몇달씩 일하다 보면 당연히 주변을 살갑게 챙길 정신적인 여유가 있을리 만무함..




다 OO테크가....회장님이 OOO인거지..




꾀돌이 O대리는 나와 감정이 그닥 좋지 않았음. 


그는 PM의 제갈량 역할도 수행했기 때문에 나와 항상 전략적 머리 싸움을 해야 했으니..


서로 전사 메일을 이용해 뒷통수를 쳐가며 6개월 중국 생활을 했었음.




그러나 실력으로 본다면 그는 당시의 제조팀 사원, 주임급들에게 


직접 기술을 가르치던 잘 훈련된 조교였음. 




그리고 맷돼지 같이 앞만 보고 달리는 여느 제조팀들과는 달리 주변을 살피는 눈이 있었고, 


사람들 간의 갈등 사이에서 막힌 부분을 뚫어주는 다리 역할도 잘 수행하는 


매니저 역할도 잘 하는 사람이었음. 




단지 나와 사이가 안좋았을 뿐. 


필요할 땐 그는 내게 먼저 다가와 절충안을 내어 놓기도 했고 협력하기도 했음.


그리고 그 결과는 항상 '해결'.




냥이 형은 그의 존재가 나와 가장 껄끄럽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반대였음. 


만약 그의 이름을 듣지 못했다면 나는 오늘에 일을 한귀로 듣고 흘렸을 거임.




꾀돌이 O대리의 존재는 내게 있어, 저 회사의 약점이 메꿔지는 느낌이 들었음. 




사람하나 없다고 회사 망하는거 아니라고 하겠지만, 본인은 인정했음.


저 꾀돌이 O대리가 없으면 제조팀은 무너진다...




그는 내가 인정하던 몇 안되는 ‘적’ 이었으니까. 


그는 지는 게임은 하지 않는 사람임.




저 멤버들이 임원들로 있다면, 확실한건 해볼만한  게임이 된다는거임.


저들은 기본적으로 병력 양산 능력도 갖추고 있기에 밑에 직원들도 잘 키움. 


아웃소싱이라고 하지만 저들이 키운 멤버들이라면 어딜가서 배척받고 일못한다 쫓겨날리는 없었음.




나: 확실히 그 멤버라면 설비에 있어서는 꿀릴데가 없겠네요. 그럼 제어는 어떻게 처리 하게요?




냥이 형: 최 대리, O택이형. 두 사람도 회사 차렸어. 우리 사무실 옆에 있지^^




음..OO테크 제어팀. 이 사람들 실력이야 말하지 않아도 아는 PLC 장인들이다..


그렇구나..8년이 지났다. 결국 그들도 자립했구나..




[가슴에 용기사 문양을 품고있던 O택이형..결국 자립하고 사장이 되었음..]




나: 그럼 광학은요?




냥이 형: 너 민수형 알지?




나: 아..그 O정 공장 붙박이…제발 좀 딴데 보내달라고 울부짖던분 ㅋㅋㅋ 


사람이 참 서글서글하니 좋았죠^^




냥이 형: 그 형 지금 광학업체 차렸어. 그전에는 OO비전에 다녔는데, 


거기 광학 기술팀 멤버들 다 데리고 나와서 그 역시 우리 근처 사무실로 넘어왔지. 




OO비전…저 회사는 버 튀어 주임이 두번째 이직해서 다니고있는 회사임. 


얼마전 버튀어 주임이 폴란드 출장 가기전에 내게 했던 말이 있었는데. 


자기 회사가 지금의 우리 회사처럼 망조가 들고 있다고. 




그 첫 시작이 광학 기술팀의 해체라고 했음. 




업계가 알기로 OO비전 회사의 광학기술팀은 여느 검사 회사의 광학기술팀과는 달랐음. 


멤버 구성원 하나 하나가 석박사급 이상으로, 실제 광학 기기의 설계가 가능한 연구자급 수준이라고.  


그랬던 광학기술팀이 단체로 회사를 그만 둔 거임.




냥이 형의 말이 신뢰가 갔음. 이미 풍문으로 들은 내용과 일치했으니까.


그들이 단체로 그만둬서 회사를 차렸다니..




그 멤버중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다는게 신기했고, 


그들이 차린 회사라면 광학적으로 부족할게 없다 생각이 들었음.




냥이 형: 그리고 너 O.O.I 알지?




나: 알죠..ㅎ 보니까 쪼맨하던 카메라 쟁이들이 엄청나게 컷던데? 거의 앤O전 급으로 컷더만? 




냥이 형: 그 사람들도 여전히 형이랑 친해. 여차하면 거기다가 처리해도 되고^^








***




[묘한 기분을 느낌..내가알던 세상이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




결국은 모든것이 저 지옥같은 제조회사 OO테크에서 시작한것 같았음. 




그들은 그렇게 현장에서 스파르타식으로 갈아 넣어지고 


각자의 분야에서 만렙들을 찍어간 것이며. 




그들이 성장하고, 각자의 살길을 찾아 홀로 서기를 시작했음. 


사장이 되거나, 관리자가 되거나..




그리고 OO테크에서 함께 구르고 구른 인물들은 품앗이를 하며 서로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면서 


지난 8년간 크고 있던 것이었음. 그들도 나와같이 열심히 달려온거임.






OO테크라면 가장 더러운게 부서장 미팅이었음. 


공식석상에서 부서장들은 부서별로 무슨 원수진것처럼 물어뜯고 싸움.


완전한 정치 쇼!!




마치 100분토론 참여 직전 대기실에서 두런두런 농담하던 패널들이...


토론때는 잡아먹듯 싸우는것 처럼. 


그래놓고 토론 끝나고 나면 같이 국밥한그릇 먹고가는...ㅋㅋㅋㅋ




문제는 그들의 정치 쇼! 이후였음. 


막상 부서장을 제외한 밑에 직원들은 이유 없는 '적대감'에 휩쓸려, 


현장에서도, 사석에서도 서로를 미워하고 할퀴어 대었음. 




마치 무지몽매한 백성들 마냥...부서장을 향한 '실체 없는' 충성심?


그걸 지켜보며 극혐하던 나였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런 무지몽매한 백성들도 성장을 하나봄.


업무 경험과 능력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그들도 시야가 넓어져 보이기 시작하는거임. 


막연히 적인줄 알았던 상대방의 가진바 '능력'. 




그리고 그 능력을 '인정' 하게되면 '백성'의 위치에서 토론참여 '패널'로 전직을 함. 


'공' 적으로는 싸워도 '사' 적으로는 일끝나고 국밥한그릇 할 수 있는 사이들이 되어가는거임.




지금의 그들을 보니 결국 사람들이란, 사회생활이란....뭔지 깨달아졌음. 


일시적인 '적'이었을지는 몰라도 평생 '원수'는 아닌거지..




저 드러운 정치판에서 살아오던 OO테크 사람들이, 


각자 독립하고 살아가려고 하다보니, 믿을만한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데..


자기들 '능력'만 가지고는 살아지는 세상이 아니었던 거임.


 


그럼 그들이 못하는걸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 사람들이 결국 아웅다웅 현장에서 그들과 싸우던 '적' 들이었던거 같음.




지금의 OO테크 사람들 상황은 서로의 '적'을 찾아가 소주 한잔하며 


같이 살아보자고 뭉친것 아니겠음? 




생각해보니 나도 제조팀과 '적' 이었으되


공통의 목적을 위해 협력하기도 했고. 싸웠지만 원수를 지진 않았음.


'선'은 지켰으니까.




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능력'을 인정했었고..


아마 그들도 내가 한 업무는 '인정' 했으리라.. 




그간 나름의 '필터링' 기술로 함께해야 할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고 살아왔음. 


그럼에도 뭔가 10% 부족한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 그게 뭔지 알것 같음.






***






그런 생각을 하니 무언가 ‘세상의 흐름’ 을 보는 기분을 느꼈음. 


나 역시 OO테크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까. 




조립, 물류, 제어, 전장, 설계, 광학.. 


설비에 있어 핵심인 파트들이 그렇게 메꾸어 지는 기분이 들었음. 


그들에게 단하나 없는것은 바로 프로그램. 




그곳에서 갈리고 갈리며 가슴속에 분노를, 기술에 대한 갈증을 키웠고. 


지금의 이 회사에 와서 미친듯이 나를 갈고 닦았음.




지금의 나 역시 건방질 지는 모르지만 ‘현경’의 경지를 개척했음. 


만렙은 아닐 진 몰라도 적어도 이 회사에서는 내가 만렙임.




과거 지옥같은 OO테크의 ‘조립 부품’ 들이 각자 이 업계를 버티며 8년동안 성장했고, 


저마다의 분야에서 만렙을 찍고 새로운 한 장소에서 모이기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음. 




그래...정말로 뭔가 사회 생활의 흐름을 느끼는 기분이었음.


우리가 사는세상은, 신입때는 회사의 단순한 소모품들 이지만...


지속적으로 열심히 공부한다면 각 분야에 알맞는 부품이 되어, 


서로 인연을 맺고...언젠가는 필요한 부품끼리모여 잘 달리는 '배' 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




지금의 회사 창립 멤버들이라고 무엇이 다르던가? 


결국 기존 사장님 밑에, 현재의 O사장, 연구소장으로 시작했고, 필요한 비전총괄전무를 불러


함께 일을 시작했음. 지금이야 가라앉는 배가 되었지만....




그들도 한때는 '보물'을 찾아 모두가 파티를 하던 순간도 있었음. 




한 직장인이 사원부터 시작하여, 임원이 되는일이 쉬운가? 


아마 거의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임.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아는 임원들이 일반인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는가?


내가 볼땐 그저 똑같은 사람일 뿐임. 


하지만 한가지 다름은 있음. '보물'을 찾아본 경험....




햄릿, K이사를 보라.. 완전 모지리 새퀴들이라도....


그저 단순히 '시기', '날씨' 를 잘 만나도 임원을 달 수 있음.


하지만 항해라는건 그런거임. 시기 나 날씨 잘 맞추는것도 실력이 될 수 있음.




'시기'를 보는 눈이 있냐 없냐에서 임원과 일반직원이 달라지는 점 같음.






***






직장인이란....




지금 햄릿의 나이 40대 중반, K이사 43~44살정도....


비전총괄전무, 사장님 연구소장님 50대 초중반...




아마 임원이나 창립멤버가 아니었다면 현장 수명이 끝난 직장인 테크......


이들은 모두 항해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던거임. 


우리같은 일반 선원들은 그저 그들의 결정대로 함께 흘러갈 뿐.. 아무리 뭘 하고싶어도


'능력' 만으로는 안되는게 있다는걸 이번에 느꼈음.




결국 임원이 되지 못한 직장인(선원들)의 수명이란....


40대 중반을 넘어서면 위태로울 수 밖에 없음. 노 저을 힘도 없을지도.


그러니 포청천은 열심히 해먹는데 치중을 했을테고..




잘 보이지 않던 내 방향이 무언가가 보이는 기분....


현재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우리 회사...거기서 설령 연봉을 6000 맞췄다고 치자...


내가 열심히 하여 회사를 부흥 시켰다고 쳐보자. 


그런다고 나에게 '항해사 자리'를 줄까? 




[아니..절대...]




적어도 이 회사에서는 '항해사 전직'은 불가능한 일이었음.


그걸 알게 해준게 햄릿이사...내리막길의 회사 분위기..




장점이 있다면, 이 회사에서 나는 선원으로서 완전한 적응이 되어 있는것. 


정말 편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음.




이대로 편함에 안주해서 얼마 남지않은 회사생활을 보내는게 맞는건가...


지금 받는 연봉이야 다른 회사에 가도 똑같이 받을 수 있을거임.




연봉이 같다면...최소한 '성장'의 희망이라도 있는 곳으로 가는 모험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모험을 하면 '보물'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실패하더라도, 죽음이 아닌 이직이 되겠지..아직은...그러나 몇년이 더 지난 후에는 나 역시도


모험을 하기엔 두려운 나이가 되어 버릴거임..




언젠가는 나도 늙고, 지금 한창 돌아가는 RPM을 내지 못하는 시기가 올 거임.


'기술' 과 '업무능력' 만으로 과연 몇살까지 버틸 수 있을까? 내 기술이 유일무이 유니크한 기술이면 모르겠음.




하지만 내 '기술'은 그렇지 않았음. 반편이 기술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음.


내가 수학자 만큼 수학을 잘 하는것도 아니고,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 할만한 연구 경험이나


성과도 없었음. 




AI가 대세라고 하지만, 과연 그 수학적 알고리즘을 계산하여 네트워크를 직접 설계


가능한 기술자가 우리나라 현업에 몇이나 있을까? 




대다수의 프로그래머들은 그저 주어진 아이템들을 잘 활용하여 프로그램을 잘 만든다는것 뿐.


나 역시 그 대다수의 프로그래머일 뿐이었음.




이제서야 느껴지는 생각. 


기술이 좋은것과, 보물을 찾는건 다른 문제임.


나는 싸움만 하고 살아온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살아 온건지도..?



능력있는 사람들에게 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아온것. 그게 비록 '적' 이었다고 해도..


사람들이 보물을 찾아 떠날 때, 내 '역할'에 대한 신뢰를 쌓아온거임.




과거의 '적'들이 나한테 항해사 자리를 준다네? 






***






문득 내 사회 생활의 방향을 돌아보게 되었음.


나는 무엇때문에 지금까지 열심히 해온건가? 프로그램이 좋아서?


좋아하긴 했지. 근데 정말 좋아했다면 햄릿의 연봉 장난에 이렇게 현타가 왔을까?


결국은 '돈' 이었음. 프로그램을 잘 하면 그만큼 '돈' 도 올랐으니까 재미가 있었던것.




결국 사회생활이란...'돈' 을 버는 생활 임. 그리고 최종 목표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은것.


안정감을 얻게 된 후에도 내가 프로그램을 할 지는 모르겠음.



기술이 좋다면 젊은 시절 '안정감'을 얻을 수 있음. 


하지만 이 역시 영원하지 않은것.




파고 파도 끝이 없는것이 '기술' 아닌가. 


결국 가장 안정감이 높은건 바로 '돈'.




지금까지 단순히 지지않기 위해 '기술'을 공부했음. 


그러나 이날 부로 그 개념이 바뀌었음.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당장 내가 가진바가 없으니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며 기술을 익히고 내 '몫' 을 하며 기다리는 거임. 


언젠가 올 '보물을 찾을 기회'를. 




그리고 내가 내 몫을 할 수 있을 때,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생김. 


저 사람도 자신의 '몫'을 하고 있구나...하는.




그렇게 각자의 '몫'을 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협력하다보면


언젠가는 이 기술로...월급쟁이로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될 시기가 올거임.


그때부터 제 몫을 하는 사람들 중에 '기회'를 만들어내는 모험가들이 하나, 둘 생기는 거임. 




사회에서 인간관계는 무조건 둥글고 참아내며 잘 지낼 필요는 없음.




대신에 기억해야 할거 같음. 


절대 사회생활은 혼자 하는것이 아니라는것.




제 '몫'을 하는 사람들이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나를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드는것. 


아니면 내가 '기회'를 만들었을 때, 나를 믿고 따라 올 수 있도록 만드는것.




내 할일을 열심히 하고, 시간이 된다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것.


혹여나 싸움을 하더라도 '선'을 지킬 것. 




그렇다면 지금은 적일 지라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새로운 인연으로 마주칠 수 있다고 생각함.




[나에게 '모험'이라는 바람이 불어왔음.]






***






8년 전의 냥이 형…28살 짜리 젊은 풋내기가 


품에 인삼주나, 참치 세트 따위를 바리바리 싸들고 


이곳 저곳 하청 업체 아저씨들 퇴근하는 길이면 따라 다니며 


손에 하나씩 쥐어드리던 모습이 생각남. 




당시 회사 사람들이 저 새끼는 80년대 영업하고 있다고 


영업질을 할꺼면 고객사에 가서 해야지, 


발 밑에 하청한테 꼬리 흔든다고 비웃고 손가락질. 할 때도 


아랑곳 없이 뛰어다니던 사람이었음.




나는 당시 그를 보며, 저 사람은 회사를 위해 영업하는게 아니라 


‘자신’을 위해 영업을 하는 것으로 판단했음. 


그의 심계가 깊다 생각했었음.




그 결과는 8년의 시간을 지나 나타났음.




하청업체라고 해서 영원히 하청으로만 살지는 않음. 


결국 8년이라는 시간동안 당시 OO테크 밑에 있던 업체들은 덩치를 키웠고, 독립하기 시작했음. 


냥이 형은 우리가 그들을 내려다 보던 시절에 그들에게 허리를 숙이며 마음을 사 놓았음. 




그리고 그들을 통해 수주를 따고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회사를 키운거임.




그리고 내 생일과 결혼 기념일 까지 챙길만큼 사람을 섬세하게 관리했음. 


비단 나에게 뿐만 아니라 그가 점 찍어둔 모두에게 그렇게 했을거임. 


그는 오래전 부터 바둑을 두고 있었던거 같음. 




그정도의 시간동안 꾸준하게 준비하고 사람들을 챙겨 온 사람이라면 나도 인정 할 수 밖에 없음.




[좋다..한번 가서 직접 봐보자.]




나: 형. 그럼 회사에 연차 낼테니까. 저한테 사람들 좀 보여주세요. 한번 보고 판단해 보겠습니다.




냥이 형: 야. 오지마. 형이 태우러 간다.




나: 아뇨. 제가 갈께요. 그게 저도 부담이 덜해요^^




냥이 형: 알았어..ㅋ 그럼 날짜는 XX에 보자^^.




나: 아직 결정한건 아니니까, 너무 부담주지 마요 ㅋ




냥이 형: 와서 봐주는것만 해도 감사하지. 그래도 OO회사 최연소 팀장 아닌가!? ㅋㅋ




나: ……..^^;;






***




나는 사무실로 올라가 하루 연차를 냈음..




그리고 향했음.  과거 그 지옥과 같았던…


내 첫 사회초년을 시작했던 천O의 4공단으로..




과거의 '적'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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