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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하십니까'가 사회속에 끊임없이 '안녕하게' 남기를 바라며
게시물ID : sisa_4618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니플라이
추천 : 1
조회수 : 2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2/14 12:31:41
['안녕들하십니까'가 사회 속에 끊임없이 '안녕하게' 남기를 바라며]

저는 운동권에 부정적인 사람이 결코 아니며, 운동권이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다는 생각따위 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침묵할 때 현장에서 외로이 활동하신 분들의 노력을 존경하고, 그러지 못해왔기에 한편으로는 죄송스럽습니다. 하지만, 지금 '안녕들하십니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지금 '안녕들하십니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근본적인 공감과 성찰을 이끌어내는 것이지, 한 순간 타오른 에너지를 기회삼아 특정한 곳에'만' 쏟아붓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싸워왔던 분들께는 언제까지 참아야 하느냐, 이것 역시 급하지 않느냐는 비판을 들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운동권에서 생각하는 것들과 지금 시민들이 품은 문제 의식이 합치할 거라고, 어차피 운동권에서 개별 사안에 대해 열심히 알리면 제대로 알고 동조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십 년간 '모르고', '무관심해왔던' 사람들, 그리고 항상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눈높이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너무 많고, 구체적인 것을 기대할 수도, 요구할 수도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두렵습니다. 공감과 성찰, 그리고 참여의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이슈를 국한지었다가 실패한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단지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배신감을 느끼고 스스로가 가진 놀라운 가능성을 더더욱 믿지 못하게 될까봐 말입니다. 촛불의 실패에서 더 많은 정치적 무관심과, 사회 운동에 대한 반감과, 냉소와, 일베와, 박근혜가 태어난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운동권은 사람들이 문제로 보지 않았던 것들을 발굴해내고, 사회에 아이디어를 던지는 존재지, 위에서 사람들을 이끄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사람들을 이끌려고 시도한다 하더라도 결국 직접 참여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건 무슨무슨 지도부가 아니라 시민 하나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운동권은 너무나 열심히 싸워왔지만 사람이 죽어가도,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 흘려도, 매번 시민 하나하나의 침묵과 무관심으로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종자를 먹는 농부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녕들하십니까'가 구호를 외치고 직접적으로 어떠한 일에 개입하는 구체적인 행동이 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마음껏 털어놓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다면 '안녕들하십니까'의 경험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병든 세상에 저항하는 수많은 움직임들이 꽃필 토양을 다질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안녕들하십니까' 역시 한 순간 타올랐다 사그라들었던 수많은 불꽃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회 속에서 타오르는 '등불'이 되어, 안녕하기를 빕니다. 그리고 '안녕들하십니까'가 '등불'이 되었을 때, 시민들이 보여줄 행동을 굳게 믿습니다.

- 창훈 인문 13-

(아래는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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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운동권에 거부감 가지는 학우들의 의견이 무시되면 안된다고 봅니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많은 학생들의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운동권의 정형화된 형식과 레토릭에서 벗어나 대부분이 공감하는 답답함과 무력함을 대변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이번 행진이 운동권들이 자신들의 레토릭과 구호를 외치는 장이 되어버린다면, 자신들의 답답함을 토로하고 싶었던 일반학생들의 공간은 그만큼 좁아질 것 같습니다. 
운동권 학생들은 이런 식의 문제제기에 '순수함과 불순함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냐?', '답답하다고 말하는 것은 괜찮고, 신자유주의에 저항한다고 말하는 건 안되냐?'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오. 저는 운동권이 불순하다거나, 신자유주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들은 늘 운동권의 언어와 행동양식으로만 표현되어 오지 않았나요? 이제 스스로 발언할 용기를 얻고, 무엇이 문제인가를 진지하게 성찰하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곧장 당신들의 표현양식으로 동화시키려는 시도가 '폭력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는지. 
운동권이 이번에 고민하고 행동해야할 것은, 이 행진을 자신들의 방식과 목적으로 '견인'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숱한 대자보를 벽에 붙여왔음에도 '안녕들하십니까?'와 같은 반향을 얻지 못했는지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성찰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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