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엔.
불의에 맞서는 팔뚝과 정의를 갈구하는 심장이 있었습니다.
나 개인의 고민에 앞서 내가 속한 집단의, 사회의 부당함과 불의에 맞서고자 하는 열정이 넘쳤습니다.
10년이 지나는동안.
내 주둥이. 내 가족. 나의 삶을 지키는데 바빴습니다.
알량한 후원금.
심정적인 지지.
나의 한표.
나는 내 가치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데 내 자리에서 충분히 하고 있노라고 자위하였습니다.
어느날. 한 전직 대통령이 높다란 바위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나는 그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주장과 정책이 내 가치와는 맞지 않기에 그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현대사에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소통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그 어떤 정치인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열정이었습니다.
그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고 몇날 몇일을 술로 지새었습니다.
그리고는 곧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른 어느날.
하루는 유치장에 있었고, 다른 날은 거리에 있었습니다.
내 주권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산성을 쌓고 소통하려 하지 않는 사람에게 분노했더랬습니다.
이쯤 하면 충분히 되었겠지.
그리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난 안녕했습니다.
어느 가장이 노조탄압에 힘겨워하다 세상을 등졌습니다.
자본의 불의함에 맞선 자동차 공장 해직자들이 어마어마한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어느 국가기관은 수천만개의 댓글로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하였습니다.
부전자전일지. 그녀도 소통하지 않습니다. 독단과 독선이 넘쳐 흐릅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충분히 다 하고 있노라 생각했습니다.
어느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분노만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결국 불통하는 자의 소통하는 모습은 보지도 못하였습니다.
난 안녕하지 못합니다.
안녕하였다고 생각했지만. 안녕하지 못하였음을 후배님들 덕분에 알게되었습니다.
더이상 소극적이지 않겠습니다.
더이상 자위하지 않겠습니다.
더이상 분노만 하지 않겠습니다.
"씨발 5년만 버티면 되지"는 한번으로 충분합니다.
한살배기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습니다.
난. 안녕하지 못합니다.
이제. 안녕하려고 합니다.
후배님들. 감사합니다.
- 어느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