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번도 포켓몬을 그려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그릴 수 있는 단 두 가지 그림 중에서 하나를 그에게 다시 그려 주었다.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 뱀의 그림을. 그런데 놀랍게도 그 꼬마사람은 이렇게 답하는 것이었다.
"아냐! 아냐! 난 보아 뱀의 뱃속에 있는 코끼리는 싫어. 보아 뱀은 아주 위험하고, 코끼리는 아주 거추장스러워. 내가 사는 데는 아주 작거든. 나는 전설의 개 포켓몬을 갖고 싶어. 포켓몬 한 마리만 그려 줘."
그래서 나는 이 전설의 개 포켓몬을 그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살펴보더니
"아냐! 이 스이쿤은 벌써 몹시 병들었는 걸. 다른 걸로 하나 그려 줘!"
나는 다시 그렸다.
내 친구는 얌전하게 미소짓더니, 너그럽게 말했다.
""아이참..... 이게 아니야. 이건 라이코야. 뿔이 돋고....."
그래서 나는 다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그것 역시 먼저 그림들처럼 퇴짜를 맞았다.
"엔테이는 너무 구려. 나는 오래 싸울수 있는 전설의 개 포켓몬이 있어야 해."
그때, 기관을 분해할 일이 우선 급했던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아무렇게나 쓱쓱 그린다는 게 이 그림이었다.
그리고는 던져 주며 말했다.
"이건 상자야. 네가 갖고 싶어하는 전설의 개 포켓몬은 그 안에 들어 있어."
그러나 놀랍게도 이 꼬마 심판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이 아닌가.
"내가 말한 건 바로 이거야! 이 전설의 개 포켓몬 을 먹이려면 풀이 좀 많이 있어야겠지?"
"왜?"
"내가 사는 곳은 너무 작아서....."
"그거면 충분해. 정말이야. 내가 그려 준 건 조그만 전설의 개 포켓몬 이거든."
그는 고개를 숙여 그림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작지도 않은데..... 이것 봐! 잠이 들었어....."
나는 이렇게 해서 어린 왕자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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