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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다 깨지는 않고 도마쪽 스토리까지 가긴 했습니다만
창천의 스토리를 너무 감명깊게 봐서(등장인물, 대립구조, 이해관계 등등)
홍련의 해방자 스토리도 꽤나 기대했습니다만, 일본이 식민지와 해방을 다룬다는 논쟁거리를 제외 하고도 그냥 구성이나 모든게 엉성했습니다.
'이게 여기서 왜 나와', '이게 왜 이렇게 되는거지' 같은 생각은 저만 하는것두 아니더라구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몇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알리제란 캐릭터의 이중성(+해적에 대한 로망)
림사에서 쿠가네로 떠나게 되는데, 마땅한 배편을 찾을 수 없자 할 수 없이 해적세력 중 하나인 백귀야행 해적단의 배를 타고가게 되죠. 여기서 알리제란 캐릭터는 대놓고 바다에서 노략질이나 하는 해적따위의 도움을 받는것에 대해 굉장히 분개하며, 배로 항해하는 내내 백귀야행의 두목인 카르발랭을 비꼽니다.
그런데 어랍쇼? 홍옥해에 도착해서 만난 형제해적단에게는 그런 적의를 전혀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차피 형제해적단도 따지고 보면 쿠가네와 도마 사이 길을 막아놓고 뱃세나 받아먹는 단순 해적에 불과한 애들입니다.
자기를 여기까지 오게 도와준 해적들은 못비꼬아서 안달이던 애가 그냥 지나가는데 길막고 뱃세나 빼앗는 또다른 해적을 보고도 비아냥 한 마디도 안나온다? 이 설정붕괴는 뭘까요?
그리고 일본은 왜그렇게 해적에 대한 로망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해적은 해적이고 아님 아닌거지, 해적중에서도 굳이 의적이 있고 그게 뭐 마을사람들을 도와주고 이런 그 일본 특유의 '얘도 사실 알고보면 좋은녀석이였어'로 결론이 나는지(사실 진짜 마을사람들 입장이라면 그냥 해적이 자기네길 막고 멋대로세금떼먹는데 도와준다고 좋아하려나요?; 당장 우리나라 시장에 있는 상인들이 사실 그지역 조폭들을 좋게본다는 설정만큼 어처구니 없는 설정으로밖에 안보입니다;) 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2. 스사노오의 뜬금없는 출현(과도한 일본뽕)
파판 세계관 설정상 야만신의 소환은 보통 매개체와 그 야만신을 바라는 소원 이 두 가지로 이루어집니다. 매개체는 보통 크리스탈이고, 소원은 그 야만신을 바라는 수많은 원념에 의해서 이루어지지요.
근데 스사노오는 그딴거 없습니다.
솔직히 매개체야 그렇다고 칩시다. 꼭 크리스탈을 사용해야지만 나온다는 법도 없고, 쌓여있는 보물 중에 크리스탈의 기운이 있는것이 있었을수도 있지요.(물론 영상 분위기봐서는 아무리봐도 그냥 일본의 삼신기에 의해서 소환된걸로밖에 안보이지만)
근데 제일 중요한 '소환자'가 없습니다. 그냥 지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겁니다. 그것도 단지 심심하다는 이유 그거 하나만으로도요
타이탄과 라무의 경우는 보호해달라는 아이들의 요구를, 이프리트와 가루다와 리바이어선은 적을 없애달라는 요구를, 시바는 용족전쟁을 끝내려는 요구를, 비스마르크는 악을 정화하는 수호신으로서의 존재 등등. 지금까지 야만신 중 어떤 야만신도 그 종족의 소원이나 기대에 응해 드러나지 않은적이 없으나, 스사노오는 그저 자기가 나타나고싶어서 나타났고 자기가 하고싶어서 하는 것 뿐입니다. 물론 스토리 설명 상으로는 보물을 뺏기기 싫었던 붉은등의 염원이 들어가있다고는 하나
소환되자마자 '흠 그럼 누굴 도와줄까'라고 하고, '이번엔 두 개를 먼저 모은 거북이를 도와주지'라고 이야기한 자체부터가 솔직히 자기들을 보호해달라는 원하는 원념에 의한 소환하고 전혀 관련없다는 얘기밖에 더 안됩니다.
거기에 소환매개체는 칼,거울,곡옥이라니.
그냥 지금까지의 야만신하고 또 그 소환방식과 이해관계도 혼자 너무 동떨어진 느낌입니다.
거기에 엄밀히 말하자면 굳이 스사노오가 나오는 스토리가 없더라도 그냥 진행되고도 남습니다.
붉은등 집단은 모험가가 쳐들어 가는 곳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제국군에 합류되어있는 애들을 중간에 쳐내는거기 때문에 붉은등애들이 적극적으로 야만신을 소환해서 도마를 밀 이유도, 모험가가 쳐들어오지도 않으니 야만신을 적극적으로 소환해서 막아야될 이유도 없고 애매하죠.
차라리 제국군에 의해 또는 모험가측에 의해 위기를 느낀 붉은등이 소환했다 이럼 모를까 이건 그냥 아 심심한데 나와서 좀 놀지 ㄱㄱ 이런 선례가 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계관 설정상의 야만신하고는 너무 혼자 동떨어져서 노는느낌밖에 안듭니다.
그냥 제 눈에는 어떻게든 일본과 관련된 야만신 하나 겨우겨우 우겨놓을자리 아무대나 가져다 박아서 갑툭튀 등장하는걸로밖에 안보입니다. 안그래도 파판14 오리지널 야만신이라고 하는군요.(다른시리즈에 등장 전무)
3. 평면적인 스토리라인(훌륭한 리더와 복수에 찬 악인)
이쪽부분은 완벽히 제 주관이긴 합니다.
그냥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식민지가 되본적이 없는 나라답게, 식민지의 상황이란건 그저 자기내들이 글로 예상한 범주밖에 못써내려가는 스토리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들었습니다.
구조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선대 군주의 해방과 독립의 의지를 그대로 이어받은 젊은 군주인 히엔과, 최하류층으로 괴롭힘만 받다 복수심 불타던 중 '우연히' 최고의 위치에 올라 자국을 괴롭히는 요츠유.
잘생기고 백성을 생각하며 카리스마로 충신들을 거느리며 무예도 뛰어난 사무리이인 히엔은
어렸을적 부모로부터 학대만받아 그로부터 복수심을 키워 우연히 선택받아 복수하는 요츠유.
자, 실제 식민지 역사들과 비교해보면 뭐가 보일까요?
그렇죠. 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백성과 해방 하나만을 바라보는 지도층'의 모습입니다.
사실 식민지가 되고나면 가장 빠르게 수긍하고 적응하는건 지도층입니다.
말 그대로 본인들에게 그전까지의 생활을 유지시켜주겠다는데 그걸 굳이 마다할 이유가 크게 있을까요?
오히려 핍박을 크게 받게 시작하는쪽은 일반 서민쪽들이죠. 그렇기 때문에 해방운동은 대체로 지도층에 의한 운동보다 서민층에 의해 주도되는 운동이 많습니다. 특히 지식층이 아니라 그냥 기득권층에 가까우면 더더욱 그렇구요. 당장 우리나라 역사만 봐도 친일파로 붙어먹은사람이 얼마인데요. 한 국가의 몰락과 해방을 논하자면 이런 지도층의 타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나오지 않으면 이상할정도의 수준입니다.
하지만 도마에는 그런 이야기는 없습니다.
좀 더 현실적으로 고뇌와 갈망을 보여주고 싶었으면, 최소한 타락한 지도층에 대한 혹은 타락하거나 배신한 지도층이 나와야되는데 도마는 정-----말 클린합니다.
오직 후계자인 군주는 백성만을 위하며 해방만을 꿈꾸고, 그 군주를 따르는 신하들은 그 충성을 바쳐 배신하지 않으며, 그 군주를 따르는 시민은 아무리 절망에 빠져있어도 그 군주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현실에 절망했던 사연있는 여자는, 복수에 날뛰는 복수귀가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한마저 미래의 발판으로 나가게 되는(너의 한을 내가 잘 들었다. 다시는 없게 하겠다) 그렇게 죽음과 함께 거두어지는 스토리가 되죠.
정말 이상적이죠. 근데 정말 비현실적입니다. 그냥 딱 동화에서나 나올만한 스토리죠. 애초에 판타지인데 많은 것을 바란다구요?
이번 스토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생각보다 해방운동에 대한 사람들의 좌절과 절망, 배척, 실패 등을 보여주는데에는 꽤나 많은 노력을 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파판측에서도 그냥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라 고뇌와 어려움, 현실등을 담아내고자 노력했다는거죠.
그런데 도마스토리를 통해 이러한 고뇌와 어려움은 그저 설정하기 나름이 아닌가?라는 이상한 의문으로 바뀌게 되어버립니다.
그냥 이쯤되면 그 앞에 해방운동 어쩌고 하면서 시민들이 절망한 이야기도 뭐 그렇게 절망할거 있나?라고 느껴질 정도네요.
어차피 그를 구원해주러 오는 구원자들의 설정부터가 뭔가 이질적인 비현실성의 느낌이 드는데, 그냥 당하는 사람도 계속 희망을 바라는 국민들의 설정도 잡으면 그만 아닌가요? 왜 뭐 어떤상황에서도 배신을 하지 않는 지도층처럼, 그냥 끝까지 개털리고도 희망을 잃지 않는 국민도 있을 수 있지.
그러나 도마 스토리를 다 보고 느낀점은 한마디로 나름 고증을 열심히 하려고 했던 흔적이 보이는건데, 개인적으로 그냥 딱 보이는건 거기까지였던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드네요.
그 외에도, 위에 언급한만큼의 엉망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소설적 허용 가능부분)
거기에 자기랑 전-혀 관련도 없는(하다못해 고향이 침입을 받은것도 아니고, 그냥 위험해질 것 같은 느낌만 들어서 나간게 전부인) 도마에 그 주군에 목숨바쳐 충성하는 알 수 없는 유우기리의 설정과
이방인임에도 부족대표로 용병이 됐음에도 승자가 되고 그 승자가 시키는일에 고분고분 다 따르는 아우라들의 이야기라던지
(고등학교 시험 1등을 가려내는 시합에서 갑자기 대학교수를 모셔오더니 거기서 1등한다음에 응 내가 전교1등 ㅇㅈ? ㅇㅇㅈ 하는 요상한 분위기)
거기에 뭔 그냥 일개 개인인데 최소 한 교실너비만한 크기의 지붕이 무너져내리는데 그걸 어깨로 받치고 버티는 사무라이의 위엄에 (그냥 말 그대로 일개 늙은 노인 한 명이 버팀)
창천의 스토리가 그 어느쪽의 선택과 그 어느쪽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고뇌가 잘 느껴진다.의 느낌이였다면,
홍련의 스토리는 그 어느쪽의 선택도 그 어느쪽의 입장도 그냥 자기들 들쭉날쭉 기준에 불과한거라 이해가 안간다.라는 느낌이네요.
그냥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스토리를 개인적인 감상으로 정리하자면
정통 일본식 RPG스토리의 정점! 꿈과 희망의 빛의나라로 뾰롱뾰롱 파이널판타지로 오세요!
입니다.
용시전쟁을 끝낼때 느꼈던 아련함과 복잡한 심정, 특히 DragonSong 가사의 말미를 장식하는 니드호그의 독백을 들으면서 느꼈던 그 감정과는 아주 먼 거리를 두게 된것 같아 앞으로 진행될 스토리도 크게 기대는 안되네요. 그냥 후딱밀고 채작이나 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