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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119
게시물ID : soda_69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107
조회수 : 7795회
댓글수 : 42개
등록시간 : 2024/05/17 1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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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유독자님들...;;

글을 올렸다가 황급히 지웠습니다 ㅋㅋㅋ 재밌자고 올린 글에 회사명 노출이 되어버려서...

조언해주신 독자님께 압도적 감사를 드립니다. ㅠㅠ

 

아쉽네요...그 후기를 쓸 수 없다니...ㅋㅋㅋ

없던얘기가 아니니 꿀릴건 없지만, 까딱하면 위험하여 급히 이전글 삭제를 했습니다.

추천 주셨는데 너무 죄송합니다 ㅠ

 

-------------------------------------------------------------------

예전부터 궁금했음. 팀장이되면 매주 월요일 아침 사장님을 만나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떤 보고와 지시를 받는지.


그리고 처음 미팅을 들어가서 

1파트와 2파트의 업무보고를 들으며 황당한 기분을 느꼈음.


그들의 보고 내용만으로 따진다면 너무 잘 돌아가는 1, 2 파트였음.

그리고 쓸데없는 살이 너무 많이 붙어있는 업무 내용들..


이대로만 보면 우리 파트나 1, 2 파트나 업무량이 비슷해 보였음.

그리고 사장님의 태도를 보았을 때, 그다지 세심하게 업무 내용을 보는것 같지도 않았고..


본인이 비전팀을 통해 듣기로 고객이 어떤 요구를 했는데

1, 2 파트 내에서 답변하지 못하고 지지부진 시간만 끌고있는 그런 항목들은

애초에 보고서에 기입 되지도 않았음.


유독 우리 3파트의 보고 내용만이 업무 중 에로사항이 많았음.

그렇다고 단순히 이런 문제가 있으니 협조를 바란다 이런 보고는 아니었고


이런 문제가 있어, 팀장으로서 어떤 판단을 하였고. 어떻게 조치를 내렸다는 내용.

혹은 이렇게 조치를 할 예정인데 사장님의 판단은 어떠한가에 대한 내용이었음.


그러다보니 보고를 받는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1, 2 파트에게 따로 해줄 말이 없었음.

잘 하고 있다는데 무슨말을 하겠음?


사장님이 하는 말은 매번 비슷했음.


'진짜야? 아무 문제 없어? 정말!?'


'이상하네. 팀장들이 일을 너무 잘하는거야? 아니면 일이 없는거야??'


사장님은 일단, 관리자의 느낌이 나지 않는 천상 기술자였음. 

게다가 회사가 잘 되길 바라는것 같으나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음.


뭔가 이슈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말해주지 않으면 따로 나서지 않는..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음. 


뭐랄까? '방어' 만 하지 '공격'은 하지 않는 느낌??


회사가 합병되며 스톡옵션을 든든하게 챙긴 무쌍이는 내 의문에 이런 얘길 해줬음.


무쌍이: OO씨. 사장이라고 해서 기존의 주식을 바로 다 팔아먹고 퇴사하진 못해요. 

얼마간의 시간동안은 주식을 못판다는 거죠. 제가 볼 때는 4~5년정도 회사에 남아서

뻐기다가 때가 되면 한덩어리씩 팔아먹으면서 정리할꺼에요.


나: 음...그럼 더이상 회사를 키울 생각이 없는거네요? 떠날 마음 먹은건가...?


무쌍이: 네. 높은 확률로. 딱 O사장은 지금 주식가치 유지하는 정도로 유지하려 할껄요?


나: ................


무쌍이: 그러니까!! 제가 오라고 할때 오셨어야죠!!! ㅋㅋㅋ


나: 뭐...산입에 거미줄이야 치겠습니까. ㅎㅎ 사장이 나간다고 해서, 기존의 사업이나

고객사가 없어지는건 아니잖아요?


무쌍이: 그렇긴 하죠. 그냥 경영권자가 바뀌는거긴 한데.. 

생각해 보세요. 예전부터 그 회사는 연구소장님, 사장님께 절대적으로 의지해왔고, 프로그램 베이스도 다 그분들 꺼잖아요? 

지금이야 OO씨가 나서서 불 끄러 다녔지만. OO씨 없어도 사실 사장님 한분으로 다 처리 되잖아요?

그런 모지리 인력들 뿐인데 만약 사장님 안계시면 과연 흔들림이 없을까요?


나: 저는 안흔들리는데요. ㅋㅋ


무쌍이: OO씨 팀 빼고 다 박살날껄요? ㅋㅋㅋ


나: 그럼 그분들 베이스 말고,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해서 애들 데리고 각자 도생해야죠!


무쌍이: 하아..OO씨. 그런 플랫폼을 개발한다면 뭣하러 거기 남아요. 그거 들고 다른 좋은데

가서 새출발 하면 되는거지..그런거 만들어봤자 거기 있는 인간들은 먹튀할껄요?


나: ....................



[어둡다...]


[근데....사장 없다고 회사가 망하진 않아.]

 



***




매주 월요일마다 사장님 미팅은 사장님과 본인의 토론의 장으로 변했음.


사장님: 3파트장아. 여기 이 문제는 ~~~~이런 방향으로 진행하는게 낫지 않아?


나: 저도 그 생각은 해 봤습니다만, 그렇게 처리 될 시 여타 나머지 장비들이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비용을 받고 진행되는 일이면 모르겠는데 지금 고객은

이런 부분이 부족하지 않냐? 하는 식으로 말을 꺼내고 있거든요.


사장님: 이 장비만이라면 딱히 해 줘도 문제가 없지 않겠어?


나: 이게 이 장비만의 문제라면 그렇겠죠. 근데 OBA나 ADN, RBD 얘네들은 이름만 다르지 사실 

그 컨셉이나 용도가 거의 같은 동일 장비라고 보셔도 됩니다. 한곳을 그냥 해줘 버리면 나머지 장비

담당자들이 당연하게 요구해 들어올게 뻔하거든요.


사장님: 그래? 알았어. 그럼 이 부분은 3파트장이 적당히 처리해 보라고.


사람들: .................


사장님: 나머지 사람들은 할 말이 없어? 


사람들: 네.


사장님: 근데 이상하네. 유독 3파트만 특이사항들이 많이 나오는거 같아? D사만 유독 그런건가??


사람들: ..........................


회의를 몇번을 참석하며 느낀것이.........한나라 말 십상시....환관들에 의해 유린되는 왕이 떠올랐음.

우리 회사가 마치 삼국지 194년 군웅할거의 시대 마냥 조각조각 찢어져 전국시대가 된듯...


소프트웨어가 이딴식이니....저 비전총괄전무(동탁)가 난을 일으키고 

그들끼리 세력을 형성하여 회사를 주무르지 않나. 그에 분연이 반 동탁 연맹으로 일어선 본인..

그러나 실상은 우리 소프트웨어 내부의 십상시들이 문제였음.


*십상시: 무능한 개발자


햄릿과 렌야, 이과장은 사장님에게 항상 회사의 잘되고 있는 일만 보고했고

안되고있는 일은 애초에 보고 조차 하지 않았음.


사장님은 이곳에서 1차 미팅을 끝내고, 2차 미팅에 들어갔는데

2차 미팅이란 비전총괄 전무와 비전 팀장들을 따로 만나 다시 미팅을 하는것.


예전에는 소프트웨어 팀장들도 함께 참여했었는데, 

결벽증 팀장과 메가통 팀장 시절에는 이 본 미팅은 항상 소프트와 비전팀의 피 튀기는 설전이

오가는 싸움의 장이었다고 함. 


그걸 막고자 호카게 팀장 때 부터는 지금과 같이 

오전에는 소프트와 사장님 1차미팅. 그 후 비전팀과 사장님의 2차미팅 식으로 나뉘게 되었음.


과거 미팅을 나누지 않고 모두가 함께 모여 하던 시절...


비전팀 입장에서는 사업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자신들이고, 고객사 관리 또한 자신들의 

업무이기에 고객의 요구 사항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음. 


그런게 있다면 소프트웨어 팀에서 빨리빨리 처리를 해 줘야하는데, 늘 시간만 질질 끌고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사장님께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음을 보고 할 수 밖에 없었음.

그러나 막상 비전팀이 이런 보고를 한다는건 소프트웨어 팀에게는 '공격'이 되었음. 


곧바로 대응 할 자신이 없어서 자료 좀 찾아보고, 준비를 하고 있는중인데 

사장님께 바로 '얘네들이 일 안해줘요!' 하고 고자질 해버리는 것으로 받아들였음.


가재는 게편이라고..사장님은 항상 비전팀의 말 보다는 소프트웨어의 말을 더 귀담아 듣고는 했음.

그렇기에 10번을 싸우면 8번은 항상 소프트웨어팀이 이겼음. 


이런 패턴은 결국 비전팀에게 소프트웨어에 대한 불만 제기는 

사장님의 심기를 거스르는 짓이라는 인식을 알게 모르게 심어주었고..


현재 소프트와 비전팀의 미팅이 갈라진 시점에도 이 버릇이 남아

비전팀에서는 선뜻 사장님에게 소프트웨어 문제를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었음.


또한 햄릿과 나머지 파트장들은 미리 1차 미팅 때, 

비전팀에서 문제 삼을 만한 일이 있으면 사장님께 교묘히 밑밥을 깔아 보고 해놨기 때문에

비전팀과의 미팅에서 사장님에게 따로 말을 해봐야 사장님은 


'아~ 이미 들어서 알고있어~ 더 말 안해도 되~'


하는 식이었음.

 

이 모든 분위기를 알게된 본인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뛰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음.

이러니 지금도 가파르게 회사가 내리막길을 타고 있지 않은가!? 


같이 으쌰으쌰 해야 될 비전팀과 소프트가 서로 손가락질만 하지 않은가....


우리가 분명 프로그램 중심으로 커진 회사라고 하지만 결국은 현재 '장비회사'가 되었음. 

장비의 비중이 커진 만큼 이제는 비전팀이 사업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거임. 

그런 비전팀의 의견이 이렇게 무시당하는데 사업이 제대로 될 리가...;;


그 내리막길에서 열심히 눈썰매를 타며 즐기고 있는 1파트장과 2파트장...!!


이제는 그냥 봐줄 수 없다...! 


나: 근데 1파트장님. 예전에 OCA 필름검사 건은 마무리가 된 건가요? 왜 매번 업무 목록에 빠져있죠?


렌야: !? 음!?? 아...그게.. 지금은 당장 요청사항이 없어서;;


나: 이상하네요? 비전팀이 저번주에 검사쪽 문제 있다고 좀 봐달라고 하던걸 제가 봤는데?


렌야: 아? 어...그건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


나: 어떤걸 알아보신다는 건지...?


햄릿: 3파트장.. 그건 사장님이 질문하실 부분이지 3파트장이 파고들 문제는 아닌...


사장님: 그래? 안되는게 있어!? 뭔데 그게??


렌야: 아;; 그게 필...필름 하단에 특이 패턴이 하나 나와서...그 부분을 좀 스킵해야 하는데..


사장님: 그래? 쉽네!? 오늘안에 할거지?


렌야: 네?;;;;;;;;;;;오...오늘이요...?


사장님: 쉽잖아? 1파트장은 이걸 어떻게 할지 몰라?


사장님은 이게 좀 문제였음. 포항공대출신 프로그래머. 그에게 프로그램이란

밥로스 아저씨의 그림 그리기였음. 참 쉽쥬~?


렌야: 그게...검토가 좀 필요할것 같습니다.


햄릿: 일단 고객사에 이미지라도 받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사장님: 아직 이미지도 안받았다고? 비전팀에서는 그것도 준비 안하고 소프트팀에 얘기하는거야?


햄릿: 그런부분 협조가 잘 안되는것 같습니다..


나: 에이. 무슨소리 합니까. 접때 비전팀이 USB로 전달하는거 다 봤는데. 1파트장님. 아닙니까?


렌야: 아;; 3파트장님;; 이미지 개수가 좀 모자라요...


사장님: 왜? 몇장 주는데?


렌야: 10장 정도밖에 샘플이 없습니다.


사장님: 그럼 그 10장에 대한 샘플로 일단 만들어야지?


렌야: 알...알겠습니다..;;


다음주가 되어서도 전혀 진행되지 않는 업무에 결국 렌야는 사장님께 혼이 났음. ㅋㅋㅋㅋ

사장님이 직접 나서서 프로그램을 수정했고 비전팀의 업무는 해결 될 수 있었음.


이걸 보았을 때, 무쌍이 말대로 사장님은 딱. 지금의 회사 가치를 유지 할 정도로만

나서서 움직인다는 말이 맞다는걸 느꼈음.


이날부로 내게는 회사생활 카운트 다운이 들어갔음.

제한된 시간내에 내가 할 수 있는걸 다 해보고, 경험 가능한걸 모두 경험하겠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라고 하지 않던가..

내가 할 수 있는걸 다 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길 수 밖에..




***




회의 후 햄릿이사.


햄릿: OO야. 나 좀 볼래?


나: 말씀하세요~


햄릿: 왜...다른 파트장들 일에 참견하는거야?


나: 그러는 이사님은 왜 저한테 참견하시는거죠? ㅋ 저도 파트장입니다만?


햄릿: ;;;


나: 우리가 언제 다른 파트일에 참견하지 말자고 약속한적 있어요? ㅋㅋ 

불만이 있으면 저 분들도 저 한테 참견하라 그래요 ㅋ 바라마지 않습니다 저는^^


햄릿: 그게...안되는거 알잖아 너도.


나: 이사님. 설마 포청천 때 부터 이런식으로 사장님을 기망하셨던 겁니까?


햄릿: 기망이라니;;


나: 회사일이 그렇게나 다들 순탄하고 잘 돌아가는거면 이런 미팅 따위 왜 하나요? 

알아서 잘 돌아가는데. 사장도 필요없지 사실.


햄릿: ..........


나: 사장님께 보고를 드릴거 같으면, 안되는일 어려운일 보고해야 하는거고. 

어떻게하면 우리가 더 잘 살아갈지에 대한 사업 방향을 제시해야지

그런거 다 빼놓고 뭐든지 잘 돌아가는 것 처럼 거짓 보고 하는게 기망 아니면 뭡니까?


햄릿: 그건 니가 사장님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야. 사장님은...그런 보고 좋아하시지 않아.


나: 이사님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예전부터 여러 사람들이 저한테 사장님 성격에 대해 얘기한적 있는데

단 한번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없더만요. 


햄릿: 나는 사장님 16년 가까이 봐온 사람이야.


나: 밑에서 올려다 보셨지 옆에서 보신적은 없잖아요? ㅋ 저는 4년동안 사장님 옆에서 보고 판단했습니다만?


햄릿: 하아........


나: 이사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분이시라면 조만간 저한테 언짢은 티를 내시겠죠. 

그럼 이번 기회에 저도 이사님 말씀 새겨듣지 않은걸 후회도 해보고, 교훈을 얻어 갈 기회이기도 하겠네요.


햄릿: OO야. 이건 동업자 정신이 없는거야... 다른 파트장들은 너 처럼 못해...


나: 파트장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앉혀놨으니 당연히 안되겠죠. 

이사님은 참 이상하시네요.. 이 회사 오래 다니고 싶으시지 않아요??

회사가 잘 나가야 이사님도 빛을 보는 위치인데. 어째 이사님은 회사가 내리막길 타는 방향으로 자꾸 가시려 하십니까?


[당신도 회사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걸....감안하고 있구나. 독립자금이라도 모으는 중일까!?

좀 얌전히 돈 모으고 싶은데 자꾸 일을 만들어내는 본인에게 불만인걸까..?]


햄릿: ..............


무능한 자가 무능한자를 감싸는 전형적인 감성형 인간이었음.

아무리 봐도 햄릿은 회사의 미래보다는 지금의 '판'을 유지하는게 제일 중요한 목표인것 같았음.

그래..지키고 싶으면 지켜라. 이제는 각자의 갈 길을 가는거다.


............................................


호카게는 떠났으나 본인과 창희에게는 남아있던 호카게의 업무보고 수칙.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현과 같은 주간 업무보고. 이제는 의미 없어진 일이였음.


나: 창희씨. 내가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호카게 팀장의 방식은 일견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옳은 방법은 아니야.


창희: 네?


나: 이제부터 업무보고에 굳이 내용 골라쓰는 짓은 무의미 하다고. 이러니까 늘 힘든 사람만 힘든거야.



오반.jpg


이제는 숨기지 않고 진행하는 업무 내용은 싹다 업무보고에 쓸것!!!!! 사소한것 하나도 빼놓지 마라!!!!


이날부터 우리 파트의 업무보고가 빽빽하게 들어차기 시작했음.

이미 창희와 본인 두 사람만으로 회사내 장비의 70%를 커버해 오지 않았나?

이제는 그게 온전히 업무 보고서에 드러났음.


그런 상태로 몇주를 반복하니....


사장님: 3파트는.....일이...많네...?


나: 원래 저희가 좀 많았습니다.


사람들: ..........;;;


나: 예전에 호카게 팀장이 이르길, 가능한 핵심 업무만 적고, 사소한 것들은 쓰지 말자고 했거든요. 

상대적으로 업무를 안하는 사람들이나 밑에 직원들이 비교되면 결국 그 사람들 의욕이 꺾일 수 있다구요.


햄릿: ......;;;


나: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요. ㅎㅎ 회사에 사람이 없는게 아닌데 

왜 굳이 소수의 인원들이 이런 짐을 짊어지는가. 또한 업무 보고라는건 저희 고용주인 사장님께 투명하게 공개되어

가야 하는건데. 저희들 선에서 임의로 숨기고 가리는게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사장님: 음...맞는 말이야.


나: 상대적으로 업무를 안하는 사람들이 공평하게 일하게 된다면 사실 서로 좋은거 아니겠어요? ㅋㅋ 기회의 평등이죠. 

물론 개인마다 실력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요. 그럴때는 실력이 있는 인원들이 지원을 하면 되는것이고, 

그게 고과에 가산점으로 반영이 되야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사장님: 그렇지. 3파트장 얘길 들어보니 내가 과거엔 모르고 있던 일이 많았구만. 뭔가 이상한 흐름이야.


렌야 & 이과장: ;;;;;;;;;;;


나: 그래서 햄릿 이사님과 이런 업무 배분에 있어서 상의를 해 볼까 합니다. 그건 추후 업무보고 상에서 사장님이

확인 가능하실 거라 생각되요.


사장님: 그래. 한번 잘 해봐~


좋아. 판은 만들어 졌다. 이래서 팀장이 좋구먼^^




***



일단 눈에 가시같은 놈들 작업부터 들어간다..

첫번째로 보거스. 대리를 달았으니 대리에 걸맞는 업무를 주어야겠지.


여전히 틈나는대로 4시 5시에 퇴근하는 보거스였음. 자기 딴에는 주어진 업무를 다 했으니

부끄러울게 없다 정신승리 하겠지만. 말이 안되는게. 티리엘 홈런 프로젝트는 더이상의 업무가 없는 프로젝트.

애초에 일이 없는데 스스로 '업무'를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보거스였음. 


얼척이 없는게 회사와의 근로계약서에는 일이 없거나 일찍 끝나면 미리 집에 가도 된다는

조약 같은건 없었음. 


차라리 드라마라도 때렸으면 모르겠는데. 여전히 드러나게 회사 물을 흐리는 보거스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음. 


나: 이사님.


햄릿: 왜?


나: 보거스도 이제 '대리' 아닙니까?


햄릿: 어 그렇지.


나: 근데 왜 하는 업무가 티리엘과장 S사 1프로젝트 밖에 없습니까?


햄릿: .......음......


나: 이런식으로 일을 안주면. 내년에 보거스는 뭘로 회사에 자신을 어필하지요? 

어필할게 없으면 당연히 연봉도 딱히 올려줄 이유도 없죠. 

그럼 걔가 아...나는 업무량이 적어서 당연히 연봉이 안올랐구나 생각할까요?

결국은 퇴사 할겁니다.


햄릿: 그렇네...일리있는 말이네.


나: 보거스를 D사에 보낼까 합니다. 


햄릿: 뭐!?


나: 이제 업무 분장을 좀 해야죠. 언제까지 저랑 창희 둘이서 D사 후공정 책임져 줄 순 없지않습니까? RBD를 보거스에게 주려 합니다.


햄릿: 할 수 있을까..?


나: 해야죠. 그래야 내년에도 그렇고 앞으로 인정을 좀 받지 않겠습니까?


햄릿: 알았어.



***



얼마후.. 자리에 앉아 있는데 보거스가 찾아왔음.


보거스: 대리님.


나: ..................


보거스: 대리님?


나: ??왜?


보거스: 저희 팀장님께 들어보니 D사 후공정 장비를 저한테 넘기셨다고...


나: 야. 니네 2파트장이 나보다 높냐? 나도 파트장이거든? 압존법 안배웠냐? 다시 말해.


보거스: $#%@#$~@#~;;;


나: 넘기다니 황당한 소리를 하고있어; 업무가 분장이 됐다고 해야지?


창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거스: 대리님. 저희 팀장'님' 께..


[아집 보소 ㅋ 그렇게 나오면 나도 방법은 있지.]


나: 보거스야. 너는 같은 대리로서 나한테 말하러 온거냐? 2파트 원으로서 3파트장 한테 말하러 온거냐?


보거스: 대리로서 왔습니다.


나: 근데 왜 니 일 얘기를 해? 후공정 장비가 왜 나와?


창희: 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거스: 대리님네 팀 거였잖아요.;;


나: 그런 일을 왜 같은 대리한테 말을하나? 내가 뭔 힘이 있다고? 니 말대로 나 그냥 대리야 ㅋㅋ


창희: 맞지. ㅋ 보거스 대리. 그런 얘긴 3파트장님 한테 얘기해야지 '대리'한테 할 얘긴 아니죠~


보거스: 팀장님. 저한테 왜 그러시는데요?


나: 지 불리하니 바로 팀장님 나오네 ㅋㅋㅋ 왜 그러냐니?


보거스: 왜 3파트 일을 저한테 넘기시냐구요.


나: 회사 업무에 니꺼 내꺼가 어딨나? D사는 나랑 창희대리만 해야한다는 규칙이라도 있나?

그리고 당신 파트장이랑 임원이 결정한 일을 왜 엉뚱한 커맨드센터에 와서 얘기하나?

나는 관계없으니 자네 커맨드 센터로 가서 항의하시게.ㅋ


보거스: ;;;;;;;;;;;;;;


나: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닌거 같은데? 이제 보거스 대리도 자기 실력을 뽐낼 기회를 얻는거야.

그동안 불만이었잖아. 맛있어 보이는 D사를 소수의 인원들이 '독점' 한것 처럼 생각했었잖아? 나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이쨌든 기회의 평등은 필요한 법이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그대들 한테도 기회의 평등을 주려는거야.^^


보거스: .....................


나: 보거스 대리는 실력있는 사람이잖아? 설마 D사에서 쫓겨나지나 않을까 싶은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 

이럴 시간에 코드 한 자라도 더 봐두는게 좋아. 2주라는 시간은 긴거 같지만 생각보다 짧거든. 

이제는 정말 우리 '대리'들이 같은 급이 되는 기회잖아? 잘해봐. 잘하면 4파트장 만들어 줄께 ㅋㅋ


보거스: $#%!@$#@$!$#~@$#@


보거스는 그 뒤 미리 퇴근하는 짓은 하지 못했음. 열심히 야근하며 코드를 분석했음.

오...그래도 도전 정신이 있구만~ 하면서 살짝 감동하기도 했음.


***


그리고 D사 투입을 앞 둔 몇일 전...갑작스레 햄릿 이사의 호출을 받게되었음.


햄릿: OO야.


나: 네?


햄릿: 보거스 대리가 퇴사하고 싶데.


나: 퇴사는 하는거지 하고 싶은게 아닌데요? ㅋ


햄릿: .............;


나: 이사님 잘 구분하세요. 퇴사하는 사람과 퇴사 하고싶은 사람이요. 하고 싶은 사람은 진짜 퇴사가 아니고

자기 처우 개선같은 '딜' 치려는 애들 밖에 없어요.


햄릿: 그렇겠지...일이 너무 많데.


나: 말이 안되죠.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진짜 이유가 뭐 같아요? 


햄릿: 자신이 없는거겠지....


나: 그럼 어쩌겠어요. 퇴사해야지. ㅋ


햄릿: 회사에서 괜히 인력 하나만 놓치는거 아닐까?


나: 그럼 안놓치고 잡으면 우리 회사에 무슨 이득이 있는데요? 걔가 따로 하는 일이 있어요?

이미 잘 돌아가는 장비. 이제는 일도 없을 장비. 이름만 올려놓고 꼬박꼬박 걔 월급으로 고정 지출이 나가는데.

그 돈으로 열심히 하는 인력을 새로 뽑는것도 나쁘지 않아요. ㅋ


햄릿: 그럼 다른 일을 주면....


나: D사 일 말고 다른일이 뭐가 있는데요? 그런 일이면 걔 아니라 누구라도 다 할 수 있는 일 일텐데.


햄릿: 그것도 그렇네.


나: 걔는 고장났어요. 회사 오래 다니다 보니 들은 말이 있어서. 

D사로 '딜'이라도 치려는 거겠죠. 그게 바로 고장난겁니다.

뭐하러 고장난걸 데려다 쓰겠어요? 새로 뽑은 인원은 그런거 없이 배정 받은대로 투입 될 텐데 ㅋ 

애들이 어려서 아직 자기 입장을 모르나 봅니다. ㅋ 


햄릿: 그래...도....


나: 만약에 보거스 대리가 나가서 발생한 구멍이 생기면, 그건 전적으로 제가 책임지고 매우겠습니다.


햄릿: 그래...알겠어.


그렇게 보거스는 퇴사자가 흔히 하는 '딜' 한번 못한채로 퇴사처리 되었음. 

역시나 예상대로 이후 보거스가 퇴사 했음에도 S사는 조용했음. 일이 없으니까. 


이렇게 회사의 고정지출 하나를 줄였음. 물론 구멍 같은건 발생하지 않았고,

티리엘 과장의 코드는 온전히 본인 파트에 귀속되어 신입사원들 교보재로 쓰였음.



***



얼마후 블라O드에 의미심장한 평점 1점짜리 글이 올라왔음.


신입사원: 팀장님...ㅋㅋ 저...혹시 블라O드 보셨어요?


나: 음? 아니?


신입사원: 뭔가 팀장님을 '저격'하는 글이 하나 올라왔네요...ㅋ


나: ??


'최악의 회사' 

 

'말 잘하면 대리도 파트장 됨'

(하아...후기 사진을 쓸 수 없어 안타깝네요...)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입사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보거스 가지가지하네 ㅋㅋㅋㅋㅋ


신입사원: 재밌는 분이셨나봐요?


나: 어~~~! 대~~~~단 한 친구였지^^


창희: 와 ㅋㅋㅋ 레전드다 ㅋㅋㅋㅋ 극찬인가? ㅋㅋ


나: 극찬맞지^^ ㅋㅋㅋㅋㅋㅋㅋ




보거스....아디오스~~ 우리나라 국방을 책임지고 있을텐데..

형은 걱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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