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걸어가는데 울음소리가 들려 가보니까 어미 고양이랑 아깽이들이 있었습니다. 어두워서 잘 안보였는데 네 마리 정도 바글바글 거리는데 귀여워서 편의점에서 캔을 두 개정도 사왔습니다. 누군가 돌봐 주시는 분이 있는지 스티로폼 조각 위에 다닥다닥 붙어서 몸을 녹이고 있었습니다.
일단 수유로 지친 어미주려고 캔을 딴후 냄새를 맡게 잠시 떨어져 있다가 손을 살살 밀어 넣으면서 보니까. 삼색이 고양이가 어미고 새끼도 한 녀석 말곤 다 삼색이 였습니다. 얼룩덜룩한 녀석들 사이로 딱 한 마리만 치즈 태비가 있었습니다. 아빠가 그랬나 부다 생각하면서 보는데 새끼들이 한동안 긴장 타다가 먹더니 제가 옆에서 지켜보든 말든 격하게 먹어 재낍니다. 아 그런데... 치즈 태비 녀석이 기침을 좀 심하게 하네요. 요즘 눈 비 내리더니 감기가 걸렸나 봅니다. 자세히 보니까 눈도 많이 부어 있네요. ㅜ ㅜ
그래도 어미가 있으니까 잘 보살피겠지 생각하면서 캔 다 먹으면 치우고 가려고 기다리는데, 어미가 치즈태비를 전혀 안 챙기는 겁니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는 순간 캣맘 하시는 분이 오시더군요.
“고양이 좋아하시나 봐요?” 하시더니 약이랑 캔 사료로 고기 환을 만들어 치즈태비에게 먹이시려고 합니다. 그런데 치즈 녀석을 잡고 옆으로 옮겨도 어미가 너무 무관심하기에 어미가 관심이 좀 없네 라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감기가 너무 심해서 그런가 이 녀석 먹지를 않습니다. 코가 막혀서 식욕이 없었나 봐요.
“항생제인데 이거 못 먹으면 죽어 애기야” 하시면서 캣맘분이 계속 먹이는데 눈도 못 뜹니다. 그런데 캣맘 아주머니가 저희를 보시더니 이 애기 데려가서 집에서 좀 살려주면 안 되냐고 갑자기 부탁을 하시기 시작합니다.
어미가 있어서 데려가기 그렇다고 사람 손 함부로 타면 안 되지 않냐고 하니까. 사실 치즈 녀석은 삼색어미 고양이 새끼가 아니라고 하네요. 계속 밥 주는 동안 안보이다가 얼마 전에 굴러들어 왔다고 합니다. 자기 새끼 지키느라 삼색 어미 고양이가 때리기도 많이하고 다른 새끼들도 괴롭히는데 계속 옆에서 얼쩡거리더니, 비오느날 혼자 보살핌 못 받고 감기에 심하게 걸렸다고 하네요.
그때 이 녀석이 공원 턱을 뛰어 내리더니 저희 앞에서 기침을 아주 격하게 합니다. 눈도 못뜨는게 앞에서 어찌나 격하게 기침을 하는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여자 친구도 그 격함에 놀랄 정도로 심하게 하더군요. 기력도 없어서 옆에서 보든 말든 도망도 안가기에 가까이 가보니까. 눈이 아주 가관입니다. 흐리멍텅한게 초점도 안 잡히고 코는 콧물이 흘러서 때가 껴서 누렇고.
캣맘 분의 계속돼는 부탁으로 삼십분 정도 고민하다가 그 광경보고 안 데려가면 죽겠구나 싶어서 거두기로 했습니다. 기력이 너무 없어서 잡아도 별로 심하게 저항도 못하더군요. 급한 데로 집이 목동이라 근처에 동물 병원에 갔습니다. 캣맘분이 구조한 동물들 잘 봐주시는 곳이라고 소개해 주셔서 갔더니 친절하게 잘 봐주시더라고요.
일단 집에 2마리 고양이가 있어서 질병 뭐뭐 있나 검사부터 했습니다. 범백검사부터 자잘한 검사를 다 하니 돈이 꽤 나오더군요.... 아놔... 내돈....
일단 눈이 부은 건 눈병이 아니라 감기가 오면서 눈이 같이 부은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항생제는 지금 먹을 기운이 못되니까 주사기로 3주 효과 가는 걸로 놔주셔서 맞추고 다행히 범백은 음성이 나와서 집에서 락스청소는 하지 않아도 되게 생겼습니다.
일단 잘 먹고 잘 쉬게 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셔서 안약을 3시간 마다 계속 넣어줘서 눈이랑 코를 좀 호전시키고 사료를 따듯한 물에 불려서 유동식으로 만들어 냄새를 많이 풍겨주라고 하시더라고요. 눈에 안약을 넣고 애기 코 풀어 주듯이 코를 짜니까 누런 콧물이 아주 …….
암튼 집에 들어와선 부엌에 격리시키고 정기장판 깔아서 박스 집을 급한 데로 지어 줬습니다. 주사 맞고 와서 그런가 한층 더 골골거리는 녀석을 유동식 만들어 주고 안약 넣어주고 하다 보니 새벽이네요.
구조한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요 녀석... 기침하던 그때 행동이 헐리우드 액션인 것 마냥 건강해 졌습니다. 다른 녀석 둘이랑 우다다도 많이 하고 사고도 많이 치네요.... 아오 이놈들.
이미 2마리가 있다 보니 집이 좁아 많이 버겁네요. 원래는 기운 차리고 나면 방생을 하려 했으나, 요즘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좋은 입양처가 있으면 보내려고 합니다. 아직 기침은 좀 하는데 눈은 너무 맑아졌고 기침이랑 콧물도 점점 좋아지고 있네요.
요건 박스집에서
스트릿 출신이라.. 식탐이 어마어마 합니다. ㅎㅎㅎ
수의사님 의견으론 한 달반 정도 된 것 같다고 하시네요. 지금은 일주일 더 지났으니 근 2달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어미랑은 젓을 땔 때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진 것 같다고 하네요.
아플 때 사진은.... 거의 없습니다. 살리는데 정신이 없어서요. 둘 다 직장 다니느라 시간 쪼개서 돌보다 보니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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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은 서울시 양천구 목동입니다.
제가 집이 공주고 주말엔 서울에 공연을 하러 매주 올라오기에 분양은 주말에 서울에서 이뤄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네요. 그럼 다들 수고하세요.
눈팅만 하다가 첨써본 글이라 어수선 한것 같네요. ㅎㅎ 좋은곳으로 분양갈수 있게 추천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