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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서른 여섯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691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3
조회수 : 1034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9/30 20:05:31
출처 : http://blog.naver.com/angel0698/220122691817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AleL2



1.gif

이정하, 그 저녁바다



아는지요
석양이 훌쩍 뒷모습을 보이고
그대가 슬며시 손을 잡아 왔을때
조그만 범선이라도 타고 끝없이 가고 싶었던
내마음을

당신이 있었기에 평범한 모든 것도
빛나 보였던 그 저녁바다
저물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이
석양만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지요
발길을 돌려야 하는 우리 사랑이
우리가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와야 하는 그것이
내 가장 참담한 절망이었다는 것을

저무는 해는 다시 떠오르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다시 그것을 찾게 될 날이 있을까
서로의 아픔을 딛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gif

최영미, 옛날의 불꽃



잠시 훔쳐온 불꽃이었지만
그 온기를 쬐고 있는 동안만은
세상 시름, 두려움도 잊고
따뜻했었다

고맙다
내게 해준 모든 것에 대해
주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3.gif

신지혜, 천년동안 고백하다



내가 엮은 천 개의 달을 네 목에 걸어줄게
네가 어디서 몇만 번의 생을 살았든
어디서 왔는지도 묻지 않을게

네 슬픔이 내게 전염되어도
네 심장을 가만 껴안을게
너덜너덜한 상처를 봉합해줄게

들숨으로 눈물겨워지고 날숨으로 차가워질게
네 따뜻한 꿈들을 풀꽃처럼 잔잔히 흔들어줄게
오래오래 네 몸속을 소리 없이 통과할게
고요할게

낯선 먼먼 세계 밖에서 너는
서럽게 차갑게 빛나고
내가 홀로 이 빈 거리를 걷든, 누구를 만나든
문득문득 아픔처럼 돋아나는 그 얼굴 한 잎

다만
눈 흐리며 나 오래 바라다볼게
천 년 동안 소리 없이 고백할게








4.gif

이장근, 왜 몰라



더러운 물에서
연꽃이 피었다고
연꽃만 칭찬하지만

연꽃을 피울 만큼
내가 더럽지 않다는 걸
왜 몰라

내가 연꽃이 사는
집이라는 걸
왜 몰라








5.gif

이정하, 참 사랑의 모습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시골의 어느 공원 묘지에 묻혔다
이듬해 나는 방학을 이용해서 그 근처의 친척집엘 갔다
우리가 탄 차가 할머니가 잠들어 계시는 묘지 입구를 지나갈 때였다
할아버지와 나는 뒷좌석에 함께 앉아있었는데,
할아버지는 우리가 아무도 안보는 줄 아셨는지
창문에 얼굴을 대시고 우리들 눈에 띄지 않게 가만히 손을 흔드셨다
 
그때 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처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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