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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103
게시물ID : soda_69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108
조회수 : 4547회
댓글수 : 60개
등록시간 : 2024/04/24 09: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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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유 독자님들. 

약속대로 연참합니다. 업로드가 조금 느렸는데...회사 앞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서...

20분을 빙빙 돌았습니다...ㅎㅎ

 

오늘을 끝으로 이번 전쟁 에피소드는 마무리 됩니다.

뜨거운 반응 감사드립니다!

--------------------------------------------------------------------------------


보거스: 찾으셨나요..?


햄릿: 보거스 주임. 당신은 포청천 팀장 밑에서 일하기가 불편했나? 불만 같은거 없었어?


보거스: ....음...저.....(이사 눈치 한번...내 눈치 한번...)


포청천: .............


나: ...........(자 판 깔았으니 니 색깔도 보여봐라. 이쪽이냐 저쪽이냐?)


보거스: 저는...그다지...불만 없었습니다..


나: ......(역시 저쪽이네?ㅋㅋ뭐? 관둔다고? ㅋㅋ )


햄릿: 그래.나가봐. 가서 퀵실버 주임 이쪽으로 보내봐.


보거스는 평소와 같은 조소 섞인 눈빛이 아니었음. 

이사한테 불려가니 당황해서 시선 처리도 제대로 못하는...


자기 눈앞에 정말 어려운 사람은 '대리'직급이라 무섭지 않고, 

물텀벙 같은 '이사'한테는 긴장해서 덜덜 떠는 한심함..


'직급'앞에 제대로된 사고 조차 못하는 햇병아리 그 자체였음. 


일은 그나마 잘 할거 같지만...미꾸라지 같이 물을 흐리는 반드시 버려야 할 패.


........................


퀵실버: 이사님 찾으셨다고...


햄릿: 퀵실버 주임. 당신은 포청천 팀장 밑에서 일하기 불편한가? 불만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봐.


퀵실버: ....저는...지금도...괜찮다고..생각합니다....


나: .....(어.너도 저쪽 ㅋ 역시 관둘 마음은 없었구나? ㅋㅋ)


햄릿: 나가봐. 가서 잇끄대리 불러와.


퀵실버..순박하고 느릿느릿한 말투지만 누구보다 자기 '이익'에 집중하는 캐릭터.

더 잘해 볼 '욕심'도 '투지'도 없는. 그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얼룩말.

석사 출신이지만 학사 보다 못한...그 덕분에 버릴 패 이지만.....


못난놈이 있어야 잘난놈이 돋보인다고.. 내버려 두면 사고를 치며 잘난놈들을 돋보이게 

만들어줄 가치가 있다. 게다가 '석사'아닌가. 


석사보다 낫다는 소리를 듣게 만들기 좋은 고기방패 ㅋㅋㅋ

어차피 혼자서 뭘 판단하고 추진할 만한 '투지'가 없기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


저쪽 팀에 박아두고, 지뢰로서 가치가 있는 인물.


........................


잇끄: 찾으셨습니까?


햄릿: 잇끄대리. 자네는 포청천 팀장 밑에서 일하기 어떤가? 불만이나 어려운점 없었어?


잇끄: ........제가 드릴 말씀은....물론 불만이 없진 않습니다만...조직의 결정이면 따라야 되지 않을까...


햄릿: 그럼 불만은 뭐야?


잇끄: 업무 분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거 같습니다....


포청천: ............;;


햄릿: 근태 관련해서는 어때?


잇끄: 저도...똑바로 못한 입장에서....말 할 자격이 없겠죠..


나: ......(음..중립국)


햄릿: 나가봐. 나가서 카푸어 대리 좀 불러와.


따로 불만을 강력하게 표하지도 않고 항상 묵직한 잇끄.

이런 분위기에도 어딘가 붙거나 남을 부추기거나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자기 페이스만

지키는 캐릭터. 조직에 '허리' 위치에 반드시 있어줘야 할 쓸만한 인재.


.........................


카푸어: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햄릿: 카푸어야. 넌 포청천 팀장 밑에서 일하며 어땠어? 힘들거나 불만 같은거 없었어?


카푸어: 저는...잘 모르겠습니다...그냥 위에서 어떤 결정을 하시든...따를수 밖에요..


나: ......(회피 스타일. 그래 너는 관두면 그만이겠지. 욜로족이니까.)


햄릿: 그래..알았어. 나가는 길에 앙드레 대리 좀 불러.


오늘만 즐기는 욜로족 카푸어. 당장에 쓸만한 점은 1도 없으나

혼자 뭘 하도록 맡기기 보다는 잇끄 대리 옆에서 서포트 하도록 둔다면 잇끄 대리와 시너지 효과를

낼 만한 아이템으로서 가치는 있는 인물. 


무거운 조직의 분위기를 조금은 가볍게 만들 '기쁨조'로서 쓸만한 패.


......................................


앙드레: 이사님... 부르신다길래 왔습니다.


햄릿: 앙대리. 포청천 팀장 밑에 있으면서 어땠어? 힘들거나 불만 같은건 없었어? 특히 지금 체제 말이야.


앙드레: 저는 크게 불만 없습니다.


햄릿: .....................


나: ...............


과연? ㅋㅋ 너 베트남 나가야 될텐데? 

이번 사건으로 '변화'가 있을거라 계산하는거지? ㅋㅋ 

안.될.거.다. 이번에는!!


햄릿: 나가봐. 가서 동석 주임 불러와.


앙드레..이 사람이 조직에 있어 존재 가치가 있나? 

애초에 이 사람은 쓸만한 패냐, 버리는 패나라고 논할 가치도 없음. 

원래부터 너는 '패'가 아니니까.


이 분야를 떠나라. 그게 너를 위해 좋을거다..


넌 커봤자 메가통이야. 조카뻘 어린 직원들한테 밟히면서 살아가겠지.


..........................................


동석: 찾으셨나요?


햄릿: 동석아. 너는 포청천 팀장 밑에 일하면서 어땠어? 불만이 있으면 얘기해봐.


나: ...........


동석: .......(눈치 눈치)


포청천: ..........


동석: 저는...회사 다니기...싫습니다....


햄릿: ...!


동석: 저는 OO 대리님 이해 할 수 있습니다..저도..저 보다 나태한 상사 밑에서 일하기 싫습니다..자기들만 놀면서

밑에 직원들 부리는거..저도 싫습니다..


포청천: 어허! 지금..!


나: 가만히 계세요. 낄자리 아니니까. 동석아ㅋㅋ 니 앞전에 앙대리, 보거스, 퀵실버 주임 다녀갔거든? 걔네가 뭐래는줄 아냐?

자기들은 불만없데. 이대로도 괜찮다고 하드라.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동석: .............!!!!!


햄릿: ........


동석: 비겁하네요. 남자 새끼들이....점심때 까지만 해도 자기들도 회사 못다니겠다고 대리님 부추기더니...


포청천: ............;;


나: 이사님 보십쇼. 한국에 보편적인 남자애들은 나이 앞에 약하고, 직급 앞에 대가리 숙이기 바쁘죠. 

불만이 있어도 뒤에서나 씹어대지 막상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듯 가식 부리죠. 

자기들 처우를 뒤집을 기회가 와도..!! 타성에 젖어서 언제든 확실하게 제.몸.만 '안전'한 선택만 한다는 거죠. 

'보신' 하고자 하는 전형적인 인간들이 조직의 대부분입니다. 


햄릿: ........


나: 그러니 20년을 사회생활 하면서 포청천 수석이 볼 땐 저 같은 사람이 특이해 보이는거죠. 

다들 '보신'하는 인간들 뿐이니까! 뒤에서 씹었지 앞에선 못씹으니까! 정 싫으면 조용히 떠났겠죠.

모두가 그랬으니까 자기가 옳은줄 알고 산다 이말입니다. 

근데 동석이는 한국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겁니다. 내가 이래서 중국인들을 좋아해!!


[동석아 고맙다. 역시 중국인의 의리란...]


햄릿: 그래 일단 알겠다...동석아 나가봐.


동석: 네..


잔꾀가 많기는 하지만, 최소한 양심은 있는 동석. 아직은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 어떤 결과가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임급인 동석이의 한마디는, 자신의 남은 회사 생명을 담보로한 거대한 용기임.


동석이는 가지고 갈 패.


...........................


창희나 코알라는 애초에 불려오지도 않았음...


나: 이거 오늘 점심때 녹음한 보거스, 앙드레, 퀵실버가 하던 말들입니다. 

한번 들어보시고. 쟤들이 어떤 애들인지 파악을 해보세요. 막상 불러놓고 보니 저 이중성에 저도 속았다 싶네요. 

이사님도 이번 기회에 애들 파악해보세요. 참고로 3파트에 쟤네들 못 받아줍니다.ㅋ


녹음 내용이 돌아가자 포청천 팀장의 얼굴이 붉어졌음. 열심히 관리자들 욕을 하고 있는 보거스 ㅋㅋㅋㅋ

본인은 운만 띄워줘도 알아서 퀵실버와 보거스는 관리자들 욕을 해 댔음. 


[부추김은 내가 아니라 니들이 당한거야..]


햄릿: 그만하자. 더 듣기도 민망하다...너는 왜 이런걸 우리한테 들려주는거야;;


나: 이런 애들은 관리가 필요 하다는 겁니다. 조직에 대드는 저 같은 놈 보다 

이렇게 조직에 스며들어서 부추기고 내부를 곯아가게 하는 직원들이 더 조직에는 위험하다는 겁니다. 

저는 조직에 애정이라도 있으니 이러지, 얘네한테 조직이란 그냥 얼룩말 무리 같은 거에요. 

무리 속에서 눈에 띄지않고 한가롭게 풀이나 뜯고자 하는 정도 밖에 안되는 거라구요. 





***




대한민국에서의 조직문화란...

정말 대부분은 얼룩말 무리나 마찬가지 였음.


예전부터 사람들은 얼룩말이 왜 얼룩이 있는가? 

왜 그렇게 진화 했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음.


제일 신빙성 있는 가설은 말파리? 

초원에 파리 떼가 얼룩말 무늬를 보면 접근을 안한다?

그래서 그렇게 진화했다. 


혹은 초원의 보호색? 여러가지 가설들이 있지만 흥미로운 가설이 또하나 있음.


[얼룩말들이 모여있으면 그 무리를 외부에서 지켜보는 포식자들의 눈을 흐리는 효과가 있다.]


초원에서의 사냥이란 상당한 열량을 소모하는 행위이고, 

실패 시 그 반작용이 큰 체력적 부담이 있음.


그렇기에 포식자들은 신중히 타겟을 정하고. 

지정된 타겟을 향해 한 놈만 조진다는 목적으로 달려감.


그러기위해 나약한 타겟을 기억하고 관찰하게 되는데..

얼룩말 무리속에 있으면 한 타겟에 시선을 꽂아도 잠시만 방심하면 그 타겟을 놓침. 


그러면 다시 다른 타겟을 탐색하게 되는데 또 잠시 한눈을 팔면 또 타겟을 놓치고..

이놈이 그놈인지..저놈이 그놈인지...


결국 동물의 인지력으로는 타겟을 지정하지 못하니 사냥을 할 수 없게되는것.


그러다보니 비교적 눈에 띄는 작은 새끼 얼룩말이나, 다쳐서 절뚝이는(특이한 동작) 얼룩말들이 사냥 당하는것.


얼룩말 연구를하던 연구가들이 얼룩말 마다 귀나, 털에 이름표 '표식'을 하며 관찰 한 결과

공교롭게도 매번 '표식'을 해둔 얼룩말들이 사냥을 당하게 되었다는 사실에서 유례된 가설이었음.


물론 신빙성이 있는 가설은 아님. 

포식자의 눈을 흐리는 효과를 보이려면 '공격'을 받을 시, 얼룩말들이 함께 뭉쳐야 함.


하지만 자연에서 얼룩말 무리는 공격을 받을 시, 각자가 뿔뿔이 흩어짐. 

그런경우 초원의 색상과 대비되는 그 무늬가 더 사냥 당하기 좋은 타겟이 됨.


이런 내용을 보며 본인도 많은 생각을 했음.

한국의 조직문화 역시..얼룩말 무리와 너무나 흡사하다..


대부분의 선배들이나 부모님들이 이런 세상을 가르쳐왔음. 

어찌보면 각자가 서로의 눈흐림 역할을 해주는 얼룩말 시스템을 

어른들은 살아가며 깨달은 것이리라. 


단, 해당 시스템에 저항하는 방법보다는 순응하는 방법을 가르친게 문제지..

야 이놈아 모난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눈치보며 살아라.


[싫은데? 어차피 다 얼룩말들인데.]


포청천의 침팬지 군단도 똑같았음.

얼룩말 답게 내 공격에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기 바쁘지 않았나.

'조직' 이란 힘들때 뭉쳐야 '조직'의 가치가 있는거임.





***




오늘의 내가 경험한 사회는...'약자' 라는 개념이 조금 달랐음.

언변이 없거나, 싸움을 못하는 1차원적인 개념이 아니었음. 

강, 약을 떠나 무리에서 눈에 띄는, 혹은 이탈 된 자들...


'표식' 되는 사람이 '약자'가 됨.


'표식'이 되면 당하기에... 

어쩌다 보니 회사라는 조직에서 살아남는것이 '업무'가 아닌

'조직'에 얼마나 순응하는가(눈에 띄지 않는가)로 변질되었음. 얼룩말 마냥.


그런 사람들은 자기들 끼리 뭉친척(?) 위세를 부리고, 사회 생활을 말하며 '관습'을 만들어냈음.

그에 반하는 특이한 사람들에게 관심병사 '표식'을 심어 줌. 


불합리에 항거하면 그 역시 '표식'의 대상이 되고, 일을 잘해도 문제가 됨. 

눈치껏 적당히 일하라고 종용함. 그렇지 않으면 '표식' 이 됨.

니가 그렇게 많이 해버리면 우리는 뭐가되냐? 따지고 듦. 


아니. 방법이 잘못 되었음.

이 사람이 이만큼 열심히 일하니, 직급을 올려주던지 월급을 올려주라고 

인정해주고 함께 뭉쳐 위에 말해줘야함. 


그 사람이 인정을 받는다면 정상적인 조직인 것이고

나도 열심히 하면 보상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김. 그게 아니라면 뭉쳐서 다 같이 항의 해야함.


그저 비난만 하는건 그 사람이 올라가는건 싫고, 

그렇다고 같이 열심히 하기도 싫은 심리일 뿐인거임.


[얼룩말들이 진정으로 뭉치는 법을 모름.]



문제는 관리자들 역시 이 얼룩말 규칙으로 커온 사람들이 많음.


그렇기에 이 악순환의 고리는 반복됨.

점점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얼룩말들만이 살아남아 조직이 20년 30년 흘러가면

결국 그 조직에는 '눈에 띄는' 인물들은 사라지고 조용히 풀이나 뜯는 얼룩말들만 남게 되는게 아닐까?

현상유지만 하는 조직...


악순환의 핵심은 그런 풀만 뜯던 인물들이 오래 살아남고. 결국은 조직의 관리자로 성장함.

그런 관리자들은 조직에서 눈에 띄는 사람을 용납하지 못함. 

애초에 가치관부터 다른 '종' 인데 어떻게 이해를 한단 말인가??


얼룩말 '법칙' 대로 조용히 순응하며 살았고, 결국 얻게된 관리자 타이틀 아닌가.

이 타이틀은 마치 자신이 살아온 법칙이 '정답' 이었다고 인정받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됨.


눈에 띄는 얼룩말은 죄다 잡아먹혀서 상대적으로 오래 살아남은것 뿐인 자들이...

부전승 해놓고 '쟁취'한 것으로 착각을 함. 햄릿이사 마냥.

게임은 이제 시작인건데.


그러나 조직에 가장 위험한것은, 얼룩말로 위장하며 조용히 풀 뜯던 인물들 중에 

포청천, 렌야, 이과장 같은 존재들이 있다는것.

얘네들은 자기 몫 이상의 풀을 뜯어먹기 때문에 다른 얼룩말들을 말려죽임.


그런 자들이 조직의 관리자가 되는 순간. 현상 유지가 아닌 썩어가는 조직이 됨.


이때 절실히 느꼈음. 만약 본인이 관리자가 된다면...

이 얼룩말 시스템 부터 부수고 고쳐써야 한다는 것.


풀 뜯는 얼룩말 속에, 속이 시커먼 놈들이 위장한 채로 숨어있다는것. 

그런 암덩어리 같은 자들을 색출하고 살점하나 남기지 않고 조직에서 '발골(拔骨)'해 내야 한다는 것. 


그게 관리자가 해야 할 인사 업무.





***





햄릿: 일단 3파트는 만들자. 나머지 가고싶은 인원들이 있는지는 추후 조사를 해볼거고. 

일단은 너랑 창희대리 두 사람. 내일부로 3파트야. 따로 자리배치 해줄께.


[앗싸!]


나: 감사합니다.


포청천: .........이사님..!!!!


나: 포청천 수석님. 어쨌든 결과는 잘 됐네요. 

누구하나 '밥그릇' 없어지지 않고 같이 사는 방향이 된거 같습니다.^^


포청천: 이사님...저는....


햄릿: ?


포청천: 저는...회사를 나가겠습니다...이런 모습까지 보였는데..이런 결과라면....어떻게 조직을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


햄릿: .....흠...데리고 오신 직원들 흔들리지 않게 잘 얘기해주세요 그럼.


포청천: ...!!!


[이게 아닌데!? 싶지? 포청천 ㅋㅋㅋ]


나: 참.고.로. 저나 창희 대리 두 사람 제대로 RPM올리면 우리회사 7~80%업무 둘이서 쳐낼 수 있어요. 

실제 과장들 저렇게 많아도 지금까지 회사 업무에 보탬 된 적 없구요. 

그냥 참고 하시라구요 이사님. 오히려 벌써부터 회사에 중추적인 업무들을 나눠 가졌으면

더 곤란할 뻔 했네요. 흔들려서 나갈 사람은 다 나가라 그래요~


포청천: OO대리.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다 계획이 있었구만..?


나: 저라고 이런날이 올 줄 알고 직원들 근태 기록했겠어요? 이럴줄 알고 공식들 달달 외면서 공부했겠어요? 

다 그저 평소에 해오던 것들이고 그게 필요할 때 이렇게 '칼'로 돌아오는 거였죠. 

이번 일의 결과는 평소 사람의 '행실'에 판가름 난것이죠.


...............


드라마 허준에서 관아에 잡힌 허준을 아버지가 놓아주며 말했음. 


"사람의 귀천은 '행실'이 가늠하는 것이지..'신분'의 고하에 구애되지를 않는다... 


신분의 한계를 핑계삼아 헛되이 살지 말거라."


...............


드라마 대사였지만..본인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던 대사였음.


[조직에서 내 가치는 '행실'이 가늠하는 것이지..'직급'의 고하에 구애되지를 않는다..]


포청천: ......... 


나: 다시 기회 드립니다. 그냥 여기 계시면서 D사 전공정 하나 맡고 회사 다니시죠? 

우리가 서로한테 터치만 안하면 수석님 한테도 나쁠건 없을텐데요?


포청천: OO대리 눈에 나는 자존심도 없는 사람으로 보이나 보구만?


나: 자기 밥그릇 던지는게 '자존심'은 아닐텐데요? 

자존심이 있으셨으면 애초에 그렇게 회사 생활을 하시면 안되는거죠.

진짜로 부려야할 자존심은 팽개치고, 고작 책임을 면피 하는데는 자존심을 들먹입니까? 


포청천: 이사님. 내일부로 렌야 수석한테 다 넘기고 저는 퇴사 하겠습니다.


햄릿: 그러세요.


사람들은 어리석음. 이 싸움의 핵심은 그저 '공정함' 뿐이었음.

포청천을 내보내는것도 아니었고, 과장들을 찍어눌러 부리려고 한 것도 아니었음.

그저 각자가 경력에 맞게 공정히 업무를 하도록 요구한것.


그러나 싸움 과정에서 발생한 '사소한' 언행이나, '감정'에 사직서를 던지는 사람들이 많음.

싸우고 난 뒤 사직서를 던질 거라면, 본인은 애초에 싸우지 않음. 어차피 던질 사직서니까.

이것이야 말로 적을 만들지 않는거겠지..


사직서를 던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싸우는 것인데, 그것을 망각하는 사람들이 많음.



어쨌든....그렇게 포청천이라는 존재가 '조직'에서 발골(拔骨) 되었음.


나는 그렇게 내 혹성 베지터를 지켜냈음.






***





이렇게 수석 2명과 과장 5명과의 '마지막 전투'가 끝이 났음.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 대가리를 잃으면 그 군대는 지휘통제가 무너져 오합지졸이 되듯이.

헬보이의 헬 게이트를 통해 건너온 지옥의 군세는 그렇게 와해 되었음.


이제는 각자가 한명의 침팬지가 되어. 인간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


자신들이 원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결과 앞에 햄릿 이사도 멘붕이 터졌음.

이번 기회에 눈엣 가시같던 본인을 처단할 마지막 찬스였다 생각했으나..


본인으로 인해 수면으로 드러난 그들의 '행실'에...

그나마 이 회사에서 15년 넘게 일해오던 햄릿 이사도 '도저히 이건 아니다..'라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음.  


이들에게 힘을주면 자신이 앞으로 해먹을 '이사'자리도 오래지 않아

끝이 날것이라는 강력한 위기감 이었을지도?


흡연장에서 조용히 담배를 피는데 창희가 달려왔음.


창희: OO씨!!! 뭐야!? 뭐야? 나 없는동안 완전 다 박살냈다면서요? 

아니..그리고 햄릿은 다른 사람들은 다 불렀다면서 왜 나는 안불렀데????


나: 하하...그러게 좀 일찍일찍 다녔어야지. 당신 불러봤자 나한테 힘이나 보탤게 뻔한데 뭐하러 부를까? ㅋㅋㅋ


창희: 아...D사 때문에 제일 결정적인걸 못봤네 ㅠㅠ 어떻게 하기로 된거에요?


나: 포청천 팀장 그만두겠데. 그리고 나랑 창희씨는 새로만들 3파트로 이동 될거야.


창희: 와아.....그럼 이제 OO씨가 파트장 되는거에요? ㅋㅋ 대박이다. 


나: 파트장은 없어. 햄릿 이사가 관리 할거고 결재도 앞으론 햄릿 이사로 바로 처리하면 됨. 변한건 1도 없어.


창희: OO씨. 고생했어요. 내 회사 생활에 '전설'을 남겼네..수석 2명에 과장 5명과 동시에 싸워이기는 '대리'라니..

당신 정말 싸움잘해 ㅋㅋㅋ

 

나:  찝찝해. 원래 전투를 하면 이쪽도 피를 봐야되거든. 근데 이번엔 이상하게 피가 안났단 말이야...분명 후폭풍은 있을거야.

그게 뭘지 생각중이야.


창희: ...........


나: 어쨌든 핵폭탄 맞을뻔 하다가, 적당한 후폭풍 정도로 바뀌는거니 스트레스 받지 말자고. 

이제는 다시 우리 할 일만 집중할 수 있어요^^


창희: 네^^. 벌써부터 신나네요~



***



자리에 가보니 햄릿 이사는 자기 사무실에 박혀 '고뇌' 중이었고, 

포청천은 렌야를 데리고 회의실에 앉아있었음.


과장들도 파트장들도 붕-떠서 우왕좌왕 하고있었고. 


대리 이하급 들도 눈치가 보이는지 휴게실에 모여 있었음.


비전팀들도 전반적인 내용을 듣고 경외어린 눈으로 본인을 쳐다보았고.


그러는 와중 전화가 걸려왔음.


나: 여보세요~


무쌍이: OO씨!! 


나: 헛~ 왠일입니까?


무쌍이: 회사 앞입니다! 나오세욧!!!


나: ㅋㅋㅋ 갑니다 ㅋㅋㅋㅋㅋ




***




회사앞으로 나가보니 맞은편 길에 무쌍이와 아몬드가 웃고있었음.

팔을 벌리고 있는 무쌍이에게 다다다 달려가 안겼음. 뭔가 가슴속에 울화통이 쭉- 내려가는 기분.

그렇게 커피숍.


나: 매번 큰 이벤트가 있을때마다 귀신같이 나타나네요? ㅋㅋ


무쌍이: J과장님(술고래)이 전화 하셨더라구요. 지금 OO씨가 7대1로 전쟁중이라고 ㅋㅋㅋ


아몬드: 결국은 그양반들이랑 부딛혔네요..ㅋㅋ 그럴줄 알았지...


무쌍이: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나요? 


나: 일단 그쪽 대가리는 자진 퇴사선언 했어요. 뭐 어차피 대가리 잃으면 그 밑이야 알아서 정리 되겠지..


무쌍이: 와..요즘 사이다가 참 필요했는데..역시 OO씨는 사이다 제조기에요 ㅋㅋㅋㅋ 7대 1이라니 ㅋㅋㅋ


나: 이제는 새로 파트 만들어서 떨어져 나왔어요.ㅋ 다시 자유의 몸이된 ㅋㅋㅋㅋ


아몬드: 그럼 형이 파트장 해야하는거 아니에요?


나: 햄릿 저 양반이 인정을 안해주는데 뭘. 나는 일단 저 침팬지 우리에서 빠져 나온것만 해도 만족해. 혹성탈출 성공했어 ㅋㅋ


아몬드: 근데 진짜 형은 싸움의 고수에요..횡령폭로 같은 필살기는 쓰지도 않으시고 자기 밑천만으로 박살을 내놓다니..!!


나: 폭로가 필살기 같아!? 아니지. 이번 전쟁의 목적이 뭐야? 회사 잘 다니고 싶은거잖아 ㅋ 

근데 회사 자체를 엎어버리면 전투에는 이기지만 전쟁에선 진거지. 그리고 그걸 폭로하면 거기 단물 빨아먹은 모두가 적으로 변해.

저건 자폭 버튼임 ㅋㅋ


아몬드: 마음에 안드는 인간들이지만...이기기 위해선 필요하단 거군요..


나: 여론전은 무섭거든^^ ㅋ 내가 이긴건 내가 잘나서 이긴게 아니라 여론이 있어서 이긴거지^^


무쌍이: 그러니깐..!! 진즉에 제가 오라고 할 때 오셨으면..!!! 우리 같이 깨끗한 사이다 제조하고 있을텐데..!!!!


나: 그런 큰 회사가서 어떻게 사이다를 만들어요 ㅋㅋㅋ 거긴 다 잘한다면서요 ㅋㅋㅋㅋ


무쌍이: 아? 그른가? ㅋㅋ 하긴 다들 잘하고 열심히하니 딱히 사이다 거리가 없겠네요 ㅋㅋㅋ 여긴 약육강식이라..

일한만큼 성적표 나오고, 성적 안좋으면 다음날 사무실 문이 안열려요 ㅋㅋㅋ 엇 왜 출입카드가 안되죠? 관리실에 물어보면

네. 당신 어제 해고됐거든요^^ 하고 답변와요 ㅋㅋㅋㅋ


나: 와..메가통이면 1달을 못버텼겠네 ㅋㅋㅋㅋ


아몬드: 외국계 회사다보니 우리나라 처럼 절차고 뭐고 없어요. ㅋㅋㅋ 한국 노동청에서 뭐라하면 걍 벌금 내버리면 된다 생각하는

마인드라 ㅋㅋㅋㅋ 4달만에 도대체 몇명이 없어진건지...;;


나: 나더러 거기서 살아남으라고 하면 지옥일거 같애;;;


무쌍이: OO씨 정도면 생명유지 충분히 가능하죠 ㅋㅋㅋ 저희도 아직은 별탈없이 잘 유지 중입니다 ㅋㅋㅋㅋ 


나: 바쁜 와중에도 매번 큰일 있을 때 마다 와서 살펴주니까 너무 고마워요. 솔직히 혼자서 전쟁 치르려니 심적으로 많이 피곤했는데.

그대들이 있어서 힐링이 많이 됩니다.


무쌍이: 당연히 우리 '동료'였는데! 그리고 미래의 우리 '슬텍' 멤버아닙니까! 이것도 지속적인 영업이죠! ㅎㅎ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다음날. 사무실에 새로 자리를 이동했음. 전반적인 배치는 예전 삭막한 그대로 였지만. 창희의 자리를 본인 옆자리로 옮기고

앙드레 대리가 창희의 예전 자리로 이동. 그리고 그룹웨어의 공지사항. 

'인사이동' 소프트웨어 3파트 OOO대리, 남창희 대리. 


그리고 포청천 팀장 밑의 2개 파트장에서 팀장은 사라지고, 파트장만 남게 되었음.

이젠 다시 예전 팀장 체제가 된것. 


늘 늦게 나오던 포청천 팀장은 그날 일찍나와 렌야수석과 회의실에서 이런저런 얘길 나누고는 

점심식사 전에 짐을 싸들고 조용히 사무실을 나갔음. 


보통은 팀장급이 회사를 그만두면 사무실에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악수도 하고 하지만

포청천 팀장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사라졌음. 

렌야 수석만 조용히 뒤따라나가 인사를 나눈것 같았음.


그리고 또 한명, 퇴사자가 생겼음. 앙드레....

왜냐면 그의 베트남 출장은 변동된게 없었음. 내가 요구한 변화는 업무가 아니었으니까 ㅋㅋ

그저 일하지 않는 자들과, 일하는 자들의 분리 조치 뿐. 


[내가 가져온 '변화'에 '단물'은 오직 나와 창희만이 맛볼 뿐이다!!!]


앙드레에게 남은것은 베트남 나가서 구르는 일만 남은것.


앙드레: 저는...퇴사하겠습니다..


햄릿: 고작 출장가는게 무서워서 퇴사하는건가? 참 앙대리는 지나고보면 지난 2년간 참 회사 편하게 다녔겠네. 편해서 좋았어?


앙드레: .........


햄릿: 업무를 한게 없으니. 인수인계 할것도 없다는게 참 우습지 않아? 이제 나이 몇이지? 35아냐? 그 젊은 나이에 벌써 부터

편한거만 찾아서 되겠어?


앙드레: ......S사 프로젝트는 코알라 사원이 내용 알고 있구요. 원래는 OOO대리가 했던거라..모르는거 있으면

OOO대리한테 도움 받을 수도 있을거에요.


햄릿: ..........


저 새O는 마지막까지 본인에게 엉겼음...어후...


앙대리는 퇴사하며 코알라의 배웅을 받았음. 따로 대리들과 인사도 없었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정치가 '박쥐'의 2년간의 회사 생활이 막을 내렸음. 


단 한번도 자신의 실력으로 업무를 진행하지 못한 대리...

이젠 과장을 진급할 연차인데..그의 수준은 마지막 까지 주니어를 벗어나지 못했음.


다행히 이직은 제법 큰 중견기업으로 했고, 아마 D사와 비슷한 규모. 

그곳에서 D사 담당자들과 같은 기술관리 파트. 주로 소프트웨어 관련이었음. 


연봉은 5500정도로 당시 이 회사에서 4000초반대를 받던 입장에서는 

폭풍 뻥튀기 한 상황이기에. 상당히 성공적인 이직이었음.


게다가 이 회사가 당시만 해도 무너질리가 없다는 '철밥통'의 확신이 있던 회사라

동료들의 많은 부러움을 사기도 했음. 


이때는 아직 몰랐지...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침체기가 도래할줄...

영원한 철밥통은 없다...믿을것은 결국 '나' 자신.




***




파트는 쪼개어 졌고, 최고 지휘관이었던 포청천이 사라졌지만 소트프웨어 팀에는 아무런 타격도 없었음.

당연하지. 애초에 관리자가 있으나 없으나 였으니까.

3파트는 팀장이 없었지만, 어차피 창희나 본인이 관리가 필요한 인력은 아니었으니까.


일단 포청천이 없앤 기존의 업무보고 체계부터 부활 시켰음. 어차피 당장은 본인과 창희밖에 없었지만

10년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음.

업무 정리는 본인이 했고, 그걸 사장님과 햄릿 이사에게 전달했음.


물론 월요일의 사장님 미팅은 들어가지 못했음. 대신 햄릿 이사에게 우리팀의 업무를 설명하고

이해 시키면, 햄릿 이사가 사장님 미팅에서 브리핑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음.


모두의 불안감과는 다르게, 포청천 하나 없어졌다고 대단한 변화가 있는게 아니었음.

아니 오히려...아~~~~~무 일도 없는 일상이 시작되었음.


대리 이하급으로 다시 웃으며 회사에 다녔고. 어디서 장비가 펑펑 터져나가는 일도 없었으며

포청천의 잔당들이 의리있게 포청천을 따라 나서는 사람도 없었음.

왜냐...장비업계 경험자인 그들은 아는거임. 우리회사가 개발자에게 얼마나 편한곳인지...


바퀴벌레는 머리를 제거해도 상당기간 살아있는것과 같은 원리.


애초에 인력사무소 실장 수준도 안되는 그의 관리방식 아니었나.

그제서야 창희의 눈에 느껴지던 걱정과 두려움이 사라지는게 보였음. 


여러 팀에서 소프트웨어팀의 분위기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변화가 없는

작금의 현실을 보며


'포청천 그 양반이 일을 안하긴 안했나보네....'


'무슨 총괄 팀장이 빠졌는데도 타격이 1도 없냐;;'


'이제서야 소프트웨어팀이 제대로 돌아가겠네 ㅋㅋㅋ'


하는 식으로 조롱섞인 평가가 돌기 시작했음. 덕분에 본인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여론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겼음. 막상 포청천 팀장이 사라지자 그동안 숨죽이던 대리 이하급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그의 전횡을 욕하고 다녔으니까..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가고 얼마 후, 3월이 되었음. 


진급의 계절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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