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총선아바타 팀은 전라남도 순천에서 김광진 의원을 만났습니다. 김광진 의원은 자신의 공약이나 출마 의견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비례대표 모집과 선출 과정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사실 후보자를 많이 만나고 다니지만, 정면으로 정당의 공천 문제를 비판하는 일은 탈당을 결심하거나 선언하지 않는 이상 드뭅니다. 특히 김광진 후보는 당시 컷오프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 말 한마디조차 조심해야 했지만, 그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김광진 의원은 청년 비례대표 1기라는 자부심이 강했습니다. 순천 지역에서 활동하고 명문대도 나오지 않은 그가 국회의원이 되고,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수 있었던 배경이 청년 비례대표로 뽑혔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는 김 의원은 19대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많은 활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청년 비례대표로 당선되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김광진 의원이 비판한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비례대표 선출 과정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처음부터 청년 비례대표 신청에 장벽을 설치한 더불어민주당’
2011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통합당은 ‘락파티’라는 형태로 청년 비례대표를 모집했습니다. 당시 엄청난 흥행이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신청자는 40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일부에서는 흥행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19대와 비교하면 20대는 참패가 아닌 시작부터 잘못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총선 청년 비례대표 모집을 2월 25일에서야 공고를 냈습니다. 19대와 비교하면 한참 늦었습니다. 자격 요건도 19대는 선거일 기준 만 25세~만35세 국민 누구나였지만, 20대는 만 39세 이하의 권리당원으로 제한했습니다.
19대 청년 비례대표 모집에서는 지원신청서, 자기소개서, 자기소개 동영상, 주민등록등본, 동영상 내용 요약서, 범죄경력조회서 등으로 간단했습니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서는 일반 비례대표 후보자 제출 서류와 동일하게 학력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당적증명서, 정당 및 사회 경력 증빙서류, 소득세·종합부동산세납부·체납증명서 등을 요구했습니다. 한 마디로 외형적인 스펙을 보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특히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하려면 신청비 100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청년 중에서 시민운동 등에 참여하거나 활동하는 사람들은 고시원에서 어렵게 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들에게 100만 원은 1천만 원 같은 큰 금액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비례대표 신청부터 진입 장벽을 설치한 셈입니다.
‘ 불과 5분 면접으로 청년 비례대표를 뽑은 더불어민주당’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청년 비례대표를 ‘락파티’라고 부른 이유는 당시 유행했던 슈퍼스타K처럼 외모보다 노래 실력을 보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스펙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청년들의 능력과 미래를 보겠다는 정책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로 면접을 치른 김빈 후보는 경선조차 오르지 못하고 탈락했습니다. 김빈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면접시간 5분도 이해하기 힘든데 면접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결과가 발표된 사실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19대 총선에서는 최소한 동영상 등 자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면접 형태가 있었습니다. 20대 총선에서도 ‘서류심사→면접심사→전문배심원 심사→타운홀 미팅→현장 유세 후 투표(온라인·자동응답전화·현장투표)’였습니다. 그러나 갑자기’서류심사→면접→컷오프→자동응답 전화투표’로 바뀌었습니다.
제출 서류는 19대보다 훨씬 많아졌고, 신청비까지 냈지만, 심사 과정은 허술하고 공정하지 못해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규완 후보가 홍창선 공관위원장의 의원 시절 보좌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새누리당 의원실 근무 경력을 내세워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그러나 김규완 후보는 이미 서류에 다 기재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이 사실을 알고도 면접을 통과시켰다면 진짜 비리가 있거나 신청비를 받고도 제대로 심사를 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유진 후보는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 석사과정을 마쳤는데 김종인 대표의 최측근인 김헌태 공관위원이 교수로 있었습니다. 노컷 뉴스는 비례대표 후보 추천관리위 소속 김모 국장이 최유진 후보와 카페에서 만나 면접과 제출 서류에 대한 조언과 비밀과외를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장 공정해야 할 청년 비례대표 후보 모집 시작부터 선출 과정까지 장벽과 의혹을 만든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아예 청년층을 무시한 처사라고 봐야 합니다.
‘공천을 앞두고도 당당하게 자기 말을 했던 김광진 의원’
#총선아바타팀은 지난 3월 8일 순천에 있는 김광진 의원 사무실에서 김 의원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당시 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비례대표 선발 과정을 비판했습니다.
당시 영상을 공개하느냐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공천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공정하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본인 스스로 어제 페이스북에 청년 비례대표 후보 선발 과정을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김광진 의원은 순천지역 공천을 놓고 17일~18일 여론조사를 합니다. 김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비례대표 제도를 비판하는 영상이 그에게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죽음(경선 탈락)을 각오하고 비판한 이유는 정당이 청년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버리는 일과 같기 때문입니다.
매번 정당들은 선거 때마다 청년들이 투표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투표해서 과반 의석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외칩니다. 그러나 그들은 청년을 그저 늙은 정당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선거 때만 채용하는 임시직 알바로 대접합니다.
청년 비례대표 제도가 바뀌고, 청년의 정치 참여를 정당이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젊은이들이 더불어민주당을 뽑아 줄 이유가 없습니다. 야당이 청년을 버린다면 청년 또한 그들을 버릴 것입니다.
출처 | http://theimpeter.com/322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