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날마다 내 마음 바람 부네
내 사는 곳에서
바람 불어오거든
그대가 그리워
흔들리는 내 마음인 줄 알라
내 사는 곳에서
유난히 별빛 반짝이거든
이 밤도 그대가 보고 싶어
애태우는
내 마음인 줄 알라
내 사는 곳에서
행여 안개가 밀려오거든
그대여
그대를 잊고자 몸부림 치는
내 마음인 줄 알라
내 아픈 마음인 줄 알라
도종환, 자목련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고통스러웠다
마음이 떠나버린 육신을 끌어안고 뒤척이던 밤이면
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 지는 소리가 들렸다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꽃과 나무가 서서히 결별하는 시간을 지켜보며
나무 옆에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
스스로 참혹해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오래 고통스러웠다
김민소, 사랑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너로 인해
내 눈빛은 살아 있고
들리지 않아도
들리는 너로 인해
내 귀는 깨어 있다
함께하지 않아도
느끼는 너로 인해
내 가슴은 타오르고
가질 수 없어도
들어와 버린 너로 인해
내 삶은 선물이어라
강인호, 봄안부
당신없이도 또 봄날이어서
살구꽃 분홍빛 저리 환합니다
언젠가
당신에게 찾아갔었을 분홍빛
오늘은 내 가슴에 스며듭니다
머잖아 저 분홍빛 차차 없어져서는
어느 날 푸른빛으로 사라지겠지요
당신 가슴속에 스며들었을 때 내 추억도
이제 다 스러지고 말았을지도 모르는데
살구꽃 환한 나무 아래서
당신 생각합니다
앞으로 몇번이나 저 분홍빛이 그대와 나
우리 가슴 속에 찾아와 머물다 갈런지요
잘 지내주어요
더 이상 내가 그대 안의 분홍빛 아니어도
그대의 봄 아름답기를
김완화, 동백꽃
그 꽃 다 지고 나서야
지름길을 알았다
그대에게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