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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삼성 감독이 4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굴곡 많았던 41년 야구인생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경호 기자 [email protected] |
[한겨레]
[한겨레가 만난 사람] ‘야구 대통령’ 류중일 삼성 감독 |
‘삼세판’이란 말이 있다. 한번으로는 이겼다고 할 수 없고, 세판에 두번은 이겨야 비로소 승리했다는 의미일 테다. 내리 세번을 이겼다면야…. 류중일(50) 삼성 감독이 프로야구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우승 청부사’ 김응용 한화 감독, ‘야신’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류 감독은 2011년부터 선동열 감독한테서 삼성의 사령탑 배턴을 넘겨받았지만 선 감독의 그림자가 컸다. ‘지키는 야구’로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일궈냈던 선 감독은 1점이라도 앞서는 상황에서는 절대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야구를 추구했다. 선발-불펜-마무리로 이어지는 탄탄한 투수진이 밑바탕이 됐다. 류 감독은 취임 초 선 감독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서 화끈한 공격야구를 천명했다. 전임 감독이 만들어 놓은 바탕 위에 차근차근 자신의 색깔을 덧씌워 갔다. 프로 데뷔 이후 27년 동안 삼성에서만 잔뼈가 굵은 류 감독은 감독 데뷔 첫해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다독거리며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주위에서는 ‘야통’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스스로 ‘복장’, ‘운장’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류 감독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1승3패를 당해 벼랑 끝에 섰으나 ‘확률 0%’의 벽을 허물고 우승 축배를 들었다. 지난 4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만난 그는 괄괄하고 화통한 목소리로 거침없이 답했다. 인터뷰/이충신 기자 [email protecte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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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장·운장 : 복 많고 운 좋은 감독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3연패했다. 언제 제일 힘들었나?
“올해 제일 힘들었다. 한국시리즈에서 1승3패에 몰렸을 때 우승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통합 3연패의 의미가 남다를 텐데.
“진짜 3연패하고 싶었다. 처음 우승할 때는 선동열 감독의 그림자가 있었다. 요리사가 똑같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똑같은 음식이 나오는 게 아닌데, ‘선 감독이 만들어 놓은 팀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두번째도 그런 게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선수들도 달라지고 해서 선 감독의 그림자를 벗어나 의미가 크다.”
-선동열 감독의 그림자는 어떤 것인가?
“선 감독은 ‘지키는 야구’다. 한 점이라도 이기면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야구다. 선발투수 다음에 중간계투로 이어지고 9회 오승환이 나오는 공식이다. 올해도 마찬가지 패턴이었지만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다.”
-2011년 팀을 맡았을 때, 선 감독의 틀을 지키면서 화끈한 공격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공격야구가 나아졌다고 보지만 공격력을 더 키워야 한다. 조동찬과 김상수가 빠진데다 기복이 너무 심하다. 도루도 많이 줄었다. 캠프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공격적 야구로 팬들이 경기장에 많이 오게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어떤가?
“조금 늘었다고 본다. 지금 1만석에 평균 7000명 정도 들어오는데, 2016년 새 구장으로 옮기면 2만5000석에 1만7000명 정도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처음 감독을 맡을 때 두렵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처음에는 성적이 좋은 팀이라서 4강에 못 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진짜 두려웠다. 다행히 하늘에서 도와줬는지 3연패했다. 감독이 아주 즐겁다.”
-내년에도 우승이 목표인가?
“프로는 2등이 필요 없다.”
-삼성이 나머지 구단과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인가?
“조직력이다. 1987년 입단해 한국시리즈에서 해태한테 4연패로 지고, 엘지한테도 지고 선수생활 할 때 우승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삼성이) 잘돼 있는 부분이 많아 자부심을 느낀다. 위계질서와 예의, 10분 일찍 움직이는 ‘10분 문화’가 그런 것이다. 성적으로 나타난다.”
-복이 많은 감독이라는 ‘복장’, 운이 좋다는 ‘운장’이란 말을 듣기도 한다.
“내가 다 했다고 말하기 힘든 성격이라서 좋은 선수, 코치를 만나서 우승했다고 말했더니 모두 그렇게 생각하더라. 하지만 선수 기용부터 작전까지 모든 것은 감독 손에서 나온다.”
선동열 팀에 숟가락 얹었단 소리
통합 3연패로 완전히 벗어나
매일 잠 못자고 고민해도
경기 지면 혼자 욕먹는게 감독
삼성 공격력 세졌지만 더 세져야
기복 심하고 도루도 많이 줄어
전력 20% 차지하던 오승환
그 빈자리에 임창용 오면 좋겠다 -겸손의 표현이었는데 그렇게 받아들이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난 가만히 있고 선수들이 다 하는 것처럼 주위에서 말하면 때로는 기분이 나쁘기도 하다. 감독이란 자리가 허수아비처럼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되는 자리가 아니다. 최종 결정은 내가 한다. 책임지는 자리니까.”
-삼성 팬한테 ‘관중일’ ‘돌중일’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하는데.
“경기에 지면 팬들은 모두 감독이 무능해서 졌다고 한다. ‘관중일’은 심판한테 어필 안 해서 듣는 소리고, ‘돌중일’은 투수 교체나 대타 등 작전을 잘못해서 듣는 소리다. 나뿐만 아니고 모든 감독이 그런 욕 먹는다.”
-감독과 선수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신뢰,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자신감이다. 가장 싫어하는 말은 자만심이다. ‘할 수 있다’는 것과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타자는 타석에서 삼진 당하는 게 최악이고, 투수는 홈런 맞는 게 최악이다. 선수들에게 삼진 먹고, 홈런 맞으라고 말한다. 수비는 실책이 최악이다. 실수하라고 말한다. ‘실수하면 감독이 뺄 텐데’라는 생각 들면 더 실수한다. 실수했다고 도중에 ‘야 너 나와’ 하면서 뺀 적 한번도 없다. 실수하지 않고 야구 못한다.”
-‘형님 리더십’은 선수들을 잘 다독거리고 이끈다는 말인데.
“삼성에서만 27년 동안 선수, 코치로 생활했다. ‘코치 할 때는 이랬는데, 감독 할 때는 왜 저러나’ 하며 사람 바뀌었다는 말 듣기 싫더라.”
-선수 기용할 때 믿음의 근거는 데이터인가 아니면 직감인가?
“투수가 던지는 스타일과 각도, 타자가 치는 타격 각도가 선수마다 다르다. 이에 맞게 투수도 바꾸고, 타자도 바꾸고 작전도 구사한다.”
-일본프로야구 한신에 입단한 오승환의 빈자리가 크다. 안지만 등도 있지만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임창용 방출 소식 들었다. 임창용의 마음에 달렸다. 국내 복귀하겠다는 말을 먼저 해야 한다. 본인이 나이도 있으니 마지막 야구인생을 삼성에서 보내겠다고 결정하면 영입해야 한다. 사장과 단장이 모두 고민하고 있다. 대우를 어떻게 해주느냐가 문제인데 본인을 만나서 의견 조율을 해야 하지 않겠나.”
-오승환은 어느 정도 성적이 가능한가?
“내년 시즌에서 30~40세이브는 가능하다. 한국과 다른 환경에 적응하려면 상대를 알아야 한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타자들은 볼을 보는 눈이 우리보다 한 수 위다. 상대 타자들의 장단점을 빨리 파악해야 하고,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종을 하나 더 개발해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구질이 필요하다.”
-삼성 외국인 투수들이 썩 좋지 않았는데, 외국인 선수 구상은 어떻게 하고 있나?
“투수 한명과 타자 한명을 구해야 한다. 외야 수비가 되면서 발이 빠른 중장거리 타자로 군입대하는 배영섭이 빠진 자리를 메우면 딱 좋다.”
-외국인 투수는 올해 실패를 했는데, 이번에 잘 진행되고 있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팀 선수들과 잘 어울리면 되는데, 난 메이저 출신이라는 착각 속에서 한국 야구와 선수들을 깔보면 적응이 안 된다. 메이저는 볼도 휘두르지만 한국은 볼은 안 친다. 그래서 외국인 투수들이 항상 당한다.”
-감독의 조건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감독은) 매일 잠을 못 자는 사람, 항상 고민하는 사람이다. 팀 성적 때문에 고민도 하고 경기 끝나면 그다음 경기를 걱정해야 한다. 매일 맨정신에 잠 못 자고 술 힘을 빌려 잠을 잔다.”
-야구 안 했으면 뭘 했을까?
“어릴 때 모친이 점 보러 가면 판검사 사주가 나왔다. 3연패했으니 판검사보다 더 낫다.”
-야구는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인가?
“글쎄, 야구는 인생의 전부, 분신이다. 9살부터 41년 동안 야구 했는데 선수, 코치, 감독으로 3연패할 때까지 한 해를 쉬어본 적이 없다. 나보다 행복한 감독 없을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다른 팀 자유계약선수 영입이 없었는데, 전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심정수 영입 이후 지금까지 데려온 선수가 없지만 선동열 감독 때부터 5번 우승했다. 그런데도 선수 데려오면 외부에서 손가락질할 것 아닌가. 하지만 꼭 필요한 선수는 나오면 잡는다.”
-최근 야구 흐름이 현장 위주에서 프런트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구단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현장이 중심이 돼야 한다. 삼성도 사장이 감독과 코치를 불러서 ‘이래라저래라’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현장 위주로 바뀌었다. 사장은 단장과 감독이 싸우지 않게 만들면 된다.”
-두산 김진욱 감독 경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정이 있지 않겠나. 지금까지 계약기간 채운 감독이 몇 명 안 된다.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감독이 가면 되는데, 구단과 방향이 다르면 감독이 빨리 방향을 바꿔야 한다.”
-최근 자유계약선수들의 연봉 거품 논란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거품이라고 하면 선수들이 좋아하지 않을 테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구단이 안 좋아해서 발언 잘 해야 하는데, 시작은 넥센이다. 이택근 데려가면서 50억원을 준 게 발단이 됐다. 그러니 김주찬도 50억 받았다. 내가 선수라도 ‘이택근보다 못하냐’ 그런 얘기 한다. 이용규, 정근우, 이종욱도 ‘내가 김주찬보다 못한 게 뭐 있나’ 할 수 있다. 결국 더 줘야 간다. 에프에이는 필요한 선수 데려오는 것이고 필요한 팀에 가는 것이다. 거품이 아니고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내년도 9개 구단 전력을 어떻게 보나?
“평준화된 것 같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상하위권으로 갈릴 듯하다. 외국인 선수 4명을 보유할 수 있고, 2명을 출전시킬 수 있는 엔씨가 4강에 들 것으로 본다. 우리는 오승환 잃고 배영섭 군입대한다. 오승환이 전력의 20%였는데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그래도 우승 가능한 전력이다.”
-아마야구가 살아야 프로야구가 더 발전할 텐데.
“진짜 할 말 많다. 가장 시급한 게 실업야구를 부활해야 한다. 한 해 고등학교와 대학 합쳐서 800~900명 정도 졸업하는데 프로에 입단하는 선수는 신고선수까지 합쳐 110명 안팎이다. 선수들 취업률이 떨어진다. 그러면 야구 하려는 사람 없어진다.”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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