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우리 아직 미성년자다. 부모님 두분이 광주 분이고 시위중에 만나신 분들인 덕에 난 어릴 때부터 정치에 대한 이야기 기사 보도 많이 보고 읽으며 자랐다. 그래도 난 아직 정치에 대해 잘 모르겠다. 우리가 곧 성년이니 뭐니 해도 우린 미성년자다. 주위 부모님에 선생님에 휩쓸리고 물타기 당하기 쉬운 나이들이라고. 시위를 하던 의견을 펼치던 그건 우리가 우리의 주관을 확실히 정할 수 있어야만 하는 거다 너희 정치 상식 다 어디서 얻었어. 대부분 친구잖아. 그래서 우리는 아직 우리의 주관이 명확하다 말할 수 없는 거다.
그리고 우리는 곧 짐을 짊어지게 될 나이다. 몇십년 전에 우리 부모님 목 터져라 소리 지르시고 아버지 손가락 하나 잃어버리시며 그 짐을 지셨다 이제 곧 우리가 짊어져야 한다. 그런데 벌써 성급할 필요가 없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감정에 휩쓸려 소리지르는 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우리 나이는, 억울한 이 상황들을 제대로 인지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에게 힘을 보태며, 나중에 우리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될 기반을 쌓는 것이다.
학력주의 나도 싫지. 하지만 서울대생의 목소리와 지방대 사람의 목소리. 사람들이 과연 누구의 말에 일단 관심을 기울일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비단 아는게 많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내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많아야 되는 거야.
지금 화나는거 억울한거 다 품고 공부해라 그리고 성인이 되어 너희가 말하고자 하고 싶었던걸 말하는 사람이 되자. 이왕 짊어질 짐이라면, 더 잘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전국의 중. 고등학생 분들 시위는 숭고한 겁니다. 여러분이 언젠가 참가해야 되는 것도 맞아요. 하지만 우리는 우선 짐을 짊어질 사람이 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