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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96 (외전)
게시물ID : soda_69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79
조회수 : 3547회
댓글수 : 30개
등록시간 : 2024/04/09 13: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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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내일은 휴일이고..목요일은 제가 출장을 갈 일이 있어서 업로드가 어렵겠습니다.

그냥 오늘 스팀팩 뿌리고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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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본인이 한창 코드 구걸하러 다니던 2019년도 하반기...


사실 공부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이 시기에 본인은 대만에서 와이프와 결혼을 했음.

대만에서 한번 하고, 한국에서 한번 더 식을 올린 뒤, 신혼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미루고 미루던 상황..

(코로나 사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음...)


일단 제일 큰 문제는 집이었음. 와이프는 결혼 후 잠시동안 내 5평짜리 원룸에서 같이 지내며 같이 집을

알아보러 다니자고 제안 하였고 그렇게 했는데...

한국어도 못하는 채로 홀홀 단신 외국땅으로 와 있는 아내는 평일에는 항상 집에 혼자 있었으니까.


퇴근하고 집에 가보면 아내 눈이 퉁퉁 부어있을 때가 많았음. 아무래도 5평짜리 원룸에서 혼자 집에 있으니 현타가 많이 왔나봄.

그리고 따뜻한 대만에서 살다가 한국에 오니 계절부터 해서 먹는것 마시는것 모든게 다르다보니 탈도 자주났음.

국제 결혼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음. 애기를 하나 더 키우는느낌. 병원부터 해서 언어가 필요한 모든 부분에 내가 나서야 했음.


특히나 스트레스받던건 아파트 전세계약...모든걸 혼자서 준비해야 했음.

은행에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을 알아보고, 주말에는 근처 아파트를 보러 다녔음. 경기도라 그런지 너무 비쌌음.


그래도 이 동네는 좀 오래된 곳이라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10년 20년, 심하면 30년 된 아파트 들이었고

25평 기준 평균 2억 1000만~3억 4000만원 정도가 대부분.. 물론 근처의 레O안은 7억 6천....


그래도 매일 저녁 눈이 부어있는 아내를 보는건 남편 입장에서 '고통' 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아파트로 이사가고자 노력했음.


집이 넓어야 혼자 있어도 덜 비참할 것이고, 

당장에 집에 TV 정도는 놔 줘야 뭐라도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거라 생각 되었기에..


그렇게 알아보다가 1996년도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 하나에 들어가게 되었음. 1500세대가 사는 아파트 였는데

1~2주에 한번씩 단지 내 장터도 생기고, 위치가 너무 좋아 아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이곳 저곳 다니기 좋았음.


전세계약이 정말 스트레스였는데. 당시 유투브에는 전세사기 관련 컨텐츠가 넘쳐나고 있었고

부동산들도 같이 짜고 친다는 내용들도 많아서 정말 사람 믿고 내 지난 4~5년간 모은 1억 + 대출금을 선뜻 건네기가 무서웠음.


계약날 아파트 명의자 아저씨가 오신다고 약속했는데 막상 부동산에 가보니 아저씨가 아닌 아저씨 사모님이 와있고...

거기에 부동산 중계사는 


 "이런건 다 서로 믿고~~^^ 하는거죠~~"


말할 때는 쌍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음.


나: 중계사님^^ 서로 믿고 하는게 아니라 서로 '목숨' 걸고 하는겁니다 저한텐^^ 

제가 중계사님을 언제 만난적이 있다고 믿고 자시고를 말씀하세요^^

그럼 중계사님 집 주소랑. 와이프랑 애기들 사진, 어느 학교 다니는지 저 한테 정보 다 제공하세요. 

그 믿음 배신 당했을 때 저도 분풀이 할 곳은 있어야 되지 않겠어요?


중계사: ........................;;;;;;;;


나: 왜요? 믿으라면서요? 그럼 기분 나쁠일이 아닐텐데요? ㅋ


좀 과하긴 했지만 당시 이랬음. 돈이 몇 억인데 남에 돈을 우습게 알지 않는이상 어찌 이리 여유만만한가??


....................................


나: 본인이 온게 아니라 사모님이 오셨는데. 위임장이랑 인감 증명서는 챙겨 오셨는지요?


사모님: 아니...젊은 사람이 너무 깐깐하네....


나: ............................


중계사: ..............................


나: 뭐합니까?


중계사: 네?


나: 내가 사모님 설득해야되요? 원칙대로 가자고? 중계사가 가만 있으면 됩니까?


중계사: 아;;;네 죄송합니다... 에이~~ 사모님 왜이러 실까~~~


...........................

.........................

.......................


나이 많은 집주인들은 이래서 곤란했음. 결국 사모님은 남편 도장 하나 달랑 들고 찾아온 것이고 

상당히 기분나빠하며 계약을 다음으로 미루었음.


나: 중계사면 중계사 답게 똑바로 하세요. 다음번에도 제가 서류 확인하는 상황 나오면 가만히 안있습니다?


중계사: 죄송합니다...그런데 진짜 저분들은 그런 사람들 아니에요;; 제가 여기 얼마나 오래 있었는데요;;


나: 돈이 오가는 일이에요. 돈이면 가족들끼리도 눈돌아가는 세상인데 하물며 남 아닙니까? 중계사 말고 중매쟁이 할꺼에요?! 어디 교회 다녀요?

왜이렇게 믿음을 좋아하신데요!?


중계사: ............................


나: 제가 유투브 보니까 뭐래더라? 납세증명서도 확인해 보라고 하던데. 이건 중계사님이 책임지고 받아오세요. 

그리고 특약도.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대항력) 효력 발생일 전까지 해당 물건에 어떠한 근저당을 잡지 말고 위반 사실 발생시 해당 계약은 무효화 하고

저한테 전세금 반납 및 기존 계약금의 2배 물어내는 항목으로요. 전세보증보험에 협조 할것도 같이.


중계사: 네...추가 할려고..했어요...;;


인터넷에 뭐라더라? 국가에 세금이 밀리면 항상 1순위로 국가가 체납자의 재산에 근저당을 건다는 그런 내용을 들은적이 있음.


나이드신 분들은 이런거 집에서 공인인증서로 편하게 정부 24들어가서 처리 할 줄 모르니 일일이 동사무소나 세무서 찾아가서 

이런 작업을 해야했는데.... 가능하면 독자님들은 전세계약 할 때 젊은 집주인들과 하셨으면 좋겠음. 내가 볼 때 45세 까지는 괜찮은듯.

이 분들은 대부분 알아서 자기가 FM 대로 챙겨 왔음. 



***



그리고 다시 부동산에서 사모님과 만났고. 중계사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건지 내가 필요한 서류를 다 준비해 왔음.

휴...힘들었지만 이제 끝이다... 생각하고 같이 도장을 쿵~쿵 찍고 있는데


뭐냐...왜 또 불안하지...? 자세히 보니 도장이 약간 이상하다......


나: 잠깐만요. 사모님. 이거 사장님 '인감도장' 맞아요?


사모님: 네...? 어어.....


중계인: 도장 좀 줘보세요. 


그렇게 인감증명서랑 대조를 해보니 다르다....


사모님: 아니.. 내가 분명히 서랍에 넣어뒀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지 뭐에요;; 그래서 급한대로 이거라도 챙겨왔어요;


중계인: 저...그런데....사실 반드시 인감도장으로 찍을 필요는 없긴한데.....


여기서도 사람의 애매한 심리가 발생되었음. 중계인이 하는 말이니 큰 문제 될건 없을것도 같고..

여기 사모님도 기분이 않좋아 질것 같고.. 은근히 '요구'하는 입장에서 눈치나 체면이 신경쓰임.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았음. 나는 부동산 계약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안전할 수 있는 방식을 고수 해야한다. 지금 이 순간에 사모님에게 '불편한 감정' 을 느끼게 만들어야

하는 내 '심리적 부담감'. 


아무 문제 없는일에 '오바'하는 모습을 중계인 앞에서 보여야하는 내 '체면'.


[다 하잘것 없는 이유다.]


나는 한 여자를 책임지는 입장이고. 이 돈은 내 평생일한 유일한 결과임. 뭣이 더 중한디?


[밀어 붙인다.]


나: 그리고 위임장도 보면 본인 란에 체크 안되있고 대리인으로 체크 되있는데..제가 저번에 본인 발급으로 챙기시라고...


중계인: 아........;;;; 사모님;;;;;;;;;;;;잘 좀 준비 하셨어야죠;;;


사모님: 아니 ㅡㅡ; 나라고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삼촌 진짜 너무하네요; 내가 이 서류들 뗀다고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모를꺼에요;;


나: ........................


사모님: 그리고 내가 마누란데..!! 왜 사람을 못믿는거에요!!!


나: 제가 사모님을 언제 봤다고 믿냐구요. 그럼 혼인관계 증명서 떼오셨어요!?


사모님: 아니 이 삼촌이 진짜 ㅡㅡ;


나: 사모님. 지금 사모님은 남편분 명의 아파트를 저한테 대여 해주고, 그 대여 비용을 받아서 자금 굴리시려는 판매자 입장 아니에요? 엄연히 판매 대리인이죠.


중계인: ............;;


나: 요즘 세상은 달라요. 집주인이 아니라 판매자 인거고!! 저는 엄연히 사모님 남편분의 고객인 입장입니다!!! 


사모님: ...........;;;;;



나: 그리고 생각을 좀 바꿔보세요. 남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사모님 아들이라고 생각해 보시라구요. 

사모님 아들이 딴데가서 이러고 있으면  인정머리 없다고 생각하실까요 

아니면 요즘 같이 위험한 세상에 우리 아들 참 똑 부러진다 뿌듯하실까요? 남으로 보지 마시구 아들이라고 봐주세요.


사모님: ........음.......나도 사실 집에 딸이 둘 있어요. 하나는 시집가서 애가 하나고..하나는 곧 대학교 졸업하고..

들어보니까 삼촌 말이 맞네요. 잘하는게 맞지...맞아...


나: .....................

 

사모님: 다시 집에가서 딸내미랑 같이 필요한거 다 확인해서 제대로 갖추고 다시 올테니까...이번엔 제대로 해요 삼촌.


나: 네..^^ 감사합니다.


중계사: 휴............;;;



결국 마지막 도장 찍을 때는 사모님은 큰 딸, 작은 딸, 사위, 손자, 주인 아저씨까지 대동하고 나타나셨고...(일가족 총 출동)

모두가 열심히 서류를 꼼꼼히 확인 한 뒤, 비로소 계약을 성사 할 수 있었음. 

그래. 전 재산이 오가는 일에 이정도 '격식'은 갖추어 져야지.


[이제야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에 맞는 격이 갖추어 진 기분]


그리고 다 같이 식당에가서 밥 사먹고, 커피 집에서 커피까지 먹고 헤어졌음. 

딸내미들은 엄마가 세입자 삼촌이 너무 무섭다고해서 같이 가달라고 떼를 써가지고 잡혀 나왔다고 함 ㅋㅋㅋㅋ

다행히 사위랑 딸들 눈에 나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유쾌한 사람이었고 세대가 비슷하다 보니 공감되는것도 많았던거 같음.


이 아파트에서 2년간 정말 재밌게 살았고, 마지막에는 귀여운 아들까지 얻어 나갔으니 집주인 아저씨와 사모님은 

뛸듯이 좋아했음. 애기 태어난 집이면 복이 붙은 집이라고 ㅎㅎㅎ

거기다 집을 너무 깨끗하게 잘 써서. 이삿짐을 다 뺐을 때도 청소 할 곳이 거의 없어, 사모님께 따로 용돈 30만원도 받고 나왔음. ㅋㅋ

아 전세 뺄때 관리실 가서 장기수선수당인가 뭔가도 받아 가야함.



어쨌든 겨우 아파트를 마련했고  

넓은 집으로 가자 그제서야 아내는 마음의 안정을 찾았음. 다시 회사에 집중 할 수 있는 상황이 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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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어떤 독자님께.

페르시아 무공은 얻지 못했지만 '미녀'는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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