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야심찬 미 상원의원을 주인공으로 삼은 드라마고 평이 참 좋았었습니다.
뭐 오바마 대통령도 챙겨본다 하는 것도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였죠.
저는 그 드라마를 보다가 시즌1을 채 마치지 못하고 리타이어했습니다.
완성도가 높은 건 알겠는데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점이 있더라구요.
드라마를 그만 보고도 며칠인가가 지난 뒤에야 왜 그 드라마가 역겹게 느껴졌는지를 알았습니다.
그 주인공은 자기가 뭔가 이루고 추진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권력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권력을 잡고 싶어서 권력을 추구하고 있었고, 그게 참을 수 없었던 거더군요.
수단의 목적화가 본능적인 혐오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걸 그 때 알았습니다.
썰전을 제대로 본 적은 없습니다.
보수 쪽 패널로 나오는 사람들이 죄다 제가 매우 싫어하는 인사들이라 볼 생각도 안 들더군요.
다만 이철희의 글은 이래저래 볼 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 사람이 정치를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목적이 뭔가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대표적으로 요새 웹에서 핫한 김광진 은수미라든지, 혹은 정의당 차세대 주자인 조성주 같은 경우에
인터뷰를 듣고 글을 읽었을 때 이 사람이 입법활동을 통해서 얻어내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히 보입니다.
김광진은 청년층을 대변해주는 정치와, 청년 대표자들의 국회 진출 원활화를 노리고,
은수미는 노동자 계층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조성주는 초기업 노조나 다양한 방식의 유니온 조직을 통한 근로 계층 연대를 목표합니다.
제대로 된 '정치인'들에게는 이런 비전이 깃들여 있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비롯하는 경우도 있고, 세상에 그렇게 가야한다는 신념에서도 나오죠.
물론 그 비전은 변화할 수도 있습니다.
노무현의 경우 초기의 지역주의 타파 노력은 절차적 민주주의 확립에 대한 목표로 나아갔고,
퇴임 이후에는 농업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옮겨갔죠.
어찌되었건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 지점의 존재입니다.
권력 쟁취는 그 수단에 불과해야 하는 것이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지경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전 이철희에게 그 역전 현상을 빠르게 봅니다.
이철희는 스스로를 경제 전문가 혹은 정치 공학자로서 포지셔닝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어느 쪽에서도 명확한 성취 지점이라는 것은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1201045331이 시점을 기반으로 해서 한번 이철희 입당의 변을 한번 다시 보시죠.
전 여기서 어떤 일관된 가치체계랄 것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 결과라고 한다면 뭐, 핫하게 붙고 쿨하게 사라지겠다는 양반이 비례대표를 얼쩡거리는 상황 뿐일 겁니다.
누구랑 핫하게 붙어보겠다는 거죠? 비례대표 후보자들끼리 핫하게 붙나요?
다시 하우스 오브 카드 이야기입니다.
드라마를 보다가 중간에 끊고 당시 민주당, 새정연 쪽을 보았습니다.
현실 정치로 옮아와 보니 김한길이 그런 짓을 하고 있더군요.
만들고 싶은 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당내 권력투쟁을 위해서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정치꾼.
사실 이철희가 김한길 수준의 난동꾼이 될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김한길 수준으로 악덕을 갖추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러나 그 능력을 혹여나 지니고 있다면 포스트 김한길로 가장 유력한 인물은 이철희가 아닐까 전 그렇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