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 같이 보는데 결혼 전과 후가 달라졌다던가 너무 잘 모르고 결혼한 것 같다는 어느 신혼부부의 인터뷰가 나오고 있었다.
생각을 해보자. 결혼 전과 후가 똑같다는 말이 칭찬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왠지 그렇다. 달라졌다는 말은 괜히 안 좋은 말 같이 느껴진다. 근데 우리는 어떤 편이지? 궁금해져서 남편에게 물었다.
"오빠 오빠는 결혼하기 전이랑 후에 내 모습이 생각했던 모습이랑 달랐어?"
마치 퀘스트를 받은 것 마냥 눈알을 한참 굴리면서 골똘히 생각하더니 마치 고민한 적 없다는 듯 대답한다.
"아니. 전혀. 하나도 다른 거 없어!"
그래. 리액션 좋아! 괜히 뿌듯한 맘으로 티비를 계속 보는데 우리 남편은 아직 덜 끝났는지 말을 계속한다.
"오히려 내가 생각했던 거랑 하나도 다르지 않아서 가끔 너무 신기하고 놀랐어!"
나도 그랬다. 다 너무 완벽해서가 아니라 옷 아무데나 던져놓는거 알고 있어서 덜 화났고 화장실 변기 커버 내려놓는거 못하는 것도 알았고 식욕이 강해서 먹는 게 제일 중요한 것도 알았고 그냥 내가 알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래서 충격적이거나 실망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딱 하나! 걸리는 것. 나는 이번 기회에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 대답했다.
"나는 딱 하나! 오빠가 아무거나 잘 먹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냥 좋아하는걸 잘 먹는 사람이었던 거고.. 아무거나 잘 먹지 않아서 가끔 어려워 ㅠㅠ 생각보다 입이 짧아서 밥할 때 고민돼!" 했다.
그러자 우리남편, 뭐 그정도야.. 하는 눈빛을 보낸다. 대답이 없자 나는 남편에게 질문을 했다.
"근데 오빠는 뭐가 생각했던 거랑 똑같아?? 어떤 생각이었는데?ㅎㅎㅎ"
내가 미쳤지 이 질문을 하지 말았어야했다 그냥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ㅠㅠ 그러자 울남편 내가 뭔가 대화하고파 하는 줄 알고 열심히 대답한다.
"그냥 니 생활패턴 다 아니까 모든 결혼 생활이 생각했던거랑 똑같아! 다만 생각보다 청소는 잘하는 거 같구! 뭐.. 니가 낮밤이 아예 바뀌어 있다는 거나 잠이 많아서 아침에 못일어날 줄 알았구. 밥도 생각한 맛 그대로구."
자.. 다시 짚어보자. 나는 남편이 결혼 후에 내가 한 밥을 잘 먹지않아 고민이라고 했다. 근데 우리남편은 생각했던 맛 그대로란다.
그럼 이 공식을 풀어보면.. 원래 밥 잘 먹음 -> 근데 내밥 잘 안먹음 -> 맛없음 -> 생각한 맛...... = 생각대로 맛이 없음
"맛이 없을 것 같았는데 정말 맛이 없었어?"
"응!!ㅎㅎㅎ 잘 못할거라는거 알아서 괜찮았어!!"
위로하지마라... 난 여태 나 좀 잘하는 줄 알았다 조금 싱겁긴 했지만 건강을 위해 싱겁게 만들었던 건데 싱거운게 문제가 아니었다는 거지...? 나 지금 충격먹었다......
나 진짜 쫌 하는 줄 알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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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니가 한 밥은 맛있는 줄 아냐! 오빠 밥에선 후추맛. 오빠 국에선 후추맛. 오빠 스팸에선 후추맛! 다 후추 맛이거든!!! 그나저나 나중에 태어날 울집 애기가 불쌍해ㅠㅠ 엄마아빠 다 요리고자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