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남편이 집에 왔는데 남이해준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혼잣말을 했는데 그걸 너무 크게 말해서 내가 들었다. 남편은 아차 싶은 표정으로 나를 봤고 나는 이때다 싶어서 웃었다.
남편은 부랴부랴 집에 남이해준 음식이 먹고싶지만 그게 내가 만든건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내 귀엔 들리지 않았다.
그 날 점심때 남편을 대동해 마트에서 소갈비 두팩이랑 야채들을 사고 나는 갈비탕과 소갈비찜을 만들기로 했다. 물론 양념도 내가 만들기로 했다. 백종원 아저씨의 집밥 19화??(기억이안납니다...)를 참조하기로 했다.
남편은 이미 시장이 반찬이라며 아무것도 안먹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중간중간에 자기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며 왜 좋은 재료를 낭비하냐며 혼잣말을 아주 크게 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내 신중한 칼질을 보더니 이내 고개를 흔들며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비로소 이구역의 요리왕 비룡이 된 듯 칼을 쥐고 야채를 다듬기 시작했다. 30분동안 야채랑 싸웠다. 당근은 썰기가 매우 어렵다는걸 느꼈다.
아무튼 백종원 아저씨가 알려준데로 갈비탕과 갈비찜을 불 위에 올려두고 잠시 남편있는 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내일은 뭐가 먹고 싶냐고 물었지만 남편은 내가 따라주는 물도 이상하게 맛이 없어진다며 그냥 쉬는게 좋을꺼같다고 답변을 해줬다. 물론 들리진 않았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 확인을 해보니 갈비탕 육수가 정말 잘 뽑혀나와 기분이 좋았다. 옆에 소갈비찜도 냄새가 정말 좋았기에 역시 백종원 아저씨의 레시피는 누구든 구제할 수 있구나...! 를 느꼈다. 착각이었다.
갈비탕 육수는 기가막히게 잘 뽑혔지만 내가 간을 잘못해서 망했다. 소갈비찜은 당면넣는 타이밍과 국물이 짜질걸 염려해 물을 좀 넉넉하게 넣었는데 당면만 간이맞고 고기는 싱거웠다. 심지어 당면이 국물을 다 흡수해 비주얼도 좀 이상해졌다.
음.. 정신을 차리고 남편을 호출해 일단 숟가락을 쥐어주고 먹으라고 했다.(협박은 안했지만 남편표정은 사약먹는 표정이었다) 남편은 갈비탕 국물을 한숫갈 뜨더니 일어나서 내 갈비탕과 자기갈비탕을 다시 냄비에 넣고 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갈비찜을 하나 먹더니 당면을 다른 그릇에 담아놓고 2차 간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시무룩해졌다. 남편은 진지하게 음식가지고 장난치면 안된다고 했다. 나는 장난친게 아니고 요리를 한거라고 받아쳤지만 남편은 다시한번 진지하게 사람이 어떤 한가지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게 있는게 그게 나에겐 요리라고 했다. 할말이 없었다.
그렇게 남편이 2차로 간을 한 갈비탕과 갈비찜은 맛있었다. 나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예전에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이고 싶어서 이주일동안 이틀에 한번꼴로 끓여봤는데 한번도 맛있었던적이 없었다. 남편은 나에게 1,000번을 끓이다 보면 맛있겠지.. 하고 위로를 했지만 그 1,000개의 김치찌개 맛을 보는 마루타는 되기 싫으니 그냥 자기가 해준것만 먹으라고 했다.
그래도 라면은 내가 잘 끓여서 종종 끓여준다. 비빔면이랑 짜파게티 이런것도 잘 하고 계란후라이도 잘 한다. 계란찜은 5번 정도 했는데 다 망했다.
내가 한 요리중에 남편이 제일 잘 먹었던게 제육볶음인데 고기에 시판용 소스넣고 야채넣고 한거다. (사실 고기가 부분부분 익지 않아 다시 열처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