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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75
게시물ID : soda_68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65
조회수 : 6098회
댓글수 : 36개
등록시간 : 2024/02/01 09: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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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유 독자님들^^

저는 축구만 보면 우리 편이 진다는 징크스가 있어서

가급적 우리나라 축구를 안보고 있었는데요. 이번주 토요일에 축구를 볼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이겼으면 좋겠는데...하이라이트만 보기엔 성이 안차고...

고민이군요...ㅎㅎ 그래도 마음고생 하던 선수들이 이번에 좋은 성적을 보여주다니

일단은 안도감이 듭니다. 저 같이 인터넷에 익명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독자님들의 반응에

신경이 쓰이고 하는데, 얼굴과 이름 다 공개하고 뛰는 축구선수들은 오죽할까요. ㅎㅎ

 

이번에는 누구 하나 욕먹는 사람없이 멋진 경기를 보여줬으면 하고 기원합니다.

상처받는 사람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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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N의 AI 적용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엄청난 고객사 & 협력사 미팅을 해야했음.

그래도 D사가 잘하는건, 자기들이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말해주었고 PPT로 그림까지 그려 UI 의 대략적인

형태까지 보여주었으니.. 개발자들에겐 그저 감사한 고객이었음.


다른 대기업들은 무슨 대학시절 철 없는 커플 같음.


남: 뭐 먹을래?


여: 아무거나. 오빠 먹고 싶은거.


남: 해물 뼈찜 먹을래?


여: 도리도리


남: 그럼 파스타?


여: 도리도리


남: 돈까스 먹을래?


여: 도리도리


남: 나 먹고 싶은거 먹으래매??


여: 그럼 오빠 먹고싶은거 먹어..


그렇게 해물뼈찜 집.


여: 사실...나는...파스타가 먹고싶었어..


남: ..............;;;;;; 


D사는 다른 여느 고객사들과는 달랐음. 개발하면서 머리 아픈게 UI임.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컨트롤을 배치하고 예쁘게 표현 가능할까..? 그러나 D사는 기능 요청때 이미 자신들의 UX를 만들어서 옴. ㅋㅋㅋㅋ


UI가 단순히 사용자에게 보여지는 인터페이스라고 한다면, UX란 사용자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경험','느낌' 같은 주관적인 

내용까지 포괄된 개념이라 들은바 있음. 

D사는 자신들의 주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토대로 자기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인터페이스를 결정하여

업무를 요구하기에 UX를 만들어 온다고 표현했음.


중요한건 일정인데...넉넉잡아서 시원하게 4달 5달 주면 좋으련만..!! 

항상 개발을 고민하는 아날로그의 상황을 정량화된 디지털화 수치로 표현을 해야하니..


호카게 팀장은 자신만의 일정 짜는 원칙이 있었음. 자신이 생각하는 일정에 항상 곱하기 1.2나 1.4정도를 하라고.

생각해보면 얼추 개발하고 테스트하고 조금 쉬는 정도의 시간이 나오긴 했음.


호카게는 항상 말해왔음. 개발 일정을 정확하게 산출 가능할때 진정한 '시니어'라고..


일단 나온 아이디어는 고객사의 AI DLL과 연결된 판정 프로그램을 간단히 새로 만들고, 거기에 통신을 하나 파서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전달, 리턴하는 방식으로. 물론 검사 프로그램에 직접 DLL을 연결 했어도 되는것이지만

설비 특성상, 작은 문제로 인해 검사 프로그램 자체가 죽어버리면 안되기에 분리하기로 얘기가 되었음.


그리고 하나의 광학군에는 5가지의 AI 불량 유형타입이 있었고, AI 유형에 따라 마킹하는 패턴도 따로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했음. 불량의 맵핑 기호 역시 AI 타입별로 따로 나오도록 해야했으며

모든 기능이 키고 끌수 있도록 해야했음. 


특히나 마킹쪽이 손댈곳이 많아 머리가 아팠는데, 대략적으로 생각해봐도 120일 정도의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판단 되었음.

이 일정 때문에 고객사와 엄청나게 밀고 당기기를 했는데..;;


나: 아니..; 시스템 첫 도입인데 너무 일정이 팍팍한거 아닙니까;;


고객사: 그래도 대리님 정도시라면 그다지 어려울게 없을 텐데요.


나: 단순 기능구현만 보지 마시고, 구조도 보셔야해요;; 일정 쫓기면서 막 짜다가는 코드만 박살난다구요. 저도 좀 구조 설계 같은거도

하면서 안정적으로 만들고 싶단 말입니다.


고객사: 하아..저희도 위에서 지시받는 입장이라 어떻게 안되요..120일은 너무 길어요;;


나: 요청하신 기능 중에는 지금 ADN코드로는 도저히 무리한 내용들도 있어요. 애초에 기존 구조를 바꿔야 하는 케이스도 있어요;;


예를들어 '공통결점'이라는 기능이 있었음.

카메라는 3개의 검사 군으로 나뉘어 있다고 했었음. 이게 순차적으로 설치가 되어있음. 제품은 흐르면서 첫번째로 1번째 군을 지나며

검사를 하고, 뒤로 진행하다가 2번째 군을 통해 또 한번 검사, 다시 진행하여 3번째 군을 최종으로 검사를 마침.


예를들어 1번째 군은 제품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검사. 2번째 군은 밑에서 위로(밑면) 검사.

3번째 군은 또 다른 위치에서 검사. 이렇게. 어디서 어떤 각도로, 혹은 조명을 어떤걸 쓰느냐에 따라 필름에 보이는 불량이 

나오는 것도 있고, 안나오는 것도 있음.


공통 결점이란, 2개 군 이상에서 동일한 위치에 불량이 발생했을 때를 말함.

불량이면 불량이지 굳이 이걸 구분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음. 어쨌든 고객사는 이런 불량의 유형별로 세심하게 제품을 관리했다는거 밖엔..


최소 2개 군에서 잡혔다는건 단순히 겉에 난 불량이 아닌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성질'이라는 것과 이는 어떤 양산 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된다고 혼자 뇌피셜을 써봄.


그렇다면 기존의 방식은? 이것도 처음 봤을땐 참 기상천외하다 싶었는데 ㅋㅋ

각 검사군 마다 카메라의 위치가 Y방향으로 다 다르지 않겠음? 그럼 이걸 세팅할때 비전팀에서는 테스트 시료에 XXXXXX를 함.

그리고 테스트 시료를 흘리면, 1번째 군에서 찍히고, 2번째 3번째 군에도 나오게 됨.


그게 나왔을때, 카메라 군 마다의 프레임 넘버 XXXX를 비교함.

1번째 군에서는 XX프레임에 나왔던게, 2번째 군에서는 XX프레임에 나왔고, 3번째 군에서는 XX프레임에 나오는거임.


롤에는 엔코더가 달려있어, 롤러가 돌아갈때 마다 진행 거리가 계산이 되는데, 우리는 4K 라인스캔 카메라를 쓰고 있고

화면 크기는 4096 * 4096 픽셀 사이즈 임. 이 카메라의 레졸루션이 40um인데 1 픽셀에 0.04mm라는거임.

그럼 Y방향으로 4096픽셀이면 163.84mm가 나옴. 즉 1개 프레임을 촬영할때 163.84mm를 이동한다는 말임.


라인스캔 카메라 특성상 엔코더의 펄스에 따라 촬영을 실시 함으로 장비를 요시~~~땅! 하면 Y의 위치와는 상관없이 

32개 카메라는 동시에 1, 2, 3, 4, 5 프레임이 증가함. 즉 모두 같은 프레임으로 동시에 출발하는 것.


이걸 통해, 기준 검사 군에서 프레임  XXXX를 이용하여 XXXXX XXXXXX를 함. (뭐래;;)


그럼 기준 검사군 외의 검사 프로그램들은 자신이 검사한 전체 이미지들을 기억함.


그리고 기준 검사군이 검사를 진행 할 때, 자신이 검사를 한 불량 위치 이미지를 타 광학군이 기억하고 있던 이미지에서

찢어와서 다시한번 검사를 하는거임.


쓰다보니 너무 자세히 써버려서 급 당황하고 글을 지워서 다시 수정했음. 괜히 기술적인 얘기를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대면

재미도 없고, 향후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문제는 각 군마다 검사 알고리즘이 다르기 때문에, 기준 검사군의 검사 프로그램은 

기준 외의 검사군 프로그램의 검사 알고리즘까지 모두 구현이 되어있음. 

알고리즘 덩치가 타 프로그램보다 3배 커진다는 말임.


그리고 이걸 AI가 향후 적용 된다면...기준 광학군 프로그램이 나머지 검사까지 해야하는 상황에서 

AI처리 시간까지 더해지게 된다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또한 각 알고리즘마다 적절한 검사 파라미터가 들어가야 하는데, 기준 광학군 프로그램 내부적으로

돌아가는 타 광학군 알고리즘에 대해 사용자부터, 비전팀 사람들까지 누구도 이걸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거였음.


실제 기준 외 검사군의 검사 파라메터와 기준 광학군 프로그램 내부적으로 돌아가는 기준외 광학군의 검사 파라메터가 다르다는 말임.

오랫동안 ADN장비를 관리하며 점점 소홀해져 간거임. 그렇다고 이 파라메터들을 연동하는 시스템이 짜여 있는것도 아니었음.

비전팀이 손수 맞춰줘야하는 '관리'의 문제가 되버린것.


제일 곤란했던게 이게 실제로 동작하는지에 대해 체크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음. 이미지를 가지고 온다고 하지만 그게

화면에 가시적으로 나타나는것이 아니었고, 순수 데이터 상태라..그럼에도 이게 동작을하고 있고 실제 생각한 대로 검사가 되고 있다니..


이 코드 역시 호카게님의 '작품' 이었음. 확실히 대단하긴 했음. 

당시 이 기능은 연구소장님 부터 다들 안될거라고 했던 기능이고. 이걸 호카게가 고생고생 하면서 결국은 완성시킨

호카게를 회사에 '증명'시킨 기능이기도 했음.


아마 이렇게 생각하고 구현해내는 사람은 우리 회사에서 호카게밖에 없었을듯..

대부분의 프로그래머가 안된다고 할만한 일도, 호카게는 반드시 시도를 했고. 최선이 안된다면 차선이라도

하려는 사람이었음. 그 차선의 결과가 지금의 공통 결점. 당시만 해도 사람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고 들었음.


본인은 고객사의 AI 적용 컨셉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던게 현재의 공통결점 시스템. 이대로는 무리다..!

그러나 고객사는 당췌 본인의 주장을 알아먹질 못했음. 알아듣진 못하지만 본인이 안된다고 주장 하기에 밀어 붙이지도 못하는 상황.

이 부분은 도무지 타협이 안되어 일단은 '공통결점'에 대한 AI 판단은 보류 상태로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음.


1차적으로 1개 군에 테스트를 해보고, 점진적인 전개에 들어가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음.

최종적으로 고객사와 개발 일정을 결정하기 위해 미팅 준비를 하는데 호카게가 다가왔음.


호카게: OO씨. 개발 일정 생각해 봤어요?


나: 네. 아무리 생각해도 110~120일 정도는 받아야 될거 같아요. 기존의 공통결점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어요.


호카게: ..!! 그걸 왜 바꿔요?


나: 향후 컨셉이랑 안맞으니까 바꾸죠.


호카게: 아니..; 지금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결과도 좋은데 왜 굳이 거길 바꾸려고;;


아...이 기능은 호카게가 고생고생하며 만들었다는 애정 어린 작품이었지...;;


나: 팀장님. 타 후공정 장비에 공통결점 이라는 기능이 있나요?


호카게: 없죠..


나: 그래요. 이런 복잡하고 덩치큰 기능이 하필 ADN에만 있어요. 솔직히 제대로 쓰는지도 모르겠고 지금까지 ADN은 사용 하지도 않고

폐기 시켜놨던 장비인데. 그러는 와중에서 D사 후공정은 잘 돌아 갔잖아요!? 이게 의미가 있는 기능입니까?


호카게: 그렇기에 지금 D사가 ADN에 주목하고 있는거에요. 타 장비들에는 없는 특별한 기능 이니까. 철중 과장님도 공통 결점 덕분에 

실제 다른 광학군에서 놓친 데이터가 공통 결점으로 잡혀 나오는 부분에 대단히 의의를 두고 계시구요.


나: 그건 기준 광학군 프로그램에서 파라메터 관리를 잘못해서 발생하는 우연이죠;; 

이것만 봐도! 현재 공통결점 기능이 업무에 혼선을 주는겁니다.

이건 일정을 늘려서 바꿔야 되는 거에요.

 

호카게: .........


호카게가 이런점을 모르지 않을텐데, 고객이 오해를 하도록 놔 둠으로 하여 자신이 만든 '공통결점'이라는 기능에

과대 포장을 하고있는 기분이 들었음. 


호카게는 분명 괜찮은 사람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알면서 모른척 넘어가며 남들이 상황을 '오해' 하도록

내버려두는 일이 본인에게 자주 목격되었음. 


기술자가 '기술'에 정직해야 하는데, 그는 기술에 약간의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는 느낌.


그리고 이런 부분을 깊이 파고 들수록 양파 껍질 마냥 문제점이 새롭게 나왔음. 이때도 뭔가 본인은 느낌이 왔던것 같음. 

철중이형도 호카게의 이런점을 은연중 느끼기 때문에 호카게를 별로 신뢰하지 않았음.


호카게: 그럼 나랑 같이 미팅을 갑시다.


나: 뭐하시려구요. 제 일정은 제가 말하고 받아올겁니다.


호카게: 내가 도와주면 좀 더 일이 쉽지 않겠어요? 나도 마침 목사님이랑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관련으로 미팅할게 있어요.

이참에 다같이 하면 될거 같은데.


나: 음.....뭐 그러시다면야 같이 가시죠.


그렇게 호카게님과 운전하며 D사로 가는길.


나: 팀장님. 이번에 프로젝트 하면서 ADN 장비를 좀 더 컨트롤하기 좋게 이것저것 바꿀게 많습니다. 좀 도와주세요.

호카게님의 타임리프 스킬 덕 좀 봐주세요 ㅎㅎ


호카게: 걱정마요^^ 나랑 입만 잘 맞추면 되~


그렇게 든든한 호카게님과 함께 D사 사무실을 지나 회의실로 갔음.

그곳에는 목사님과 철중이형. 그리고 후공정 담당자들이 있었음. 


목사님: 크흠..! 안녕하십니까.


본인과 마주치자 심기가 불편한 목사님..ㅋㅋ

전공정에서는 기싸움 해 가면서도 10시 11시 출근하더니 후공정 가서는 9시에 딱딱 출근하는

본인의 태도에 불만이 있었을 거임. 그러게...니네들도 나한테 '자율' 을 줬어야지.


철중이형은 본인과 같은 무신'과'라 [믿음], [자율] 이 본인을 옥죄는 '사슬'이라는걸 잘 알고있었음. 


호카게: 안녕하세요~!


나: 안녕하세요~!!


철중이형: 오. 대리님 오셨습니까! 요즘 마킹 문제가 없으니 후공정도 이제 조용~하네요~ 다 덕분입니다.


호카게: .....;;


나: 아..네 ㅋㅋㅋ 그런 의미로 이번 AI 적용 건 일정이라도 좀 넉넉히 주시면 어떨까요 ㅋㅋ


철중이형: 뭐. 얘기해보고 적절하게 조율 해보면 맞춰지지 않겠습니까!


.....................

.................


나: 그렇기 때문에, 공통결점 기능은 향후에 리스크가 너무 커요. 따라서 제가 생각해둔 방식으로 구조를 좀 바꾸어볼까 합니다.


철중이형: 그래요? 음..서버에서 공통 결점을 판단 하시겠다라..! 그런데 결과적으로 무언가 개선 되는것도 아니고 어차피 같은 결과라면야

굳이 일정을 추가해 가며 바꿔야 할 의미가 있을까요?


나: 표면적으로는 같은 결과겠죠. 대신..코드가 좋아집니다. 일단 ADN 장비는 기준 광학군 검사프로그램이 비대칭 적으로 덩치가 커요.

왜냐면 기존의 방식 때문에 타 광학군 알고리즘까지 포함해서 돌아야 하는 것이죠.


철중이형: ........


호카게: .......


나: 그러다보니 타 광학군에서 관리하는 검사 파라메터들도 기준 광학군에서 개별로 다시 관리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 가보니 그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더군요. 

그러다보니 실제 타 광학군에서 검사되지 않았던게 기준 광학군에서는 검출이 되서 공통결점 처리가 나오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구요.

어떤 분들은 공통결점 덕분에 타 광학군에서 놓친 불량을 찾아냈다고 오해 하시는 분들도 계셨구요.


철중이형: 그건..!! 


나: 네. 철중 과장님이 그러셨죠? ㅋㅋㅋㅋ


철중이형: 아...그게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저는 그렇게 생각 하다보니 반드시 공통결점 이라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나: 단점은 그 뿐만이 아닙니다. 개별 광학군 마다 프레임 XXXXXXXX 맞춰 줘야 하는건데, 아시다 시피 장비라는건 사람 손으로 하는거죠.

저 지박령 과장이나 묵은지 대리가 세팅의 '장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입니다. 장비 마다 값이 달라질 거란 말이죠.

프로그래머가 조금만 실력이 딸리거나, 비전팀 세팅 실력이 조금만 부족해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런건 장비가 아니에요. '예술'이죠.ㅋㅋ


호카게: ...........


철중이형: 으음......


나: 아니면 D사에서 이 공통결점 기능 구현을 위해 우리 회사 도움 받지 않고 단독으로 세팅 가능한 엔지니어가 있나요?


로보트: 없죠...불가능이죠.


나: 네. 장비란건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막말로 우리 회사가 망해 없어져도, D사의 장비는 누구나 컨트롤 할 수 있고 

돌아가 져야 한다는 거죠. 그러기 위한 작업이란 말입니다.


호카게: 으흠! 그래도 기존에 있는 기능을 억지로 바꾸기보단 일단 진행을 해보는게 어떨지요..


나: !?!?


호카게: OO씨. 팀장으로써 OO씨 수준은 대강 압니다. 120일 정도 원하는거 같은데 저 공통 결점만 보류하면 일단 한달은 벌어지는거죠?

그럼 90일 정도 되는데. OO씨 실력이라면 70일에도 가능하지 않겠어요? ㅎㅎ


나: ....아니;; 팀장님..(뭐야? 왜 갑자기 배신이야???)


목사님: ㅋㅋㅋㅋ 말 되네. OO대리님 실력이면 일정 더 당기는것도 가능하지 않아요?


나: 하하. 높이 평가해 주시는건 좋은데. 제가 그런다고 월급이 오르는건 아니거든요? ㅋㅋ 개발자도 생활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목사님: (뺀질뺀질~~) 월급이야 OO회사에서 올려 주는거지 저희가 올려드리는건 아니죠. ㅎㅎ


나: ㅎㅎ 그럼 팀장님. 연봉 올려주세요 ㅋㅋㅋㅋㅋ 저보고 밤낮 없이 일하라고 하시는거 같은데 저는 그러고 싶진 않거든요 ㅎㅎ


호카게: OO씨..지금 고객사 앞에서 농담할 자리는 아닌거 같은데..


[뭐야ㅡㅡ] 


갑자기 호카게가 본인을 찍어 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음. 입다물고 닥O라는 기분이 들었음.


나: 농담 아닌데요? 저는 합당한 이유로 필요한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걸로 팀장님께도 말씀 드렸고, 지금 고객사에도 말씀드렸어요.

근데 팀장님은 저한테 상의도 없이 팀장님 입맛대로 일정을 잡습니까!? 팀장님이 개발 하실래요??


호카게: 아니;; 


호카게님. 내가 고객사 앞이니, 사장님 앞이니 말을 아끼는 사람이 아닌걸 알 텐데 왜그러셨어?

왜 치고 들어와!?


[난 맞으면 돌려준다!!]


나: 툭 까놓고! 미팅 나혼자 하겠다니까 일정 얻는거 도와주겠다고 따라 오셔놓고 지금 통수를 이렇게 쳐요!? 

개발이 장난입니까? 그러시면 직접 개발 하시든가.


호카게: 하아.......


철중이형: 그만. 대리님 저는 아직 결정한게 없어요. 굳이 언성 높일 필요는 없습니다.


나 & 호카게: ...........


철중이형: 일단..120일은 좀 기네요. 공통결점 기능 부분은 일단 뒤로 미루고, 90일 정도로 하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나: 저는 반드시 필요 하다면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제가 최대한 빨리 개발해 보겠습니다. 마음가짐은 70일을 목표로..!!

그리고 기존의 공통결점 부분은 일단 남겨 두겠습니다, 제가 새로 제안드리는 방식은 제가 남는 시간에 어떻게든 구현을 해볼겁니다. 

결과가 나오면....그때는 아마 다른 분들도 납득을 하시게 될 겁니다..!


철중이형: 호오..역시..! 전 그런 부분이 참 시원하고 마음에 듭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는 마세요. 

원래 장비라는게 이런 저런 이유로 지연이 될 수 도 있고. 뭐 수삼일 늦어진다고 큰일 나는것도 아니니까요. 

차근차근 개발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국 일정을 다투는건 비용의 문제이지 시간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나: 네.. 감사합니다..(하아...망할 호카게....)


목사님: .......크흠..그럼 다음 미팅 내용으로 넘어가 볼까요?


호카게: 네. 


목사님: 팀장님. 일전에 통풍대리 통해서 제공해 주셨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말이죠.


호카게: 네.


목사님: 일단 원하는 결과는 나왔지만, 막상 써보니 저희 체제랑 좀 안맞는게 있더라구요~ 원래 PID의 데이터가 결점 데이터랑 연동이 되서

상호 조회가 되야하는건데, 그 부분이 구현이 안되있더라구요.


오...통풍이...시뮬레이션...생각해보니 저거 만들때 본인도 옆에서 구경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호카게: 아 그러시군요. 문제 없습니다. 다만 데이터 변환이 복잡한 관계로 2달 정도 일정을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목사님: 오~ 네 그럼 문제 없겠.....


나: 잠시만요.


호카게: !?


목사님: 왜요?


나: 말씀하신 PID요. 그게 혹시 OOOO형식으로 표현 되나요? 그러다보니 결점 데이터랑 카테고리가 달라서 상호 조회가 안되는거고?


목사님: ....네..일단 그런데요?


호카게가 나를 쳤으니 나도 돌려준다. 건곤대나이-----!!!!


나: 3일!!!!!! 


(하루 20시간 일한다는 가정하에 ㅋㅋㅋ)


사람들: !?!?!?


나: 고작 그정도 수정이 2달이요? ㅋㅋㅋㅋㅋ 저라면 3일이면 끝낼 수 있습니다!!!!!!


치킨 게임을 시작하지...!! 시비는 니가 먼저 턴거야 호카게..


철중이형: 오!!! 사실 나도 긴가민가 했어요. 그게 그렇게나 오래 걸릴 일인가..!!


호카게: !!!!!!!!


나: 와아...팀장님 너무 하시네~ 어떻게 팀원은 120일 필요하다고 하니 70일이면 할 수 있을거라고 고객사 앞에서 통수 치셔놓고 ㅋㅋ

어떻게 3일 짜리 본인 업무는 2달을 달라고 하시는지? ㅋㅋㅋ


호카게: (급 당황) OO씨!! 정말..!! OO씨가 그 코드 봤어요?


나: 네. 예전 통풍이가 만들때 옆에서 같이 봤어요. 다른건 몰라도 그 PID라는 건 알지요. 대략 어떤 구조로 어떻게 설계 되있는지.


목사님: ............


호카게: 자기가 뱉은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하지요. 그게 정말 가능한 시간이면..!! OO씨가 할래요? 이 프로그램?


나: 좋~습니다!! 그럼 철중 과장님!! 새로 제안하나 하겠습니다.


철중이형: (초롱초롱초롱)


나: 제가 지금 목사님이 요청한 수정건. 3일안에 끝내겠습니다. 

만약 3일 안에 끝난다면 ADN 개조건은 호카게 팀장이 맡는걸로 하시죠. 일정은 70일!!!!!!!


철중이형: 와우!!! ㅋㅋㅋㅋㅋㅋ 이게 그 시너지 효과인가!!!! 뭔가 방향이 잘못된 듯 하지만 뭐 어때!! 

우리한테만 좋으면 그만이쥐이이이!!!!


담당자들: 와아....(콩가루 팀이냐;;; 뭐야 이사람들;;)


목사님: .......;;;;(뭐지!? 뭐지?? 뭐 어떻게 돌아 가는거야;;;;)


나: 팀장님. 한번 하시죠? 제가 3일안에 이걸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안될 거라고 생각하시죠? 이번참에 제대로 보여드리죠!!!!!


스킬발동!


[명.불.허.전!!!]


철중이형: 저는 대리님 말씀은 무조건 믿습니다! 가능할거 같아요!! 저어느으으은!!! 이 대결 찬..!!!!


호카게: 그마아아안!!!!!!!!


나: ...........


목사님: .......;;;


철중이형: ............


호카게: OO씨. 이건 선을 넘었어요. 내가 OO씨 팀장인데.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였어요.


나: (건곤 대나이--)팀장님도 저한테 그러시면 안되는 거였죠. ㅎ 저도 팀원인데. 


담당자들: ;;;;;;;(진짜 뭐냐고 이 두사람 ㅡㅡ;)


팀장과 팀원의 싸움이기에 보통은 이렇게 대드는 팀원을 고객사가 좋게 볼 리 없었음.

그러나 팀장과 팀원을 떠나 우리 회사의 프로그래머 No.1 과 No.2의 싸움이었음.

우리의 입지는 동등하기에 고객사는 그저 안절부절 할 수 밖에...


호카게: 미팅은...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


철중이형: 끝을 내더라도 일정은 명확히 하셔야죠? 2달 드립니까?? 3일만에 한다는 '팀원'도 있는데? ㅋ


호카게: .....7일....7일로 하겠습니다.


그말과 동시에 목사님의 얼굴이 악마 같이 구겨졌음 ㅋㅋㅋㅋㅋ

호카게가 많이 당황하긴 했나봄. 나였으면 1.3달 정도 달라고 했을텐데...ㅋㅋ 걍 알맹이를 까버렸넹 ㅋㅋ


목사님: !!!!!!!!!!(아니 2달에서 7일은 너무 하잖아!!!? 호카게 너 지금까지 나한테 눈탱이 쳤냐!?!?)


나: 그럼 대략 정리 됬네요. ADN 90일 플러스 알파. 전공정 시뮬레이션 수정건 7일. 맞죠?


철중이형: 네 맞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상식 수준의 일정이 맞춰졌네. 사실 긴가민가 했거든!!

역시 대리님이셔! 시원시원해!


나: 그럼. 회의 하시느라 고생들 하셨습니다.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철중이형: 네~ 고생하셨습니다! 대리님!! 마중은....


나: 그냥 저희끼리 나가겠습니다. ㅎㅎㅎ


철중이형: 그럼 살펴 가십시오!!!!!!!!


.........................

.......................

....................


호카게는 D사 주차장 까지 걸어나오는 동안 본인을 쳐다보지도 않았음. 

지금까지 호카게가 한번도 화난걸 본 적이 없는데. 이날이 최초로 호카게의 항마력이 부숴진 날이었음.

숨소리가 고르지 못했으니까..ㅋㅋㅋㅋ


젠장..하필 같은 차를 타고 와가지고 ;; 이 분위기에 어떻게 같이 운전해서 복귀를 하나. ㅡㅡ;


호카게: OO씨. 담배 피죠? 차타고 가기전에 흡연자들은 담배한대 핀다던데.


나: 아? 그러시면 좀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D사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는동안 호카게는 조용히 옆에 서있었음.


호카게: OO씨. 내가 OO씨의 팀장이 맞아요?


나: 그럼 아닌가요?


호카게: 내가 팀장이 맞다면..어떤 일이 있더라도..나를 따라와 줘야 하는거 아니에요?


나: (건곤 대나이--)개새O도 자기 주인이 솥에 물 받아 놓고 들어가라고 하면 안따릅니다. 하물며 저는 사람 새끼거든요. ㅎ


호카게: 무언가를 하기전에..! 팀장이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줄 순 없는 거에요?


나: (건곤 대나이--)무언가를 하기 전에 팀원에게 그 생각을 공유 해 줄 순 없는 거에요? ㅎ

저 하루 이틀 보세요? 갑자기 그렇게 찍어 누르면. 뭔 일이 있을 줄 알고 제가 눌려 드립니까? 저 몰라요?


호카게: ...........


나: 저는 제 생각 가감 없이 오픈해서 다 보여드렸습니다. 팀장님은 얼마나 대단 하다고 자기 생각 꽁꽁 숨기고

하고싶은 대로 휘두른 뒤에 저한테 이해를 바라시는지 모르겠네요. 그거 대단히 자만심에 빠져 계신 겁니다?


호카게: 자만심이요? 내가 자만하다고요? 그걸로 따지면 OO씨는 뭔데요? 도저히 '자만' 이라는 단어로는 표현이 안되는데?


어디서 짭퉁 건콘 테나이를 써?


나: 당연하죠. 자만이 아니니까. 이런건 '소신'이라고 하는겁니다. 그리고 '믿음'이죠. 나의 지나온 삶과 경험에 대한 '믿음'.

팀장님께서 어떤 대단한 생각을 하셨는지는 모릅니다만, 그게 절대 저한테 '득'이 될 리 없는 생각이라는걸 아는 삶의 '내공'.


호카게: ...........


나: 아니라면 반박해 보시죠. 도대체 저한테 뭘 해주고 싶으셨길래 제 일정을 50일이나 태워 버리려고 하셨는지?


호카게: 나는..OO씨를 성장 시키고 싶었던 거에요. OO씨 속도면 120일을 잡았다면 70일이면 거의 마무리하고 여유 부리면서 

허송 세월 낭비했겠죠. 나는 OO씨를 계속 달리게..


뭔 되도 않은 가스라이팅이여 ㅡㅡ; 

혹시 내가 당신의 '예술'작품을 폄하하고 '코드 구조'를 바꾸는 판단에 반발심이 든거야?

내 방식으로 코드를 바꾸면 '예토전생' 범위가 줄어드니까!? 당신은 기존 회사코드 구조에서만 '예토전생'이 가능하니까. 


나: 팀장님. 흔히 오늘날 그런 말씀을 '가스라이팅'이라고 하죠? ㅋㅋㅋ 저를 위하는것 처럼 말씀하시는데 ㅋㅋㅋ

그렇게 저를 위하셨으면 사전에 '제시'를 하셨어야죠? 고객사 앞에서 빼도 박도 못하게 궁지로 몰지 마시고! 상식에 맞는 말씀을 하세요.

말씀하신 그 허송세월은 누구 기준입니까? 제가 놀아요? 공부하잖아요?


호카게: OO씨는 회사에 속한 입장 아니에요? 회사에서 공부하고 다른거 하는게 맞는거에요? 

일부러 여유 시간까지 만들어 가면서 개발 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나: 그건 나중에 '사장'되시고 나서 말씀하시죠? 팀장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빠릅니다. 

팀장님이나 창희 대리가 1개 하는동안 저는 4개를 해요.

4개 하던걸 2개로 줄이고, 나머지 2개 할 시간에 제 공부를 하겠다는건데. 

그게 왜 문제가 되죠? 게다가 팀장님은 저보다 연봉도 높지 않아요!?


호카게: 그런...!!


나: 회사는 공장이에요. 우리는 기계구요. 다른 기계들 하루에 1개씩 양산품 만들때, 저는 4개 만들 수 있어요. 

그럼 그 기계 터질 때까지 돌리는게 사장이에요? 정신나간 사장이죠. 머리가 있는 사장이라면 그 기계. 

하루 양산 2개로 줄이고 남은 시간에 '정비'를 해요.

정말 '필요한' 순간에 하루 8개 뽑아 낼 수 있는 준비를 하는거죠. 

팀장님 그 생각은 절대 '관리자'의 생각이 아니라는것만 아시면 될 듯 합니다.


호카게: ..........


나: .............


호카게: ......담배 다 폈으면.....가죠.. 


 

그렇게 그날은 두사람다 아무말 없이 차를 타고 본사로 복귀했음.


이날의 고객사 미팅 사건은 호카게에게 또 한번의 크리티컬 펀치가 되었음.

그가 자랑하던 '타임리프' 스킬이 D사에서 사라진 날이었으니까.


'타임리프'는 고객과의 신뢰 관계 하에 비로소 힘을 발휘 할 수 있었던것.

2달의 일정이 7일로 변경된 일은 호카게가 고객에게 '신뢰'를 잃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음.


호카게를 항상 의심하던 철중이 형에게는 

그의 '심증'이 '사실'이 된 강력한 근거가 되었음.


이제 호카게에게는 '명불허전'도 '타임리프'도 사라졌음.

유일하게 남은 스킬 '예토전생'.. 그러나 이 스킬 역시 본인으로 인해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었으니..


그러나 이날 에피소드 역시 뒤끝 없이 넘어갔기 때문에 

여전히...아니..아직 그는 항마력 MAX 호카게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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