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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개인적인 감상. 스포 有
게시물ID : movie_686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구렁
추천 : 18
조회수 : 1174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7/07/20 20:35:10
놀란 감독의 신작.
얼마든지 블록버스터급 스케일과 과장된 감수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소재임에도
인간을 조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놀란 감독의 선택에 경의를 표한다.

전쟁 영화보다는 휴먼드라마, 혹은 재난영화에 가까운 덩케르크는 
시작부터 끝까지, 실화바탕 전쟁영화가 가지기 쉬운 과장과 포장을 경계하는듯한 모습을 보인다.

등장하는 인물들 조차 위대한 군인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조명한다.
적을 등지고 도망치는 영국군 병사도.
군복을 바꿔입고 국적을 속인 이도.
동료들을 구하는것 보다 생존을 우선하는 난파선 위의 병사들도 그러하다.
그렇기에 관객은 수많은 군인들의 영웅적 일대기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의 시점에서, 혹은 보통 사람인 '나'의 시점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번도 독일 병사의 모습을 비춘적이 없다는 것이다.
적으로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기계이며, 그래서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나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비명과 죽음을 흩뿌리며 날아드는 적들의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선택이란 하나 뿐일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생존자들 대부분이 겁쟁이들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생존자들 대부분은 자신들을 '겁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들은 전쟁의 승패보다는 개인의 생존을 우선한다.
배 내부에 은신해 있을 때 이 상황은 더욱 극단적으로 전해진다.
적과 싸워 안전을 확보한다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그 누구도 그런 선택을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화는 적의 모습을 비추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용기있는 군인들은 적과 마주하며 동료들을 살리고자 했겠으나, 또한 목숨을 잃었을 것이므로.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군인이 아닌 한낱 인간들의 이야기이기에.

그래서 개중 드러나는 숭고한 군인정신은 더욱 빛을 발한다.
스핏파이어의 조종사들이 한 예다.
극 중에서 그들은, 그 어떤 등장인물들 보다도 용기 있고, 전투를 피하지 않는다.
전투를 계속한다면 돌아갈 방법이 없음을 알면서도, 더 많은 이들을 구하는 길을 선택하는 톰 하디는, 위대한 영웅들의 상징성을 지니는 캐릭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동료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직후, 처음으로 다른 군인에게 들은 대사이다.
'공군은 뭘 하고 있었느냐-'하는 식의 책망.
전쟁의 승리를 위해 싸운 영웅이,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도망쳐온 생존자들에게 원망을 듣는 상황이란.
수많은 전쟁영화 속에서 무수히 탄생해온 전쟁영웅들에 대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시각을 일부 엿본 것일지도 모른다.

킬리언 머피가 등장하는 구조선 파트 역시, 기존의 전쟁 영화와는 차별화 된 관점을 가지고 있다.
도망치는 쪽은 군인이며,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길을 가는 것은 일반인이다.
이 대비는, 이 영화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중요한 구도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인간이 전장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구도와 연출 모두, 관객이 자신이 덩케르크에 고립되어있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하며.
군인들의 선택과 시선에 나를 빗대 곱씹게 한다.
영화 중반, 제 발로 바닷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동료를 말 없이 지켜보는 세 겁쟁이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 큰 생동감과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닷가와 해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몹시 건조하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해상은, 그저 색이 다른 사막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병사들은 몹시 목말라하며, 색감은 어둡고, 바다는 단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망망대해 위를 비상하는 스핏파이어를 비출 때, 관객은 웅장함이나 탁 트인 청량감이 아닌
암담함, 혹은 가슴이 먹먹한 영문모를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대비를 잊지 않는다.
적진 한복판에서, 죽음이 예정된 순간에 조차 당당함을 잃지 않는 톰 하디의 모습과
살아남아 고국으로 귀환했음에도 자국민들의 얼굴조차 마주하지 못하는 생존자들의 모습.
그러나 이미 관객은 그 어느쪽도 책망 할 수 없다.
오히려 생존자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안도감에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리라.
사실 그것이 우리네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자신이 밀쳐낸 일반인이 끝내 목숨을 잃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그의 친구의 눈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몸을 돌려버린 킬리언 머피 처럼.
그들이 훗날, 수많은 영화로 회자된 대 전투의 한 축을 담당한 용사들이 되었다는 것 역시, 이 영화가 주는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상업성과 대중성, 그리고 영화에 대한 감각을 타고난 감독임에 틀림이 없다.
거기에 더해 예술성과 독특한 시각을 더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음을, 나는 덩케르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상상해 보라. 당신이 이런 영화의 감독이라면.
엄청난 규모의 전투씬과 상륙, 구조씬. 그리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군인들의 희생정신을 다루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런지.
영화를 고작해야 2시간도 되지 않는 러닝타임으로 완성시킬 결정을 할 수 있었을런지.
톰 하디나 킬리언 머피 등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단지 영화의 부품으로만 이용할 수 있었을런지.
과감하다고 밖에는 표현 할 길 없는 놀란 감독의 결정에 찬사를 보내며,  이 영화는 꼭 아이맥스에서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다른 관객분들의 관점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편의상 반말로 작성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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