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 사건을 폭로한 매니저 유장호씨가 장자연 문건 작성에 직접 가담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경찰의 초동수사가 엉터리였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2009년 3월 장자연씨 사망 직후, 매니저 유장호씨가 이른바 ‘유서’의 존재를 언론에 알림으로써 파문이 커지자, 문건의 작성자 확인에 나섰고, 국과수에 필적감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유장호씨의 수첩이 아닌 제3자의 수첩을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 2009년 3월 장자연씨의 사망 직후, 경기도 분당경찰서가 국과수에 제출했던 수첩. 유장호씨가 아닌 제3자의 수첩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 go발뉴스 |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분당경찰서의 감정신청이 이뤄진지 하루만인 3월 17일, 유장호의 것이라며 제출된 K모씨의 수첩 필적이 장자연 문건의 ‘ㅂㅎㅛ’ 등의 자획과 서로 다르다고 전격적으로 판정, 유장호씨의 문건 작성 가담 혐의를 벗겨주었다.
자신의 수첩이 국과수에 제출됐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하고 이같은 내용을 ‘go발뉴스’에 제보한 K씨는 “경찰이 유씨 사무실 옆 방에 있는 내 책상에서 가져간 수첩을 왜 유장호의 것이라고 제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장자연 문건에는 장자연씨와 무관한 송선미, 이미숙씨의 일들도 상세히 적혀 있어, 장자연씨에게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유장호씨가 문건 작성에 직접 개입한 게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민간 감정원, 매니저 유씨 자획 장자연 문건과 ‘유사’
이런 가운데 최근 ‘go발뉴스’가 입수한 사설 감정업체의 필적 분석결과, 유서 일부와 유장호씨 필적의 자획이 서로 유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가 한국문서감정사협회 소속 우진감정소에 의뢰해 나온 감정서에 따르면, 유장호씨의 경찰 신문조서 상의 필적과 장자연 문건을 정밀 대조한 결과, ‘ㄱㄴㄹㅂㅅㅇㅎ’ 등 자음 7개와 모음 ‘ㅐ’ 등 무려 8개의 자획에서 서로 유사한 ‘특징점’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 민간 감정원은 장자연씨의 유사 일부와 유장호씨의 필적의 자획이 서로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 go발뉴스 |
사설 감정업체의 분석결과인 만큼, 유장호씨가 장자연 문건을 직접 작성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당경찰서가 타인의 수첩으로 국과수에 필적 조회를 의뢰한 사실과 맞물려 수면 밑으로 잦아들었던 각종 의혹을 다시 증폭시키고 있다.
분당경찰서의 엉터리 초동수사에 따라, 잘못된 감정결과를 내놓은 국과수. 그 비밀을 담은 K씨의 수첩을 29일 저녁 7시 인터넷 방송 <데일리 고발뉴스>가 단독 공개한다.
고 장자연씨 사망 직후 국정원 직원이 개입한 사실을 밝혀낸 이상호 기자.
과연 이 기자의 추정대로, MB 정부가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사건으로 촉발된 법원 ‘파동’이 제2의 촛불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시 분당경찰서 수사를 지휘한 조현오 경기경찰청장과 국정원이 고 장자연 사건을 정국전환 카드로 활용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