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올라가는 온도계 만큼이나 아주머니들의 입담도 상승하더라구요. 제가 초딩 4학년이던 99년 여름이었습니다. 일요일 낮에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모여 저희집에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어요. 여름이다보니 아주머니들 대화에서도 무서운 얘기가 빠지지 않았죠.
저희 어머니는 돌아가신 우리 외할아버지가 꿈에 나온 얘기를 하셨어요. 다른 아주머니들께서 다들 소름 돋아 하셨고, 얘기를 몰래 훔쳐듣던 저도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때, 7층 아주머니가
"아, 나도 아버지 얘기가 하나 있는데..."
하셨어요.
명절이라 친정집에 일가 친척이 다 모였데요. 시골집이고 방이 한 칸 밖에 없어서 가족들끼리 이불을 깔고 같이 누워서 잤다고 해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 옆에 있던 큰언니가
"어? 아버지 아직도 안 일어나셨네? 아침 잠도 잘 없으신데 이상하다?"
이러면서 할아버지를 흔들어 깨우다가 갑자기 설설 기면서 문 밖으로 나가더랍니다.
'왜 저러지?' 라고 생각한 7층 아주머니도 할아버지를 깨우려고 몸을 잡고 흔드는데 이미 몸이 싸늘하더라는 거에요.
이미 돌아가신거죠.
깜짝 놀라서 7층 아주머니도 기어서 밖으로 나갔데요. 그리고 바로 장의사를 불러서 할아버지 염을 하는데,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이 까딱. 까딱. 하고 움직이더래요.
그걸 본 친정어머니가
"이건 두고 봐야된다. 5일장이든 7일장이든 두고 봐야되겠다"
라고 하시며, 장의사를 돌려보냈데요.
그리고 정확히 3일 뒤 할아버지가 깨어나셨데요.
기운을 못 차려서 미음을 해 먹이고 기운 차린다음에 물어보니,
할아버지가 주무시는데 집 밖에 할아버지의 아버지랑 어머니가 와 계시더라는 거에요. 깜짝 놀라서 절을하고 여기까진 어떻게 오셨냐고 하니, 아무말 말고 따라오래요. 그래서 따라갔지요.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어머니랑 아버지는 온데간데 없고, 갓 쓴 사람 둘이랑 가고 있더래요. 할아버지는 "지금 생각하니 그게 저승사잔가보다" 하시고...
주위를 둘러보니 처음 보는 길인데, 난생 처음 보는 화사한 꽃이 피어있었데요. 그렇게 꽃길을 한참을 걷는데 엄청 큰 문을 7갠가 8개를 지나서 계속 걸어갔죠.
마지막 문을 지나는데, 어머니 아버지가 다시 나타나서는
"니가 여기가 어딘줄 알고 와! 아직 올 때도 안 됐는데 여기가 어디라고 온거야!"
하면서 호통을 막 치더라는 거에요.
할아버지는 영문도 모르고
"아이고, 어머니 아버지 죄송합니다"
하면서 막 울고 빌었데요.
그러던 와중에 검은 갓 쓰고 도포입은 사람이 따라오래서 따라갔더니, 높은 계단 위에 하얀 수염을 발에 닿도록 길게 늘어뜨린 노인이 앉아있었데요. 그 노인이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해서 계단을 올라갔더니
아직 올 때가 아닌데 잘못 데려와서 미안하다고 뒤에서 하얀 강아지 한 마리를 꺼내주더래요.
"이제 이 강아지만 따라가면 된다"라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강아지를 꼭 끌어안고 문을 나섰데요.
문 밖에서 강아지를 내려놓으니 강아지가 오죽 빨라요? 할아버지는 죽자사자 쫓아갔죠. 따라 잡으면 또 빨라지고, 따라잡으면 또 빨라지고 이러면서 한참을 쫓아가는데 갑자기 강아지가 안 보이는 거에요.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살던 동네고, 주위가 막 아득해지면서 깨어나보니 앉아있는 자식들이 보이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