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 깬 날
동네 아이들 학교 마치면
모두 우리 집으로 달려와서는
말뚝 박기 술래잡기 하며 놀았습니다.
집집마다 어른들이 밭에 일하러 가시면
집이 텅텅 비어서 마당 넓은 공터를 찾아
때 지어 다니며 온갖 놀이를 했습니다.
사과 과수원은 술래잡기하기가 좋았고
염소를 기르던 우리 집은 염소와
박치기 하며 놀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집 마당에서 놀다가
간장 항아리 깨는 사고를 냈습니다.
간장 항아리 깨진 친구는 그 날 저녁
아버지에게 밤나무 아래 손들고 서는
벌을 받으며 저녁도 굶었다고 합니다.
같이 놀았던 친구들 어머니는
서로 간장 한 바가지씩 들고 와서
장담을 때까지 참고 먹으라고 했습니다.
친구 어머니는 여러 집에서 모운 장이
더 맛이 있었다면서 어머니들과
웃고 즐거워했습니다.
그렇게 사이좋던 고향의
동네 어른들은 이제 옛 이야기만
남기고 추억 속으로 멀어져 가셨습니다.
“ 고향이 그리워도 ” 라는 유행가는
아마도 그리운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에 더 마음 아프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지나간 날의 옛 추억들로
친구들이 모이면 밤을 세면
이야기꽃을 피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