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속에 우리집에서 어렸을적에 가장 먼저 키웠던 동물은 새였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보통 1년에 두번정도 방학기간동안 몇달씩 여행을 다니곤했다.
보통 여름방학때 한달, 겨울방학때 한달.
그래서 여행을 가기 전에 항상 새에게 모이를 잔뜩 주고 가긴했지만,
막상 여행을 다녀오면 두마리중 한마리 이상은 꼭 죽어있었다.
사실 슬프긴 했지만 엄청나게 슬픈 느낌까진 아니였다.
포유류가 아닌 조류여서 그랬을까.
아니다.
아마도 만질수 없는 동물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장 자주 샀던 동물은 주로 학교 앞에서 파는 300원짜리 병아리였다.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 샀던 병아리들은 열이면 열이 다음날 죽어나갔다.
병아리가 죽고나면 저녁에 엄청 울어대서 엄마는 나에게 병아리 사오는걸 금지시켰지만,
사실 난 멈추지 못했다.
초등학교 3학년때 샀을 때, 책에서 봤는지 어디서 봤는지 건강한 병아리를 고르는 법을 익혔다.
열마리 사면 두세마리는 닭이 되었고, 빌라에 살았던 나는 옥상에서 닭을 키웠다.
그러다 복날이 되면 이상하게도 닭은 옥상에서 탈출을 해 행방이 묘연했고, 밥상엔 백숙이 올라왔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6학년때 쯤엔 이론과 실전이 겸비되어 열에 아홉은 닭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 부터 나는 아파트에서 살았다.
개도 키우기 힘든데 제어되지 않는 대형 조류를 아파트에서 키운다는건 애시당초 무리가 있었다.
물론 그 대형 조류는 복날 잡아먹힌다는걸 그땐 이미 깨달은 시점이었다.
병아리는 일찍 죽어도 문제, 오래 살아도 문제라는걸 인식했다.
그리고 그쯤부터 더이상 병아리를 사지 않았다.
이후 햄스터에도 도전을 몇번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애들이 까칠하기도 하고 야행성인 놈들이라 내맘같지 않아 포기했었다.
그 이후 중학교 시절부터 원래 좋아했던 동물이었던 강아지로 눈을 돌렸었다.
초등학교 시절 난 강아지를 시장에서 엄마와 사온적이 있었다. 똥개 암컷이었다.
키운지 한 2년쯤 되었을때, 복날을 얼마 앞두고 큰아버지가 왔다 가셨고,
개가 갑자기 탈출해서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학교 때부터 어머니에게 강아지를 다시 사달라고 말씀드렸지만
그 이후 우리집에서 개를 키운일은 없다.
아니 더이상 동물을 키운 기록은 없다.
그래서 내가 대학생이 되고 자취를 시작했을때
처음으로 내 책임하에 고슴도치라는걸 길러보았다.
그리고 그 이후 나는 왜 어머니가 나에게 강아지를 사주시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애완동물이라는건 좋아서 키우는게 아니라, 책임질수 있을때 키운다는말이 맞다.
여행을 자주다니는 나에겐 항상 친구들에게 신세를 질수 밖에 없었고,
학교에서 밤을 샐경우도 항상 고슴도치때문에 집에 와야했으며
감기가 걸리면 위험하기때문에 항상 겨울철 난방비바 10만원이 넘게 나왔다.
이렇게 신경썼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 고슴도치는 8년간의 생을 마감하고 몇달전
무지개 강을 건넜다. 의사 말로는 무슨 수술도 하나도 없이 8년산거면 정말 장수한거라고는 한다.
고슴도치를 보내고 나니,
사실 이제 동물을 키울 자신이 없다.
무엇보다도 이 동물에 명이 다할때까지 내가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것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신경쓰이는 부분인것 같다.
일단 나에 행동에 대해서도 제약을 많이 받는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난 이제 더이상 동물을 키울 생각이 없다.
그래서 가끔 동게에 올라오는 냥줍이나 무슨 줍 게시물을 보면,
저렇게 데리고온 고양이나 동물이 한번도 동물에 대해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 가면
다시 한번 버려질까봐 더 걱정이된다.
누구나 귀여운 고양이 모습을 보면 혹하지만, 사실 그 책임을 모르는 사람도 꽤 있을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