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용규 선수의 기술적인 번트 [사진: 연합뉴스]
불법적이고 야비한 경기를 해야 하는 야당 선수, 그리고 그걸 봐야 하는 관중의 비참함
야구 경기를 관람하다 보면, 문득 공격팀은 정부-여당 같고 수비팀은 야당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야구 경기에서, 공 던지는 기술이 탁월해 어지간한 선수는 모두 3진을 먹여버리는 투수와 공 치는 기술이 탁월해 어지간한 투수가 교묘히 공을 던지더라도 그것을 잘 받아쳐 안타 내지는 홈런을 일궈내는 타자가 아무래도 야구 경기의 꽃인 듯 하다.
야구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수비 보다는 공격이 좀 더 쉽지 않을까 싶다. 수비는 상대방을 전폭적으로 흔들어 놓기가 어렵지만, 공격은 타선이 좋고 감독의 전략이 좋아 그것이 잘 조합되면, 수비진을 완전 혼비백산 만들 수도 있고 기를 죽여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도 정부-여당 노릇 하기가 야당 노릇하기 보다 여러 면에서 쉬울 것이다.
관중석 또는 관중석을 아예 건너뛰고 야구장 담장을 넘겨 버리는 홈런은 시원하다. 그런가 하면, 교묘히 던지는 공을 자로 잰 듯 수비 선수들 정 가운데 찔러넣어 1루에서 3루 안타를 만들어 내는 것도 이기는 팀의 입장에선 통쾌하다.
그런데, 야구에선, 얄미우면서도 얄밉다고 할 수 없는 기술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번트’다. 투수가 던진 공을 방망이를 각도를 맞춰 갖다 대기만 하여 투수 멀찌감치 앞에 떨어 뜨려 버리는 것이 번트인데, 이것도 잘 가져다 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번트도 엄연히 공과 방망이가 맞닿은 것이니까 방망이로 공을 치진 친 거다. 번트는, 일단 1루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쓰지만, 만루 상황에 선수들을 밀어내어 1점을 얻어낼 때도 쓸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은 이제까지 국내는 물론이고 한국의 울타리를 벗어나 해외까지 감동을 준 멋진 홈런 정책을 편 일도 없고 펼 주제도 못된다. 그렇다고, 효과적으로 100% 유효한 안타를 쳐서 야권이 합리적, 이성적으로 굴복하게 만들지도 못했다.
박 정권과 여당은 주로, 야구장 밖에서 괴물들이 담장을 넘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조성하여 관중과 수비수들을 얼게 만들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는 자기가 공을 공중으로 던져 자기가 마음대로 쳐놓고는 그걸 안타라고 생각하며 경기를 끌어왔고, 끊임없이 야구장 안내 방송을 통해 괴물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 오고 있고 담장을 전폭적으로 날아들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정상적인 야구경기가 아니라, 안할 수 없으니까 할 수 없이 하는 야구경기를 만들어 놓고, 박근혜가 스스로 던져 여기 저기 쳐 댄 공이 적법한 공이 아니라고 수비팀이 받기를 거부하고 따지면, 수비팀 때문에 야구경기가 막혀있어 다음 경기를 진행하지 못한다고 박근혜가 나서서 앙칼지게 안내방송을 직접한다.
박 정권이 하는 야구경기와 실제 야구선수들이 하는 야구경기의 차잇점은, 실제 야구선수들의 경기는 실력 대 실력, 전략 대 전략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겨루며 이겨지는 팀이 승자가 되는 것이며 동시에 중간 중간 여야가 바뀐다. 9번을 한 경기에 바뀐다. 연장전이 없을 경우엔. 그러나, 박 정권과 여당이 벌이는 야구경기는, 선수들의 경기처럼 공정한 것을 겉으론 표방하지만, 수비팀인 야당에게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단 1번도 주지 않으려 하면서, 일방적인 공격위주의 경기로, 야당수비팀을 굴복시키려 하고 그에 이의를 제기하는 관중은 반쯤 죽여 버려 군 소릴 못하게 만드는 공포경기를 진행한다.
이렇게 하여, 18대 대선 부정을 외치는 수비팀과 관중을 제압하고 그것을 조사하려는 감독을 날려버리면서 1루에 진출했고, 통진당을 아작내 버리면서 노동개혁법 부당함을 주장하는 관중들을 또 성공적으로 아작내 2루까지 진출시키고, 세월호 관련문제를 완전히 짓눌러버리고, 항의하는 군중들을 ISIS에 비유하면서 테러방지법까지 통과시켜 3루까지 진출하여 만루를 만들었다.
이런 경기를 중계하는 해외방송들이 제아무리 비난을 하고 비평을 하건 말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일부 관중이 야구장 운영에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음에도 ‘괴물들과 일못한다’면서 일방적으로 폐쇄시켜버리더니, 괴물과의 전투태세를 완비해야 한다고, 괴물이 얼마전 구장 안으로 날아들어올 폭탄을 실험했다고 날이면 날마나 난리를 쳐서 또 수비팀과 관중들을 얼게 만들었다고 생각이 되니까, 이 만루 상황에 구원투수 국정원이 등장한다.
국정원의 야구실력은 안타나 홈런과는 영 관계가 없고 할 수 있는 기술이란게 도루 또는 번트이다.
18차 야구경기에는 국정원 선수가 주로 도루를 많이 써먹었다. 합리적인 도루가 아니라 수비선수를 밀쳐내버리고 진출하는 도루들. 감독이 이걸 조사하고 따지려다가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야구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유로, 감독을야구장 밖으로 찍어 날려버렸다.
박 정권과 여당선수 그리고 언제나 검은 안경을 끼고 은밀히 활동하는 국정우너 선수들의 합작으로 만루를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시점이 되니까-구장 밖의 괴물 퇴치를 위해 국제적으로도 지원을 받고있다는 생각까지- 박 정권 품속에 있던 국정원 선수가 드디어 타자 석에 서더니 번트를 댄다.
괴물들이 2013년부터 여당 주요 선수들의 전화문자 전화통화등을 빼내갔고 관중들 2천만여명의 정보도 다 빼내갈 우려가 있었으며, 현재 괴물들이 좀비 컴퓨터 6만대를 운용 중이니 이제 ‘사이버테러방지법’까지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는 번트를 댄 것이다.
국정원의 번트는, 3루까지 진출하게 만든 수법들에, 얄밉게 번트로써 1점을 추가시켜 야당수비팀을 또 눌러버리려는 전략이다. 이렇게 이겨 버리면, 이 경기를 끝내고 곧 있을 차기 야구선수들을 뽑는 총선수대회에서 여당선수들이 압도적으로 선출될 수 있다는 가망성을 보고 이렇게 하고 있다.
야구의 번트는, 결코 나무랄 수 없다. 멋진 번트들이 칭찬을 받을 때도 많다. 그러나, 국정원의 틈새작전 번트는 거의 대부분이 얄밉다. 이번 번트만 해도, 최근의 것도 있지만 2013년 및 2014년에 일어났던 일을 지금이 번트 대기 좋은 때라고 생각하여 ‘일이 다 만들어진 듯 하니까’ 나서서 번트를 대서 현 정권을 도와 차기 총선수선출대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얄밉기 그지없다. 그리고, 더 얄미운 것은, 국정원 선수가 직접 번트를 댄 것이 아니라 박근혜가 이런 식의 번트를 계획해 왔고 지금 번트를 하게 한 것이기에 더욱 얄미운 것이다.
현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