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네이트 판 야사 코너였던걸로 기억함
신선이 지키려고 한 길지(청구야담)
옛날 전의 이씨의 선조가 부모의 상을 당해 시체를 안치할 장소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선산 옆에 있는 한 산이 밝고 모습이 수려하였으니 그 곳에 안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풍수가가 말했다.
[이 땅이 매우 좋은 길지이나, 아직까지 무덤이 없는 것은 그 땅을 팔 때마다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는 흉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씨는 그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것이라 생각해 무시하고 시체를 그 곳에 묻기로 했다.
그런데 상여가 그 곳에 도착해 보니 시체를 묻으려고 한 곳에 이미 무덤이 우뚝 솟아 있었다.
그것을 본 손님들이 말했다.
[어떤 나쁜 놈이 하룻밤 사이에 장지를 훔쳐 장사를 치뤘나봅니다!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씨는 한참 동안 속으로 깊게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것은 분명 사람의 술수가 아닐 것이오. 한 번 무덤을 파봅시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천륜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이씨를 말렸지만, 이씨는 고집을 피우며 말을 듣지 않았다.
무덤을 헐어보니 관이 하나 있었는데, 옻을 칠한 것이 마치 거울처럼 빛났다.
관 위에 놓인 깃발에는 [학생 고령 신공의 관] 이라고 붉은 글씨로 써 있었다.
이씨가 말했다.
[과연 내가 짐작한 대로구나!]
이씨는 관을 들어 무덤 밖으로 꺼내고 그것을 도끼로 부쉈다.
안에는 사기 그릇 조각만 가득 차 있었는데, 햇빛을 받자마자 가루가 되어 순식간에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이 축하하면서도 이상하게 여겨 질문을 하니, 이씨가 말했다.
[내가 옛날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있소. 산신이 땅을 너무 아끼면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부러 이런 장난을 친다고 하더군요. 내가 어찌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겠습니까?]
말을 마치고 이씨는 아무런 근심 없이 장사를 지냈다.
지금도 전의 이씨 가문은 대대로 벼슬길에 올라 집안이 매우 융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