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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22
게시물ID : soda_68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54
조회수 : 7785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23/09/04 13: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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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다들 주말은 잘 보내셨지요?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기술적인 표현에 실수가 없었는지 확인해 보고 있습니다만, 

아마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이라면 !? 할 부분이 있을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표현을 잘못한 부분도 한가지 있던거 같네요. 그래도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립니다. 어떤 독자님께서는 8년치 에피소드를 다 기억하는 부분을 되게 신기해 하셨는데요 ㅎㅎ 

저랑 비슷한 분들도 분명 있으시겠지만, 기억력이 좀 좋은 편입니다. 예를들어 당시 주임들과 점심시간에 밥먹으러 식당을 가는 와중에 

한무리의 직장인들을 마주친적이 있었는데, 제가 길을 건너다 말고 마주 걸어오는 한분을 문워크!?를 하며 따라가며 말을 건적이 있습니다.

주임들이야 또 oo씨 특이한짓 한다 ㅋㅋ 하면서 지켜봤구요^^

 

나: 혹시 o사단 나오셨어요?

 

?? : 네. 그렇습니다만..

 

나: 09 1월 군번이죠? 분과는 FDC였고. 2생활관에 있었죠? 이름이 oo이였던거 같은데 성은 기억이 잘 안나네요.

 

?? : 아...저도 잊어가던 제 분과 이름을.... 혹시 선임 군번이신가요? 제가 동기들이면 기억을 못할리가 없는데...

 

나: 네 ㅎㅎ 저는 08 3월 수송분대 였습니다.

 

??: 아....ㅎㅎ 이렇게 기억해 주시는데 저는 잊어버려서 죄송해요. 근데 저는 저 괴롭혔던 선임들만 기억이 나서......ㅎㅎ

제 기억에 없으신걸 보니 분명 좋으신분...ㅎㅎㅎㅎ

 

나: 그래 주시니 영광입니다. ㅎㅎ  아무튼 잠깐이지만 10년전으로 돌아간 기억이라 기분좋네요^^

어딜가나 하시는일 잘 되시고 건투를 빌어요~

 

??: 네! 감사합니다. 집에가면 동기들한테 누구셨는지 한번 물어볼께요~ ㅎㅎ

 

이 친구는 다른 생활관에서 생활했었지만 작고 귀엽게 생겨서 선임병들이 많이 귀여워(?)해주는걸 지켜본 기억이 있더라구요.

그게 과연 본인한테는 그렇게 받아들여 졌는지 모르겠지만...ㅎㅎ 

 

뭐 이랬던 경험도 있었고..

 

얼마전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전시회가서, 코엑스 앞 흡연장에서 담배피며 직원들과 이야기를 할때, 맞은편에 담배피는

어떤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나: 혹시 306 보충대 나오셨어요?

 

??: 네?! 아 네! 그렇습니다만..

 

나: 성함은 저도 기억 못하는데..."규"자가 들어가셨던분 같은데...

 

?? : 맞아요! 아니...어떻게...기억하세요??? 히야...15년전 이네요.....

 

나: 저보다 한살 많으셨고, 저랑 이야기 많이 하셨어요 ㅎㅎ 제 침상 맞은편에 주무셨어요 ㅎㅎ 제가 얼굴도 그려드리고 했었는데 ㅎㅎ

(그림을 좀 그려서, 당시 같은 생활관 사람들 얼굴이나 장난으로 야한 그림같은거 그려주곤 했네요...ㅋㅋㅋ 이 형이랑 주로 하던 대화는

지금 먹고싶은 음식들 우선순위로 나열해서 나중에 사회나가면 뭐 부터 먹으면 최소한의 동선으로 최대치 행복을 느낄까 하는 잡담

이었죠. 이형...먹을거 엄청 좋아했거든요 ㅎㅎㅎㅎ)

 

?? : 맞아요. 제가 군대를 늦게 갔어요. ㅎㅎ 들으면서 기억이 날듯 말듯 해요 ㅎㅎ 우리 고작 3일 같이 있다가 흩어졌는데.. 그걸 기억해주시다니...대단합니다....

 

나: 말씀 편하게 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요?

 

이랬던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옆에 있던 이사님이 넌 진짜 정상은 아니다. ㅋㅋㅋ 하셨죠. ㅎㅎ

일단 일반사람들 보다는 기억력이 좀 좋은편이죠^^; 그것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한테 관심이 많았고 관찰하는

성격이 영향을 주는것도 같습니다. 

잡설이 걸었네요^^ 다시 에피소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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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부장: 나대지마라.

 

나: ......(피식...)

 

영업부장: 웃냐?

 

나: 네? 아! 저한테 말씀하신거에요?

 

(흡연장엔 본인과 영업부장 둘 뿐이었음..ㅋㅋㅋ)

 

영업부장: 대답까지 해놓고 뭔데? 장난하냐?

 

나: 그럼 아까 나대지 말라는 말이 저한테 하신 말씀인거네요?

 

영업부장: .......

 

나: 나대지 말라는 말이 좋은표현은 아니잖아요? 내 부모한테 할소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자식한테도 할 소리도 아닌 표현인데.

제가 곰곰히 생각해봐도... 이건....그냥 아주아주 싫은 동급 혹은 하급자한테나 던질 말인데?

 

영업부장: .......

 

나: 제가 부장님한테 뭘 잘못했거나 피해준게 하나라도 있으면 "자숙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말 들을

이유가 전혀 없는데요? 

 

영업부장: .......

 

나: 그리고 참고로.. 저는 제가 이유없이 얻어맞는걸 단 한번도 좋게 넘어간 이력이 없는 사람입니다. 지금 이유없이 때리셨으니 일단 

제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지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유가 없다면... 아무리 부장님이라도 지금부터는 좋게 못보내드립니다.

기회 드립니다. 이유 설명하세요.

 

영업부장: oo부장한테 들었지만...(대만 프로젝트때 본인과 함께 일했던 영업부장). 성격이 보통 넘네? 뭐 또라인가?

 

나: 또라이? 또 욕하셨네? 영감님. 싸움 잘해요?

 

영업부장: !?!?

 

나: 아니 얼마나 주먹에 자신이 있으시길래 이렇게 겁이 없으시냐구요. 아니 최소로 잡아도 50은 넘어보이시는데; 이제 30살인 저는 뭐

그냥 1분안에 제압가능할 타고난 재능을 가진거냐구요.

 

 

영업부장: 와....뭐....이런.....;;;;

 

나: 그런거 아니면 본.인.이.나. 나.대.지.마.세.요. 네?

 

영업부장은 감탄을 했는지 그자리에 연신 감탄사만 연발했음. 

"와....!! 이건 진짜...! 와!!!!!....놔 진짜!!! 와아.....!!허어....참!! 허어........"

순간 영화 바람에서 봤던 대사가 머리에 맴돌았음.

 

나: 한 다이 할래!? 준비는 됬고!?

 

영업부장: 주임하고 그거는 아닌거 같고.....

 

나: 아니면....끄지라 ㅅㅂㄻ.....

 

나의 텔레파시를 읽었는지, 쾅! 하고 흡연장 문을 차고 나갔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짜증나서 한대 더 피며 생각을 해봤음. 저 양반이랑 트러블 날 일이야 지금 맡은 이 프로젝트 아니겠음? PLC 아저씨 커밍아웃 시켜서

가격 깎은거 말고는 특별할일도 없는 프로젝트. 다른 일이야 본인과 R대리간의 비공식적인 트러블이었고, 그것도 전화위복이 되서

서로 더 좋아지지 않았나..

 

영업부장이 우리 회사 직원이라면, 당연히 우리회사에 득이될 행동을 한 우리들을 박수치며 잘했다고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상식적으로.

당장에 실세 K팀장만 해도, 본인에게 "음...너어. 일 좀 똑부러지게 하네?" 하면서 칭찬 포인트 1을 주지 않았던가?

근데 나이 먹을대로 먹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인 영업부장이 순간 이성의 끈을 놓을만큼 내가 꼴뵈기 싫다?! 

 

밥을 먹으며 무쌍주임과 통풍주임에게 녹음한걸 들려줬음.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고. 

 

무쌍주임: 오오~~~여윽시 oo씨다. 간만에 속이 좀 뻥 뚫리네요. 게다가 그 순간 녹음하는 반사신경! 

 

나: 뜻이 일면, 내공이 자연스레 따르는 경지죠. ㅋㅋ

 

통풍주임: 야...; 그걸 꼭 그렇게 상대해 줘야하냐!?

 

무쌍주임: 왜 임마! 건드리면 다 조져야지! 니가 맨날 그러니까 너한테만 온갖 더럽고 힘든일만 몰리는거야! 호구잡히는 거라고!

 

통풍주임: 더럽던 힘들던 내가 해줄만큼 해주고 그 보상이 맘에 안들면 걍 때려침 되지. 뭣하러 싸움질을 하냐?

 

무쌍주임: 니가 그러니까 첫 회사도 노예였고, 두번째 회사에서도 완전 개호구였지. 세번째 회사는!? 너 o우 디oo피 1년만에 때려치고

일루 왔잖아!

 

통풍주임: 야..거긴....하아....

 

무쌍주임: 여기서도 호구잡힐래?

 

나: 퉁풍아. 걱정마라. 너 양 옆에 무쌍이랑 내가 있다. 넌 그냥 필요할때 F10 버튼만(디버깅 실행 단축키) 누르면 됨. 그럼 미친 무쌍 컴파일러랑 가비지 컬렉터 둘이서 싹다 디버깅 해줄테니까.

 

통풍주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쌍주임: 그건 그렇고. 그 영업부장 냄새나는데? 이건 자기 경력 끝물일때 한탕 해먹어보고자 하는 설비업계 영업 특유의 그건데!?

호구조사 한번 해볼까? 그 영업 부장 이름이 뭐랬죠?

 

나: ooo부장. 

 

통풍주임: oo야. 얘 이런거 잘해. 아부지가 이쪽 계열에 발이 넓어. 글고 얘도 아는사람 겁내 많아서 파보면 나와~!

 

나: 와. 뭔 특수기가 이렇게 많어~~ ㅎㅎㅎ

 

그렇게 그날의 영업부장과의 일은 일단락 되었음.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R대리가 복귀하고. 그렇게 우리는 중국으로 떠나게 되었음.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R대리와 같이 출국한게 아니라, R대리가 먼저 나가고, 일주일 뒤에 본인이 따로 나가게 되었음.

그게 역시 출장비로 나가는 비용을 최소화 하는 방향이라고...

 

이상하게 공장은 어딜가나 변두리에 있어서 그런가. 상해에서 택시타고 한참을 번화가를 지나 어느 한적한 시골은 아니고 도시도 아닌

애매한 곳에 호텔이 있었음. 그리고 여름이라 그런지 살인적인 더위였음. 모든 도로가 이글이글 아지랑이 투성이....

길바닥에 뿌려져있는 해바라기씨 껍질들이 다 구워져서 무슨 해바라기 튀김냄새가.....(과장좀 보태서...) 항상 느끼지만..

왜 중국인들은 길바닥에 이렇게 너저분하게 해바라기씨를 까먹고 뿌려두는걸까....;;

 

그렇게 그날은 호텔에서 쉬고, 퇴근하는 R대리를 기다렸음. 물론 먼저와서 고생하는 R대리를 위해 서비스로 고추 참치를 한 세트 사서

가지고 왔음. 이런 작은걸 미리 알았다면 예전 가족회사에서 그 제조팀과 조금은 더 가까워 졌을지도...하는 생각을 가끔 하고는 했으니까..

그래도 역시 사람은 사랑을 받고싶은 욕구가 있었나봄. 가능하면 다시 시작하는 회사에서는 현장 동료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었음.

이제는 업무적으로도 내가 할 일을 할 수 있었고, 꽤 수준높은 중국어도 구사할 줄 알게 되었으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이나

스트레스를 어느정도 이해하는 단계가 왔기 때문에.. (물론 그 상대가 정상인일때....ㅋㅋ)

 

저녁이 되어 R대리를 만났고, 참치세트를 건네주자 R대리는 눈빛을 빛냈음. 그리고 본인에게는 선크림을 건네주었음. 왜??

 

R대리: 이건 맥주 안주로 써야겠어요!!! 굳이 이런거 안가지고 와도 되는데..! ㅋㅋ 우리애들도 안하는걸 주임님이....ㅠㅠ

 

나: 미리 뇌물 먹이는겁니다. PM 이시니까요. ㅋㅋㅋㅋㅋ 먼저와서 고생많으셨어요.

 

R대리: 에효. 따로 고생이랄껀 없는데 좀 골치가 아픈게...; 여기 같이온 고객사 팀장이.....좀 또oo에요...;

 

나: .....

 

R대리: 가능하면 안부딪히고 일하고 싶은데....솔직히 주임님이......부딪힐수밖에 없는 인간인거 같아요..

 

나: 뭐....안그러겠다는 약속은 못드립니다. 근데 저도 막 때려엎는 성격은 아니구요. 객관적인 상황과 분위기, 그리고 냉철한 판단은

하고 지르기 때문에...대신 약속드리는건 대리님 수습가능할 범위 안에서 선을 지킬께요.

 

R대리: 안한다는 말은 안하는구만 역시. ㅋㅋㅋ 알겠습니다. 그정도면 되요. ㅎㅎ

 

그렇게 그날은 근처 로컬식당에서 간단히 볶음밥을 사먹고 각자 휴식을 가졌음.

그리고 다음날....

 

 

 

 

 

 

 

 

 

 

 

 

 

 

 

 

 

 

 

 

 

(끊는것 처럼 하며 페이크를 준다.)

 

(이것저것 눈에 보였던 배경설명이 많아서 좀 지루하실거 같습니다...)

 

아침에 로비로 나와보니 R대리가 택시를 불러놓았고 둘이 고객사 공장으로 갔음. 가는동안 R대리는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랑 비용같은걸

능숙하게 전달하고 처리하여 따로 본인이 도와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했음. 간혹 중국 택시기사가 말을 걸어왔는데, 이번에는 굳이

중국어 하는걸 숨기진 않았음. 택시기사가 틀어놓은 라디오에 出卖라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고, 택시기사에게 본인이 예전 혼자 난통시에

건너갈때 버스안에서 들었던 노래가 이 노래였다며 노래가 참 좋다 뭐 이런저런 잡소리도 하고..택시기사는 엥? 너 한국인 이었어? ㅋㅋㅋ

 

R대리님: ...그...주임님...중국어 쪼금 하신다고 하시더니.....좀 많이....잘 하시는거 같은데....;;

 

역시 그날도 살인적인 더위였음. 최종 고객사는 중국회사였는데 정말~~~~부지가 넓었음. 그리고 공장안이 허허벌판이 많았음.

공장안에 무슨 갈대밭 처럼......잡초들이 우거져 있는.. 그리고 무슨 폐차장 마냥 폐 자제들 모아놓은 쓰레기 산을 지나고...

최악인건 모든 길이 아스팔트였음.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그리고 더 열악한건 가는길에 그늘이 하나도 없었음!!! 더 최악인건 우리가 가야할 밴더룸 (외주 사들이 휴식하고 대기하는 공간)이 공장 입구에서 부터 너~~~무 멀었음. 걸어서 20분.... R대리가 말했음. 내가 선크림 꼭 바르라 했죠? ㅋㅋㅋ 이제 알겠죠? ㅋㅋㅋ

(광동이랑 다른 살인 더위였음. 과거 동관에서는 공기가 습하면서 더우니까 사람끼리 살닿는게 싫어서 짜증이 막 났다고 한다면..

이곳의 더위는 건조하면서 강력하게 더웠음. 피부가 익는 느낌...그래서인지 아스팔트에 흔한 개미새끼 한마리 지나가지 않았음..)

 

어후... 그렇게 어느 후미진곳에 컨테이너 박스로 들어갔음. 총 2개의 컨테이너가 있었는데 우리 고객사 인원들이 꽤 많이 나왔나봄.

하긴...예전 가족회사랑 거의 비슷한 체계에 구조니까... 그때도 제조팀은 25명 정도씩 나오곤 했으니까.

 

R대리를 따라 벤더룸에 들어가니 문 바로 옆에 누가봐도 팀장 책상인 곳에 한 사람이 앉아있었음. 나이는 40대로 보이고, 약간 아랫턱이

튀어나와서 꾹 다문 고집스러운 입. 그리고 커다란 검은 뿔테안경. 전반적인 인상이 이사람 지금 삐졌나? 하는 인상의 얼굴이었음.

그리고 그분 책상을 기점으로 책상들이 길게 좌우로 늘어져있고 노트북들이 쫙~~ 늘어져있었음. 한 책상라인은 PLC. 한 책상라인은

PC 프로그램팀 이었음. 그리고 그 옆에 작게 책상 2개가 붙어서.. 그게 우리 자리였음. 아마 조립팀은 옆 컨테이너 인듯...

 

나: 안녕하세요. oo의 프로그램 담당 ooo주임입니다.

 

??: 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프로젝트 총괄 팀장 ooo입니다. 

 

똥고집을 많이 피웠으므로 똥꼬 팀장으로 부르겠음. (실제 인물께는 죄송합니다...)

 

똥꼬: 근데 직급이 주임이에요?

 

나: 네.

 

똥꼬: 흠...걱정이네...걱정이야....

 

나: 걱정 안하시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PC프로그램팀 차장님이 다가왔음. 이분은 약간 유재석 느낌이 나서 유재석 차장으로 부르겠음.

 

유재석 차장: 반갑습니다. 주임님. 저는 여기서 얼라인 파트 담당 ooo차장 입니다. oo같이 검사 잘하기로 유명한 회사에 비하면

저희는 많이 부족하겠지만, 일하면서 서로 돕고, 고충이 있으면 다른사람들 보다는 저한테 말씀해주시면 좀더 도와드릴수 있을거 같네요.

우리는 같은 프로그래머 아닙니까. ㅎㅎ

(역시 관상의 과학이랄까...사람이 에티튜드가 있어.)

 

나: 무슨 말씀을...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PLC 인원들은 따로 인사를 하지 않았음. 다들 모니터에 눈을 박고 이쪽엔 관심을 안보여서;; 아마도 이번 프로젝트 제어를 따로 가지고

간 부분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상태였음. 다행히도 벤더룸엔 에어컨이 있었고, 에어컨 바람의 직진 방향에 팀장 책상이 있었음.

그렇게 20분정도 더위를 식히고 다함께 공장으로 향했음. 

(더위는 식혔으나...다시 아스팔트길을 10분정도 걸어가야 했음....노트북이 익을까봐 품에 꼭 안고 갔음..무진가방이 투명해서...)

 

가는길에 R대리가 말했음.

 

R대리: 아시다시피 우리는 통역인이 없어요. 현지 PLC 부장님이 중국어를 잘 하신다고 하셔서. 근데 지금 당장 PLC 투입하기에는 효율이

안나서 일단은 저혼자 몸으로 떼우고 있었거든요. 지금 저기 가시는분이 oo사 조립팀 대리신데. 중국어를 잘한다고 해서 통역을 맡고계세요.

저도 필요할때 한번씩 도와달라고는 하는데, 바쁘다보니 눈치가 좀 보이더라구요.. 

 

나: 잉? 고객사에 조선족분은 없어요? 통역 뭐 별거라고 눈치를 봐요.

 

R대리: 있었는데...자꾸 뒤에서 장난질해서 짤렸데요. 그뒤론 안뽑는다고.

 

나: 편견을 가지면 안되는데. 왜 하나같이 그분들은 장난꾸러기들이 많은지....쩝;; 

 

갑자기 o석에 있는 짜거형이 생각났음..잘 지내겠지..

 

나: 대리님. 이제 제가 있으니까 통역 땜시 눈치보는일은 없을겁니다. 

 

여느 공장과 마찬가지로 출입구 검색대에 보안직원들이 있었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라인으로 들어가기 위해 검색대로 갔음.

그렇게 몸수색을 거친 뒤, 입구로 갔는데. 카드를 찍으면 유리문이 좌/우로 열리는 문이었음. 그리고 그 문을 지나 벽에 구멍이 숭숭뚫린

마치 가스실을 연상시키는 에어샤워실?에 공장 직원들과 섞여 들어갔음. (한번에 10명~15명 정도가 들어갈수있음.)

 

콰아아아아...... 사방의 뚫린 구멍에서 강력한 에어가 뿜어져 나와 에어샤워를 한뒤 건너편 문이 열렸음. 뭐랄까 예전 회사에서도 그랬지만

공장에서의 첫 셋업때는 이 에어샤워실에서 에어를 맞으며 나름의 각오를 다지기도 하고...여러가지 사색에 잠기게 됨.

예전 가족같은 회사를 다닐때는 동갑내기 외주1명과 동기놈이랑 에어를 맞으며...집생각이 났었음.

감히 비교할순 없지만...마치 과거 독일 탄광에 일하러 가셨던 우리네 할아버지 들도 탄광 엘리베이터 탈때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 싶기도 했음. 아마도 이 설비업계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해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는 입장에서 그런지 젊은 친구들 마음이 약해지는거 같음.

 

뭐 물론 처음이 그렇다는 거고, 익숙해지면 에어 구멍하나 잡고 거기 무진복 팔 소매를 연결해서 겨드랑이부터 사타구니까지 시원하게

훑고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에 오르가즘을 느끼며 들어가지만....ㅋㅋㅋ

 

R대리와 바람 구멍에 무진복 소매를 연결해서 에어 잭스를 하며 물어봤음.

 

나: 아까 들어갈때 카드 찍었잖아요? 우리한테 할당된 카드 있어요?

 

R대리: 없어요...;;

 

나: 와....망했네....;; 그럼 우리 고객사는요?

 

R대리: 2장 있어요. 화장실 급하면 가서 하나 얻어야 되요.

 

나: 와우~ 버라이어티 해지겠네요.

 

그랬음. 해외 공장 나와서. 저런 카드찍는 방식의 공장을 가게되면.... 그리고 재수없게 카드를 할당 못받는 입장이되면 화장실을

마음대로 갈 수가 없음. 이러면 또 긴장을 해야 하는게. 일하다가 오줌이 마려우면 그때는 이미 위기 상황임. 오줌은 마려운데 일단

카드를 받아와야 하니까,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현장에 어디서 일하고 있는지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야함. 어떻게 어떻게 찾아서

저...!! 화장실이 급해서!! 카드좀!! 하면.. 아..벌써 한분이 가지고 가셨는데요? 하면 지옥의 시작임.

 

일단 무작정 출구로 뛰어가야 함.

그러면 방금까지 나에게 오르가즘을 선사했던 에어샤워실을 거쳐야 하는데. 공장마다 틀리지만... 들어갈때만 에어샤워를 하고 나갈때는

옆문으로 에어샤워 없이 나가는 공장도 있고, 재수없으면 나갈때도 에어샤워를 15~20초정도 해야하는 공장도 있음.

그때의 15초는 체감상 150초임...... 

 

그러나 본인 경험상 가장 최악은....

들어가는 곳과 나가는곳이 한 통로로 되어있어. 바깥쪽 문이 먼저 열리면 에어샤워실은 들어간다고 인식을 하고 에어샤워를

개시함. 그리고 안쪽 문이 먼저 열리면 나간다고 판단하고 에어샤워를 하지 않음. 만약 이런 경우가 더 사고가 많이 나는데..

겁나게 급한 사람이 바지춤을 부여잡고 문을 열려고 하는데, 간발의 차이로 바깥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먼저 에어샤워실 문을 열었을때..

 

반대편 문이 열리면 그 반대편 문은 에어샤워가 끝날때까지 열리지 않음.. 그렇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에어샤워실 안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사정을 파악한 상대방도 에어샤워를 하며 20초간 서로 아이컨텍팅의 시간을 가짐....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는 눈빛으로.....

 

그렇게 지옥의 시간을 버티고 나가면 아까 카드로 찍고있던 유리문이 막고 있음. 그리고 그 옆에는

보안 직원이 눈에 힘주고 쳐다보고 있음. 그러면 어떻게 열어달라고 말도 못하고 유리문 앞에서 안절부절하고 있어야함...

카드를 가지고있는 다른 사람이 운좋게 뒤따라 와서 문을 열고 나갈때 잽싸게 같이 빠져나와야 함. 여기서도 보안 직원이 좀 인간적인

직원이면 그냥 넘어가 주는데, 융통성 드럽게 없는 직원이면 잡아세움. 자기 카드 찍고 나오라고...;;

 

그렇게 우여곡절 유리문을 빠져나오면....이제는 내가 입고있는 전신 무진복을 탈의실에서 벗고, 이것도 함부로 막 던져놓을수 없음.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어야하고, 안전화도 잘 싸서 정돈하여 넣어야함. 고객사에 따라서는 이걸 지적하며 문제삼기도 하기때문에..

이 모든 과정을 다 거쳤을 때, 신발을 신고 문을 나섰을때, 근처에 화장실이 있어준다면 그래도 다행인데...그것도 아니라면.....

아마 신이 당신을 버린거일듯.

 

설비업계에 있으면서 종종, 이런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실례를 하는 가슴아픈 장면을 몇번씩 본적도 있고, 일하다가 다른 아저씨가

 

"oo테크에서 이번에 설X를 지렸다더군..." 

 

"oo에 누가 바지에 지렸다던데?"

 

이렇게 실시간 중계를 해주는 경우도 있었고, 예전 o산 o정에 있는 S사 공장...당시엔 탈의실에는 마치 옷가게 진열장 처럼 무진복들이

걸려 있었고, 이걸 공용으로 아무나 다 입고들어가는 식이었는데...내가 입으려는 무진복의 엉덩이 부분에 황색 얼룩이 세계지도를 그리고

있었음..물론 세탁을 한 옷이었고, 피죤 냄새도 나고 있었지만....입. . 입고싶지는 않았음... 

과거의 누군가가 신의 버림을 받고 희생된 흔적이라 생각하니 절로 묵념을 잠깐 하게 되었음.

 

각설하고. 일단 이 중국 공장에서 내가 1차적으로 할일을 저기 눈 시퍼렇게 뜨고있는 보안들을 포섭하는것.

에어 샤워를 하며 상념에 잠겼음.

좋아. 간만에 중국인 꼬시기 작전을 진행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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