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 : 그러니까, 그런 걸 보면 문재인 후보가 정말 국정 전반에 대해서 대통령의 눈으로 정책을 다뤄보고 준비하고, 잘못한 것은 잘못한 대로 반성하고 성찰하고 개선점을 찾고.
유시민(이하 유) : 문재인 후보님은요. 비서실장이셨는데 소위 집사형 비서실장이 아니었거든요. 문재인 실장님은 정무형 비서실장이었어요, 참모형 비서실장. 비서실장도 똑같지가 않아요. 한 예를 들면, 어떤 장관이 대통령께 직접 말씀드리고 싶은 문제가 있을 때, 심부름만 하는 비서실장이라 하면 비서실장과는 내용을 상의하지 않아요. 그런데 제가 돌이켜보면 보건복지부 장관을 사임하려 할 때에도, 그때 국민연금법이 부결되어서 사임한건데.
그때도 대통령을 찾아뵙기 전에 문재인 비서실장을 만나서 이 부결사태가 왜 일어났고, 이것이 국가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진 문제이고, 이걸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는 어떤 정무적인 해법이 필요한지 등등에 대해서 다 상의를 했어요. 그래서 대통령께 법안 부결의 책임을 묻고 장관을 인책사임시켜야, 여론이 일어나서 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다룰 거다. 그렇게 건의를 해서 날짜를 통보받고 제가 대통령을 뵈었는데. 저만 그랬던 것이 아니고, 실제로 부처의 장관들이나 국무위원급 혹은 정부의 중요한 직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어려운 문제에 부닥쳐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거나 (대통령의) 이해를 구하거나 또는 대통령의 판단이나 결정, 지원을 요청하려 할 때 가장 먼저 상의한 사람이 문재인 비서실장이에요. 그러니까 문재인 후보는 비서실장 시절에 국정운영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각 부처의 중대한 정책적-전략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다 장관과 상의를 했다고 봐야해요. 그런 점들이 후보 본인이 내세우지는 않지만 문재인 후보의 토론이나 혹은 정치적인 행보 이면에는 그런 경험이 다 깔려 있다고 이해를 해요.
사회자 : 예, 그게 토론을 하면 할 수록 저절로 드러나고 있는 것을 제가 볼 수 있었는데요.
사회자 : 그... 참여정부 5년 동안 비서실장, 청와대 민정수석 등등 해서 국정 전반을 꿰뚫어 보셨는데, 참여정부하면 유시민 장관님도 한 축으로서 뗄레야 뗄 수 없잖아요.
유 : 한 축은 아니고 한 부품.
사회자 : 그건 지나친 겸손의 말씀이시고. 정치적 경호실장이셨고. 문재인 후보는 비서실장이시니까 두 분 사이에 연이 남다를텐데, 금방 말씀하신 정책적인 부분 말고 두 분 사이에 뭐 에피소드도 있을 것이고, 문재인 후보의 특별한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을 말씀해주신다면?
유 : 예, 이게 일종의 비화인데, 제가 유세장에서 이 얘기를 하긴 했어요. 작년 이맘때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께서 저보고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과 통합하지 말고... 작년 가을이네요. 민주당과 합쳐서 대통령 선거에 나가라고 저에게 아주 간곡하게 권하셨어요. 그때 제가 "제가 하는 것보다는 저는 다른 걸 좀 더 하고 싶으니까... 그 일을 하려면 문재인 이사장께서 하시는게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나는 정치를 안 하는 사람이고 귀하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니 하던 사람이 해야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정치는 힘든 일인데, 한 번 했다고 해서 계속 하던 사람만 하라는 법이 어디있냐. 소나기 맞아서 옷 젖었다고 계속 빗속에 나가서 일하라는 말이냐. 지금까지 직접 소나기를 안 맞고 있던 분이 나가서 한 번 맞으셔야 하는 거 아니냐. 그리고 기왕에 참여정부와 국민의정부를 말하자면 비판적으로-창조적으로 계승해야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제가 하는 것보다 문재인 이사장께서 하시는게 수월할 거다" 제가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왜 그랬냐 하면, 수월할 뿐만 아니라 더 좋은 일이라 봤어요 저는.
저는 지금도 그게 극복이 잘 안되는데요. 제 마음 속에는 지난 참여정부를 거쳐오면서 겪은 많은 일들과 관련해서. 어떤 미움이나 분노, 원망. 그것이 어떤 것에 대한, 어떤 사람에 대한, 어떤 일에 대한 거든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지금도 (남아)있고 그때는 더 많이 있었어요. 제가 생각해볼 때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대통령에 도전하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고. 그리고 제가 문재인 후보님을 오래 뵈어 왔는데. 한 10여년(동안). 그분은 누구한테 화를 내는 걸 제가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리고 누가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을 험담하는 것도 본 적이 없고요. 그래서 이분은 마음 속에 미움이나 어떤 분노, 원망 이런 감정들이 없을 수도 있고, 또는 있지만 그것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분이 아닐까 좀 그런 생각이 들었죠.
이제 우리 사회가 60년 넘게 남북으로 갈라져 있고, 세대로 쪼개져 있고, 지역으로 분열되어 있고, 계층으로 나뉘어 있고, 이념으로 갈라져 있고 뭐 많이 이렇게(멀리 떨어져)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민족은 한 번 신명이 붙으면 뭘 잘하는데, 이렇게 갈갈이 나뉘어 있으니까 신명을 못 내는 것 같아요 지난 5년 동안 보니까. 그래서 이런 시기에는 저렇게 마음이 비어있다면 비어있고 고요하다면 고요하게 느껴지는 분이 나설 때, 국민들도 좀 마음 편하게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대통령은 그런 사람이 해야되는거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저는 그 특별한 일이 아니라, 그 10여년 간 보아왔던 문재인이라는 이 자연인의 모습, 그게 이 시기 대한민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대통령의 특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