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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괴 이야기 (18) 녹두병
게시물ID : humorbest_6801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uspel
추천 : 27
조회수 : 5497회
댓글수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5/20 10:31:26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5/19 19:10:46



한국식 녹두콩 스파토이

 

 

~식물성 요괴 용병 나가신다!~

 

 녹두병, 혹은 녹두군사는 식물에서 발생한 요괴 중 하나지만, 다른 식물요괴와 달리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요괴화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주술로써 발생시킨 이른바 사역마이다. 인간과 거의 흡사하게 생겼으나 인간은 아니고, 인간과 대등하게 싸우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의 지능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감각을 느끼는 신경조직이 발달하지 않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발생할 때부터 장갑과 무기를 착용하고 나타나며, 무술에 정통하여 여느 정규군 못지 않은 전투력을 보여준다.1

 

 녹두병을 소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곡식을 한데 모아 주술을 걸면 된다. 귀금속으로 만든 발우에 넣고 주문을 외기도 하며, 주문을 건 뒤 땅에 뿌리기도 하는데, 아마도 개인적인 차이인 것 같다. 주로 녹두가 쓰이므로 녹두병이라고 지칭하지만, 어떤 곡식이든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한 곡식에 따라 이름을 붙이는 것이 보통이다. 주로 검은 콩이나 하얀 콩, 녹두콩, 팥 따위의 콩과 식물의 낱알을 주로 사용하며, 사용한 작물의 색상에 따라 군대의 복장도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또, 군사 뿐만 아니라 병장기나 말이나 소따위의 가축들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식물성 사역마는 고통을 느끼지 않으면서 명령에 복종적이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주어진 명령만을 따르기 때문에 술자가 죽거나 조종을 멈추게 되면 적에게 응전을 하지 않아 쉽사리 쓰러진다.2

 

 

~인간을 위해 싸우다 죽으련다!~

 

 우리나라 설화에서 곡식으로 병사를 만들어 부린 사람은 공식적으로 두 사람 정도가 있다. 한 사람은 신라 문무왕 때의 승려이고, 다른 한 사람은 고려 말 반란을 모의한 젊은 장수이다.

 

 신라 문무왕 당시 승려로, 왕화상이라는 호를 가지고 있는 혜통은 신통력이 뛰어나 주술로써 마귀를 쫓고 위험에서 벗어나는 등의 조화를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혜통은 교룡이라는 마음씨 고약한 용과 악연이 깊었는데, 그 악연의 발단이 된 사건이 다음의 이야기다.

 

 당나라에서 머물고 있던 혜통은 용이 병마로 변신해 당나라 공주를 괴롭힌다는 사실을 알고는 당의 황실을 방문한다. 공주의 침실에서 은 발우에 하얀 콩 한 말을 부은 뒤 주문을 외었는데, 하얀 콩들이 모두 칼을 든 흰 군복의 병사로 변하여 병마에게 달려들었으나 병마의 거센 공격에 쓰러졌다. 혜통은 다시 금 발우에 검은 콩 한 말을 붓고 주문을 외었다. 그러자 검은 콩들이 모두 창을 든 검은 군복의 군사로 변하여 흰 병사와 힘을 합쳐 싸워 병마와 싸워 이겼다고 한다.

 고려 말 실패한 반란군 영웅에 대한 설화인 [아기장수 설화]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하는데, 다양한 형태의 전승이 전해지는 [아기장수 설화]의 특성덕분에 그 전승에 따라 녹두군사가 등장하는 모습이 매우 다양하다. 지역에 따라 방안에서 수 천명의 군사를 사열했다는 기록이 있는 경우도 있고, 바위 밑에 곡식과 함께 묻혀 부활을 꾀했다는 등 여러가지 모습을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녹두가 직접 등장하는 예를 보자.

 

 고려 말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부모에게 버림 받은 아기장수가 환생하자 나라에서 관군을 내려보내 아기장수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자 아기장수는 녹두콩으로 병사를 만들어 관군에 맞섰고, 녹두군사들의 서슬퍼런 공격에 못 이겨 계속 패배만 하던 중 고려의 무신 이성계가 직접 진압군을 이끌고 아기장수와 맞서게 된다. 처음에는 이성계의 관군이 밀리는 듯하다가 이성계가 아기장수를 쓰러트리자마자 녹두군사들이 모두 썩은 짚단처럼 쓰러졌다고 한다.

 

~들쭉날쭉 그때그때 달라져요!~

 

 [아기장수설화]는 제주를 포함한 한반도 전역에 널리 퍼진 설화 중 하나다. 그러나, [아기장수설화]는 전승되는 이야기마다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녹두로 만들어진 군사가 등장하지 않기도 하고, 아기장수가 어디에서 살아있다는 결말이 있기도 하며, 지리산 신선이 점지해줬다거나 이름이 우투리거나 하는 내용이 추가되어 있기도 하다.3

 

 이것은 구비문학의 특징 중 하나이다. 구비문학은 살아있어 그 배경과 전승자에 따라 내용이 보태지거나 삭제되는 등의 과정을 거쳐 같은 이야기라도 다양한 형태로 나뉘어 전파된다. 글로써 원본이 정해져 있지 않아 그 가변성이 크다는 장점을 이용해 전승자의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이 덕분에 문학작품의 다양성이 보장된다. [아기장수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녹두군사를 이해하는 열쇠도 여기에 있다. 유래가 되는 설화에 따라 녹두군사 역시 가변의 과정을 거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아기장수설화]를 읽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 은여우 공작소


  1. 이러한 특징은 그리스 신화의 스파토이와 비슷하지만, 녹두병은 술자에게 전적으로 복종한다. 스파토이는 카드모스 왕이든 이아손이든 일단 대들고 시작했으니...
  2. 이는 아기장수 설화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우투리가 그놈의 겨드랑이에 화살이 박혀 쓰러지자 녹두병들은 죄다 으앙 쥬금.
  3. 하지만 교과서에 등장하는 우투리가 제일 친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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