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학 학생들에게 한반도 남북한이 통일되는 것이 좋으냐 아니면 이대로 분단상태가 좋으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요.
얼마 전 베이징대학 국제관계대학에서 석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한 중국의 주변환경이란 수업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교수가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서방학자들의 주장이 많은데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더군요.
찬반의견이 발표됐는데 오직 한 학생만이 한반도 통일을 찬성했을 뿐 압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반대했습니다.
한반도 통일이 중국 주변환경을 악화시키고 국가이익을 훼손할 가능성이 많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조선족들의 동요로 인한 중국 내부안정에 대한 악영향서부터, 영토 분쟁, 동북 3성(랴오닝, 지린, 헤룽장 성)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 강화 등을 지적하더군요.
강한 통일한국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겠지만, 논리적으로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한반도 전체가 미국 세력아래 들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중국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것입니다. 압록강 건너에서 미사일을 겨눈 채 포진해 있는 미군, 생각만 해도 악몽일 것은 틀림없습니다.
“국가 이익 우선” 냉정한 계산
학생들의 주장을 경청하던 40대 중반의 젊은 교수는“몇 년 전부터 수업 때마다 이 문제를 제기하는데 대부분이 한반도 통일을 반대하더군.”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지현과 김희선 등 한국 여배우들을 우상화하고 한국의 경제적 성취를 찬양하며, 최고 정치지도자들을 국민 손으로 갈아치우고 심판하는 한국과 한국인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는 중국의 젊은이들도 한반도문제가 나오면 어김없이 그들의 윗 세대처럼 냉혹하게 계산하고 국가이익을 들먹입니다.
한반도에 대한 중국인들의 태도는 한마디로 민감하고 예민합니다. 북한과의 관계를 강조할 때 지금도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말이 따라붙는 것은 우호관계를 강조하는 수식어라고 할 수 있지만, 뗄래야 뗄 수 없는 한반도에서의 이해관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이가 없으면 잇몸이 시리다.. 북한과 중국을 이빨과 잇몸의 관계로 비유한 사자성어 입니다..
중국의 정책 결정자들과 지식인들은 랴오닝성, 지린성, 헤룽장성 등 중국 동북지역 3성에 대한 역사가 빚어놓은 깊은 콤플렉스를 갖고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는 이와 연결돼 있는 뇌관 같은 것으로 중국 국내정치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고 그만큼 예민하게 대응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머리를 조아리면서 중국의 역할을 부탁하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에겐 그냥 놔두고 볼 수 없는 자기 발등의 불이기 때문입니다.
北 핵무기 보유에는 강경입장
지난 주말이던 25일, 베이징대학에선 동북아평화와 한반도라는 국제학술대회가 있었습니다. 이 학술회의에 참석했던 중국 전문가들의 논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었습니다.
북한은 협상용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목적 등으로 진작부터 핵무기 보유를 시도해 왔다고 강조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미국이 북한의 핵 개발 시설을 공격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사실상 중국이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학자도 있더군요.
한 발표자의 대북한 강경론에 대해선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는지 제 2분과의 사회를 맡았던 장 팅엔(초대 주한중국대사)은 “발표자께서 대단히 솔직하게 말씀하시는군요.” 라는 말로 은근한 견제(?)의 말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날 발표자들은 외교부 산하의 국제문제연구소, 공산당 중앙당학교, 사회과학원, 공산당 대외연락부 등에서 나왔고 개인적인 입장이라기 보다는 중국의 대표적인 국가연구소와 정부 싱크탱크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느끼고 있는 북한 핵 문제의 긴박성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당사자인 한국인들은 별다른 절박감이 없는데 비해 오히려 중국측에선 몹시 급박하고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는 셈이지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 젊은 세대의 거부감이나 북한 핵에 대한 전문가들의 강경 반응은 언뜻 상반된 태도로 보일 수 도 있지만 한반도를 자신들의 국익에 맞게 통제해 나가려는 중국인들의 일반적인 입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중국인들의 이 같은 생각과 태도를 어떻게 우리 입장에서 설득하고 우리의 이해(국익)와 일치시켜나갈 수 있을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과제는 그리 쉬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이외에도 중국의 지식인들을 상대로한 조사에서 한반도의 남한위주의 통일은 전쟁을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70%를 넘었다고 합니다. 위의 글과 맥을 같이하는 결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