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6.2 오전 9시 버전
[ MERS의 사망률에 대해 ]
이변은 없었습니다. 국내에서 벌써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첫 감염자가 생긴지 열흘이 지나도록 사망자가 없고 한 사람이 20여명의 사람에게 전파하는 등
높은 감염력을 보이자 변이를 일으킨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한 것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25명의 확진 환자 중 2명이 사망하여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습니다.
사망환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여/57 : 천식, 고혈압, 의인성 쿠싱 증후군(관절염에 의한 스테로이드 복용이 원인) 등의 기저질환이 있었던 분입니다.
최초 감염환자와 병원에서 접촉했었으며 사망 후에 MERS 확진판정이 되었습니다.
남/71 :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자로 2011년 신장암으로 인해 신장적출술을 받은 분이었습니다.
역시 최초 감염환자와 같은 병원에서 접촉했었으며 사망 전에 MERS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한때 사망률 100%로 알려져 극도의 공포를 몰고 왔던 에볼라 바이러스는 여러 아형(subtype)을 가지고
수년에 한 번씩 창궐하고 있는데, 아형에 따라 사망률이 다르지만(25~90%)
가장 최근 기니아와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창궐하고 하고 있는 에볼라는
2015년 5월 24일을 기준으로 27,049 명이 감염되어 11,149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41.2%의 사망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현재까지 40% 가까운 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MERS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프리카보다 중동지역의 의료서비스의 접근성과 시설이 낫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MERS의 치명성은
오히려 에볼라보다도 높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말하는 "MERS는 조금 심한 독감"이라고 과소평가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사망률로만 보자면 MERS의 사망률(40%)은 독감(0.1%)의 약 400배에 달합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3차 감염자가 확인된 만큼 MERS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 MERS가 우리나라에서 급속히 퍼지는 이유에 대해 ]
이미 언론에서 여러 차례 보도된 바와 같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MERS는 급속한 확산을 보이고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첫째는 정부의 안이하고 무지한 대처 때문이고,
둘째는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이한 시민의식 때문이며
셋째는 여러 환자들이 한 공간을 공유하여 진료를 받는 의료환경의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정부의 초기대응의 헛점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MERS가 의심된다는 의사의 보고를 지속적으로 무시했을 뿐더러
"MERS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당신이 책임져라"는 망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ERS진단키트는 지금까지도 질병관리본부에서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MERS로 확진이 된 이후에도 접촉자들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여 많은 2차 감염자를 양산했을 뿐더러
격리대상자를 출국시켜 국제적 망신을 샀습니다.
MERS가 확산 일로에 있고 MERS관련 공포가 증대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도 지정진료병원을 밝히지 않아
MERS 의심 환자들이 우왕자왕하고 있으며 진단장비나 격리시설을 갖추지 않은 일반 병의원을 찾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가 2차, 3차 감염을 부추기는 꼴입니다.
또한 MERS 진단키트를 대학병원에 제공하지 않아 대형병원에서도 애를 먹고 있습니다.
[ MERS의 감염력에 대해 ]
아래 첨부한 그래프는 WHO에서 지난 2월 5일을 기준으로 발표한 MERS의 발생 그래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MERS는 이 그래프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MERS의 전파속도가 빠르고 MERS가 치명적이지만 MERS가 처음 발견된 이후 약 2년 반 동안
전세계적으로 1천 여명이 감염되고 400여명이 사망하였으며 MERS의 3차 감염은 매우 적어서
2009년 신종플루처럼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나친 염려나 동요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전문가들로 포진된 정부의 허술한 대응으로 인해 국민뿐 아니라 의료진의 불안감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 되풀이되는 비전문가들의 실수들 ]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비하여 타미플루와 백신 확보에 총력을 다해왔던 선진국과 달리
당시 우리나라는 WHO 권장치의 1/4 수준인 전체 인구의 5% 정도의 타미플루만을 확보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백신 보유량은 전무한 상황이었습니다.
신종플루가 전국적으로 확산이 된 다음에서야 정부는 예산을 새로 책정한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제특허를 무시하고 타미플루 복제약을 만들겠다는 황당한 발언을 하여 국제적 망신을 샀었습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장이 직접 외국으로 나가 백신확보를 위해 구걸협상을 하겠다는 등,
일사불란하게 진두지휘를 해야 할 정부가 뒤늦게 뒷북을 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켰습니다.
초기대응단계 뿐 아니라 그 후의 대책도 대단히 실망스러웠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거점병원과 일반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하도록 한다는 발표를 하였지만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병원마저도 제대로 된 인력이나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반강제적으로 지정이 되었고,
일반의료기관 역시 지침만 하달받았을 뿐 정부로부터 어떠한 안전대책이나 제도적 지원없이 진료를 강요받아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대단히 큰 혼란이 발생되었습니다.
심지어 의료진에게조차 타미플루가 공급되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제학과 출신의 경제학자이고,
보건복지부 차관은 법대 출신에 사회복지를 전공한 분입니다.
이런 비전문가들이 국가의료 위기상황 때마다 우왕자왕하고 있습니다.
위기상황은 닥친 후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대응해야 하는 일입니다.
아무런 전문성을 갖지 목한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합니다.
보건당국에 보건전문가가 없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둘 수는 없습니다.
(참고) MERS 발생보고에 관한 지속적인 update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who.int/…/arc…/disease/coronavirus_infections/en/
(참고) 맨 밑의 사진은 5.31 의사협회 회관 7층 사석홀에서 열린 MERS대책 보건의료단체 간담회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