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걸이형.
66년생인 나보다 9살 연배인 형. 형이라고 처음 불러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종걸 x쌔끼였는데. 오늘 형의 마지막 필리버스터를 보고 그냥 형이라고 부르고 싶어졌어.
종걸이형. 다시는 그러지마. 썅.
형이 그렇게 헷갈려하니까 내 마음이 너무 아팠쟎아. 왜 그랬어. 왜 우리를 그렇게 실망시키고 그랬어. 형은 다른 사람이 아니쟎아. 존경하는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님의 손자쟎아. 사쿠라가 아니쟎아. 그런 형이 그러니까 더 마음이 아팠쟎아.
내가 형이 문재인을 깠다고 해서 실망했던게 아니야. 그래서 마음이 아팠던 게 아니라고.
그게 문재인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래도 명색이 대표이고 당헌 당규에 의해 선출된 사람인데 그렇게 흔들면 안되는거쟎아.
게다가 형은 원내 대표인데 오히려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형이 당무를 거부하고 한 달이 넘게 그렇게 겉돌면 안되는 거쟎아.
원내 대표인 형이 그러니까 당이 무슨 오합지졸 모아논 것 같쟎아. 새누리당 저 놈들은 똘똘뭉쳐 우리를 잡아 먹으려고 하는데 그나마 믿을데라곤 더불어민주당 거기 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전혀 의지가 안되는 정당이 되니까 우리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 줄 알아. 나 그냥 선거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고.
정말 나 떠날라고 했었다. 나야 뭐 형 같은 국회의원도 아니고 일개 한 표를 가진 유권자일뿐이지만 오만 정이 다 떨어졌었다고. 그래도 새누리당 이놈들 하는 짓이 너무 싫었고, 그 놈들 하는대로 놔뒀다간 나라가 엉망될 것 같아서 얼마나 불안했는지 몰라. 그래서 정말 이 악물고 힘낸거라고.
종걸이형. 필리버스터 정말 잘했어.
형이 진심을 다해 용기를 내서 싸워준 덕분에 우리는 국회의원들이 "그놈이 그놈이다"가 아니란 걸 알았어. 국회의원들 중에는 정말 괜찮은 분들도 있다는 것 알았다고. 그 분들의 진면목을 조중동 찌라시와 종편 찌끄레기들 때문에 몰랐을 뿐, 그분은 괜찮은 사람들이었다는 걸 비로소 알았던 거야.
종걸이형. 형 이번에 정말 밥값 제대로 했다. 몇 날 며칠 밤새워 봤던 필리버스터를 웬 여자의 해괴한 울음으로 이상하게 마감할 뻔 해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형이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으로 그동안 필리버스터를 통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우리 의원님들 이름 한 명 한 명 불러주었을 때 얼마나 가슴이 뭉클했는지 몰라.
그래.. 형.. 바로 그거였어. 형 정말 잘했어. 나 이제 선거 포기 안한다. 새누리당 놈들이 나라 망하게 하는 꼴 수수방관하지 않을거야. 우리 후배 세대들이 정말 뭣 같은 세상에서 살게 할 수 없다고.
형. 우리 한 번 해보자구. 죽을 때 죽더라도 끝까지 싸워보자구.
형.. 이거 잘 알지?
힘 미치지 못해 쓰러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힘 다하지 않고 꺾이는 것은 거부한다.
우리 한 번 대차게 싸워보는거야. 제대로 한판 싸워보자구.. 그래서 꼭 승리하자. 알았지. 종걸이 형.
힘내자. 오늘 내 인생에 처음으로 종걸이형이라고 부르는거야. 다시는 지난번 처럼 이상하게 행동해서 내 입에서 종걸이 x새끼 소리 나오게 하면 안돼. 그 땐 정말 죽음이야. 명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