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의원님, 세월호 특별법 협상 당시 기억하십니까? 세월호 유족들은 수사권,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했고 박영선 의원께서는 원내대표로 협상을 하면서 수사권, 기소권은 포기하고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유족들이 진상조사위원을 한 명 더 추천할 수 있는 선에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타결했지요. 그 때 반발하는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서 의원님께선 협상은 상대방이 있는 거라고, 원하는걸 다 얻을 수는 없다고 말씀하시며 세월호 유족들을 설득하셨지요.
저는 받아들이기 싫지만 그 말씀도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소수였고 새누리당은 과반을 차지한 상태에서 분명 협상엔 한계가 있을 수밖엔 없었겠지요. 그런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건 그거보다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국가의 무능으로 자식을 잃은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세월호 유족들에게 사전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만약 박영선 의원께서 세월호 특별법에 수사권,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유족 추천 위원을 하나 늘리는 정도가 최선이었고 그 정도 선에서 새누리당에 양보를 하려고 했다면 최소한 사전에 유족들에게 귀뜸이라도 해줬어야 마땅합니다. "유족 여러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너무나 요지부동이기 때문에 그 이상을 얻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같습니다"라고 설득하는 작업이라도 거쳤어야 합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수사권, 기소권 빠진 세월호 특별법 협상타결이란 소식을 TV뉴스를 통해 접해야만 했습니다. 추후 박영선 의원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죠. 유족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은 협상전략이었다고.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야당의 모습은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야당은 당사자와 함께 하는 힘으로 협상하는 것이지, 의석수로 협상하는 것이 아닙니다. 머리 맞대고 협상전략을 짜도 힘겨울 판에 가족들을 협상전략 숨겨야 할 대상으로 삼은 것입니다. 힘들면 솔직하게 가족들 앞에서 "새누리당이 너무 요지부동이라 힘들다. 우리 어떻게 하면 좋을까? 더 싸울까? 아님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기하는 대신에 유족 여러분들께서 진상조사위원을 한 분 더 추천하는 선에서 타협을 할까?" 유족들에 묻고 그들의 의견을 구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야당의원들은 댓글공작, 간첩조작, 불법해킹 논란까지 빚은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이름만 테러방지법인 사실상 국정원 강화법 통과를 지연시키기 위해 필리버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영선 의원 당신은 야당의 동료의원들이 힘겹게 필리버스트를 이어가고 있는 사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함께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란 발언으로 유명한 전광훈 목사가 속해있는 한국 기독교 집단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 수구보수집단이라 불리는 한기총을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당신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우려하시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법, 이슬람과 인권 관련 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동성애법은 자연과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나는 법이다. 이런 법에 더불어민주당은 한기총의 모든 목사님들과 뜻을 같이한다." 저는 여기서 박영선 의원님의 인권감수성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정말 더불어 사는 대한민국이니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니, 정의니, 진보니 외치던 사람의 인권감수성이 이럴 수 있는가 저는 솔직히 경악했습니다.
동성애법이 어떤 법을 말씀하시는지는 잘모르겠는데 아마 차별금지법을 지칭하는 것같더군요. 우선 대한민국에서 동성애는 불법이 아닙니다.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포함한 불법행위가 아닌 그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시한 법이지 동성애법이 아닙니다.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동성애는 처벌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성애는 찬성한다, 반대한다 말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닙니다. 백번 양보해서 동성결혼의 경우에는 찬성한다, 반대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은 그냥 존재하는 대상이지 찬반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하는 박영선 의원님의 말은 제가 박영선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박영선이란 사람은 그냥 존재하는 거지, 박영선이란 사람 자체를 두고서 박영선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처럼 동성애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선미 의원은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트 마지막 발언을 이렇게 마쳤습니다. "국가의 의심은 평등하지 않다. 국가가 먼저 의심하는건 늘 약자와 소수자다"라고 하며 국정원이 단지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을 마음대로 도감청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 반대이유를 밝히셨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존재하는게 인권입니다. 인권은 원래 강자와 다수자가 아니라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존재하는 권리입니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권리가 인권입니다.
박영선 의원께서 기독교계의 표를 노리고 정치적 이유로 그런 발언을 하셨는지, 아니면 그게 정말 본인의 종교적 신념에 기초한 발언인지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두가지 중 어느 쪽에 해당하든 최소한 제가 생각할 때 박영선 의원께서는 더 이상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니, 함께 더불어사는 대한민국을 외칠 자격이 없습니다. 이미 당신은 그럴 자격을 상실하셨습니다. 박영선 의원이 말하는 더불어 함께 사는 대한민국, 그 더불어에 성소수자들은 제외인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더불어민주당은 한기총의 모든 목사님들과 뜻을 같이한다고 말씀하시면서 마치 본인의 생각을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인거처럼 말씀하셨다는 겁니다. 그러나 같은 당 김용익 의원의 트위터를 보면 이러한 박영선 의원의 생각이 당의 전체의견이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했으며 같은 당 김광진 의원 또한 과거 기독교계의 표가 떨어질 가능성을 감수하면서도 본인의 블로그에 혐오의 힘보단 사랑의 힘이 더 클 것을 믿는다고 밝히셨습니다.
그런데도 당대표도 아닌 본인이 뭐라고 되는냥 당의 전체의 의견이라도 되는 것처럼 더불어민주당은 한기총의 모든 목사님들과 뜻을 같이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본인은 기껏해야 더불어민주당의 비대위원에 불과합니다. 설사 당대표라 하더라도 의원총회를 거치지 않고선 함부러 자신의 생각을 당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호도해선 안됩니다. 그런데 당대표도 아니고 기껏해야 비대위원 주제에 어디서 감히 본인의 생각이 더불어민주당 전체의견인 것처럼 호도하는 발언을 하십니까?
박영선 의원 당신이 뭔 짓거리를 한건지 아시겠습니까? 동료의원들이 몇시간씩 국정원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몇시간씩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는 도중에 한가롭게 한기총과 "이명박 안찍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린다'는 발언으로 유명한 전광훈 목사가 주최하는 기도회에 김무성이랑 같이 참석해서 '우리 당은 혐오를 지지합니다'라고 말씀하신 겁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당 김광진 의원의 발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전국에 LGBT(성소수자)가 몇 명이나 있겠는가. 그 사람들이 다 찍어줘도 한 교회 인원수만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은 표를 구걸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건 정치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