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시장 정상화를 위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유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단말기 제조사 조사·제재 권한'이 막판 첨예한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은 "세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제"라고 반발하는 반면,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세계 유례가 없는 기형적 단말기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말기 제조사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핵심 쟁점은 '제조사 유통 관련 정보 제출' 조항과 '방통위 조사·규제권한'이다. 이들 조항이 과잉규제이자 이중규제라는 게 단말기 제조사들의 주장이다.
◇영업비밀 공개? vs 최소한의 사실관계 자료
단유법에 따르면, 단말기 판매 장려금과 장려금 규모를 상시적으로 정부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핵심은 기업별 장려금 규모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은 "이는 엄연히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적으로 제조사 장려금 공개를 강제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장려금 규모가 외부에 제공될 경우 해외 경쟁사에 전략이 그대로 노출될 우려가 있으며, 해외 통신사업자와의 협상 시 국내 판매 장려금과 동등하거나 더 많은 장려금을 요구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휴대폰 원가가 아니라 단말기 판매와 보조금 지급구조와 관련된 필요 최소한의 자료를 정부에 제출토록 한 것이며, 영업비밀로 요청한 자료의 경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법률'로 대외 공개가 원천 차단돼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미래부와 방통위 중 방통위쪽으로만 자료를 제출하도록 법안을 수정할 용의도 있다"며 "이를 마치 영업비밀을 공개토록 한다는 식으로 제조사가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 등 해외기업과의 역차별 논란도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해외 제조사들도 예외는 없다"고 못박았으나, 과연 글로벌 기업들이 제대로된 자료를 순순히 제출할 지 의문이라는 게 국내 제조사들의 주장이다.
◇'이중 규제' vs '시장교란시만 직권조사'
단말기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방통위의 조사·제재 권한도 쟁점이 되고 있다. 현재의 보조금 과열 사태가 이통사의 리베이트뿐 아니라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이통사에 대한 조사 및 제재 권한만 있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는 이통사들도 동의하는 대목이다. 10월 초순 '하이마트 갤럭시S4 17만원 대란'과 10월 말 'G2 출고가 0원'이 재고털이를 위한 단말기 제조사들의 장려금으로 유발된 측면이 강하다는 게 이통사들의 목소리다.
이에 대해 제조사들은 "제조사에 대한 불공정 시장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규정이 있는데도 방통위가 별도 조사 및 제재권한을 또다시 행사하는 것은 이중규제에 해당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난 4일 공정위와 협의해 단말기 출고 부당차별 등 사업자간 거래행위에 대한 조사나 제재는 공정위가 맡고, 이용자들의 차별적 보조금 지급하는 등 시장을 교란하는 경우만 예외적으로 방통위가 조사, 제재하는 것으로 수정대안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반면 제조사 진영은 "시장과 영업상황에 따라 단말기 제조사들이 출시전략을 시행해왔는데, 이들 조항 자체가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재반박했다.
◇'휴대폰 산업 붕괴' vs '실패시장 정상화'
단말기 제조사들은 단유법 통과로 인한 제조사 규제시 가뜩이나 내수시장 위축으로 관련 산업이 크게 위축되는 것은 물론 중소 협력업체들까지 몰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조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번 단유법이 한국 휴대폰의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악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나친 침소봉대"라며 제조사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빠른 스마트폰과 LTE 전환율 때문에 최근 판매율이 저조한 것일 뿐, 동일 단말기라 할지라도 시기, 장소, 지역 등에 따라 200~300% 넘게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제조사는 이미 제조, 납품, 판촉 수준을 넘어 적극적인 유통자 지위에서 대리점 등에 장려금을 지급해왔다"며 제조사 규제권한의 불가피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