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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 내 몸은 너를 지웠다.
게시물ID : love_67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나브로아사
추천 : 11
조회수 : 1046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6/07/20 01:49:33


그 날 나는 잠을 잘 수 없었고, 그 이유가 빗소리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 소리가 나를 부르는 소리 인 것 같아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네게 갔다.

도로 위는 다소 막혔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니가 좋아했던 노래가 워크맨의 테입처럼



앞뒤로 번갈아서 나왔다.

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이 재생되려는 그 틈새에

차창 앞에 틱틱 하고 소리 내는 빗소리가 통기타 소리처럼 내 마음을 통통 하고 울리는 것 같아,

어쿠스틱 음을 닮은 너를 생각하고 말았다.

차창에 부딪히는 빗소리 그리고 그 비를 밀어내는 와이퍼의 꾸득한 소리 차가운 에어컨의 잔잔한 기계음과

고속도로를 주행하며 차선변경을 위한 깜빡이 소리,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네가 좋아했던 노래들이 오케스트라 마냥 연주가 되었다.

그 연주를 4시간 가량 들으니 어느덧 너의 집 앞이다.

심호흡을 크게 세번 들이 마신후에 큰 용기를 내어 네게 모처럼 카톡을 보낸다.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나요'

너의 집 앞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시켰다.

첫 잔은 무슨 맛인지 몰랐다.

긴장되고 긴장되서 그냥 물 인것 같았다.

이어서 그 에스프레소가 두잔이 되고 세잔이 되었을 때

나는 한시간에 한잔씩 마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페인 때문인지, 답장이 없는 너 때문인지 나의 입술은 마르고 심장은 뛰었다.

쓰다 못해 이제는 말라서 갈라진 내 혀를 위해 미숫가루를 시키고 앉아 있는데

이내 답장이 왔다.

'나 해외에요'

멍하니 탁자위 미숫가루를 바라보다가 그러다가 한모금 주욱 마셨다.

달달한 미숫가루를 마셨는데도 왜 내 입맛은 쓸까?

한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담담해지고 나서야 핸드폰 액정을 누를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는 답장이 없었다.

집으로 오면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너의 고운 얼굴을 바라봤다면 나는 그냥 멍하니 '잘 지냈어?' 한마디후 바보같이 긴 침묵을 지켰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너에게 무슨 말을, 그리고 무슨 상황을 기대하고 온 건 아니었다.

그래, 그냥 내 몸이 너와 같이 우산속에서 듣던 빗소리를 기억해서,

같이 누워있던 내 방에 그 창에 들이닥치는 빗소리를 기억해서

그 비 그친 후 걷던 그 날밤의 산책을 기억해서

그래 내 몸이 너를 기억해서 연어의 산란기 마냥 회귀했을 뿐이다.

3일후.

네가 한국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 네가 나를 원했다면 그 다음의 용기정도는 네가 내어줄 수 있었겠지만

너는 그러지 않았지.

그래서

하루에 하나씩 너를 지워갔다.

윤기 없이 거칠었던 너의 입술 그리고 아기의 꽃내음 같은 너의 냄새가

이제는 지루해지고 진부해진 느낌이들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그 날 이후로 네 생각을 하며 삼키던 수면제가 필요 없어졌다.

쉴새 없이 비틀대던 나의 외로움은 다른이가 채워주었다.

너란 존재가 사랑이란 그림자가 

내 마음 가득쥐어 이미 바스라진지 오래니 이제 제발 내 마음 놓아달라며 울부짖던 나의 밤은

잔잔하고 고요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의 일상이 궁금해지지 않기 시작했다.

그 모든게

하루에 하나씩 그리고 조금씩 지워지기 시작했다.


항상 쥐고 있던 너의 온기와 거칠었던 너의 입술의 따듯함,

그런 온기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던 나의 외로움이 고요해지기에

이제 네가 다른 누군갈 만나 키스하는 모습을 상상해도,

심지어 네가 다른 누군가와 잠자리를 갖는 모습을 상상해도

널 닮은 장마가 내 마음 할퀴고 지나가는 빗소리 흘려도

그런 내 마음은 야릇해지지만 이제는 습관처럼 너를 찾아가서 멍하니 너의 불꺼진 창문을 바라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때는 장마를 머금은 풀잎의 향기보다 진했던 우리 사랑인데

이제 나는 알았다.

아주 특별한 사람을 만나 아주 특별한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그냥 흘러가는 내 인연에 있던 보통의 사람을 만나 보통의 연애를 한 것이라고 

나의 사랑은 특별한 것 없는 보통의 사랑을 한거라고.

내 미련만 가득했던 구질구질했던 우리의 인연은 끝났다.

이제는 널 생각해도 눈물 한방울 나지 않는 완벽한 이별인데

이 글을 쓰는 오늘밤은 왜 이리 슬플까?

하지만 이러한 슬픔도 보통의 슬픔이란걸 알기에


내 몸은 너를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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