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조 유방의 황후인 여후(呂后)는 유방을 도와 패업을 달성하고, 유방이 황제가 된 후 황후로 봉해졌다. 하지만 이때부터 여후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미 나이가 들어 자색이 사라지니, 정치적 지위가 아무리 높다 해도 유방의 마음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후궁에 있는 수많은 미녀들 가운데서 유방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았던 후궁은 젊고 아름다운 척부인(戚夫人)이었다. 유방은 그녀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었고, 그녀는 유방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다녔다. 얼마후, 척부인이 아들 유여의(劉如義)까지 낳자 황제의 총애는 극을 달했다.
한때 장자인 유영을 태자에서 폐위 시키고, 유여의를 태자로 책봉하려고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여후가 여러 대신들의 반대를 이끌어 내, 어쩔 수 없이 생각을 거두었던 것이다. 여후는 이 모든 사태를 지켜보면서, 마음속에 증오심을 불태웠고, 척부인에게 복수 할 기회만을 엿보았다.
한고조 12년(기원전 195년) 4월, 유방이 병사하자 태자 유영이 황위를 계승해 혜제(惠帝)가 되었고, 여후는 황태후가 되었다. 그리하여 전권을 장악한 여후는 이제 척부인에게 복수할 때가 왔다고 여기고, 곧 척부인에게 복수의 칼날을 들이댔다.
5월에 유방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여후는 기다렸다는 듯이 척부인을 체포하여 머리를 온통 깎고 칼을 채웠으며, 붉은 죄수복을 입혀 영항(永巷)에 가두고, 온종일 쌀을 찧게 했다. 옥중에 갇힌 척부인은 멀리 조국(趙國)에 가 있는 아들 여의를 생각하며 애끓는 눈물을 한 없이 흘렸다고 한다. 당시 그녀는 이렇게 한탄 했다.
"아들은 왕인데, 어미는 죄인이 되어 온종일 쌀을 찧고 죽음과 벗하네! 하지만 삼천 리나 떨어져 있으니 어미의 처지를 어이 알까." 여후는 척부인의 통곡 소리를 듣고 더욱 화를 내며 "네가 정녕 아들에 기대어 살려고 하는 게냐?"라고 호통을 쳤고, 유여의를 없애 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여후는 곧 세차례나 사람을 보내 유여의를 장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유여의는 돌아오지 않았다.
여후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척부인의 필체를 위조해 거짓 서신을 써서 유여의에게 보냈다. 이제 갓 열세 살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했던 여의는 곧장 장안으로 달려왔는데, 혜제가 이를 알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이복 아우가 모후의 손에 죽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가 없어, 장안으로 돌아오는 여의를 마중나가, 친히 궁으로 데려와 자신과 함께 기거하도록 했다. 그러자 여후도 손을 쓸 수 없게 되었다.
혜제 원년(기원전 194년) 12월 초하루, 혜제가 일찍 일어나 말을 타고 나간 사이 여의가 홀로 늦게 일어났는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던 여후가 이 틈에 사람을 보내 유여의를 독살하였다. 혜제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여의가 죽은 지 몇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여후는 또 가장 잔인한 수단으로 척부인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웠다. 척부인의 두귀를 불로 지지고, 벙어리가 되는 약을 억지로 먹였으며, 두 눈을 파내고 사지를 자른 후 변소에 버렸다. 척부인은 온종일 분뇨 속에서 뒹굴며 고통에 신음했다. 여후는 또 척부인에게 거의 변태적일 정도의 심리적인 보복을 가했다. 오랫동안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증오심을 일시에 폭발시킨 것이다. 여후는 척부인 모자를 동정하는 혜제를 데려다가 척부인의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혜제는 이미 사람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된 척부인을 보고 비통하게 통곡하더니, 곧 몸져누워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혜제는 사람을 시켜 여후에게 "이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며, 소자는 태후의 아들로서 다시는 천하를 다스릴 수 없나이다."라고 전하게 했다.
몇 년 후, 혜제는 매일 술에 취해 정사를 돌보지 않았고, 그 자신마저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 6년 후 갓 24세였던 혜제가 세상을 떠났으니, 여후는 자신의 정적을 잔혹하게 죽였을 뿐 아니라, 간적접으로는 자기가 낳은 아들까지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출 처 : 쟝위싱 저, '중국황제 어떻게 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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