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 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 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1970년대 유신의 억압속에서 민주주의의 회복을 열망하던 사람들...
2016년 필리버스터가 100시간 넘게 진행중인 지금,
몰랐던 역사 이야기, 살아 있는 근현대사를 듣고 있는 제 심장이 쿵쾅쿵쾅 빨리 뛰기 시작합니다.
그 때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지금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부르짓고 있습니다.
그 때만큼 절실하지는 않지만,,,
아니 어쩌면 제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그 때만큼 절실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1974년 인혁당 사건에 관한 동아일보 기사글 때문에 구속되어 공산주의자라고 내몰려진 상황에서 시인이 한 '양심선언'입니다.
"내가 요구하고 내가 쟁취하려고 싸우는 것은 철저한 민주주의, 철저한 말의 자유,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또한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자, 자유주의자이다. 내가 가톨릭 신자이며, 억압받는 한국 민중의 하나이며, 특권, 부패, 독재 권력을 철저히 증오하는 한 젊은이라는 사실 이외에 나 자신을 굳이 무슨 주의자로 규정하려고 한다면 나는 이 대답밖에 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백성을 사랑하는 위정자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피와 시민의 칼을 두려워하는 권력을 바란다."
[출처]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작성자 페퍼저축하팀장
출처 | http://blog.daum.net/act4ksj/13746224 김지하 양심선언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yeominlaw&logNo=2204011427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