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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임
게시물ID : dungeon_6712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1
조회수 : 41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4/10 16: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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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이런, 제가 졌군요."

 말을 옮기고서 몇 분씩이나 제 패를 들여다보던 사내가 꺼낸 말은 항복 선언이었다. 더 진행해봤자 기다리는 것은 치명적인 함정이요, 그런다고 수를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그가 패배를 인정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의 상대, 그가 속해있던 조직 더 컴퍼니의 부대장, 슈미트는 그의 항복 선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직 자네의 말들이 살아있지 않나? 전멸하기 전까진 끝이 아니라네. 어떤가? 자네의 말들이 전멸하거나, 내 말들이 전멸할 때까지 이 게임을 계속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만?"
 "하지만, 이제 와서야 눈에 뻔히 보이는 저 함정 속으로 들어가는 것 외엔 수가 없지 않습니까? 나아가는 것도 죽음이고 멈춰 서는 것도 죽음이니, 이런 상황이 체크메이트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항복을 받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래, 자네의 말대로라면 그렇군. 허나 어쩌겠나? 이 늙은이의 고집이 꺾일 줄을 모르니 말일세."

 슈미트는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에게도 자신에게도 시간은 많으니 적은 수 속에서 느긋하게 생각해보라고. 그 말에 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다시 게임판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모로 봐도 별수는 없었다. 어느 수를 고르던 그에게 보이는 것은 오직 전멸뿐이었다.

 "게임은 실제 상황과는 다르지. 이게 실제 상황이었다면 자네가 고민하는 동안 전멸당했을 걸세." 얼핏 재촉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부대장의 말마따나 게임은 실제 상황이 아니었다. 현실에서 시간이 얼마나 흐르던 게임 속에선 차례가 넘어갈 때나 시간이 흐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차분하게 가장 적은 피해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생각했다.

 "그래도 실전이라 생각하고 신중하게 임하게. 선택의 순간은 돌아오지 않고, 실책은 뼈아픈 손실이 뒤따라오니 말일세." 그는 몇 번이고 제가 가진 패를 들여다보았다. 더 나은 선택은 어떠한 것인가. 혹여나 틀린 선택을 하지나 않을까. 자신이 낸 수 다음으로 올 부대장의 수는 어떠한 것일까. 생각하고 거듭 생각했다. 빠른 판단보다는 바른 판단을 위해서.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네. 전술이라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야. 단순하고 사소한 것도 얼마든 책략이 될 수 있는 법이며, 때론 알아채지 못하고 넘어간 것이 해답이 되기도 하지. 어떤가? 자네가 생각한 두 가지 수 중, 시간을 흐르게 할 수는 있던가?"
 "부대장님께는 수가 보이십니까?"
 "이 늙은이에게 무엇이 보이겠나? 그저 늙은 만큼 조금 더 멀리 보고, 조금 더 많이 볼 뿐이라네."

 지금이라도 항복 선언을 받아주신다면 좋으련만. 그는 마음속으로 말을 삼키며 다시 게임판을 내려다보았다. 정말 이 상황을 벗어날 수가 있는 것인가. 부대장님은 보았다는 그 조금의 시야를 자신은 볼 수 있을 것인가. 게임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는 곧 얼빠진 표정으로 자신의 패와 말을 몇 번이고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그 직후에 터져 나온 것은 실없는 웃음이었다.

 "제가 저에게 당했군요."
 "그래, 보였는가?"
 "이리도 간단한 수를 못 봤다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당황하면 누군들 시야가 좁아지는 법이라네.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네만, 어느 상황에서든 여유를 갖도록 하게. 그렇다면, 자. 자네가 놓쳤던 수를 보여주지 않겠나?"

 슈미트의 말에 그는 자신의 말을 한 칸 뒤로 물렸다. 나아가도 죽음이고, 멈춰서도 죽음이라면, 시간을 들여서 후퇴하는 것이 답이었다. 그의 선택에 슈미트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야. 간단한 방법이건만, 때론 사람은 돌아가는 법을 잊곤 하지. 허나 자네, 위기에서 벗어났다곤 해도 긴장을 잃지는 말게. 이제부터 이 늙은이의 수가 자네를 잡으러 갈 테니 말일세."
 "네. 부대장님께서 주신 기회를 허투루 써선 안 되겠죠."
 "될 수 있으면 마지막까지 함께 어울려줬으면 하는군. 그럼 이 놀이를 계속해보도록 하세."

 얼마든지요. 웃음과 함께 건네진 슈미트의 말에 그 역시 웃으며 답해주었다.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가 왔습니다.
오늘의 아라드 팬픽은 총검맨들끼리 게임하는 내용
그냥 총검사와 슈미트 부대장님이 전략형 보드게임으로 두뇌싸움하는 게 그려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제가 그렇게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럼 즐겁게 읽으셨길 빌면서

어김없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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